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무기계약직 근로자(공무직)인 원고들은 공무원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는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집단을 다르게 취급하였을 뿐이어서 차별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 내지 근로형태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수당을 차등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등대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12.15. 선고 2020가합562672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0가합562672 임금 등

• 원 고 / 별지1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 피 고 / 대한민국

• 변론종결 / 2022.10.06.

• 판결선고 / 2022.12.15.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2 청구금액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하여 소장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별지1 원고들 목록 순번 1 내지 10 기재 원고들은 A대학교, 순번 11, 12 기재 원고들은 광주지방법원, 순번 13 내지 25 기재 원고들은 광주고등법원, 순번 26 내지 100 기재 원고들은 B대학교, 순번 101 내지 114 기재 원고들은 C기관, 순번 115 내지 210 기재 원고들은 D대학교, 순번 211 내지 296 기재 원고들과 순번 385 내지 387 기재 원고들은 E기관, 순번 297 내지 353 기재 원고들은 F대학교, 순번 354 내지 384 기재 원고들은 고용노동부에서 별지2 청구금액 표 ‘무기계약직 전환일’란 기재 각 날짜부터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근무하거나 퇴사한 사람들이고, 피고는 원고들의 사용자이다.

나. 피고는 2017.7.20.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이하 ‘이 사건 추진계획’이라고 한다)을 수립하였고, 위 추진계획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개선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Ⅲ. 정규직 전환 추진 방안(가이드라인)
1. 기본 원칙과 방향
② 충분한 노사협의를 바탕으로 자율적 추진
7. 무기계약직 등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 (처우개선) 절감되는 용역업체의 이윤·관리운영비 등은 반드시 전환자 처우개선에 활용, 이전보다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조치
- 복리후생적 금품(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식비, 출장비, 통근버스·식당·체력단련장 이용 등)은 불합리한 차별 없이 지급하고, 휴게공간 확충 및 비품 제공 등 지속 개선

다. 피고는 공무원과 국립대학교 일반직 직원(이하 ‘공무원’이라고만 한다)에게 가족수당, 자녀학비보조금, 맞춤형 복지포인트, 명절휴가비(이하 ‘이 사건 수당’이라고 한다)를 지급하여 왔는데,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공무원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하여 왔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6 내지 18호증, 을 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포함)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수당은 업무의 양과 질, 직급에 관계없이 일률적·보편적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적, 실비변상적 급여로, 근로를 제공하는 재직자라면 누구나 지급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이 사건 수당에 차별적 처우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언제나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들이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차별적 처우를 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였고, 설령 무기계약직이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근로계약상 근로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적 처우를 하였다.

또한 피고의 이러한 차별적 처우는 헌법상 평등권의 대사인적 효력에 의하여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를 무효로 규정한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거나 근로자의 참다운 인격발전을 도모할 사용자의 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에 해당한다.

나아가 원고들은 무기계약직에 대하여 이 사건 수당과 같은 복리후생적, 실비변상적 급여를 불합리한 차별 없이 지급하겠다는 이 사건 추진계획을 신뢰하였음에도, 피고는 이에 반하여 지속적으로 이 사건 수당을 차별하여 지급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이러한 차별적 처우는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임금 내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금으로 피고의 차별적 처우가 없었더라면 원고들이 2017.7.부터 2020.12.까지 지급받았을 이 사건 수당인 별지2 청구금액 표 ‘미지급금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만, 원고들은 명시적 일부청구로 피고를 상대로 우선 별지2 청구금액 표 ‘청구금액’란 기재 각 돈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 아닌 공무원과 원고들에게 보수규정, 복리후생규정 등을 이원화하여 이 사건 수당을 차등 지급하였을 뿐이고, 무기계약직은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사회적 신분이 아니며, 원고들은 공무원과 동일한 가치가 있는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를 하지 않았다.

이 사건 추진계획은 행정부 내에서 적용되는 준칙이자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고, 피고가 이 사건 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고 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수당을 공무원과 동일하게 지급하겠다는 신뢰를 부여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3.  판단

 

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다1051 판결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공무원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는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집단을 다르게 취급하였을 뿐이어서 차별 자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문제되는 차등적 근로조건의 성질뿐만 아니라, 비교집단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원고들은 국립대학교, 정부 부처, 법원 등에 소속되어 회계, 청소, 민원안내 업무 등을 하였는데, 자신들이 수행한 업무가 실제 공무원이 수행한 업무와 동일하였다거나 일부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상당 부분 혼재되어 있었다는 등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고 있지 않다.

② 공무원에게는 국가공무원법 및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이 적용되어 공무원으로 특유한 성실의무, 복종의무 등이 요구되고, 그에 수반하는 책임도 부과되는데, 원고들이 공무원과 같은 의무와 책임을 부담하여 왔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③ 헌법 제11조제1항에 근거를 둔 평등원칙은 일체의 차등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상대적평등을 뜻하므로, 이 사건 수당이 복리후생적, 실비변상적 급여라는 성질만을 강조하여 피고의 재직자이기만 하면 직종이나 업무내용이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두 동일한 기준에 따라 이 사건 수당이 지급되어야 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일체의 차등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전제로 한 주장이나 마찬가지다.

④ 공무원 사이에서도 본질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집단 간에는 얼마든지 차등적 근로조건이 설정될 수 있으므로, 피고가 구체적인 직종이나 업무내용이 다르더라도 공무원들에 대하여 이 사건 수당을 동일하게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고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도 이 사건 수당을 동일하게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도 없다.

 

나.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등대우인지 여부

살피건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 내지 근로형태는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수당을 차등 지급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등대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① 헌법 제11조제1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는바, 여기서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5.2.23. 선고 93헌바43 전원재판부 결정).

②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으로 인한 차별금지는 위 헌법 규정을 근로조건에 관하여 구체화한 것인바,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는 경우 같은 법 제114조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므로, 사회적 신분의 의미는 형벌규정의 적용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국민에게 불리할 여지가 없도록 명확하고 예측가능성이 있도록 해석하여야 하고, 이를 확대하여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성별, 국적, 신앙은 모두 사용자의 의사나 사업장에서의 근로형태 등과 관계없이 당해 근로자가 비교적 오랜 기간 이를 유지하면서 쉽게 변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관계에 있어서 근로자가 선택하여 취득할 수 없는 요소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위 요소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이를 기준으로 평가한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함을 뜻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말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고정성 내지 선택불가성’과 ‘사회적 평가 수반’이라는 요소가 전제되어야 한다.

④ 무기계약직이라는 근로자의 지위는 위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사회적 신분의 범위에 포섭되지 않는다. 먼저, 무기계약직이라는 지위 내지 고용형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의사가 합치되어야 성립되므로,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한 것일 뿐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요한 것이 아니고, 당사자의 의사합치에 따라 그러한 고용형태를 변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또한 무기계약직이라고 하더라도 개별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이 정한 대우(보수, 승진 등)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낮을 수도 있고 높을 수도 있으므로,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표지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다. 차등대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공무원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이 들고 있는 대법원 2019.3.14. 선고 2015두46321 판결에 의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수당을 차등 지급하는 데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라. 신뢰보호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있어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위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대법원 2001.9.28. 선고 2000두8684 판결 참조).

2)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추진계획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충분한 노사협의를 바탕으로 한 ‘자율적 추진사항’으로 명시하고 있는 점, ② 원고들이 이 사건 추진계획 발표 이후 피고에게 지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사정이 위 추진계획 발표에 상응하는 행위라고 볼 수는 없는 점, ③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하여 원고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득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발생하지도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원고들에게 이 사건 수당을 포함한 복리후생적, 실비변상적 급여를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이를 신뢰한 원고들의 기대가 정당하거나 원고들이 이를 신뢰하고 어떠한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차등적 처우가 신뢰보호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봉기(재판장) 김성준 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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