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3.4.13. 선고 2021다310484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21다310484 고용의사표시 등
• 원고, 피상고인 / A 외 125명[별지 원고 명단 기재와 같다]
• 피고, 상고인 / D 주식회사
• 원심판결 / 부산고등법원 2021.11.25. 선고 (창원)2020나13611 판결
• 판결선고 / 2023.04.13.
<주 문>
이 사건 소송 중 원고 B에 대한 부분은 2022.1.8. 위 원고의 사망으로 종료되었다.
원심판결 중 별지 원고 명단 기재 78번 원고 E(1961년생)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위 원고 E(1961년생)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비용은 피고가 모두 부담한다.
<이 유>
1. 원고 B에 대한 직권판단
기록에 따르면 원고 B은 원심판결 선고 후인 2022.1.8. 사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용사업주인 피고를 상대로 직접 고용의무의 이행을 위한 고용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을 구하는 원고 B의 피고에 대한 고용관계상 권리는 일신전속적인 것이어서 상속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소송 중 원고 B에 대한 부분은 위 원고의 사망으로 종료되었다.
2.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과 성립 인정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제3자가 그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그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 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그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 등을 종합하여, 피고와 이 사건 외주사업체 사이의 용역계약은 ‘외주사업체가 원고들을 수납원 등으로 고용한 후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피고의 사업장에 파견하여 피고의 지휘·명령에 따라 피고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파견법 제2조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통행료 수납업무 등의 특성상 외주사업체 소속의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원고들)과 피고의 직원들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었고, 실제로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은 피고의 영업규정이나 지침 등을 통해 피고로 부터 업무수행 자체에 관하여 지시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2) 피고는 피고 영업소의 업무 전반에 대한 운영실태 점검을 목적으로 정기적으로 영업심사, 야간점검 등을 시행하였고, 연간 운영평가를 실시하여 피고 영업소의 운영실태를 확인한 후 그 결과를 각 영업소에 통보하였으며, 피고의 대표이사가 직접 영업소를 순회점검하기도 하였는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이 사건 외주사업체와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을 관리·감독한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들이 소속된 외주사업체가 근무자들에게 행한 업무지시는 대부분 피고가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거나 기존의 업무방침을 반복·강조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외주사업체와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은 이 사건 용역업무 수행에 있어서 피고가 결정한 업무방침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또한 외주사업체는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하여 독자적인 결정 권한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4)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이 피고가 지정한 복장과 피고의 로고가 새겨진 안전조끼 및 명찰을 착용하고 피고 명의로 발행된 근무자 카드를 소지한 상태에서 피고가 제시한 각종 규정 등을 준수하며 작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과 피고의 직원들은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피고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은 피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원고들이 소속된 외주사업체는 이 사건 용역계약에 따른 업무 수행을 위한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피고에 상당히 의존하는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6) 원고들 중 소장과 사무직원들이 수행하는 업무도 피고의 영업소 업무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므로, 피고로서는 피고가 직접 고용하든 외주화를 하든 영업소 운영을 위해서는 소장과 사무직원들의 업무를 하는 인원을 필요로 하였다. 피고의 근로조건 결정이나 업무상 지시 등 앞서 본 근로자파견관계 인정을 위한 징표들은 대부분 소장과 사무직원들에 대해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이러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수납원인 원고들뿐만 아니라 소장, 대리, 파트장인 원고들에 대하여도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 및 성립 또는 인적 한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실효의 원칙 적용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실효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 필요한 요건으로서의 실효기간(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길이와 의무자인 상대방이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우마다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기간의 장단과 함께 권리자측과 상대방측 쌍방의 사정 및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1.21. 선고 91다30118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고용의무자인 피고가 고용할 의무가 발생한 원고들(이하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이라 한다)의 권리가 행사되지 아니하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1) 고용의무발생 원고들 중 일부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때까지 약 10년 동안 피고에게 고용의 의사표시를 구할 권리가 있었음에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 하지만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을 전제로 말이나 행동을 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
2)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권리가 있다는 점은 고용의무발생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법적 공방을 거쳐 법원의 판결을 통해 비로소 확인되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권리는 법률에 의하여 발생하였다. 따라서 법률전문가가 아닌 고용의무발생 원고들이 위와 같은 권리 발생일로부터 오랜 기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권리가 더 이상 행사되지 아니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피고가 정당한 신뢰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실효의 원칙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의 적용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피고는, 이 부분 상고이유로 피고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하 ‘민간투자법’이라 한다)에 따른 사업시행자이므로, 피고 영업소 근무자들인 원고들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 여부는 민간투자법 및 그에 따른 실시협약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되어야지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관계의 일반적인 해석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나. 그러나 민간투자법 제3조제1항에 “이 법은 민간투자사업에 관하여 관계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더라도,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 성립 여부는 민간투자법에 규정되지 않은 사항이므로 파견법에 따른 판단기준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파견법에 따라 원고들의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5. 정년이 도과한 원고들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원고들의 이 사건 고용의사표시 청구는 사용사업주인 피고에게 파견법에 따라 파견근로자인 원고들에 대한 직접 고용의무를 이행하라는 것으로, 원고들의 청구권원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하여 그 존재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원심의 변론종결일 이후에 원고들 중 일부가 정년이 도래함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원고에 대한 피고의 직접고용의무가 소멸하였다 볼 것이지만(대법원 2022.10.27. 선고 2017다9732, 9749, 9756 판결 참조), 원심 변론종결 당시 해당 원고들의 청구권원이 존재하는 한 피고에게 직접고용의무의 이행을 명한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
나. 다만 기록에 따르면 원고 E(1961년생)은 원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인 2021.6.30. 이미 피고의 인사규정에 따른 정년이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원고 E에 대한 원심의 판단은 이미 정년이 도래하여 고용의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사람을 상대로 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는 정당하다.
6. 결론
그러므로 이 사건 소송 중 원고 B에 대한 부분은 2022.1.8. 위 원고의 사망으로 종료되었음을 선언하고, 원심판결 중 원고 E(1961년생)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 원심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하고 위 원고 E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에 대한 상고비용은 피고가 모두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오경미(재판장) 박정화 노태악(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