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아파트 경비업체를 운영하는 피고인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 부담금 지연이자를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납입하지 않았다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안에서, 용역비 정산제를 규정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은 공동주택관리규약의 제·개정에 관한 지침에 불과하고 퇴직적립금 부담금을 납입할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는 점, 위 준칙의 개정으로 용역비 정산제가 도입되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퇴직적립금 지급책임 유무 및 범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점, 피고인은 용역비 정산제를 정한 위 준칙 개정 전에도 퇴직적립금 적립을 지체하였던 점 등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서 정한 용역비 정산제가 지연이자 지급의무 면제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한 사례.
【서울북부지방법원 2023.11.9. 선고 2023고정838 판결】
•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3고정838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 피고인 / A
• 검 사 / 김승곤(기소), 양혜민(공판)
• 판결선고 / 2023.11.09.
<주 문>
피고인을 벌금 1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 A은 서울 금천구 B, C호에 있는 D유한책임회사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약 1,400여명을 사용하여 서비스업(건물경비)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가입자의 퇴직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그 가입자에 대한 부담금을 미납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부담금 및 지연이자를 해당 가입자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제도 계정에 납입하여아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납입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4.07.01.부터 2022.07.06.까지 근로한 E의 확정기여형퇴직연금 부담금 지연이자 3,948,739원을 당사자 간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납입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E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1. 퇴직연금 월별내역, 부담금 납부내역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44조제2호, 제20조제5항, 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제1항, 제69조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이 대표자로 있는 이 사건 회사는 2016년경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이 개정되어 용역비 정산제가 시행됨에 따라 아파트 관리주체로부터 매월 용역비에 퇴직적립금 명목의 금원을 포함시켜 받는 대신 근로자들 퇴직 시 퇴직적립금을 한꺼번에 지급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 근로자들에 대하여 적시에 퇴직적립금을 납입하는 데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아파트 관리주체는 이 사건 회사에게 근로자의 퇴직 시에 퇴직적립금의 원금만을 지급할 뿐 그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사건 회사로서는 근로자에게 퇴직적립금의 지연이자까지 지급할 수는 없었다.
따라서 피고인의 지연이자 미지급 행위는 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 준용하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18조제3호, 제4호에서 정한 지연이자 지급의무면제사유에 해당하거나, ② 정당한 이유가 있는 법률의 착오 또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거나, ③ 기대불가능성 등으로 인하여 책임이 조각된다.
2. 판단
살피건대 이 법원이 채택한 증거들에 따라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이 피고인 주장의 근로기준법 시행령 각 규정이 적용되는 경우에 해당하거나, 퇴직적립금 부담금 지연이자를 미지급한 행위에 대하여 그 위법성이 조각되거나, 피고인의 책임이 조각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① E은 2014.7. 1부터 2022.7.6.까지 서울 성북구 F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2016년경 개정된 경기도 공동주택관리규약에서 정한 용역비 정산제는 이 사건과 어떠한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다만 서울특별시는 2019.2.22.경 서울특별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하면서 위 용역비 정산제에 관한 제60조의2 규정을 신설하여 위 규정은 현재까지 존속하고 있다.
②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서 용역비 정산제를 정한 취지는 용역비 중 퇴직적립금 등 항목부분을 과다 또는 과소 계상하여 아파트 관리주체와 용역업체 사이에 그 정산에 관한 분쟁이 일어나거나, 용역업체가 아파트 관리주체로부터 퇴직적립금 명목의 금원을 받아 놓고도 이를 제대로 적립하지 아니하여 근로자가 퇴직 시 이를 전부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방지하는 데에 있다고 보인다.
③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은 해당 공동주택관리규약을 제정 또는 개정할 때 그 지침을 정한 것에 불과한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0조제1항은 퇴직적립금 부담금을 납입할 책임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음을 명확하게 정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 개정 전과 같이 아파트 관리주체로부터 퇴직적립금 부담금을 매월 용역비에 계상하여 받던지 또는 개정 후와 같이 사용자가 일단 퇴직적립금 부담금을 납부하고, 나중에 근로자의 퇴직 사유발생 시 아파트 관리주체와 정산하는지 여부에 따라 사용자의 퇴직적립금에 관한 지급책임의 유무 및 범위가 달라진다고 볼 수 없고, 아파트 관리주체가 그 지연이자에 대한 지급책임을 진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
④ 피고인은 서울특별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이 개정된 2019.2.22. 이전에도 근로자에 대한 퇴직적립금의 적립을 지속적으로 지체하였고, 위 일시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2022.7.20.경에 이르러서야 퇴직적립금의 원금을 모두 적립하였으므로, 피고인이 퇴직적립금 부담금의 적립을 지체하게 된 주된 원인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용역비 정산제의 시행인지도 의문이 든다.
⑤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의 시행 및 당해 공동주택관리규약의 개정에 따라 사용자는 아파트 관리주체로부터 퇴직적립금 부담금 명목의 금원을 사전에 지급받지 못하게 되어 일시적으로 경영상 부담이 가중될 수는 있으나, 앞서 본 사정에 근로자의 임금이나, 그에 준하는 퇴직적립금 부담금 등은 회사 운영에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집행되어야 하는 것임을 고려하면, 설령 이 사건 회사가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비용 상승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퇴직적립금 부담금을 적시에 지급하는 것이 피고인에게 기대불가능하였다고 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 피고인이 주장하는 이 사건에 관한 사정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약식명령 기재 벌금형은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
판사 이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