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공급사업허가는 그 요건이 노동조합의 업무범위와 해당 지역별, 직종별 인력수급상황 및 고용관계 안정유지 등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어 그 허가 여부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이 널리 인정되나, 제주항의 물동량이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제주항의 항만근로자 수요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점, 직업안정법이 기존에 허가를 받은 근로자공급사업자로 하여금 당해 허가지역에서 근로자공급에 관한 배타적, 독점적 권리를 형성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 점, 오히려 신규 근로자공급사업 신청을 허가할 경우 공정한 경쟁 내지 시장원리에 따라 항만근로자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어서 노무공급질서의 개선, 항만하역업계의 질적 향상 등을 도모할 수 있는 점, 원고에게 신규허가가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기존 항만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이 크게 악화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독점적, 배타적인 근로자공급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신규 근로자공급사업 허가 시 인력 과잉 공급으로 고용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고, 정상적인 항만물류 공급 운영 차질이 우려되므로 허가를 거부한 피고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
【제주지방법원 2021.8.31. 선고 2020구합5465 판결】
•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0구합5465 국내근로자공급사업 신규허가 거부처분 취소
• 원 고 / A
• 피 고 / 제주특별자치도지사
• 피고보조참가인 / B
• 판결선고 / 2021.08.31.
<주 문>
1. 피고가 2019.5.22. 원고에게 한 국내 근로자공급사업 신규허가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는 2019.2.19. 설립되어 2019.3.5. 피고에게 설립신고를 마친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제주특별자치도 내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권자이며(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395조제3항, 직업안정법 제33조제1항),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소속의 산업별 단위노동조합이다.
○ 항만하역사업이란 화주 또는 선박운항업자의 위탁을 받아 항만에서 선박에 의하여 운송된 화물을 선박으로부터 인수받아 화주에게 인도하거나 선박에 의하여 운송될 화물을 화주로부터 인수받아 선박에 인도하는 행위, 그리고 이러한 행위에 선행 또는 후속되는 각종 행위(항만운송사업법 제2조제1항제4호 내지 제13호에 규정되어 있음)를 하나로 연결하는 하는 행위 등을 하는 사업(항만운송사업법 제3조제1항)을 말하는데, 화물을 싣고 내릴 때의 날씨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으며 화주, 무역회사, 선박회사의 위탁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파생작업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작업예정량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항만하역사업자는 일반 제조업체 등과 달리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을 고정인원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필요인력은 항만하역업무에 종사하는 일용근로자(이하 ‘항만근로자’라 한다)를 근로자공급사업자로부터 수시로 공급받아 활용함으로써 작업량의 증감에 대응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 근로자공급사업은 허가를 받은 자에 한하여 할 수 있고, 그 중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는 노동조합에 한하여 받을 수 있는데(직업안정법 제33조제1항, 제3항), 전국 대부분의 항만은 항만별로 1개의 노동조합에만 이를 허가하여 해당 노동조합이 독점적으로 항만근로자를 공급하는 형태로 장기간 운영되어 왔고, 제주항을 포함한 제주특별자치도 소재 각 항만의 경우 참가인이 1984.5.1. 피고로부터 근로자공급사업허가를 받은 후 유일한 근로자공급사업자로서 계속하여 연장허가를 받으면서 독점적으로 항만근로자를 공급하고 있다.
○ 원고는 2019.4.24. 피고에게 제주시 제주항 일원을 업무구역으로 하여 17개 사업체에 월간 60명, 연간 720명의 항만근로자를 공급하는 근로자공급사업에 대한 신규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는데, 피고는 2019.5.22. ‘하역물량 및 임금의 감소 추세로 고용불안 등 고용안정성 저해’라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불허하는 주문 제1항 기재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서에 기재된 피고의 검토의견은 아래 표와 같다.
◎ 직업안정법 제33조제4항에는 업무범위, 해당 지역별·직종별 인력수급상황 및 고용관계안정유지 등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규정되어 있음. ◎ 제주지역의 총물동량은 증가추세이나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건설자재 등 실제 노무공급이 필요한 품목은 줄어들고 있으며, 하역작업의 기계화와 자동화물의 증가로 항만내 실제 하역실적은 감소 추세임. ◎ 신규 국내 근로자공급사업 허가 시 인력 과잉 공급으로 고용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며, 노동조합간 마찰과 과당경쟁으로 정상적인 항만물류 공급 운영 차질 우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불허 처분함. |
○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19.7.4. 행정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2019.12.20. 이를 기각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 병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3. 판단
직업안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공급사업허가는 그 요건이 노동조합의 업무범위와 해당 지역별·직종별 인력수급상황 및 고용관계 안정유지 등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에 행정청에게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그 허가 여부는 결국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한다.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호증, 을 제1, 5 내지 7호증, 병 제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보호하려는 공익보다 원고의 사익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고, 참가인과 원고를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반되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 피고는,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할 경우 항만근로자 과잉공급으로 고용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고 노동조합 사이의 갈등과 과당경쟁으로 제주항의 항만하역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직업안정법은 모든 근로자가 각자의 능력을 계발·발휘할 수 있는 직업에 취업할 기회를 제공하고 정부와 민간부문이 협력하여 각 산업에서 필요한 노동력이 원활하게 수급되도록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직업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바(제1조), 직업안정법 제33조제1항에서 허가 없이 근로자공급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정한 취지는 제3자가 근로자의 취업에 개입하여 영리를 취하거나 임금 등을 착취하는 등 근로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고(대법원 1994.10.21. 선고 94도1779 판결 등), 달리 허가를 받은 근로자공급사업자로 하여금 당해 허가지역에서 근로자공급에 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형성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점, ②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할 경우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공정한 경쟁 내지 시장원리에 따라 항만근로자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므로 무분별한 인력확충을 미리 우려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이를 통하여 노무공급질서의 개선, 항만하역업계의 질적 향상 등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독점적·배타적 항만근로자공급에 의한 폐해를 방지할 여지가 큰 점, ③ 고용불안, 갈등 내지 과당경쟁 등의 문제는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한 후 적절한 행정지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고, 3년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인력수급상황 및 고용관계 안정유지를 고려하여 연장을 불허가할 수도 있는 점(직업안정법 제33조제2항), ④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단체교섭 창구는 원칙적으로 단일화되므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2 제1항) 이 사건 신청이 허가되더라도 단체교섭 또는 구체적인 근로자공급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우려는 크지 않은 점(나아가 설령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갈등과 충돌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주된 원인은 참가인이 장기간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상실하는 것에 대한 저항일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직업안정법의 취지가 허가받은 근로자공급사업자에게 배타적·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데 있지 아니한 이상, 다소간의 갈등과 충돌은 감수하여야 할 것이지 회피할 것이 아니다), ⑤ 참가인의 조합원(제주항 근무)은 아래 표 기재와 같이 2015년과 2017년에 상당히 증가하였고, 이는 신규충원에 의한 것인데, 피고가 이를 적절한 규모로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는바, 참가인의 인력 충원은 별다른 제한 없이 허용하면서 원고의 신규 진입을 금지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반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고용불안정 내지 노동조합 사이의 갈등에 대한 막연한 우려 등은 신규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표 생략>◎ 피고 스스로 작성·공표한 통계자료(을 제1호증, 병 제14호증)에 의하더라도 제주항의 물동량은 아래 표와 같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고(2020년의 감소는 COVID-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인다), 제주항 동쪽 화북 지역에는 2025년까지 2선석 규모 화물부두를 신설하는 등의 제주외항 2단계 건설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제주항의 항만근로자 수요가 계속하여 증가한다고 봄이 합리적인데, 위와 같은 항만근로자 수요 증가는 근로자공급사업 허가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제주항만물류협회장이 작성한 각 문서(을 제4호증, 병 제15호증)를 근거로 제주항의 ‘하역실적’은 해마다 감소 내지 정체 추세이고 그 중 하역작업이 필요없는 자동화물(자동차에 적재한 상태 그대로 선박에 반출입하는 화물을 말한다.)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항만근로자 수요는 감소 추세라고 다투나, 공식적 통계인 물동량과 별개로 사인이 작성한 하역실적 통계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고(피고가 주장하는 하역실적은 그 개념 및 산정방법조차 분명하지 아니하고, 그 수치는 위 물동량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 하역실적에 따르더라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자동화물 비율이 더 이상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표 생략>
◎ 참가인은 제주특별자치도 내 항만 전체를 사업구역으로 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총 조합원이 500명 이상이고 그 중 제주항에서 근무하는 인원만 300명 이상인 대규모 노동조합인 반면, 원고가 이 사건 신청으로 허가를 구한 사업구역은 제주항 1곳이고 공급하고자 하는 항만 근로자 또한 월 60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항만하역업무는 공간이 협소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사고로 인한 손실도 큰 편이어서 신규 근로자 공급사업자인 원고가 항만하역사업자의 선택을 받아 당초 계획한 업무량을 확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참가인 소속 항만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고용안정이 크게 악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데(특히 을 제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를 기초로 계산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참가인 소속 항만근로자의 평균 급여가 연 7,000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임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2)), 그럼에도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을 하면서 이에 대하여 객관적 자료에 기초하여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 항만인력공급체제의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3) 제4조제1항에 따르면 장차 항만하역사업자가 항만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인력공급체제가 개편될 예정이지만, 이는 관련 당사자 및 정부 사이의 합의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위와 같은 합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인정할 증거는 없다. 또한 위 특별법은 지역별로 1개의 노동조합이 독점적·배타적으로 항만근로자를 공급함으로 인하여 조합원의 채용, 승진 등에 있어서 각종 비리가 발생한 사정을 고려하여 제정된 것인바, 이 사건 신청을 거부하여 독점적·배타적인 근로자공급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위 특별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하기도 어렵다.
4. 결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룡(재판장) 조정익 김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