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가 직장 내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상황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관리 영역 안에서 발생해야 한다. 즉 문제된 행위가 사용자의 제재나 조치가 가능한 업무관련성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 모욕행위는 단순히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한 것에 불과하여 피고 회사의 본래의 업무나 그것에 통상 수반되는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점, 피고 회사 직원들이 수사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원고와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청원서를 제출한 행위 역시 업무와 무관하게 직장 내 인간관계의 갈등상황에서 비롯된 행위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회사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6.11. 선고 2019나24567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9나24567 손해배상(기)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1. B, 2. 주식회사 C
• 제1심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4.11. 선고 2018가소1864832 판결
• 변론종결 / 2020.05.21.
• 판결선고 / 2020.06.11.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11.2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다음과 같이 변경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7.11.22.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원고 주장의 요지(원고는 2020.5.15.자, 2020.5.17.자 각 준비서면을 통하여 청구 원인을 최종적으로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가. 피고 B은 2017.11.22. ① 21:00경 D과 원고 사이의 12월 근무일정과 관련한 대화에 끼어들었다가 원고가 참견하지 말라고 하자 “가만 안 둔다.”, “죽여 버린다.”라며 원고를 협박하였고, ② 23:05경 원고의 퇴근을 기다렸다가 피고 주식회사 C(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 건물 엘리베이터 1층 출입구를 막고 원고를 협박하고 원고에게 폭언하였으며, ③ 23:06경 5층 근무지에서 원고에게 “병신아, 꺼져라.”라는 말을 하여 원고를 공연히 모욕하였고(이하 ‘이 사건 모욕행위’라 한다), ④ 그 후에는 원고가 허위로 경찰에 신고하였다거나, 원고가 허위고소를 하였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
원고는 피고 B의 위와 같은 각 불법행위로 말미암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 B은 원고에게 위자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회사는 아래와 같이 원고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피고 회사는 피고 B과 공동하여 원고에게 위자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1) 불법행위 방조책임 또는 사용자책임
가) 피고 B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 또는 사용자책임
피고 회사의 피용자인 피고 B은 원고에게 위 1.가.항과 같은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원고는 이로 말미암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피고 B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 또는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
나) E, F, G, H, I, D, J, K, L, M, N, O(이하 ‘피고 회사 직원들’이라 한다)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방조책임 또는 사용자책임
피고 회사는 피고 회사 직원들의 아래와 같은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 또는 사용 자책임을 부담한다.
(1) 이 사건 모욕행위에 대한 조사 과정에 참여한 F, G는 원고가 거짓말을 한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J에게 유포하였다.
(2) G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에 대한 조사내용을 피고 B에게 알림으로써 원고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3) G, E, J, K, L, M, N은 원고가 피고 B을 허위로 고소하였다면서 수사기관에 원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탄원하였다.
(4) 피고 회사 직원들은 이 사건 모욕행위와 관련하여 정확한 사실 파악 없이 피고 회사에 원고에 대한 해고를 요구하였다.
2) 피고 회사 자신의 불법행위책임
아래의 각 행위는 ①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제1항을 위반하였거나, ② 직장 내에서의 괴롭힘 금지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를 위반하였거나, ③ 원고의 고소권, 인격권, 근로권,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자유로운 의사결정권, 청구권 행사의 자유 등(이하 ‘원고의 기본권’이라 한다)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원고는 이로 말미암아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자신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가) 피고 회사는 이 사건 모욕행위를 은폐·축소하고자 피고 B을 고소한 원고에게 고소를 보류해달라고 부탁하였고, CCTV가 삭제되는 날까지 시간을 끌다가 피고 B에 대한 원고의 적정한 징계요구를 거부하였으며, 원고가 피고 B을 고소하자 원고에게 고소취소를 종용하였다.
나) G는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원고에 대한 조사내용을 피고 B에게 알렸다.
다) E가 피고 회사 직원 8명의 동의 서명을 받아 피고 회사에 제출한, 원고를 해고하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통하여 원고에 관한 허위사실이 유포되었고, 그 후 2018.2. K, L, M, E, J가 원고를 처벌하라는 탄원서를 수사기관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G, H, D, I, E는 2018.3. 원고와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피고 회사에 제출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하여 원고는 이들에 대한 적정한 징계요구를 하였으나, 피고 회사는 고소취소를 하지 않은 원고에 대한 보복으로 이를 거부하였다.
라) 피고 회사는 이 사건 모욕행위가 발생한 후에 원고의 근무 조나 근무 스케줄을 변경하는 등 원고에 대한 어떠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3) 근로계약상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
피고 회사는 피고 B의 이 사건 모욕행위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어떠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음으로써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여 이 사건 모욕행위가 발생했고, 이 후에도 원고의 근무 조나 근무 스케줄을 변경하는 등 원고에 대한 어떠한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원고는 이로 말미암아 불안감에 시달리는 등의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 회사는 근로계약상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샹책임을 부담한다.
2. 판단
가. 피고 B에 대한 청구
1) 인정사실
가) 피고 B은 2017.11.22. 23:05경 서울 종로구 P빌딩 5층에 있는 Q 사무실에서 D 등 피고 회사 직원 4명이 있는 가운데에 원고에게 "병신아, 꺼져라.”고 말하였다('이 사건 모욕행위’이다).
나) 피고 B은 2018.9.18. 위와 같은 이 사건 모욕행위로 이 법원에서 벌금 500,000원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고정1215), 이후 2019.1.17. 항소기각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노2933), 2019.4.11. 상고기각 판결(대법원 2019도2179 판결)이 각 선고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1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불법행위의 성립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B은 원고에게 불법행위(이 사건 모욕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갑 제1 내지 4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B이 원고가 주장하는 나머지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의 범위(위자료 액수)
이 사건 모욕행위의 내용과 그로 인하여 원고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된 정도, 피고 B이 이 사건 모욕행위를 하게 된 전후 경위, 이 사건 모욕행위가 전파된 범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피고 B이 배상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1,000,000원으로 정한다.
4) 소결
피고 B은 원고에게 위자료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인 2017.11.22.부터 피고 B이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제1심판결 선고일인 2019.4.11.까지는 민법에 정해진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해진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다.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
1) 불법행위 방조책임 또는 사용자책임 성립 여부
가) 피고 B의 이 사건 모욕행위에 대한 사용자책임 성립 여부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여기에서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와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1.18. 선고 2006다41471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B의 이 사건 모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인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피고 B의 이 사건 모욕행위에 대한 불법행위 방조책임 성립 여부
갑 제1 내지 4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B의 이 사건 모욕행위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방조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피고 B의 나머지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 사용자책임 성립 여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B이 원고의 주장과 같은 나머지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라) 피고 회사 직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 사용자책임 성립 여부
갑 제1 내지 4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회사 직원들이 원고의 주장과 같은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2)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를 위반한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장 내 모든 인간관계의 갈등상황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문제된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관리 영역 안에서 발생해야 한다. 즉 문제된 행위가 사용자의 제재나 조치가 가능한 업무관련성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
이 사건 모욕행위는 단순히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한 것에 불과하여 피고 회사의 본래의 업무나 그것에 통상 수반되는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점, 피고 회사 직원들이 수사기관에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원고와 함께 근무할 수 없다는 취지의 청원서를 제출한 행위 역시 업무와 무관하게 직장 내 인간관계의 갈등상황에서 비롯된 행위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갑 제1 내지 4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3) 원고의 기본권 침해로 인한 불법행위책임 성립 여부
갑 제1 내지 4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원고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4)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제1항 위반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성립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제1항에 의하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의 조성 및 근로조건의 개선을 통하여 근로자의 안전 및 건강을 유지·증진시킬 의무가 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으나,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9.28. 선고 2004다4450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모욕행위는 피용자들 간의 사적인 관계에서 발생하여 원고의 업무와 관련성이 없는 점, 피고 회사가 이 사건 모욕행위의 발생을 예측할 수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갑 제1 내지 45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제1항 내지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소결
결국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피고 B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회사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각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당우증(재판장) 최정인 김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