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 2023.2.17. 선고 2021노2978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1노2978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1. A (51년 남), 2. B (65년 남), 3. C 주식회사, 4. 주식회사 D
• 항소인 / 피고인 B,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 검사(피고인들 모두에 대하여)
• 검 사 / 강승희(기소), 김윤식(공판)
• 원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1.8.11. 선고 2019고단101 판결
• 판결선고 / 2023.02.17.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 B,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에 대한 부분을 각 파기한다.
피고인 B,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는 각 무죄.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B, C 주식회사 및 주식회사 D(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와 주식회사 E(이하 ‘E’라 한다)는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도급계약에 따라 E가 도급의무를 이행하였을 뿐 C가 E 소속 근로자 178명에 대한 지휘·명령을 한 사실이 없으므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고 한다)에서 정한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피고인 B, E 및 검사(양형부당)
1) 검사
원심이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각 형(피고인 A: 징역 6월 및 집행유예 2년, 피고인 B: 징역 4월 및 집행유예 2년, 피고인 C: 벌금 1,500만 원, 피고인 E: 벌금 300만 원)은 모두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B과 E
원심이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선고한 각 형은 모두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B, C, E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위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별지] 공소사실 기재와 같다.
나. 관련 법리
1)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7.12.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8.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8.7.24. 선고 2008도4467 판결 등 참조).
2) 원고용주가 어느 근로자로 하여금 제3자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경우 그 법률관계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① 제3자가 당해 근로자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그 업무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는지, ② 당해 근로자가 제3자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③ 원고용주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지, ④ 계약의 목적이 구체적으로 범위가 한정된 업무의 이행으로 확정되고 당해 근로자가 맡은 업무가 제3자 소속 근로자의 업무와 구별되며 그러한 업무에 전문성·기술성이 있는지, ⑤ 원고용주가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고 있는지 등의 요소를 바탕으로 그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2.26. 선고 2010다93707 판결 등 참조).
3) 파견법 제2조제1호에 의하면,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본 판례 및 근로자파견에 관한 파견법의 위 정의 규정을 고려하면 위 판례가 들고 있는 위 ① 요소는 근로자파견을 인정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 할 것이고, 위 ② 요소는 위 ① 요소와 관련한 개별적 사정들을 평가할 때 사용사업주로서 행하는 지휘·명령과 도급인으로서 행사하는 지시를 구분하는 일응의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위 ① 요소와 함께 근로자파견관계의 핵심적인 징표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위 ③, ④, ⑤ 요소는 도급관계에 관한 적극적 징표이자 근로자파견관계에 관한 소극적 징표인 부차적·보완적인 고려요소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③, ④, ⑤ 요소를 갖추었다고 하여 곧바로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고, 위 ①, ② 요소를 갖추었는지 및 그 정도를 형량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위 ③, ④, ⑤ 요소를 갖추지 못하거나 미흡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위 ①, ② 요소에서 근로자파견에 부합하지 않는 사정들이 현저하게 나타난다면, 근로자파견관계에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4) 민법상 허용되는 도급에 입각한 사내도급은 파견법이 제정되기 이전부터 광범위하게 행해져 왔으며, 도급에 따른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관계를 규율하기 위하여 1985년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시행되어 왔다. 한편 파견법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IMF 등이 국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라고 권고하는 등의 영향으로 제정되어 직업안정법상 근로자공급사업에 관한 엄격한 규제를 완화하고 일부 업무에 대하여 파견 형태의 간접근로를 허용하였다. 이와 같은 파견법 제정 이전의 실무와 파견법 도입 경위를 살펴볼 때, 파견법이 근로자파견이 허용되는 업무를 열거하면서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파견이 허용되는 업종에서 제외하였더라도 이는 파견법상 허용되는 ‘근로자파견’과 기존에 행해지던 ‘사내도급’과의 관계에 대하여 침묵한 것일 뿐 이를 들어 곧바로 기존에 제조업에서 행해지던 직접생산공정업무의 사내도급을 금지하는 취지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내도급, 특히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의 일부를 협력업체에 사내도급을 준 경우에도 대법원 2014다211619 판결에서 제시한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따라 근로관계의 실질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
다. 구체적 판단
원심과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할 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E 근로자들이 C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C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으며 파견법에서 정한 근로자파견관계를 형성하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C와 E 및 E 근로자 사이의 법률관계가 파견법에 따른 ‘근로자파견’에 해당됨을 전제로 한 피고인 B, C, E에 대한 이 사건 각 공소사실은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 B, C, E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
1) C의 상당한 지휘·명령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실질적으로 C가 E 근로자들에 대하여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근로자파견을 인정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민법상 도급계약에 있어서 도급인은 수급인이나 그 이행보조자인 근로자에 대하여 도급업무의 이행에 대한 지시가 가능하고(민법 제669조 참조), 작업결과에 대한 검수권을 가지는 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E 근로자에 대한 지휘·명령은 E의 관리자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며, C는 E에 대하여 도급인으로서의 지시권이나 검수권을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여러 사정들을 확인할 수 있다.
가) 생산지시서류등의 교부
① C가 E에 교부한 유동계획서, 시나구리 및 항해내역 작업시서, 생산지시서와 같은 생산지시서류는 E가 작업 단위별로 생산해야 하는 글라스 기판의 품종, 매수, 유동 내용이나 순서 등을 표시하고 있어 C가 E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산을 의뢰하는 작업의 정보를 기술적으로 기재한 발주서로 이해된다. C가 고객사에 납품하는 글라스기판의 품종별 납입사양이 정해진 이상 C가 E에 작업을 의뢰하는 발주서의 내용도 구체적일 수밖에 없고 만약 E가 C와의 협의 없이 위와 같은 발주 조건을 임의로 변경할 경우 C는 고객으로부터 품질클레임을 받게 되므로 오히려 도급계약의 위반이 문제된다. 아울러 도급인이 사전에 상세한 생산지시서류를 교부하여 도급의 목적을 분명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억제하고 사후적으로 수급인이 완성한 제품의 문제를 발견한 때에 하자담보책임이나 손해배상책임을 묻도록 하는 것은 지나치게 도급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해석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생산지시서류의 존재나 E 근로자가 임의로 위 서류의 내용을 변경할 재량이 있었는지 여부를 파견사용사업주로서의 지휘·명령을 판단하는 징표로 삼기 어렵다.
② 작업요청서(주간, GUT)나 정기 작업의뢰서는 GUT의 절단, 세정 업무 외의 상근 업무나 COLD 공정을 대상으로 한 것인데, 위 업무의 경우 제품생산 업무와 달리 업무의 성격이 비정형적이어서 위 요청서를 통해 도급하는 업무를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상당수 동일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고 있어 내용의 변경은 거의 없었다.
C의 F, E의 현장관리자 G은 작업의뢰서(수시)는 폐기작업 등 비정기적이고 특수한 작업의 도급과 관련하여 사전에 C와 E 관리자 상호 간에 협의 과정을 거쳐 합의된 내용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술하였다. KTX 업무는 특정사양인 제품의 처리 또는 완성을 우선적으로 진행하도록 납품시기를 조정한 것이다. 따라서 위 사항들도 도급계약의 발주 내지 도급인의 지시권 행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③ C가 E로부터 받았던 작업일지나 포장확인결과 및 OFF절 입고기록 겸 화물외양확인표의 경우 작업결과나 제품의 생산이력 정보를 담고 있는데, C는 E와의 도급계약상 매달 도급단가를 정산할 때 E에서 청구한 금액이 적정한지 작업결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고, 고객으로부터의 클레임이나 품질문제가 발생할 때 해당 제품의 생산이력을 추적하는 것이 필요해 보이므로 위 서류는 도급인의 검수권 행사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④ 안전패트롤 등 공장관리는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라 도급작업이 안전하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고 관리해야 될 의무와 책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블라인드 테스트, 페가사스 활동 등은 E가 수행하는 일상적인 도급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예외적인 행사이다.
⑥ C는 고객으로부터 품질클레임이 발생하면 클레임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에 대한 정보를 E 관리자에게 전달하였고, E는 그 경우 자체적으로 해당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작업표준서의 개정, 근로자 교육 등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수립해서 시행하였다. 위와 같은 대책보고서의 작성은 C와의 도급계약에 따른 도급인이 요청에 협조한 것이고, C는 E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고객품질 클레임에 대응을 하였다.
나) E의 관리체계
E는 도급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현장관리자와 작업 단위별로 리더와 서브리더를 두어 근로자들을 관리하고 C에 대응하였다. 현장관리자는 총 6명으로 총괄관리는 H와 I, GUT 공정 관리는 G, COLD 공정 관리는 J(DF/FF가마), K(HF/IF가마), L(LF가마)가 맡아 그 소속 작업자들을 관리하였다. 위 현장관리자들은 C 공장 내부에 설치된 E 현장사무실에 상주하면서 E 근로자들의 근태와 생산 및 작업 전반을 관리하였으며 C와의 의사소통을 담당하였다. 현장관리자와 리더는 C와의 아침회의를 통해 당일 생산지시서류를 받고 필요한 업무협의를 하여 이를 E 근로자들에게 전달하였고 수시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등에 대처하고 C와 필요한 업무내용을 협의하였다.
다) 각 공정별 차이와 근로자 비중의 고려
E가 C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는 COLD 공정의 정사, 입고 등 일부 업무와 GUT공정의 전체 업무이다. 그런데 COLD 공정은 HOT 공정에서 성형되어 컨베이어 벨트 위로 이동하는 글라스를 검사, 절단, 포장하여 출하하는 공정으로 C 공장 2층에서 진행된 반면, GUT 공정은 COLD 공정을 거친 반제품 중에 품질 문제가 있어 재검사나 세정이 필요한 글라스를 재유동하거나 결함이 있는 제품을 작은 크기로 절단하여 글라스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C 공장 1층에 위치한다. 이와 같이 위 두 공정은 공정 자체의 내용이나 C로부터 도급받은 업무의 성격, 수행 방식과 장소 등의 측면에서 기능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상호 연동되지 않은 별개의 공정이다. 나아가 COLD 공정 내에서도 정사 업무와 입고 업무가, GUT 공정 안에서도 세정, 절단, 상근으로 업무가 구분되고, 세부적으로는 각 가마별, 라인별 특수성이 존재하여 작업 단위별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 태양이나 관리방식, 배치된 근로자 수 모두 다르다.
따라서 E 근로자의 근로관계 실질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위와 같은 공정별, 업무별 근로형태의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크게 GUT 공정, COLD공정 중 정사 업무, COLD 공정 증 상근 업무로 나누어서 본다.
아울러 E 총 근로자 178명 중 GUT 공정의 경우 137명(77%), COLD 공정 중 정사 업무는 24명(13.5%), 상근 업무는 17명(9.5%)으로 각 공정별로 소속된 근로자 수가 동등하지 않으므로, 근로자파견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업무별 근로자 수에 따른 비중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라) GUT 공정
GUT 공정은 세정과 절단 업무별로 3교대로 8시간씩 근무하는 A, B, C조로 구성되고 각 조별로 리더 1명과 서브리더, 사원이 있고, 그 외 포장, 설비 등 상근업무에 서브리더와 사원이 배치되었다.
GUT 공정에서 각 조별 리더는 생산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 작업지시서류에 따라 작업지시를 하고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파악하여 현장관리자에게 보고하거나 수행하는 업무에 대응되는 C의 담당자와 업무협의를 하였다. 특히 현장관리자가 퇴근하는 야간 시간대에는 현장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GUT 절단의 서브리더 우○○은 ‘리더는 그 책임 하에 A, B, C 각 조의 인원이나 생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였고 출근하면 조회를 통해 리더가 그 날 작업할 지시사항이나 품질 안전에 대한 지시사항을 내리고 작업에 들어간다. 서브리더는 리더로부터 생산지시서류를 받아 납입사양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등 작업을 진행하였고 당일 생산한 제품에 관한 작업일지를 작성하여 리더에게 제출하는 등 E 관리자들로부터 작업지시를 받았다. 작업하는 글라스 세대를 변경하는 절차인 잡체인지 내지 항해변경은 C 근로자의 관여 없이 E 근로자들이 작업했다. 관리자가 부재하는 야간에는 리더가 총괄책임을 지고 작업을 했다. 샘플작업 시는 C에서 가끔 헷갈리지 않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정도로 관여했다. 급한 샘플작업 의뢰의 경우 C 근로자가 직접 서브리더에게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그 경우에도 리더 또는 관리자에게 보고를 하고 작업지시를 받는다. E 관리자가 수시로 공장 내부를 점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E 관리자 G이나 C에서 GUT 공정을 담당한 김○호 등도 C 근로자는 E의 현장관리자나 리더를 통해 업무 연락을 했을 뿐 각 조에 소속된 근로자들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에 부합한다. GUT 근로자들은 원심 법정에서 ‘리더를 관리자로 생각한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GUT 공정의 경우 E 근로자는 현장관리자와 리더의 지휘·명령을 받아 작업을 하였고 달리 C의 개별적인 지휘·명령을 받았던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은 없다.
마) COLD 공정 중 정사 업무
E의 정사원 M는, ‘정사원의 인증시험을 C가 출제하고 서브리더 정사원의 선정도 C가 관여하였으며 업무 이상시 C에 문의하였고 잘못 판정한 것이 많이 확인될 경우 C 근로자인 N나 O이 정사실로 찾아와 지적을 하고 시말서의 작성을 요구하기도 하였으며, 생산제품이 변경될 때 C에서 생산수량, 생산계획날짜, 양품과 불량품 판정기준치 등이 적힌 작업지시서를 정사실로 가져와서 직접 업무를 지시하는 등 C의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① E가 마련한 ‘정사원 인증작업’이라는 안전작업 표준서에 의하면 4단계의 정사교육을 받은 E 사원을 대상으로 인증시험을 시행하는데, E에서 만들어진 문제로 인증시험을 실행하고 시험문제 출제자는 E 관리자로 하며 80점 이상 점수를 획득하는 작업자에 대해서 정사원 인증서를 발급하고 1년마다 인증자 갱신 시험을 치러 불합격자는 판정을 할 수 없으며 정사원의 판단 미스로 고객의 클레임 발생 시 판정업무의 인증을 취소할 수 있고, 작업 중 이상 발생시 담당자는 E 관리자에게 보고하여 조치를 받도록 하고 있는 점, ② C에서 정사판정 결과를 확인했던 N는 ‘잘못 판정한 것이 많을 경우 E 현장관리자인 J과의 아침회의에서 결점 오판된 내용을 알려주면서 제대로 판정하도록 요청했을 뿐 정사원에게 시말서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 정사원 인증시험은 E에서 자체적으로 출제하였고 시험문제 출제를 위해서 결점데이터가 필요한데 E는 결점데이터의 열람만 가능하고 데이터를 다운받을 수 없어 결점데이터를 다운받아 E에 제공하였다. C에는 정사 업무 인증을 받은 사람이 없고 C 담당자보다 많이 아는 작업자들이 E에 있어서 C로 문의 오는 빈도는 높지 않았다. E와의 아침회의에는 현장관리자 J이 참석했고 부재시 리더인 P나 Q가 참석했으며, KTX업무의 처리 시에도 J이나 P 리더에게 요청했고, 정사실에 대한 작업지시서는 J이나 서브리더를 통해 전달했다’고 진술하고 C의 O도 같은 취지로 진술하여 위 M의 진술과는 상반되는 점, ③ 위 M도 ‘DF/FF 정사실은 1개 근무조당 서브리더를 포함하여 3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서브리더는 두 라인의 정사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수행했고, C와의 회의에는 주로 현장관리자 J이 참석했는데 J이 없는 경우에는 서브리더가 회의에 참석했다. 노인풋(4초 내 판정하지 못한 경우) 발생시 경위서를 작성하고 다음날 아침 E 현장관리자 J이 이를 확인해서 C와 회의를 한다. J은 노인풋이 많이 발생할 경우 경위서를 작성해 E 사무실에 제출하도록 하였다’고 진술하여 정사 업무시에도 현장관리자나 서브리더의 관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DF가마의 리더 P는 DF 소속 정사원에 대하여 리더로서 정사실에 가서 출근리스트를 정리하였고, 정사원의 판정은 종종 틀릴 염려가 있어 다른 정사원이 재검토를 하였고, 보통은 정사원이 스스로 판단하다가 이례적인 상황 발생시에만 C에 연락해 조치를 취한다고 진술하였던 점, ⑤ M는 잘못 판정할 때 상당한 손해가 발생하고 E 관리자는 정사 판정을 잘하지 못하여 문제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C에 문의했다고 진술하였는데, GUT 공정에서 정사 업무를 한 R는 CPU실 매뉴얼은 이상시 리더를 부르고 리더가 C에 연락을 하는 방식이라 하여 안전작업 표준서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M가 곧바로 C와 연락한 것은 개인의 면책을 위한 행위로도 보이는 점, ⑥ 정사원이 4초 안에 판정을 하지 못할 경우 불량처리가 되어 양품이 버려지는 결과가 발생하는 등 정사판정 결과가 매출과 직결되므로, C에서 판정결과를 확인하거나 잘못 판정한 내용을 E에 전달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도급인으로서 검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할 때, M의 위와 같은 진술만으로는 정사원들이 C의 지휘·명령을 받았다고 보기 부족하다.
바) COLD 공정 중 상근 업무
COLD 공정의 상근 근로자는 C가 가동하는 COLD 공정의 생산라인에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였는데 주로 입고연락서, 입고용지에 따라 적재된 글라스를 검사하고 입고하는 작업, 롤지 등 부자재 배치 및 관리, 히즈미(유리의 굴곡도 측정) 검사, 샘플작업, 순환실 청소 등 업무를 하였다(2014년도까지는 COLD 공정에서도 리더, 서브리더, 사원의 형태로 구성된 3교대가 포장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나, 이 사건 E 근로자 명단에서 정사 업무를 제외한 COLD 공정 근로자가 모두 상근으로 분류되었고 원심에서 증언한 P, U, 윤○성, T은 모두 상근 근로자이므로 이하에서는 상근 업무에 한정하여 판단한다).
COLD HF 가마에서 서브리더로서 지게차를 운전하여 입고작업을 하였던 S은, COLD 공정을 담당하는 현장관리자는 아침 회의에만 참석한 뒤 1층에 있는 현장사무소에서 근무를 하여 관리자가 없는 상태에서 근무를 했는데, C의 근로자 2명(1명은 조장, 1명은 사원)과 E 근로자 2명(서브리더 1명, 사원 1명)이 모여 조회를 하고 함께 일을 하여 항상 C의 지시나 관리를 받았다고 진술하였고, COLD IF가마의 설비 상근 근로자 윤○성은, E 2명이 함께 순환패트롤을 돌았는데 현장관리자나 리더보다 C 조장으로부터 작업지시를 받은 게 더 많고, 동료가 휴가를 가면 순환실 업무를 C 근로자와 같이 했다고 진술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① COLD 상근 근로자는 DF가마 4명, FF가마 3명, HF 가마 5명, IF가마 5명 총 17명으로 전체 E 근로자 중 약 10% 비중을 차지할 뿐이고, IF가마 중 설비 부분의 근로자는 전체 E 근로자 중 2명이었던 점, ② COLD 공정의 경우에도 현장관리자로 J, K, L가 있었고, 가마별로 작업반장에 해당하는 리더가 있었는데, DF가마의 리더였던 P는, ‘아침에 E 리더들이 모여서 하는 회의가 있고 C와의 업무 관련 회의에 들어가기도 했다. COLD 리더는 GUT 공정의 리더와 달리 실제로 업무를 하였고, 회의 때나 C 근로자로부터 업무지시서류를 받아 작업자들에게 전달하였으며 소속 근로자의 출근리스트를 매일 정리한다. 수시로 C 담당 근로자와 업무에 관한 연락을 하였고, 문제 발생시 C 직장에게 먼저 전달하고 사후적으로 E 관리자에게 정리해서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던 점에 비추어, COLD 공정의 리더는 GUT 공정과 달리 사원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장관리자의 지시내용을 작업자들에게 전달하거나 현장관리자가 부재한 경우 C와의 회의에 참석하고, C와 의사소통을 하며 소속 작업자의 근태관리 등의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COLD IF가마에서 입고, 검사 등 업무를 수행한 상근근로자 T은, ‘입고용지, 재입고, 폐기 등 업무리스트를 E 관리자로부터 전달받은 것이 대부분이고, 예외적으로 급할 때 C로부터 직접 받았다. 잡체인지는 E 관리자로부터 전달받았으며, 정기청소는 리더를 통해서 지시하였다. 업무상 지적은 E 관리자가 하였고, 휴가를 쓰면 E 설비 상근 근로자가 도와줬다. E 리더를 관리자로 생각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IF가마의 상근근로자 중에서도 입고, 검사 업무는 E의 상당한 관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위 S은 서브리더의 지위에 있고 스스로도 C 근로자 2명은 라인 앞쪽에서 유리생산 과정을 검사,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E 2명은 지게차로 적재, 입고하는 일을 하여 양측의 업무가 구분되어 있었다고 진술하였던 점, COLD HF가마에서 동일한 입고 등 업무를 수행한 상근근로자 U는 ‘입고작업은 E 근로자만 수행을 했고, 다만 E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안전이나 품질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에만 C 근로자가 와서 문제해결을 도와주웠다. 잡체인지가 있을 때 HF가마에서는 C 근로자와 같이 했고 글라스 폐기작업은 E와 C 작업자가 섞여서 한 조를 이루어 작업한다. 나머지는 교대해서 자체적으로 하였다. 히즈미 측정값이 좋지 않으면 E 작업자가 다시 검사해보고 그래도 결과 값이 좋지 않으면 C가 작업내용을 설명하거나 시범을 보이는 식으로 E 근로자와 같이 유리샘플 추출작업을 한다’고 진술한 점을 종합할 때 C와 E의 업무가 구분되고 특정 경우에만 공동작업을 한 것으로 이해되는 점, ⑤ C의 근로자 N는 E와 업무협의가 필요할 때 E 현장관리자인 J 또는 P 리더와 협의를 한 적은 있지만 다른 E 일반 직원과 업무협의를 하거나 업무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던 점, ⑥ COLD 공정의 상근 근로자의 업무 특성상 COLD 공정에서 생산 업무를 담당하는 C 근로자들을 보조하는 것이어서 각 가마별로 대응하는 C 근로자와의 업무상 연락이나 협력이 상대적으로 빈번했던 것으로 보이나 COLD 공정에서 생산과 직접 관련되는 설비의 운전은 C 근로자들이 담당하고, E 상근 근로자들은 입고, 검사, 청소, 부자재 관리, 샘플 검사 등의 업무를 담당하여 양사의 업무가 내용적으로나 질적으로 구분되었던 점 등을 종합할 때 위 일부 근로자의 진술만으로는 COLD공정 중 상근 근로자에 대하여 C의 지휘나 명령이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
2) C 사업에의 편입 여부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E 근로자가 C 소속 근로자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되어 직접 공동작업을 하는 등 제3자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GUT 공정의 경우 HOT 공정이나 COLD 공정과는 물리적·기능적으로 단절된 공간에서 E 근로자들만이 전체 생산 작업을 독자적으로 수행하였고, C 근로자 중 동일한 생산 작업을 담당하는 근로자가 없었다. C 근로자는 별도 사무실에서 설비 관리, 정비 등 업무를 담당하였으므로 제품 생산 업무를 수행하는 E 근로자와의 공동작업 또는 혼재작업이 없었다. GUT 공정의 근로자들도 E 근로자와 C 근로자가 동일한 업무를 함께 수행하거나 어느 회사 근로자에 결원이 생길 경우 다른 회사 근로자가 이를 대체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다만 정수공사(일부 설비를 정지하고 전체 공정을 점검하는 작업)와 같은 경우 E 근로자가 C와 함께 작업을 하였으나, 이는 C가 설비의 유지 및 보수를 담당하고 E는 그 설비를 이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이상 정수공사를 위하여 양측의 협업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정수공사 사전에 C와 E 관리자가 정수공사의 범위 등 담당업무를 협의하여 정하였다. 잡체인지의 경우에도 GUT 공정은 E 근로자만이 참여하였다.
② COLD 공정 정사 업무의 경우 E 근로자만이 정사 업무를 수행하였고, C에는 정사원이 없었으며, 2층에 별도로 마련된 정사실(CPU실)에서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였고 결원이 생기는 경우에도 C와의 업무의 대체수행은 없었다.
③ COLD 공정의 상근 업무는 E와 C 근로자가 같은 공정에 관여하므로 장소적으로 혼재가 발생하나, C 직원의 경우 전반적인 생산설비의 유지, 보수 관리를 하는 반면 E 근로자는 입고, 샘플검사, 부자재 관리, 작업환경 청소 등 보조적 업무를 담당하여 C 근로자와 E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작업의 내용이 구분된다. 물리적으로도 C 근로자는 설비 앞쪽에, E 근로자는 설비 뒤쪽과 입고창고 등으로 작업장소가 구분되었다. C 근로자가 수행하는 생산설비의 유지, 보수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여 E 근로자가 업무를 지원하거나 대체하기 어려웠고, IF가마의 일부 설비업무를 제외하고는 E 근로자들도 C와의 업무대체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3) 작업배치권 및 인사권 등 행사의 주체
① GUT 공정의 경우 E는 C와 물량단가제로 도급계약을 하였으므로, 원청인 C의 수주물량이나 생산량이 감소하는 등의 사정으로 도급물량이 감소하면 E의 매출액이나 영업이익도 줄게 되는 구조이므로, 그 경우 E는 근로자 감축이나 인력배치 전환 등 경영상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C는 도급물량 등 도급범위의 변경을 예정하면 사전에 E에게 생산물량정보를 제공하고 의논하였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E의 관리자들도 이와 같은 취지로 진술하여 양사의 진술이 일치하는바, E의 채용이나 근로자 감축, 인력배치 등에 대한 의사결정주체는 E에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② E의 현장관리자 G은 ‘수시로 작업표준서를 개정하고 근로자를 교육하였다. 작업 상황에 따라 연장근무나 휴일근무를 하였고 근무자의 선정도 근로자들이 자체적으로 결정하였으며 E의 근로시간은 생산계획 및 공정의 상황을 반영해서 E 관리자가 계획을 수립하였다’고 진술하고, E 근로자들도 리더에게 휴가신청을 하고 결원 인력의 대체는 E가 자체적으로 결정하였다거나, 현장관리자가 연장근로를 지시했다, 연장근로나 휴일근무를 할 사람을 정하는 것은 E 관리자라고 진술하는 등 이와 일치하는 점, ③ E는 공장 내 안전위반사항을 적발하여 근로자에게 경고 등 징계조치를 취하거나 현장관리자나 리더들의 의견을 모아 모범사원에 대한 포상을 하였던 점, ④ 리더가 출퇴근의 근태관리를 하였던 점 등 E는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의 수, 교육과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4) 도급계약 목적 및 업무의 성격
E가 C로부터 도급받은 업무는 앞서 1)항과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COLD 공정의 정사, 입고 등 일부 업무와 GUT 공정의 세정, 절단 등 전체 생산 업무이며 E 근로자의 업무는 C 근로자의 업무와 명확하게 구별된다.
E는 GUT 공정의 경우 C가 발주하는 다양한 납입사양을 이해하고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들에 대응하면서 독자적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졌다. 정사 업무의 경우 정사원은 미크론 단위의 결점들을 검사하고 품질관리를 하는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였다. 상근근로자의 경우에도 3.5톤 이상의 지게차운전자격증이 있는 근로자가 입고업무를 수행하는데, C의 F은 E와의 도급계약이 해지된 후에 C의 적재작업 경험이 부족하여 E의 G을 통해 교육을 받아 업무를 수행했다고 진술하는 등 각 업무별로 전문성과 기술성이 인정된다.
5) E의 조직, 설비
C와의 도급계약의 특성상 E가 수행한 업무는 독자적인 물적 설비가 요구되지 않았고, E는 일정한 인적 조직 체계를 갖추어 이를 통해 지휘명령, 업무보고, 근무교대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등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독립적 생산조직을 갖추었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 B, C, E의 항소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피고인 B, E의 양형부당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B, C, E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하고, 위 피고인들의 항소를 받아들이는 이상 검사의 피고인들에 대한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4항에 따라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파기 부분에 대하여 다시 쓰는 판결 이유]
피고인 B,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데, 위 제2의 다.항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피고인 B, C 주식회사, 주식회사 D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이영화(재판장) 문채영 김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