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어 개방된 건조물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그 건조물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피해자 등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2022.9.7. 선고 2021도9055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1도9055 업무방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 피고인 / 1. A ~ 7. G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1.7.6. 선고 2020노2600 판결
• 판결선고 / 2022.09.07.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부분
가.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하여야 하므로, 침입이란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함이 원칙이다.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대체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겠지만, 단순히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9.9. 선고 2020도1263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가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행위자가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으나 범죄 등을 목적으로 한 출입이거나 거주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행위자의 출입행위가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려면, 출입하려는 주거 등의 형태와 용도·성질, 외부인에 대한 출입의 통제·관리 방식과 상태, 행위자의 출입 경위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행위자의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추어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되었다고 평가되어야 한다(대법원 2022.3.24. 선고 2017도1827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2.6.16. 선고 2021도7087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어 개방된 건조물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갔다면,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그 건조물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2.5.12. 선고 2022도2907 판결, 대법원 2022.6.16. 선고 2021도7087 판결 등 참조).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공동하여 2020.5.28. 11:00경 서울 강서구에 있는 H 강서점에 방문한 H 대표이사 등에게 해고와 전보 인사발령에 항의하기 위하여 위 H 강서점장인 피해자 의사에 반하여 정문을 통해 H 강서점 2층으로 들어가 건조물에 침입하였다는 것이다.
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여 H 강서점에 들어감으로써 건조물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하였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라.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I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인 피고인들이 들어간 H 강서점 2층 매장은 영업시간 중에는 출입자격 등의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장소이다.
2) 피고인들은 공소사실과 같이 영업시간에 손님들이 이용하는 정문과 매장 입구를 차례로 통과하여 2층 매장에 들어가면서 보안요원 등에게 제지를 받거나 보안요원이 자리를 비운 때를 노려 몰래 들어가는 등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도 아니하였다.
마.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출입이 허용되어 개방된 H 강서점 매장에 관리자의 출입 제한이나 제지가 없는 상태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들어간 이상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들어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건조물침입죄에서 규정하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H 강서점 관리자의 명시적 출입 금지 의사는 확인되지 않고, 설령 피고인들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이 H 강서점 매장에 들어간 행위가 그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였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출입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하여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바. 그럼에도 관리자의 추정적 의사를 주된 근거로 건조물침입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본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업무방해 부분
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하게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아니하고, 현실적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되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범인의 위세, 사람 수, 주위의 상황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 족한 정도가 되어야 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위력에 해당하는지는 범행의 일시·장소, 범행의 동기, 목적, 인원수, 세력의 태양, 업무의 종류, 피해자의 지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대법원 2016.10.27. 선고 2016도10956 판결 등 참조), 피해자 등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나. 이 부분 공소사실은, 위와 같이 H 강서점 2층 매장에 들어간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부당해고’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피해자(강서점 지점장)와 H 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하 통틀어서는 ‘피해자 등’이라고 한다)을 따라다니며 “강제전배 멈추어라, 통합운영 하지마라, 직원들이 아파한다, 부당해고 그만하라”라고 고성을 지르는 방법으로 약 30분간 위력으로 피해자의 현장점검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다. 원심은, 다수의 피고인들이 매장에서 피켓을 들고 피해자 등을 계속 따라다니며 고성을 지르고 이를 카메라로 촬영한 것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라.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1)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는 평일 오전 11시경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있었고, H대표이사 등 임직원들이 H 강서점 현장점검을 위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인 피고인들(일부는 전보 인사명령에 따르지 않다가 몇 달 전 해고된 상태였다)이 해고와 전보 인사명령 등과 관련하여 대표이사에게 직접 복직과 전보 인사명령의 철회 등을 요청하려 한 것이었다.
2)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인원은 피고인들 7명이 전부인데, 그중 4명은 여성이고, 3명의 남성 중 1명은 50대이다. 반면에 당시 매장 현장점검에 참여한 인원은 피해자 등 약 20명 이상으로 대표이사를 비롯하여 대부분 간부급 경영진이다.
3) 피고인들이 식품매장에서 점검업무를 하던 피해자 등을 뒤따라 다니며 약 1~2m 이상의 거리를 둔 채 그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서있거나 “강제전배 멈추세요” “일하고 싶습니다” 등을 외쳤으나, 피해자 등은 약 30분간 현장점검 업무를 계속하였다.
4) 피고인 B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소식을 알리기 위하여 나머지 피고인들의 활동을 촬영한 것이지 피해자 등의 모습을 촬영하려 한 것이 아니었다.
마.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자 등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족한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당하기 충분하였는지는 피해자의 의사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행위 태양, 피고인들 인원, 성별과 나이 그리고 피해자 측 인원과 지위 등까지 고려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 피고인들은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면서 피해자 등과 약 1~2m 이상의 거리를 둔 채 피켓을 들고 서 있다가 피해자 등의 진행에 따라 뒤따라 다녔지 피해자 등에게 그 이상 가까이 다가가거나 피해자 등의 진행이나 업무를 물리적인 방법으로 막지 않았다.
3) 피고인들이 피해자 등에게 욕설, 협박을 하지 않았고, 공소사실과 달리 존댓말까지 사용하여 요구사항을 외쳤다.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고 판매촉진행사가 진행되기도 하는 대형마트 식품매장에서 피고인들의 육성이 피해자의 현장점검 업무를 어렵게 할 정도의 소음이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
4) 피고인들은 인사정책 결정권과 인사 재량권을 가진 대표이사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에 해고와 전보 인사명령 등에 대하여 항의하거나 복직과 전보 인사명령의 철회를 요청하려 한 것이지 H 강서점장인 피해자의 강서점 관리업무를 막거나 중단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5) 공소사실과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의 현장점검 업무가 약 30분간 진행되었다.
6) 원심에서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H의 다른 지점에서도 대표이사의 현장점검 일정에 맞추어 조합원들이 비슷한 활동을 하였지만 그곳에서는 고소 등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한 바도 있다.
바. 그럼에도 피고인들이 ‘위력’을 행사하였다고 보아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천대엽(재판장) 조재연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