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1.13. 선고 2021도14610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1도14610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A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제주지방법원 2021.10.14. 선고 2020노980 판결
• 판결선고 / 2022.01.13.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공소기각 부분 제외)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노정희(주심) 안철상 이흥구
【제주지방법원 2021.10.14. 선고 2020노980 판결】
•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 판결
• 사 건 / 2020노980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A
• 항소인 / 피고인
• 검사 / 김지용(기소), 권다송이(공판)
• 원심판결 / 제주지방법원 2020.11.11. 선고 2020고단586 판결
• 판결선고 / 2021.10.14.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1. 이 법원의 심판범위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1, 5, 17, 18, 20 내지 23 기재 근로자 H, I, F, E, G, B, D, C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위 근로자들이 공소제기 후 각각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였음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하면서, 나머지 근로기준법위반 범행에 대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유죄 부분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따라서 피고인과 검사가 항소하지 아니한 공소기각 부분은 그대로 분리·확정되었고,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한정된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은 K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 N대학교 부지 매각 등을 통한 체불임금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고, 2016년도 수당 삭감을 제안하여 시행한 것도 K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였다. 결국 피고인은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근로자들에게 일부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심각한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인한 학교 정상화 과정에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바, 이는 피고인에게는 임금체불의 고의가 없고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임금의 지급 기일 내 지급의무위반죄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취지로 보인다.
나.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제주시 J에 있는 K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상시 근로자 약 150명을 사용하여 교육서비스업을 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고, 다만 임시로 지급하는 임금, 수당,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것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금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피고인은 2001.1.15.부터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여 온 L의 2016년 3월 일부 임금 1,155,000원을 임금 정기지급일인 2016.3.21.경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2 내지 4, 6 내지 16, 19 기재와 같이 2016.3.21.경부터 같은 해 10.21.경까지 근로자 15명의 임금 합계 161,707,580원을 각 정기지급일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4. 판단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은 학교법인을 위하여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에 대한 지휘, 감독 등의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2016년에 수차례 전체교직원회의를 개최한 후 일부 교직원들로부터 임금 삭감에 대한 동의를 얻은 것은 사실이나, 교원들에 대해서는 회의 방식을 거치지 않고 서명부에 자필서명을 연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효력이 없고, 직원들에 대해서는 이 사건 피해 직원들이 속한 노동조합과는 임금협약 자체를 체결한 사실이 없었으며, K대학교는 2015.12.22. 학교법인 소속의 N대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였고, 2016.6.10. 최종적으로 415억 원에 매각하였는데, 당시 교직원들에 대한 미지급임금과 차입금을 모두 상환해도 수십 억 원 이상이 남는 상황이었고, 2016학년도의 신입생 충원율이 종전 3개 연도에 비하여 대폭 상승한 71.9%에 이르렀는바,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거나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나. 당심의 판단
(1) 관련법리
기업이 불황이라는 사유만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체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모든 성의와 노력을 다했어도 임금이나 퇴직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긍정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거나 불가피한 사정이었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근로기준법이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로 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2.23. 선고 2001도204 판결, 대법원 2008.10.9. 선고 2008도598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가) 원심 및 당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이 인정된다.
① 사립학교법 제19조제1항은 “이사장은 학교법인을 대표하고 이 법과 정관에 규정된 직무를 수행하며 그 밖에 학교법인 내부의 사무를 총괄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29조제4항은 “학교에 속하는 회계의 예산은 해당 학교의 장이 편성하고, 대학교육기관의 경우 대학평의원회에 자문 및 등록금심위위원회의 심사·의결을 거친 후 이사회의 심사·의결로 확정하고 학교의 장이 집행한다.”고 규정한다. 학교법인 O 정관 제9조제3항은 “학교에 속하는 회계는 당해 학교의 장이 편성하되 대학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친 후 이사회의 심의·의결로 확정하고 학교의 장이 집행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정관 제27조제2항은 “학교법인의 예산, 결산, 차입금 및 재산의 취득 처분과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가 심의·결정하도록 규정하며, 같은 정관 제98조제1항은 “대학평의원회는 교원·직원 및 학생을 대표할 수 있는 자, 그리고 동문 및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 중에서 학교의 장이 위촉하는 13명 이내의 평의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정관 제102조제5호는 “대학의 예산 및 결산에 관한 사항”을 대학평의원회의 심의 사항으로 규정한다. 즉 K대학교의 회계는 총장이 편성하고, 대학평의원회의 자문을 거쳐 학교법인 O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그리고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예산의 집행을 총장이 하게 된다.
② 학교법인 O은 원래 N대학교와 Q대학을 설치·운영하였다. 그러던 중 위 각 대학이 교육부로부터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되어 2012.3.경 K대학교로 통합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K대학교로 통합되기 이전 N대학교와 Q대학은 모두 재정적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통합 전 임금 미지급액만 2009학년도~2011학년도 합계 6,195,447,678원에 달하였다. K대학교로 통합된 이후에도 2012학년도 2,262,516,338원, 2013학년도 5,363,524,353원, 2014학년도 3,703,750,497원, 2015학년도 3,858,833,770원의 임금이 미지급 상태였다.
③ 피고인은 2014.9.1. K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였다. 피고인이 취임할 2014학년도 2학기 무렵 K대학교의 임금 미지급액은 15,673,363,617원[= 6,195,447,678원(2009학년도~2011학년도) + 2,262,516,338원(2012학년도) + 5,363,524,353원(2013학년도) + 1,851,875,248원(2014학년도의 1/2, 원 미만 버림)]에 달하였다. 즉 피고인이 취임할 당시 K대학교의 재정으로는 위 미지급 임금을 전부 지급할 수 없는 상태였다.
④ K대학교는 2015.12.22. 정상화를 위하여 학교법인 소속의 N대학교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 N대학교 부지 매각은 피고인이 K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진행하던 것으로 2016.6.10. 최종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41,595,650,560원에 매각하였다. 위 매각대금의 집행에 대하여, 학교법인 O 이사장 P, K대학교 총장 피고인, 종전이사(R, S, T) 대리인 U, 종전이사(V) 대리인 L, K대학교 총학생회장 W, K대학교 총동창회장 X, K대학교 교수협의회장 Y로 구성된 K대학교 대학평의원회에서 2016.4.28. “N대 부지 매각대금 집행계획”을 의결하였다. 그 내용은 N대학교 부지 매각대금 중 127억 원은 “교육환경 개선 자금”, 93억 원은 “기채(차입금) 상환”, 127억 원은 “미지급 급여 해소”, 50억 원은 “손실보전충당금”으로 각 집행한다는 것이다. 위 의결 이후 N대학교 매각대금 41,595,650,560원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집행되었다(2017.4.23. 기준). <표 생략>
위와 같이 대학평의원회에서 2016.4.28. 의결할 당시 127억 원을 미지급 임금 지급에 사용하기로 정하였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그에 따라 N대학교 부지 매각대금을 집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N대학교 부지 매각대금이 들어온 이후 위 의결을 상회하는 금액인 약 150억 원이 미지급 임금 지급에 사용되었다.
⑤ N대학교 부지 매각대금을 지급받은 이후 K대학교는 위와 같이 부채 상환 및 교직원들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한 뒤, 2017.4.23. 기준 100억 원 정도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 100억 원은 시설환경개선 사업 자금으로 약 30억 원 정도, 보유적립금으로 약 70억 원 정도로 책정되어 있었다. 시설환경개선 사업 명목 30억 원은 2016.4.28. K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의결 당시 교육환경 개선 자금 127억 원에서 상당히 감액된 것으로, 향후 시설관리·확충 등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으로 보인다. 한편 보유적립금 70억 원의 경우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미지급 임금 161,707,580원을 지급하기에 충분한 금액으로 보이기는 하나, N대학교 부지 매각대금으로는 2012.3.부터 2016.2.까지의 미지급 임금만을 지급하여 당시 2012학년도 이전 미지급 임금 6,195,447,678원은 여전히 미지급 상태로 보이는 점,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미지급 임금은 2016.3. 이후의 일부 삭감된 수당 금액인 바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 교직원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체 교직원들의 삭감된 수당을 고려하면 위 70억 원으로는 미지급 임금을 전부 지급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 한편 K대학교의 2016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이 종전 3개 연도(2013년 52.4%, 2014년 26.5%, 2015년 52.3%)에 비하여 대폭 상승한 71.9%에 이르렀다고는 하나, 여전히 미달상태였고, 2017년도부터는 교육부에서 정원을 감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생 충원율 및 재학생 수는 감소하였다.
⑥ K대학교는 2016.2.26., 2016.3.17., 2016.3.23. 세 차례에 걸쳐 전체교직원회의를 개최하여, 참석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직원 급여체계 변경안’에 관하여 설명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2016년도에는 기본급을 100% 지급하되 보직수당, 학비보조수당, 출납 부당 등 일부 수당을 제외한 나머지 수당을 전액 삭감하며, 2017년도에는 2015년도 총급여의 80%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 연봉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K대학교는 2016.3.23. 세 번째 전체교직원회의가 종료된 직후부터 2016.4.6. 18:00까지 전체교직원을 대상으로 위 변경안에 대한 동의서명을 받았다. 그 결과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표 생략>
K대학교는 위 동의서명을 받고 2016.3.부터 원고들에게 기존 보수 규정에 따라 산정되는 금액에 미달하는 액수의 임금을 지급하였다.
한편 K대학교 직원들의 노동조합은 ① K대학교 노동조합, ② K대학교 직원노동조합, ③ Z노동조합 K대학교지부가 있었다. 그중 K대학교 노동조합과 K대학교 직원 노동조합은 2017.7.11. 학교법인 O과 ‘2016년도 임금협약’을 체결하였는데, 해당 임금협약에는 “수당은 O 교직원보수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고려하여 자녀학비보조수당, 직책수당(보직수당), 야간수당, 출납수당만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위와 같은 동의서명 및 임금협약에 대하여 제주지방법원(2017가합588)은 2019.5.16. 그 효력이 없음을 전제로 피고 학교법인 O은 원고들에게 삭감한 수당을 포함한 임금 전부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학교법인 O이 항소하였으나 광주고등법원[(제주)2019나10660]은 2019.12.4. 항소를 기각하여 위 판결이 2019.12.20. 그대로 확정되었다.
이와 같이 비록 위 동의서명 및 임금협약이 위법한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하나, 학교법인 O은 교원 및 직원을 상대로 과반수의 서면동의 및 3개 중 2개 노동조합과 임금협약을 통하여 기존 보수 대비 일부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에 이르렀다. 즉 피고인은 K대학교 총장으로서 교직원들과 수당 삭감에 대하여 협의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으로서 위 관련 민사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서면동의 및 임금협약의 위법성을 확실하게 인식하기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⑦ 피고인은 K대학교 총장으로 재직 중 자진하여 임금을 지급받지 않았다.
(나) 위와 같이 피고인이 K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할 당시 이미 미지급 임금이 매년 누적되는 상황으로 당시 K대학교 재정만으로는 교직원 임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없는 상태였던 점, K대학교 예산은 총장인 피고인이 편성하여도, 학교법인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받아야만 확정되는 점, K대학교는 N대학교 부지를 매각하여 그중 상당액을 미지급 임금 지급을 위하여 사용한 점, 위 매각대금 중 일부를 보유적립금 명목으로 책정하여 이 금액으로는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으나, 당시 위 보유적립금만으로는 교직원 전체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기에 부족하였던 점, 위 보유적립금은 피고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K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자문을 얻어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받아 결정하였을 것인 점, 이 사건 공소사실은 임금의 전부 미지급이 아니라 삭감된 일부 수당 부분이고, 기본급 등 임금 자체는 지급이 된 점, K대학교 학생 충원율은 미달상태가 계속된 점, 피고인은 수당 삭감에 대하여 교직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상당수 교직원은 그에 찬성하여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기도 한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자체적인 운영을 통하여 학교 정상화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K대학교의 총장이 되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하였으나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못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된다.
(3) 소결
따라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관하여 책임조각사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본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3항 기재와 같고, 위 공소사실은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에 따라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방선옥(재판장) 정영민 이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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