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1.7.23. 선고 2020구합84419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6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84419 퇴직급여제한처분 취소청구

• 원 고 /

• 피 고 /

• 변론종결 / 2021.06.11.

• 판결선고 / 2021.07.23.

 

<주 문>

1. 피고가 2020.6.2. 원고에 대하여 한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 일부 제한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1991.9.14. 서울 C구청 소속 운전직 공무원으로 임명되어 2020.3.24.까지 C구청 복지국 청소행정과 소속 지방운전주사보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소속 상관의 출장명령에 따라 C구청 소유 (차량번호 1 생략) 20톤 청소용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폐목처리 업무를 마친 후 C구청으로 돌아오던 중, 2019.3.2. 10:30경 차로를 변경할 수 없는 백색 실선 구간에서 차로를 변경한 과실로 다른 차량을 충격하였고, 이로 인하여 그 차량과 중앙선 너머 마주오던 차량에 탑승해 있던 4명이 상해를 입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가 발생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해 2019.8.22. 서울○○지방법원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로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고(2019고단****), 이에 항소(서울○○지방법원 2019노****) 및 상고(대법원 2020도****)를 제기하였으나 차례로 모두 기각되어 2020.3.25. 위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이로써 확정된 판결을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 한다). 이 사건 확정판결의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원고는 (차량번호 1 생략) 대경 20.1톤 암롤트럭 화물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원고는 2019.3.2. 10:30경 위 화물차를 운전하여 서울 노원구 동일로 ○○○길 ○○에 있는 수락고가 앞 동부간선도로를 의정부 방면에서 상계동 방면으로 시속 약 40㎞의 속도로 진행하게 되었다.
그곳은 편도 2차로의 도로로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는 백색 실선(진로 변경제한 표시선) 구간이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안전표지가 설치되어 특별히 진로 변경이 금지된 곳에서 차마의 진로를 변경하지 말아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이를 게을리 한 채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여 운전한 과실로 2차로에서 원고와 같은 방향으로 직진 중이던 피해자 H(48세)가 운전하는 (차량번호 2 생략) SM7승용차의 좌측 뒤 범퍼 부분을 원고 화물차의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위 SM7 승용차가 그 충격으로 180도 회전하면서 좌측의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계속해서 그 중앙분리대가 반대편 1차로로 밀리면서 피해자 I(36세)이 운전하는 (차량번호 3 생략) K7 승용차의 좌측 앞 범퍼 부분을 들이받게 하였다.
결국 원고는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 H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견쇄관절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위 SM7 승용차의 동승자인 피해자 J(여, 46세)에게 약 6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경추의 염좌 등의 상해를, 같은 피해자 K(여, 72세)에게 약 1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등의 압박골절 등의 상해를, 피해자 I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머리 내 열린 상처가 없는 뇌진탕 등의 상해를 각 입게 하였다.

라. 원고는 이 사건 확정판결로 인해 2020.3.25. 지방공무원법 제61조제1호, 제31조제4호에 따라 당연퇴직하였다.

마. 원고는 2020.4.28. 피고에게 퇴직급여 및 퇴직수당(이하 ‘퇴직급여 등’이라 한다)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0.6.2. 원고에 대하여 공무원연금법 제65조제1항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61조제1항제1호에 따라 퇴직급여 등의 각 1/2을 제한하여 지급한다는 통보(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를 하였다.

바.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공무원재해보상연금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0.9.21. 기각 결정을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공무원연금법 제65조제1항제1호는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더라도 그 사유가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를 급여감액사유에서 제외하고 있는바, 이 사건 사고는 그 발생 경위에 비추어 위 제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공무원연금법 제65조제1항제1호는 직무상 관련이 있는 과실로 인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퇴직급여 등을 감액하지만, 예외적으로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에는 해당 공무원에게 비난가능성이 적으므로 감액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공무원이 소속 상관으로부터 정당한 직무상 명령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명령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그 명령에 따른 업무수행에서 해당 공무원 재량의 폭이 크고 그 재량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다가 과실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에는 그 과실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아 이를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따르기만 하다가 과실에 이른 경우로 평가할 수 없다 할 것인바,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공무원의 지위, 소속 상관이 발한 명령의 내용, 해당 공무원이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내용, 해당 공무원의 과실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3.11.28. 선고 2011두29083 판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던 중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서 공무원연금법 제65조제1항제1호의 감액 제외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퇴직급여 등을 일부 감액하여 지급할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퇴직급여 등 제한사유에 관한 공무원연금법 규정을 잘못 해석·적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하고,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가)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상관의 출장명령에 따라 청소용 화물차량을 운전하여 폐목처리 업무를 하고 다시 복귀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이다. 원고의 소속 상관이 원고에게 한 위 출장명령은 청소용 화물차량에 폐목을 싣고 파주시에 있는 하치장에 처리한 후 복귀하라는 비교적 단순·명확한 내용이고, 그 외에 특별히 주어진 다른 업무는 없었는바, 위 업무의 구체적 내용, 원고의 지위 등을 감안할 때 그 업무수행에 부여된 재량의 폭은 크지 않아 보인다(단지 차량의 운전 과정에서 운전자로서의 재량이 있다고 하여 위 출장명령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거나 그 업무수행상 재량의 폭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나) 원고에게 차로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 구간에서 차로를 변경한 과실이 있기는 하나, 이것이 그 자체로 위 직무명령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원고가 달리 위 출장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통상의 경로를 벗어났다거나, 개인적 용무를 보는 등으로 직무와 관련 없는 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다) 공무원연금법 제65조제1항제1호는 공무원이 퇴직한 뒤 그 재직 중의 근무에 대한 보상을 함에 있어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이나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공무원과 성실히 근무한 공무원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오히려 불합리하다는 측면과 아울러 위와 같이 보상액에 차이를 둠으로써 공무원범죄를 예방하고 공무원이 재직 중 성실히 근무하도록 유도하려는 데 입법목적이 있다. 그런데 원고와 같이 재량의 여지도 크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직무를 수행하다가 과실로 범죄에 이른 경우에까지 이를 확대하는 것은 위 입법목적에도 부합하지 않고,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을 가짐과 동시에 공로보상 내지 후불임금으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는 퇴직급여 등의 성격을 고려하여 보았을 때 적절하지 않다.

라) 물론 원고가 운전 담당 공무원으로서 업무수행 시 교통법규를 지켜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직접적으로 부담하는 사람이고, 이 사건 사고의 경위, 피해의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무원연금법 제65조제1항제1호의 감액 제외사유 규정은 공무원이 범한 범죄가 직무관련 범죄인지, 고의범 혹은 과실범인지를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헌법재판소 2007.3.29. 선고 2005헌바33 결정)의 취지에 따라 신설된 것인바, 그러한 법률조항의 신설 취지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 사건 범죄가 기본적으로 과실범인 점, 운전 담당 공무원의 교통 관련 범죄라고 하여 특별히 달리 볼 규정도 없고, 이 부분 감액 제외사유가 단순히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로서, 직무명령 수행 중의 과실로 인정될 경우 다시 그 과실의 경중에 따라 제외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된 것도 아닌 점 등을 두루 참작해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공무원연금법 제65조제1항제1호에서 정한 감액 제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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