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가 징계해고결정된 근로자로부터 작성일자를 백지로 한 사직서와 이후 비위를 저지르는 경우 사직서를 임의로 수리하여도 이의 없다는 각서를 교부받고 징계결정을 철회한 후에 발생한 비위사실을 근거로 별도의 징계해고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위 사직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근로자를 퇴직시킨 행위가 유보된 해지권의 행사로서 적법, 유효하다고 본 사례.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1992.01.16. 선고 91가합4910 판결 】
•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제1민사부 판결
• 사 건 / 91가합4910 해고무효확인
• 원 고 / 원고
• 피 고 / ○○택시주식회사
• 판결선고 / 1992.01.16.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1991.7.20. 원고에 대하여 한 퇴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991.7.21.부터 복직시까지 매월 7. 금 471,23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인정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간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3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증인 김○○의 증언 및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 없다.
가. 원고는 1989.5.경 피고 회사에 영업용 택시기사로 입사하여 1991.7.20.피고 회사로부터 퇴직처분을 받았다.
나. 피고 회사를 포함한 부산시 택시회사에서는 택시기사가 그날의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사납금(중형택시의 경우 1일 2교대 기준 금 47,500원, 월간 26일 근무 금 1,235,000원)을 회사에 납입하고 나머지는 자신의 수입으로 하며 회사는 택시기사에게 매월 정액의 월급을 지급하되, 사납금이 미달할 때에는 그 금액을 기사의 위 월급에서 공제하기로 하는 반도급제계약으로 운전사의 고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 부산시 택시회사의 노사간 1991년도 단체협약에 의하면 회사의 재산을 횡령한 자는 해고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단 횡령구분은 노조와 협의하여 결정한다고 하고 있고(제62조제2호), 1990.11.15.자의 노사간 합의사항에서는 1년 이상자이면서 상여금해당자는 월 미수금이 금 500,000원 이상이 될 때에는 횡령으로 간주한다고 정하고 있다(제7조제2항).
라. 피고 회사는 원고의 1991. 5분의 사납금미수금 총액이 금 695,000원에 이르게 되자 위 단체협약 및 노사간 합의사항에 근거하여 원고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였고 1991.6.12. 위 징계위원회에서 위 원고를 징계해고키로 결정하였으나 그 다음날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에서 차후로는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원고를 적극 선도하겠으니 노사화합차원에서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를 철회하여 달라고 요청하므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는 원고로부터 이후 원고가 미수금 10,000원 이상을 달 때에는 원고의 사직서를 수리하여도 아무런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자필각서와 작성일자를 백지로 한 원고 명의의 사직서를 교부받고 위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결정을 철회하였다.
마. 그러나 그 다음달인 1991.7.에도 같은 달 17.까지의 원고의 사납금미수금 총액이 금 368,000원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에 {을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1991.7.17.까지의 원고가 회사에 납입하여야할 총 사납금액은 금 665,000원(2교대근무가 14번이므로 금 47,500×14)인데 원고는 그 중 297,000원만 납입하였으며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14장의 연료티켓 중 8장은 운송도 하지 아니하고 반납하였다}, 피고 회사는 같은 달 19.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키로 하고 이 사실을 피고 회사의 노동조합에 통보하여 노조측의 징계위원을 선정하여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노조측에서는 징계위원회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고, 원고도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는 1991.7.17.까지의 원고의 사납금미수금 총액이 금 368,000원에 달한다는 것을 이유로 앞서 원고가 제출한 사직서를 1991.7.20.자로 수리하는 방식으로 원고를 퇴직시켰다.
2. 원·피고의 주장
원고는 먼저 택시기사의 미수금 총액이 월 금 500,000원 이상이 될 때에는 횡령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노사간 합의사항은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일률적으로 미수금이 일정액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 택시기사가 운송수입금을 횡령한 것으로 본다는 것으로서 부당하고, 원고가 피고 회사에 제출한 각서상의 미수금이 금 10,000원 이상이 될 때라는 것은 월말까지의 미수금을 의미하는 것이고 원고가 1991.7.분의 사납금미수금도 월말까지 지급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이상 피고 회사로서도 월말까지 원고가 사납금미수금을 지급하는지를 확인하고 원고의 사직서를 수리함이 타당할 것인데 월중인 1991.7.20.에 원고의 사직서를 수리하여 원고를 퇴직시킨 것이므로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퇴직처분은 요건에 맞지 않거나 상당성이 결여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피고 회사가 원고와의 약정에 따라 원고의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므로 피고 회사의 퇴직처분은 적법, 유효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3. 쟁점 및 판단
가. 먼저 원고에 대한 1991.6.13.자의 징계해고결정의 정당성에 관하여 본다.
원고는 앞서 본 월미수금 총액이 금 500,000원 이상이 될 때에는 횡령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노사간 합의사항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한 일률적 규정으로서 부당하고 따라서 위 규정을 근거로 한 피고 회사의 1991.6.13.자 징계해고결정 또한 상당성을 결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위 노사간 합의사항은 당시의 택시운송수입실태에 비추어 보아 택시기사가 정상적으로 택시영업근무를 할 경우 회사에 대한 사납금미수금이 위 금 500,000원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 사납금미수금이 위 금액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택시기사의 정액월급으로도 위 미수금을 충당하지 못하게 되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게 된다는 점 및 택시기사가 제대로 택시 영업을 하지 않거나 운송수입금 중 사납금을 회사에 납입하지 아니하고 착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부산시택시회사의 노사 양측이 택시기사가 사납금을 횡령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기준을 설정한 것으로서 그 기준은 합리적이며 타당성이 있다 할 것이고 따라서 위 규정을 근거로 한 피고회사의 1991.6.13.자의 원고에 대한 징계해고결정(원고의 1991.5분 사납금미수금 총액은 금 695,000원이었다) 또한 정당한 해고결정이라 할 것이다.
나. 원고의 각서 및 조건부 사직서제출의 성질 및 효력에 관하여 본다.
원고가 피고 회사에 대하여 위 징계해고결정의 철회를 요청하면서 이후 사납금미수금 10,000원 이상을 달 때에는 기제출한 원고의 사직서를 임의로 수리하여도 이의가 없다는 각서와 작성일자를 백지로 한 원고 명의의 사직서를 피고 회사에 제출하고 이에 피고 회사가 징계결정을 철회하였는바, 미수를 금 10,000원 이상 달 때는 사직서를 처리하여도 좋다고 한 데 대하여 미수를 계산하는 택시회사의 관행에 따라 위 미수금 10,000원이 월미수에 해당한다고 볼 때는 1달 간에 극히 적은 액의 미수만 발생하여도 원고의 신분을 박탈하는 근로계약해지권을 피고에게 유보시켜두는 것이 되어 지나치게 원고에게 불리한 약정이라 할 것이어서 그 약정은 무효라고 할 여지가 있으나, 개인기록카드(을 제3호증)에 의하면 미수는 매 근로일마다 오전, 오후 구분하여 기재하도록 되어 있고 각서에 “미수를 금 10,000원 이상 달 때”라고 표현하여 매 기재시를 기준으로 삼는 듯한 문구를 사용하고 있으며, 각서와 사직서의 기재내용이 피고가 언제라도 사표의 수리를 행할 수 있는 듯이 표현되어 있고, 또한 월 미수사납금이 금 10,000원에 해당할 때에를 임의로 사표를 수리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할 경우 피고 회사로서는 쉽사리 원고와 간의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는 하나 원고가 월 금 10,000원을 내지 못하여 사표가 수리당하는 경우는 사실상 예상할 수 없으므로 피고 회사로서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그와 같은 기준을 정할 리가 없는 것이고, 사납금을 일정액 이상으로 정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택시운행으로 인한 회사의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니 그 실효성을 위하여도 매 근로일을 기준으로 최소한의 미수사납금 한도액을 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어서 결국 각서상 미수사납금 10,000원은 매 근로일의 사납금미수액으로 해석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하는 것이라 하겠고 따라서 매 근로일의 사납금미수액이 금 10,000원을 초과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각서내용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불리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는 이상 위 각서와 사직서를 받고 1991.6.13.자 징계결의를 철회한 행위는(원고는 피고가 위와 같이 원고로부터 사직서를 미리 받아 놓는 행위가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규정을 위반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징계해고를 요청하면서 자발적으로 위 각서 및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 원고가 이후에 택시영업근무를 태만히 하거나 사납금을 제대로 납입하지 아니하여 회사에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히게 되는 경우에는 피고 회사가 별도의 징계해고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이미 제출한 원고의 사직서를 수리하는 방식으로 원고와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해지권유보특약으로 볼 수 있으며 위와 같은 원고와 피고 회사 간의 특약은 원고의 내심의 의사를 그대로 반영한 자발적인 것으로 위 특약체결의 경위 및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유효하다고 인정된다.
다. 피고 회사의 사직서 수리행위의 정당성에 관하여 본다.
원고가 그에 대한 징계결의가 있은 다음달인 1991.7.에도 17.까지 8근로일 동안 6근로일의 각 미수금이 10,000원을 초과하였을 뿐 아니라 그 간 누계 금 386,000원 사납금을 납입하지 아니하였고 더구나 원고는 지급받은 연료티켓 14장(1일 2교대 기준) 중 8장은 그대로 회사에 반납하여 배차받은 택시의 운송영업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으며 이로 인하여 피고 회사에 상당한 재산상 손해를 입혔고 피고 회사가 1991.7.19. 원고에 대하여 다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려고 하였으나 원고는 위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피고 회사는 원고가 앞서 제출한 사직서를 1991.7.29.자로 수리하였던 것인바, 위와 같은 원고의 행위는 위 각서에서 정한 사표수리 기준에 해당할 뿐 아니라 피고 회사의 근로자에 대한 신뢰관계 및 기업질서유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계속적 고용관계의 유지를 곤란하게 하는 것이어서 위 피고 회사의 사직서 수리행위는 앞서 본 유보된 해지권의 행사로서 위 해지권유보특약의 체결경위, 취지 및 목적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며 따라서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위 1991.7.20.자 퇴직처분은 적법, 유효한 것으로 인정된다.
4. 결론
그렇다면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위 퇴직처분은 적법유효한 것이므로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고 그 퇴직이 무효임을 전제로 구하는 원고의 임금청구에 대하여는 따로 판단할 필요 없이 이유 없는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종찬(재판장) 임병일 신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