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헌법재판소는 2022년 5월 26일 재판관 4:5의 의견으로,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부분이 헌법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위 조항 중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 가운데 적극적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인 단순파업에 관한 부분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일부 위헌의견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이미 세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 사건에서는 재판관 5인이 심판대상조항 중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 가운데 적극적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인 단순파업에 관한 부분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위헌의견으로, 일부 위헌의견이 다수였지만, 위헌결정에 필요한 심판정족수에 이르지 못하여 합헌 결정을 선고하게 되었다.


【헌법재판소 2022.5.26. 선고 2012헌바66 결정】

 

• 헌법재판소 결정

• 사 건 / 2012헌바66 형법 제314조제1항 위헌소원

• 청구인 / 1. 강○○, 2. 김□□, 3. 조△△, 4. 김◆◆

• 당해사건 / 전주지방법원 2011노1021 업무방해

• 선고일 / 2022.05.26.

 

<주 문>

형법(1995.12.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들은 전북 완주군 봉▲▲에 있는 ★★자동차 ◈◈공장 협력업체에 근무하는 사람들로 ‘전국금속노동조합 전북지부 ▣▣ 지회’의 간부들이다.

나. 청구인들은 ★★자동차 ◈◈공장으로부터 ★★자동차 협력업체 직원 일부를 정리해고한다는 통보를 받고, 위 지회 소속 조합원들로 하여금 2010.3.13. 08:00경부터 2010.3.14. 08:00경까지 통상적으로 실시하여 온 휴일근로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도록 하여 위력으로써 ★★자동차 ◈◈공장으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기업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었다.

다. 청구인들은 재판과정에서 소극적으로 근로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으나, 1심 법원은 대법원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청구인들의 파업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였고, 그로 인하여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되므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2011.7.6. 청구인 강○○, 김□□, 조△△은 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청구인 김◆◆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 선고받았다(전주지방법원 2010고단1937).

라. 청구인들은 항소하였고, 항소심 계속 중 형법 제314조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청구인들의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였다는 1심 법원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나, 청구인들의 일부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2011.12.30. 제1심 판결 중 청구인들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고, 청구인 강○○, 김□□, 조△△에게 각 벌금 500만원을, 청구인 김◆◆에게 벌금 400만원을 각 선고하면서(전주지방법원 2011노1021), 같은 날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기각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11초기469). 이에 청구인들은 2012.1.4.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2012.2.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마. 한편, 대법원은 이 사건 심판청구 이후인 2012.7.12.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없다는 이유로 청구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대법원 2012도1039).

 

2.  심판대상

 

청구인들은 형법 제314조제1항 전부에 대하여 위헌확인을 구하고 있으나, 당해사건에서 청구인들은 위력으로써 업무를 방해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었으므로 심판대상을 청구인들에게 적용되는 부분으로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형법(1995.12.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제1항 중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은 다음과 같고, 관련조항은 [별지]와 같다.

[심판대상조항]

형법(1995.12.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청구인들의 주장

 

가. 심판대상조항은 ‘위력’, ‘업무’라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된다.

심판대상조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고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업무를 방해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업무방해죄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여 업무 방해의 결과가 없는 경우도 처벌하고 있는데, 이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부당하게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

 

나.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그 책임의 정도나 이와 비슷한 행위태양을 규정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상의 법정형에 비하여 지나치게 형이 높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

 

다. 쟁의행위에 대하여 일단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정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형사책임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의 법률유보조항을 삭제한 헌법 개정연혁의 취지에 배치된다.

또한 쟁의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은 형법의 최후수단성과 보충성에 위배되고, 특히 소정근로가 아닌 휴일근로를 거부한 경우까지 업무방해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쟁의행위 참가를 위축시키는 등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

 

4.  판단

 

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등 위배 여부

(1) 헌법재판소는 1998.7.16. 97헌바23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고, 2005.3.31. 2003헌바91 결정과 2010.4.29. 2009헌바168 결정에서도 이를 원용하였는바, 그 결정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위력’ ‘업무’ ‘방해’ 등의 용어들이 다소 광범위한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의 보호법익, 같이 규정된 다른 행위태양인 ‘허위사실의 유포’나 ‘위계’ 그리고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과 함께 같은 장에 규정되어 있는 신용훼손죄나 경매방해죄의 해석, 그 외 형사법상의 폭력, 폭행, 협박 등의 개념과 관련지어 볼 때 일반적으로 ‘위력’이라 함은 사람의 의사의 자유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뜻하고, ‘업무’란 사람이 그 사회적 지위에 있어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을 뜻하며, ‘방해’란 업무에 어떤 지장을 주거나 지장을 줄 위험을 발생하게 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러한 해석은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으로서도 능히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 규정이 죄형법정주의의 한 내용인 형벌법규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대법원은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노동조합법 제2조제6호)도,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라고 하면서도, 근로자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여 위 헌법재판소 결정 당시보다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범위를 축소하였다.

물론 위와 같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 어떤 행위가 법적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지에 관하여는 여전히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개별 구체적인 사안에서 행위의 특성을 고려하여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법원의 통상적인 법률의 해석·적용에 관한 문제이고,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이처럼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형법규범의 일반성과 추상성에 비추어 불가피한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형법규범이 불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다(헌재 2010.3.25. 2009헌가2 참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위 선례와 달리 판단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결정이유를 그대로 유지함이 타당하다.

(2) 청구인들은 대법원이 심판대상조항을 추상적 위험범으로 해석하는 것은 부당한 확장해석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어떠한 범죄의 구성요건이 보호법익에 대한 현실적 침해를 필요로 하는 침해범인지, 법익침해의 구체적 또는 일반적 위험만을 필요로 하는 위험범인지 하는 문제는 그 법문의 문리적 의미, 보호법익, 입법목적 기타 관련 법조문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의미와 내용을 밝히는 일반법규의 해석과 적용의 문제이므로, 이는 원칙적으로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헌재 1998.7.16. 97헌바23 참조). 따라서 청구인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 위배 여부

심판대상조항은 노동조합법 등 다른 노동관련 법규와 그 보호법익이나 죄질이 다르고 법정형을 정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요소도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법정형의 상한을 단순히 평면적으로 비교하여 형의 과중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헌재 2010.4.29. 2009헌바168 참조).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종류를 징역형과 벌금형으로 선택적으로 규정하면서 그 하한에는 제한을 두지 아니하고 다만 상한에 대해서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형량을 정함에 있어 법관의 양형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헌재 1998.7.16. 97헌바23 참조).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대부분의 노동조합법상의 처벌조항보다 형이 더 중하다고 하더라도,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배될 정도로 지나치게 과중한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단체행동권 침해 여부

(1)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의 합헌의견

(가) 쟁점의 정리

청구인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쟁의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것은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하였고, 이후 쟁의행위로서의 파업과 관련한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 판시는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되었다.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법원의 확립된 해석이 있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하여 그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헌재 2008.1.17. 2007헌마700 참조).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헌법소원의 당해사건에서 문제된 쟁의행위로서 파업 역시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부분이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기로 한다.

청구인들은 쟁의행위에 대하여 일단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정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형사책임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의 법률유보조항을 삭제한 헌법 개정연혁의 취지에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 주장은 단체행동권의 보호영역에 속하는 쟁의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취지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함께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하여 별도로 판단하지 않는다.

(나) 근로3권의 의의와 법적 성격

1)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여 근로자의 근로3권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이와 같이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경제의 기본질서로 채택하면서, 노동관계 당사자가 상반된 이해관계로 말미암아 계급적 대립·적대의 관계로 나아가지 않고 활동과정에서 서로 기능을 나누어 가진 대등한 교섭주체의 관계로 발전하게 하여 노사 간의 분쟁을 자주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하게 함으로써, 결국 근로자의 이익과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는 사회복지국가 건설의 과제를 달성하고자 함에 있다(헌재 1993.3.11. 92헌바33 참조). 따라서 근로3권의 보다 주요한 헌법적 의미는 근로자단체라는 사용자에 반대되는 세력의 창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노사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사회적 균형을 이루어 노사 간의 실질적 자치를 보장하려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헌재 1998.2.27. 94헌바13등 참조).

2) 헌법 제33조제1항이 보장하는 근로3권은 근로자가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단체를 자유롭게 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와 근로조건에 관하여 자유롭게 교섭하며, 때로는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하여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권적 성격과 사회·경제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로 하여금 근로자단체의 힘을 배경으로 그 지위를 보완·강화함으로써 근로자가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부여하는 사회권적 성격을 함께 지닌 기본권이다.

근로3권은 근로자가 국가의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단체를 결성하고 그 목적을 집단으로 추구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자유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일반적인 자유권이 국가와 개인 사이의 양자 관계를 규율하는 것과는 달리 국가·근로자·사용자의 3자 관계를 그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 자유권과는 구분된다(헌재 1998.2.27. 94헌바13등 참조).

또한, 근로3권의 사회권적 측면은 근로자들의 권리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하여야 할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한다. 국가는 근로자들의 헌법적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으므로, 노사 간의 세력균형과 근로3권의 실질적 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근로자단체의 조직, 단체교섭, 단체협약, 노동쟁의 등에 관한 법적 제도와 법규범을 마련할 의무가 인정된다.

3) 특히 근로3권의 사회권적 성격은 단체행동권과 관련하여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단체행동권은 근로조건에 관한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사용자와 대등하게 만들어주기 위하여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실력행사를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실력행사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영업의 자유에 대한 손해의 감수를 요구하게 되고, 이는 기존 법질서 하에서 인정되는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하여 법질서 내부의 충돌과 혼란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단체행동권은 단지 국가가 소극적으로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보장될 수 없고,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근대 시민법 원리에 대한 수정이나 다른 기본권·법익과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활동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단체행동권은 단체행동권 보장 자체만으로 헌법적 보장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자기 목적적인 기본권이 아니다. 단체행동권은 국가가 직접 노사관계에 개입하여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마련하여 생활을 보장하는 대신 사회적·경제적 열위에 있는 근로자들의 협상력을 사용자와 대등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집단적인 노사관계의 자율적인 형성과 실질적인 자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기본권이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기본적으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한다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그 바탕으로 하되, 사용자에 비하여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단체행동권을 인정함으로써 사용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스스로 생존권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도록 하여 사적자치의 원칙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다(헌재 1991.7.22. 89헌가106; 헌재 2014.5.29. 2010헌마606 참조).

따라서 입법자가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단체행동권의 법적 성격과 헌법적 보장 취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본래 근로3권이 달성하고자 하는 헌법적 보장의 목적과 취지에서 벗어나 노사 간의 사회적 균형을 무너뜨리지 않도록 하는 범위에서 필요한 제도와 규범을 마련하여야 한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전체 헌법질서 내에서 단체행동권의 헌법적 보장의 목적과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그때그때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반영하여 신중히 접근하여야 하는 것이다.

(다) 단체행동권의 제한

집단으로서의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사용자의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실력행사로서의 단체행동권은 근로자의 지위 향상을 위한 실력 행사가 제도화 과정을 거쳐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은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형사처벌하는 규정이고, 대법원은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되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인 경우에 비로소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는 금지되고 형사처벌된다.

이러한 행위가 노동조합법상의 정당한 쟁의행위인지 여부와 별개로, 집단으로서의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사용자의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실력행사 개념에 포섭될 수 있는 이상 심판대상조항은 단체행동권을 제한한다.

입법자로서는 근로자의 권리행사의 실질적 조건을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법률을 통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실현하여야 할 것이나, 단체행동권의 보장은 사용자와 근로자단체와의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일정한 손해를 감수할 의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체행동권을 제한이 불가능한 절대적 기본권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단체행동권 역시 헌법 제37조제2항의 일반적 법률유보조항에 따른 기본권 제한의 대상이 되므로, 그 제한의 위헌 여부는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헌재 2009.10.29. 2007헌마1359 참조).

(라) 과잉금지원칙 위배 여부

1)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심판대상조항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의 안전과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노사관계에 한정하여 보더라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도록 하는 행위’와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것은, 노사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사회적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필요한 범위를 넘는 사용자의 영업의 자유(헌법 제15조) 침해를 방지하고,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헌법 제119조제1항)를 보장하여 거래의 질서를 유지하며, 경우에 따라 국민의 일상생활이나 국가의 경제적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정당한 목적 달성을 위한 적합한 수단에 해당한다.

2) 침해의 최소성

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행위의 사회적 악성과 범죄의 죄질 및 보호법익에 대한 고려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과 법 감정 그리고 범죄예방을 위한 형사정책적 측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광범위한 입법재량이 인정되어야 할 분야이다(헌재 2008.4.24. 2005헌마373 ; 헌재 2011.7.28. 2010헌바115 참조).

나) 근로자 집단의 단체행동권 행사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권리 행사가 아니라 일시에 집단적으로 행해지는 실력행사로써 상대방에 대한 통일적 압력으로 작용하게 되므로 위력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단체행동권의 행사는 어느 한 사용자 내지 기업의 생산 차질이나 매출 감소, 경제적 수입의 감소, 기업 이미지 신뢰·훼손, 시설·설비의 기능 저하·훼손 등을 초래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계속·존속을 좌우할 수 있는 막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해당 사업장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해당 사업장과 거래관계에 있는 다수 기업의 존속 등 제3자의 이해와도 연관된다.

또한 동종·다수의 사업장간 연대에 기초한 단체행동권 행사는 산업구조는 물론 국가경제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단체행동권 행사라는 이유로 무조건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사용자의 재산권이나 직업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고, 거래질서나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정한 단체행동권의 행사에 대한 제한은 가능하다.

노동조합법이 쟁의행위에 관한 일정한 제한을 두고, 경우에 따라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는 것 역시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 사인간 기본권 충돌의 경우 입법자에 의한 규제와 개입은 개별 기본권 주체에 대한 기본권 제한의 방식으로 흔하게 나타나며, 노사관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사용자와 근로자는 근로계약 체결단계에서부터 계약상 의무 위반에 이르기까지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노동 관계법령에 의한 국가적 개입을 받고 있으며, 이러한 국가의 개입이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는 있으나, 사적 계약관계라는 이유로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법에서도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쟁의행위나 쟁의기간에 대한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형사처벌하는 등 파업이라 하더라도 본래 쟁의행위를 보장하는 취지를 벗어나거나 국민경제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하여는 이를 규제하고 있다(제42조의2 제2항, 제44조제2항, 제89조, 제90조 참조).

따라서 단체행동권의 행사와 관련된 형사처벌에 있어서도 그러한 처벌이 기본권 제한의 헌법적 한계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만이 문제될 뿐이다.

라) 헌법재판소는 이미 헌재 1998.7.16. 97헌바23 결정, 헌재 2005.3.31. 2003헌바91 결정, 헌재 2010.4.29. 2009헌바168 결정에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세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도 위 97헌바23 결정에서 ‘연장근로의 거부, 정시출근, 집단적 휴가 등의 경우와 같이 일면 근로자들의 권리행사로서의 성격을 갖는 쟁의행위에 관하여도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바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의 태도는 지나치게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여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사실상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헌법이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고, 위 2009헌바168 결정에서도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노동법상의 요건을 갖추어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행위를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임을 인정하되 다만 위법성을 조각하도록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대법원은 위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노동조합법상 정당한 쟁의행위라도 먼저 심판대상조항의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한 다음 위법성을 조각하는 기존의 입장을 변경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위력’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구성요건해당성 단계부터 그 적용범위를 축소시켰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근로자들의 파업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여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만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선례가 지적한, 심판대상조항의 해석에 따라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그 행사를 위축시킬 가능성의 문제는 해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에 대하여 위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기준만으로는 근로자들이 노동조합법상의 정당성 문제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워 여전히 근로자들의 단체행동권 행사에 심대한 위축효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심판대상조항을 쟁의행위에 적용함에 있어 위 2007도482 판결에서 제시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포섭·적용의 문제는 법원이 담당해야 할 문제일 뿐, 위 주장과 같은 이유로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한 규범적 기준 자체가 불명확하여 단체행동권 행사에 심대한 위축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보기 어렵다.

마) 이 사건에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의 금지 및 처벌과 관련하여 법원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의 경우에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위와 같은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의 경우, 전격성으로 인하여 사용자가 근로자단체와의 교섭·협상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도록 하고, 이는 단체행동권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 또 사용자가 사업운영상의 혼란이나 손해를 방지할 수 없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 등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한다. 나아가 사용자에게 민사상 권리구제수단이 인정되어 사용자 개인의 재산적 손해 전보는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직업의 자유 및 경제활동의 자유, 거래질서에 대한 저해가 민사상 책임 부과만으로 예방되고 회복된다고 보기 어렵다.

바)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갖추었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사용자가 예측하지 못한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여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시켰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금지함으로써 근로자 집단이 받은 불이익은 단체행동권 행사의 시기·방법적 제약으로서 사용자 및 제3자의 기본권 보장이나 거래질서 유지의 공익보다 중대한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균형성 요건도 갖추었다.

4) 소결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배하여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지 아니한다.

 

(2)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의 일부 위헌의견

(가) 쟁점의 정리

이 사건에서 단체행동권과 관련된 헌법적 쟁점은, 심판대상조항이 쟁의행위 중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은 채 단순히 근로자들이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행위(이하 ‘단순파업’이라 한다)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처벌대상으로 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단순파업의 위력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전격성과 결과의 중대성을 추가하여 단순파업과 관련된 위력의 포섭 범위를 제한하여 해석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하였으나, 이로 인하여 단순파업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규범의 내용 자체가 변경된 것은 아니다. 다만, 대법원이 위와 같이 위력의 판단기준을 변경한 것은 피해의 최소성 판단에서 고려하기로 한다.

(나) 근로3권의 법적 성격

역사적으로 근로3권의 보장은 근로자의 단결과 단체적 행동에 대한 국가형벌권의 배제, 즉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에서 형성·발전되어 왔으므로, 근로3권은 일차적으로 근로자가 국가의 부당한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아니하고 자유롭게 단체를 결성하고 그 목적을 집단으로 추구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자유권적 성격을 가진다. 그런데 근로3권이 추구하는 목적은 집단적 노사관계에서의 실질적인 자치의 실현인바,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근로3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로부터의 자유라는 측면의 보장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대등한 협상력과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법적제도와 법규범을 마련하여야 할 국가의 적극적인 의무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근로3권은 사회권적 성격도 함께 지닌 기본권이라고 할 것이다(헌재 1998.2.27. 94헌바13등 참조).

이와 같이 근로3권은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과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함께 가지지만, 근로3권의 보장은 연혁적으로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에서 시작된 것으로 근로3권은 헌법의 규정만으로 구체적 권리성이 인정되는 기본권이며, 근로3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은 집단적 노사자치의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근로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도록 하는 데에 그 의미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근로3권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하는 입법을 함에 있어서는 근로3권의 자유권적 측면을 존중하여야 할 헌법적 의무가 있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근로3권의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이 근로3권의 제한을 정당화하는 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의 쟁의행위의 의의

1) 헌법 제33조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은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근로조건 등에 관한 요구를 관철할 목적으로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자들의 결합체인 근로자단체를 통하여 쟁의행위 등 집단적 행동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고, 단체행동권의 행사 중 하나인 쟁의행위는 근로자가 위와 같은 목적으로 근로자단체를 통하여 사용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인 파업이 전형적인 쟁의행위에 해당한다.

헌법이 근로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취지가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복지증진 기타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 도모에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헌법 제33조제1항에서 말하는 ‘근로조건의 향상’이란 단체협약의 체결을 통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뿐만 아니라 근로조건과 관련된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도 포함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쟁의행위의 대상 또는 목적이 사용자에게 처분권한이 있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인 경우에만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로서 보호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앞서 본 근로3권의 헌법적 보장 취지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 사회발전과 함께 계속 증가하면서 근로조건의 결정구조가 중층화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의 개념을 사용자의 처분권한을 전제로 하는 단체협약 체결과 연계하여 파악할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고 할 것이다. 쟁의행위의 실질적 목적이 사용자와의 교섭과정에서 근로자 측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데에 있고 쟁의행위에 대한 헌법적 보장의 효과로서 사용자가 재산적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에게 처분권한이 있는 사항으로 쟁의행위의 대상 또는 목적을 제한할 수도 있겠으나, 이는 쟁의행위의 제한에 관한 문제이지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의 쟁의행위의 개념 또는 범위 설정에 관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2) 노동조합법은 제2조제6호에서 근로자 측의 쟁의행위를 ‘파업·태업 기타 노동조합이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위 쟁의행위의 정의규정은 통상 같은 조 제5호의 노동쟁의의 정의규정과 연계되어 파악되는데, 같은 조 제5호는 노동쟁의를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위 각 규정에 의하면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된 분쟁상태에서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으로서,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상 권리의 주장인 이른바 권리쟁의는 노동조합법상의 쟁의행위에서 제외된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구 노동쟁의조정법(1996.12.31. 법률 제5244호로 폐지되기 전의 것)은 제2조에서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한 분쟁상태’라고 정의하여 권리쟁의도 노동쟁의 개념에 포함하였다(대법원 1990.9.28. 선고 90도602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쟁의행위의 개념 내지 그 포섭 범위에 관한 입법태도의 변화나 노동조합법이 입법적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쟁의행위에 대한 여러 제한·금지규정을 두어 쟁의행위를 규율하는 법률인 점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 제2조제6호는 노동조합법상 조정·중재대상 및 규율대상으로서의 쟁의행위의 개념을 정의한 것으로서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보다는 좁은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헌법 제33조제1항은 단체행동권과 관련하여 ‘근로자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으로’ 행사할 것을 정할 뿐 개별적 법률유보조항을 두고 있지 아니한데, 노동조합법의 정의규정으로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의 개념을 정의하는 것은 법률로써 헌법상 기본권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어서 부당하다.

헌법재판소가 2004.7.15. 선고 2003헌마878 결정에서 ‘노동조합법 제2조제6호의 쟁의행위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로서 여기에서 그 주장이라 함은 같은 법 제2조제5호에 규정된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주장을 의미한다고 볼 것이므로, 위와 같은 근로조건의 유지 또는 향상을 주된 목적으로 하지 않는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법상의 규제대상인 쟁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것도 노동조합법상 규율대상으로서의 쟁의행위의 개념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한편 노동조합법 제4조는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면책을 규정하고 있다. 쟁의행위의 ‘정당성’은 그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그 목적이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노사 간의 자치적 교섭을 조성하는 데에 있어야 하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요구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거부하였을 때 개시하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원의 찬성결정 등 법령이 규정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수단과 방법이 사용자의 재산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함은 물론 폭력의 행사에 해당되지 아니하여야 한다는 조건을 모두 구비한 경우에만 인정된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판례이다(대법원 2003.11.13. 선고 2003도687 판결 ; 대법원 2008.1.18. 선고 2007도1557 판결 ; 대법원 2013.5.23. 선고 2010도15499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 등 관련 법률에 규정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쟁의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일반적으로 ‘정당하다’ 내지 ‘부당하다’고 하는 표현은 특정의 대상에 대하여 관련된 모든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에 내리는 최종적인 가치평가의 결론을 표현하는 추상적인 기준인 점(헌재 2005.3.31. 2003헌바12 참조)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 제4조에서 규정한 ‘정당한 쟁의행위’란 ‘노동조합법상의 요건을 갖춘 쟁의행위’(헌재 2010.4.29. 2009헌바168 참조), ‘헌법과 관련 법률에 규정된 요건들을 충족시킨 쟁의행위’(대법원 2006.5.26. 선고 2004다62597 판결 참조)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쟁의행위의 ‘정당성’의 문제는 헌법상 쟁의행위의 개념 내지 범위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법률에서 정한 쟁의행위의 요건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문제, 즉 쟁의행위 제한의 문제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쟁의행위가 법률에서 정한 쟁의행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곧바로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가 아니라거나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보호대상에서 벗어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다만, 근로자들의 폭력적인 집단행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상의 단체행동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데, 이는 단체행동권뿐만 아니라 모든 기본권 행사의 당연한 한계라 할 것이다.

(라) 단체행동권의 제한

단체행동권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헌법 제37조제2항에 의하여 제한될 수 있다.

노동조합법은 제37조에서 쟁의행위는 그 목적·방법 및 절차에 있어서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서는 아니 되고,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여 쟁의행위의 기본원칙을 규정한 다음, 쟁의행위의 주체, 시기, 절차, 방법 등에 관한 규정과 특정 목적의 쟁의행위 및 특정 업무 종사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법령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쟁의행위의 목적과 관련하여, 법원은 쟁의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요구사항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인 때에 한하여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면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등 기업의 구조조정 실시 여부와 같이 경영주체의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대법원 2011.1.27. 선고 2010도11030 판결; 대법원 2014.11.13. 선고 2011도393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를 주체, 시기, 목적, 절차, 방법 등 여러 측면에서 규율하여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법률로써 제한하고 있다.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는 사용자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어 시민법상 여러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할 수 있으나 헌법적으로 보호를 받는 행위이므로 기본적으로 형사책임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쟁의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에는 위법한 것으로 평가되어 형사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노동조합법 제4조는 ‘정당한 쟁의행위’의 효과로서 형사면책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쟁의행위의 형사면책이 헌법 제33조제1항에 의하여 보장되는 단체행동권의 자유권적 성격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것임을 확인하는 규정인 동시에 형사면책의 범위를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 즉 법률의 요건을 갖춘 쟁의행위로 한정하였다는 점에서 단체행동권의 형사적 면책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라 할 것이다.

(마) 심판대상조항의 단체행동권 침해 여부

청구인들은, 쟁의행위에 대하여 일단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해당성을 인정하면서 정당성이 인정되어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에만 형사책임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10.4.29. 선고 2009헌바168 결정에서, 노동조합법 제4조를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노동조합법상의 요건을 갖춘 정당한 쟁의행위도 일단 범죄행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로 인정하고 다만 위법성을 조각하도록 한 취지로 해석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의 보호영역을 하위 법률을 통해 지나치게 축소시키는 것이며, 정당성을 갖춘 쟁의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이 노동조합법상 정당성을 갖추지 아니한 쟁의행위, 그중에서도 유형력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파업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쟁의행위 과정에서 행하여지는 개별적인 범죄구성요건적 행위, 예컨대 폭행이나 협박, 강요, 전면적인 점거농성 등은 별도의 위법성조각사유가 없는 한 형사법상 처벌대상이 된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단체가 위와 같은 위법행위를 수반하지 않은 채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단순파업 그 자체를 처벌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단체행동권 침해 여부가 문제 된다.

근로조건의 향상을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단순파업은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행사인 쟁의행위에 해당하므로, 설령 노동조합법상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단체행동권에 의한 보호가 배제되는 것이 아님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단순파업 중 노동조합법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만을 형사처벌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것이고, 심판대상조항의 단체행동권 침해 여부가 문제 되는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이 노동조합법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단순파업을 처벌하는 것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하는가의 여부는 기본권 제한의 한계인 헌법 제37조제2항의 과잉금지원칙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근로3권의 보장 취지와 대등한 노사관계 형성을 위하여 단체행동권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 및 그 중요성 등을 고려하면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1)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

쟁의행위가 노사관계의 공정한 조정과 노동쟁의의 예방·해결 등을 위하여 마련한 노동조합법상의 요건이나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혼란이나 손해가 발생하고 노사관계가 자칫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로 나아갈 우려가 있다. 또한 이로 인한 손해나 피해는 개별 사용자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 또는 국민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규율할 필요가 인정된다.

심판대상조항은 노동조합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파업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함으로써 위법한 쟁의행위로부터 사용자의 영업이나 사업수행이 방해되는 것을 방지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산업평화 유지 및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2) 피해의 최소성

가) 앞서 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의 주체, 시기, 절차, 방법 등을 제한하는 규정과 함께 특정 목적의 쟁의행위 및 특정 업무 종사자의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규정들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형사처벌조항도 마련하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는 할 수 없고, 사업장에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 의하여 주도되지 아니한 쟁의행위는 할 수 없으며(제37조제2항, 제29조의5),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제41조제1항), 노동쟁의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쟁의행위도 제한된다(제45조제2항). 또한 쟁의행위는 그 쟁의행위와 관계없는 자 또는 근로를 제공하고자 하는 자의 출입·조업 기타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방법으로 행하여져서는 안 되고, 쟁의행위의 참가를 호소하거나 설득하는 행위로서 폭행·협박을 사용하여서는 안 되며,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제38조제1항, 제2항). 폭력이나 파괴행위 또는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 등을 점거하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에 대하여 정상적인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할 수 없으며(제42조제1항, 제2항), 필수유지업무의 정당한 유지·운영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쟁의행위로서 할 수 없다(제42조의2 제2항). 나아가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는 금지되고(제44조제2항), 방위사업법에 의하여 지정된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제41조제2항). 위와 같은 규정들을 위반하면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노동조합법 제88조부터 제91조까지).

이와 같이 단순파업이 노동조합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규정위반행위에 대하여 노동조합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라는 포괄적인 방식으로 단순파업 그 자체에 대해서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면서, 법정형에 있어서도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 중 전력, 용수 및 주로 방산물자를 생산하는 자의 쟁의행위를 처벌하는 노동조합법의 처벌조항을 제외하고는 다른 노동조합법의 처벌조항들보다 더 중한 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정비되어 있음에도 이와 별도로 단순파업 그 자체를 일반 형법의 처벌대상으로 삼는 것은, 근로자로 하여금 노동조합법상의 개별적인 처벌조항 외에도 그보다 형이 더 중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의 위험까지 부담하도록 하게 함으로써 단체행동권 행사를 주저하게 하는 위축효과를 초래한다.

나) 헌법상 단체행동권에 의하여 보호되는 쟁의행위 중 단순파업은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것 외에 어떠한 적극적인 행위요소도 포함하지 않은 소극적인 방법의 실력행사로서, 그 본질에 있어 근로계약상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채무불이행과 다를 바 없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채무불이행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이나 계약해지, 징계 등 민사상 책임이나 징계책임이 부과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에 더하여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형사처벌을 과하는 것은 인권존중의 사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채무불이행이 다수의 채무자에 의해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채무가 근로계약에 의해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 이와 다르게 볼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단체행동권의 제한을 위반한 경우 과해지는 불이익은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소극적 형태의 단순파업에 있어서 노동조합법상의 규정위반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어떠한 유형력도 수반하지 않는 단순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를 형벌의 위하로 강제하는 것이고,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단체행동권의 헌법상 보장을 형해화할 위험도 존재한다. 노동조합법 제39조는 쟁의행위 기간 근로자 측의 대등한 협상력을 보장하기 위하여 ‘근로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에는 현행범 외에는 이 법 위반을 이유로 구속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심판대상조항이 적용될 경우 노동조합법 제39조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구속이 이루어질 수 있는바, 이는 심판대상조항이 노동조합법상 노사 간의 균형을 위하여 마련한 조항들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하겠다.

다) 대법원은 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단순파업도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근로3권을 보장하는 취지를 고려하여 단순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대한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하여 단순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의 성립 범위를 축소하였다. 이에 따르면,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단순파업은 노동조합법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중에서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이루어지고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한 경우로 한정되어, 심판대상조항이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노동조합법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파업으로 인하여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기에 앞서 항상 정당성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하는 쟁의행위의 전후 사정과 경위 등을 종합하여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므로, 법률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 있는 근로자가 사전에 노동조합법상의 정당성 문제를 명확하게 판단한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쟁의행위 목적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가 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떤 쟁의행위가 내세운 목적이 대법원 판례가 든 정당성의 인정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대법원 판례가 단순파업의 위력 해당 여부를 전격성 및 결과의 중대성이라는 기준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어떠한 경우를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어느 범위까지를 심대한 혼란 또는 막대한 손해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인지가 반드시 명백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데, 이와 같은 추상성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될 정도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적용의 통일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근로자로서는 단순히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형태의 쟁의행위인 단순파업을 하는 경우에도 항상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여야 하고, 이는 그 자체로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

라) 다른 한편, 노동조합법상의 규율이나 처벌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하여 여전히 심판대상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노동조합법은 쟁의행위 기간에 대한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제44조제2항, 제90조), 목적의 정당성을 결여한 쟁의행위를 처벌하는 일반적인 처벌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하여 목적의 정당성을 결여한 쟁의행위라 할지라도 노동조합법상 다른 절차나 요건 등을 모두 갖춘 경우에는 이를 노동조합법으로 규율하여 처벌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목적의 정당성’ 내지 대법원 판례가 목적의 정당성 인정 기준으로 들고 있는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항’과 같은 개념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데다 사회·경제적 현실과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가변적이고 개방적인 개념이므로, 이러한 개념을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하는 것은 단체행동권에 미치는 위축효과나 죄형법정주의의 측면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고, 노동조합법에서 쟁의행위의 목적과 관련된 일반적인 처벌조항을 두지 않은 점도 이러한 사정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노동조합법상의 규율이나 처벌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이 위와 같이 불분명한 규율영역에서 형벌의 위하력을 가지고 쟁의행위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오히려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심대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 앞서 본 것과 같이 단순파업은 그 본질에 있어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이므로, 정당성을 결여한 단순파업에 대해서는 민사상으로 책임을 추궁할 수 있고 이로써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파업을 억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제재수단으로 형벌을 택한 것은 형벌이 사회생활에 불가결한 법익을 보호함에 있어 최후의 보충적인 수단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형벌의 보충성 및 최후수단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오늘날 주요 국가에서 정당성을 결여한 쟁의행위는 주로 민사상 책임이나 징계책임의 문제로 다루어지고, 쟁의행위 과정에서 저질러진 폭행, 협박, 재물손괴 등을 처벌하는 것과 별도로 정당성을 결여한 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사례는 발견하기 어렵다. 형법에 심판대상조항과 같은 위력업무방해죄 규정을 두고 있고,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법 제4조와 같이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그 밖의 행위가 정당한 경우 형법의 정당행위 규정이 적용된다는 형사면책규정을 노동조합법에 두고 있는 일본에서도 유형력을 수반하지 않는 단순파업에 대해서는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위력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이 실무라고 한다.

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동조합법이 이미 노사관계의 대등하고 공정한 조정을 위하여 쟁의행위를 다양한 측면에서 제한하고 있고 그 제한규정을 위반한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을 두고 있으며, 형사처벌 외에도 정당성을 결여한 단순파업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음에도, 단순파업 그 자체에 대해 형법상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를 과도하게 제한하므로,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3) 법익의 균형성

심판대상조항은 노동조합법상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단순파업으로부터 사용자의 영업이나 사업수행이 부당하게 방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고 산업평화 유지 및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므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의 중요성은 인정된다.

그런데 앞서 본 것과 같이 노동조합법의 제한규정위반행위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처벌조항이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은 어떠한 유형력도 수반하지 않은 채 소극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는 단순파업 자체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자의 단체행동권 행사에 심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고 있다.

단체행동권은 근로자가 사용자와 실질적으로 대등한 지위에서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근로자의 집단적인 실력행사를 보장하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이 헌법상 단체행동권의 보호를 받는 쟁의행위 중 소극적인 형태인 단순파업에도 노동조합법상의 처벌조항 외에 추가적인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이 공정하게 조정하고 있는 노사 간의 균형을 허물어뜨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가 노사 간의 자율적인 근로관계 형성을 위한 전제조건을 제대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비록 대법원이 단순파업과 관련하여 심판대상조항의 ‘위력’의 의미를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단순파업에 대한 적용을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다고 하지만, 폭력 등 적극적인 행위를 수반하지 않고 본질적으로는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단순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될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고 있는 단체행동권에 대한 위축효과는 매우 심대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단순파업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로 형사처벌하는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에 비하여 제한되는 사익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심판대상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

4) 소결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 중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 가운데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인 단순파업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

 

5.  결론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재판관 이선애,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종석, 재판관 이영진은 합헌의견이고, 재판관 유남석,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 재판관 이미선은 심판대상조항 중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 가운데 집단적 노무제공 거부행위인 단순파업에 관한 부분이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위헌의견으로, 일부 위헌의견이 다수이기는 하나, 헌법 제113조제1항, 헌법재판소법 제23조제2항 단서 제1호에서 정한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하여 합헌을 선고할 수밖에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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