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에서 사용자의 사전 임시조치 시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금지한 점, 제4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후 사용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등으로 조치할 수 있는 점, 제5항에서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징계시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제3항은 신고 접수 후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유무의 확인 전까지 사전 조치의무이고, 제2항은 신고 접수 후 직장 내 괴롭힘의 사실 유무에 대한 사용자의 조사의무이고, 제4, 5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사후 조치의무이며,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불리한 처우를 금지함으로써 설혹 신고가 진실이 아닌 경우라도 신고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를 보호하는 규정이므로, 제6항의 불리한 처우를 판단함에 있어 위와 같은 사전 조치, 사실조사, 사후 조치 등 일련의 절차가 적절한지 여부도 함께 고려함이 옳다.

▣ 전보지 L 구내식당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낫더라도,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피고인 회사의 부당한 사전 조치(해고), 절차적 하자와 부실한 사실조사, 사후 조치(전보)의 사유 등을 종합해보면, H을 L 구내식당으로 전보한 것은 불리한 처우로 봄이 타당하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4.6. 선고 2020고단245 판결】

 

•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판결

• 사 건 / 2020고단245 근로기준법위반

• 피고인 / A

• 검 사 / 이경환(기소), 이수경(공판)

• 판결선고 / 2021.04.06.

 

<주 문>

피고인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에게 보호관찰을 받을 것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청주시 청원구 D에 있는 E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위 회사는 충북 음성군 F에 있는 G병원 구내식당 등을 위탁 운영하며 상시근로자 약 30명을 사용하는 사업주이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피고인은 2019.7.27. 위 회사의 근로자 H이 직장 상사인 I 등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내용증명을 통해 신고받았다. 그 구체적인 신고 내용은 I가 2019.7.12.경부터 2019.7.24.경까지 신고식 명목으로 회식비 지급을 강요하고, 업무편성 권한을 남용하여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은 수당을 적게 받도록 업무시간을 조절하고, 업무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다는 내용이었고, 특히 2019.7.24.경 I가 H에게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나라”, “눈알들이 다 빠져라”, “그놈(J)의 좇을 빨았나, 그게 좋았었나 그러니까 착 달라붙어서 거기까지 간 거지”라는 등의 폭언을 하였으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빌미로 통화내역서 제출을 강요하였고, 사직서 작성을 강요하는 등 회사 상사인 I가 직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피해 근로자 H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9.8.27.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H으로 하여금 2019.9.2.부터 충북 음성군 K 소재 주식회사 L 구내식당으로 근무지를 변경하도록 전보명령을 하였다.

그러나 이는 H과 아무런 협의 없이 그의 의사에 반하여 이루어진 결정이었고, 전보 근무지에서 H의 주거지까지의 거리가 매우 멀어 첫 버스를 타더라도 출근 시간에 도착할 수 없어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인한 출근이 불가능하였으며, H의 가족이 간병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출퇴근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강제로 기숙사 생활을 하여야 하는 등 H에게 불리한 처우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사용자로서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피해 근로자 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H, M의 각 법정진술

1. H, J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

1. N의 참고인 진술서, O의 사실확인서, P의 자술서

1. Q 사건 판정서 1부

1. 수사보고(관련 사건 기록 첨부), R센터 개최 피해자 간담회 녹취록, 수사보고(R센터 전화조사)

1. 각 내용증명

1. 공고(무단결근으로 인한 퇴사처리), 징계의결서 등, 복직명령서, 인사발령명령서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근로기준법 제109조제1항, 제76조의3제6항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형법 제62조제1항

1.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의 요지

피고인은 가해자로 지목된 H에게 즉시 인사경고를 한 후 외부인사가 다수 참여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H을 징계함과 동시에 피해근로자 H을 복직 및 전보 조치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정한 적정한 조치를 다하였다. 또한 피해 근로자 H의 기존 근무지 G 병원 구내식당과 전보지 L 구내식당을 비교하면, L 구내식당은 원거리 거주 직원에게 기숙사로 아파트를 제공하고, G병원 구내식당은 일일 식수인원 1,680명에 조리원 5명, 영양사가 G병원 소속인 반면 L 구내식당은 일일 식수인원 240명에 조리원 4명, 영양사가 피고인 회사 소속이므로 노동 강도나 의사소통에서 더 낫고, 시설 역시 낙후된 G 병원 구내식당에 비하여 L 구내식당이 더 쾌적하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L 구내식당으로 전보한 조치는 피해근로자 H에게 불리한 처우라 볼 수 없다.

 

2. 판단

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의 적용 시점과 체계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용자가 취하여야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개정 신설되었고, 그 부칙 제1조, 제3조에 의하여 2019.7.15. 시행 이후에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된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인 피고인이 불리한 처우로 전보를 명한 시점은 위 규정 시행 후인 2019.8.28.이나, 피해근로자 H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호소, 신고한 내용은 위 규정 시행 전후로 걸쳐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여 살펴야 한다.

한편,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신고를 접수한 경우 지체 없는 사실 확인 조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제3항은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기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이하 ‘피해근로자 등’이라 한다)를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피해근로자 등에 대하여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용자는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여 신고 접수 후 조사 완료까지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 보호를 위한 사전 임시 조치의무를 사용자에게 부과하고 있다. 제4항은 “사용자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면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른 적절한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아울러 제5항은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이 확인된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행위자(가해자)에게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조치의무를 부과하면서 이 경우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제6항에서는 사용자로 하여금 신고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해고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제6항(불리한 처우 금지)을 위반한 경우에는 처벌규정(제109조제1항)을 마련하고 있지만, 제2항부터 제5항까지의 조치 위반에 대하여는 처벌 또는 과태료의 규정이 없다.

나. 객관적 근무환경에 대한 고려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를 보면, 피해자의 기존 근무지 G병원에 비하여 전보지 L 구내식당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더 나은 사실이 인정되고, 위와 같은 객관적 근무환경이 ‘불리한 처우’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변호인의 주장은 옳다.

다. 불리한 처우에 고려할 사항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에서 사용자의 사전 임시조치 시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금지한 점, 제4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후 사용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등으로 조치할 수 있는 점, 제5항에서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징계시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제3항은 신고 접수 후 직장 내 괴롭힘 사실 유무의 확인 전까지 사전 조치의무이고, 제2항은 신고 접수 후 직장 내 괴롭힘의 사실 유무에 대한 사용자의 조사의무이고, 제4, 5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사용자에게 부과되는 사후 조치의무이며,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되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불리한 처우를 금지함으로써 설혹 신고가 진실이 아닌 경우라도 신고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를 보호하는 규정이므로, 제6항의 불리한 처우를 판단함에 있어 위와 같은 사전 조치, 사실조사, 사후 조치 등 일련의 절차가 적절한지 여부도 함께 고려함이 옳다.

라. 불리한 처우인지에 관한 구체적 판단

1) 판시 각 증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 피해근로자 H이 행위자 I 과장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한 내용은 신고식 명목 회식비 강요, 화장품 강매, 업무 편성 권한 남용으로 우호적 직원에게 시간외 근무 몰아주기, 폭언, 사직 강요, 통화내역 제출 강요 등이다. 그 중 신고식 명목 회식비 강요, 화장품 강매, 우호적 직원 시간외근무 몰아주기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시행된 2019.7.15. 이후에 발생한 사실인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I의 폭언, 사직 강요, 통화내역 제출 강요는 2019.7.15. 이후 2019.7.24.까지 사이에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I 과장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열거한 위 내용은 피해근로자 H, 구내식당 반장과 조리원들의 각 진술증거로 뒷받침되고, 여기에 아래에서 인정한 사실, 피고인이 이 사건 계속 중인 2020.7.15. 직장 내 금전거래를 사유로 I를 해고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

㉯ 피해근로자 H을 비롯하여 J, S, O은 2019.7.10. 피고인이 운영하는 E 주식회사(이하 편의상 ‘피고인 회사’라 한다)를 방문하여 관리이사(피고인의 배우자)에게 I 과장의 신고식 강요 등 부당한 행위를 호소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2019.7.12. 관리이사와 함께 H의 근무지인 G병원 구내식당에 찾아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신고식, 직장 내 금전거래 금지를 교육하였다. 이때 관리이사는 H 등 위 4인의 이름을 밝히며 이들이 본사를 찾아와 면담을 요청하였고, 구내식당의 불법 잔반 처리에 관하여 관할청에 내부고발자에 의한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직원들 앞에서 공개하였다. 이때부터 2019.7.24.까지 I는 H에게 판시와 같이 폭언하고, 사직을 강요하고, 잔반 처리 내부고발자를 색출한다며 전화통화내역 제출을 강요하였다.

㉰ H은 2019.7.24. 위와 같이 I로부터 폭언 등을 듣고 출근하지 않은 채 2019.7.27. R센터의 도움을 받아 피고인 회사에 내용증명으로 I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였다. 그러자 피고인 회사는 2019.7.29. 무단결근을 사유로 H을 해고하였다.

㉱ R센터는 2019.8.20. 간담회를 개최하여 H 등 피고인 회사의 전·현직 근로자들을 모아 부당한 피해를 듣는 자리를 마련하였고, 피고인과 인사담당자가 여기에 참석하였다. 피고인 측은 위 간담회에서 H 등 피해를 호소한 사람들의 진술을 녹음하였고, 이를 I에게 전달하였다. I는 이를 토대로 H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다.

㉲ 한편, 피고인 회사는 H의 무단결근 전인 2019.7.23.경 I에게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상 지시를 함에 있어 오해 소지가 있었다며 언행 주의’의 취지로 서면으로 인사경고(시말서 1회, 벌점 2점)를 하였다. 이는 징계의 종류 중 견책에 해당한다(취업규칙 제84조제1호).

㉳ 피고인 회사는 2019.8.27. 외부 인사 4명과 내부인사 2명(위원장 피고인 포함) 등 6명으로 구성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I에 대하여 기존 인사경고(시말서 1회, 벌점 2점)를 유지하는 의결을 하고, 피해자 H에 대하여는 2019.7.25.자 무단결근으로 인한 자진퇴사 처리를 복직명령으로 변경하면서 2019.7.25.부터 2019.8.31.까지 무단 결근기간을 무급휴가 처리하고, 2019.9.2.자로 H을 L 구내식당으로 전보하는 내용을 의결하였다.

그런데, 위 인사위원회에는 I만 출석하여 청문의 기회가 주어졌을 뿐 피해자 H을 비롯한 괴롭힘을 호소한 근로자들에게는 출석 및 의견 진술 등의 기회를 보장하는 절차가 없었다.

위 인사위원회의 심의결과를 기재한 서류에는 I에 대한 징계안와 H에 대한 전보안 등 2건의 안건을 의결한 것처럼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 6명의 위원은 I에 대한 징계안 1건을 심의, 의결하였을 뿐이고, H에 대한 전보 조치는 피고인이 홀로 결정한 것이다. 게다가 위 서류에 의하면, H에 대한 전보 조치의 사유로 ‘현재 본사가 운영하고 있는 L의 인력 부족’이 기재되어 있고, 피고인 역시 L의 인력 부족을 H의 전보 조치 사유로 고려하였음을 자인하고 있다.

I에 대한 징계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한 것을 기초로 한 것이 아니다. 위원들은 I의 괴롭힘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다만 I가 관리자로서 조직 관리에 미흡했다는 사유로 징계한 것이다. 이는 인사위원회에 I만 출석하여 변소할 기회가 보장된 것에 따른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오히려 I에게 물은 책임, 즉 ‘조직 관리 미흡’이란 부하 직원들이 허위 사실을 피해 호소하는 등 물의를 야기하여 직장 내 질서를 어지럽힐 때까지 관리자로서 I가 이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이다.

㉴ 피고인 회사는 그 무렵 위 인사위원회 결과를 팩스로 R센터에 송부하는 방법으로 H에게 통지하였고, 이에 H은 2019.9.18. 피고인 회사를 상대로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L 구내식당으로 한 전보가 부당하다며 구제를 신청하였다. 위 위원회는 2019.11.12. ‘피고인 회사가 H을 L 구내식당으로 전보하여야 할 만한 업무상 필요성은 없는 반면, H이 L 구내식당으로 출퇴근하는 데에 불편함이 많고 배우자의 간병 등 가족부양이 곤란한 점, 위 전보명령에 이르기까지 신의칙상 요구되는 최소한의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부당전보를 인정하고, 전보를 취소하는 판정을 하였다. 피고인 회사는 2019.11.14. 위 판정에 따라 H에 대하여 본래 근무지였던 G 병원 구내식당으로 복직을 명하였다.

2) 위와 같은 사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전보지 L 구내식당의 객관적 근무환경이 낫더라도,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피고인 회사의 부당한 사전 조치(해고), 절차적 하자와 부실한 사실조사, 사후 조치(전보)의 사유 등을 종합해보면, H을 L 구내식당으로 전보한 것은 불리한 처우로 봄이 타당하므로,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피고인 회사는 2019.7.27. 피해근로자 H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자, 무단결근을 사유로 2019.7.29. H을 해고하였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은 사용자에게 사전 조치의무를 부과하면서 유급휴가 명령을 예시하고,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경우 피고인 회사는 H에게 유급휴가 조치 등을 취함이 상당함에도 오히려 해고라는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러한 해고 상태는 인사위원회가 개최된 2019.8.27.까지 한 달간 유지되었다.

㉯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은 사용자로 하여금 지체 없는 사실확인 조사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피고인 회사가 신고 접수 후 사실확인 조사를 한 것은 인사위원회의 심의가 전부인데, 인사위원회는 피해근로자 H을 비롯한 참고인의 진술 청취나 의견진술 기회 등을 부여하지 않은 채 I의 소명만을 청취하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I가 부당한 행위를 하였다는 점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데도, 그의 일방적 소명만을 청취한 결과로 인사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었다. 그리고 I에 대한 견책 사유는 직장 내 괴롭힘과 무관하게 관리책임을 물은 것에 불과하다. 이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부당한 실제적 결과를 야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피고인이 인사위 원회 개최 전에 R센터에서 전·현직 근로자들의 피해를 청취하였음에도 그 내용을 인사 위원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고 오히려 I에게 사적으로 녹음을 전달하여 방어의 기회를 제공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I의 문제를 경징계로 무마하려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 피고인은 외부 인사 참여에 의한 인사위원회로 그 공정성을 강조하나, 일방의 소명만 제공한 채 나머지 판단의 자료를 배제한 것은 허울뿐인 인사위원회라 할 것이다. 더욱이 인사위원회는 I에 대한 징계에만 관여하였을 뿐, 피해근로자 H에 대한 전보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이는 피고인이 홀로 결정한 사항이다. 따라서 사후 조치에 해당하는 전보명령이 불리한 처우인지 판단함에 있어 인사위원회의 개최는 공정한 절차라고 내세울 만한 사정이 되지 못한다.

㉱ 피고인이 H에 대한 전보명령을 함에 있어 피고인 회사는 H으로부터 어떠한 의견도 듣지 않았고 그 기회도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인력 부족이라는 피고인 회사의 사정이 고려되었고, 피해근로자 측의 사정(원거리 출퇴근, 가족 부양)은 고려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 한하여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사용자에게 근무장소의 변경, 배치전환, 유급휴가 명령 등 사후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므로, 이 사건과 같이 인사위원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위와 같은 사후 조치의무를 인정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부실한 사실확인 조사로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 사후 조치가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인지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마땅히 고려함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가 완전히 배제되고 오히려 인력부족이라는 피고인 회사의 사정이 고려되었다.

㉲ 피해근로자 H이 피고인 회사에 신고한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쳐 부당전보 구제를 신청하고, 이 사건을 고소하여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L 구내식당으로 전보된 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처우임을 호소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위 전보가 H에게 주관적으로 불리함은 명백하다.

 

[양형의 이유]

대법원 판례로 거듭 확인되는 바와 같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보호의무 내지 안전배려의무가 있다. 작금의 노동환경에 비추어 볼 때, 생명, 신체, 건강에는 유형적, 물리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배려 뿐만 아니라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의 보호, 안전배려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옳다. 이러한 취지에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구체적 행위태양을 유형화하여 그 무형적, 정신적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도록 사용자에게 의무를 지운 것이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 불리한 처우로 적시된 ‘L구내식당으로의 전보’만을 떼어놓고 본다면, 피해근로자에게 그리 과하지 않은 정도의 불리한 처우로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피해근로자가 본사를 찾아가 관리이사에게 피해를 호소한 이래 부당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일련의 단계에서 피고인 회사가 취한 개개의 조치를 살펴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이는 이른바 피고인의 경영마인드라는 것이 현행 규범에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근로자를 대상화하고 인식하는 것에 기인한다. 비록 최근 가해자 I가 해고되어 직장 내 괴롭힘의 원인이 제거된 것처럼 보이지만, 피고인의 법정태도와 진술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근로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I를 용인하고, 또 다른 다수의 H을 방치할 것이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당초 피고인에게 구약식 청구된 벌금 200만 원을 넘어 피고인을 징역형에 처한다. 다만,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의 신설 직후에 발생한 것으로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미처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으므로, 이를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하되, 재범 예방을 위해 특별준수사항을 담아 보호관찰을 부과하고, 피고인으로 하여금 피사용인의 위치에서 노동의 의미를 일깨우기 위하여 사회봉사를 부과한다.

 

판사 임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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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등 심의대상자에 대한 출석통지서가 도달해야 하는 기간의 산정 기준 [법제처 21-0074]  (0) 202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