<판결요지>
사용자인 피고인은 근로자와 퇴직금의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한 후 그 연장된 기일이 경과하였음에도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안임. 원심은, 사용자가 근로자와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 지급기일을 연장하기로 합의를 한 이상 사용자가 연장된 지급기일을 지키지 않는 경우까지 처벌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아 공소사실 중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위반의 점을 무죄로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구「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 단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고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용자가 근로자와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더라도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면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3.7.13. 선고 2023도188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3도188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12.16. 선고 2022노326 판결
• 판결선고 / 2023.07.13.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쟁점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2005.10.4.부터 2021.5.28.까지 근무하다 퇴직한 공소외인의 퇴직금 29,271,490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구「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21.4.13. 법률 제18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9조 단서 규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와 퇴직금의 지급 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다면, 그 후 사용자가 연장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런데 피고인은 근로자인 공소외인과 퇴직금의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구 퇴직급여법 제9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44조제1호는 “제9조를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품청산의무에 대한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본문은 근로자가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을 조속히 지급받지 못한다면 금품을 받기 위하여 사업장에 남아 있는 등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기 쉽고 또한, 근로자 및 근로자가족의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므로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5.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형식,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고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에 따라 퇴직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더라도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면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은 공소외인의 퇴직일인 2021.5.28. 공소외인과 퇴직금 중 일부는 2021.6.16.까지 지급하고 나머지는 그 이후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를 한 사실, 피고인은 2021.6.16.까지 공소외인에게 퇴직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공소외인에게 합의에 따라 연장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퇴직급여법 제9조의 위반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안철상 이흥구 오석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