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 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나,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한편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 문서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단체협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그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 없다(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102452 판결, 대법원 2018.11.29. 선고 201841532 판결 등 참조).

 



서울행정법원 2020.7.10. 선고 2019구합72694 판결

 

서울행정법원 제3부 판결

사 건 / 2019구합72694 단체협약해석재심판정취소

원 고 / A 주식회사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피고보조참가인 / B 노동조합

변론종결 / 2020.04.17.

판결선고 / 2020.07.10.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6.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 원고는 상시 2,10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식품제조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원고에 고용된 근로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기업단위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수는 약 895명이다.

. 원고와 참가인은 2014.7.11. 2014년도 단체협약 제20조의 규정을 아래와 같이 개정하였다. [표 생략]

. 원고와 참가인은 2016.7.29. 2016년도 단체협약 제20조의 규정을 아래와 같이 개정하였다. [표 생략]

. 원고와 참가인은 2014년도 단체협약 제20조 및 2016년도 단체협약 제20조에서 정한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에 관하여 해석상 이견이 발생하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4조에 따라 2019.2.28.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협약의 해석에 대한 견해 제시를 요청하였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9.3.29. ‘2014년도 및 2016년도 단체협약 제20조의 임금피크제(피크율 80%) 적용 나이는 만 55세로 봄이 타당하다.’라는 견해를 제시하였다(D,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 이에 참가인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6.3. 이 사건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2014년도 및 2016년도 단체협약 제20조의 임금피크제는 만 56세부터 피크율 80%가 적용된다.’라는 견해를 제시하였다(C, 이하 이 사건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요지

2014년도 단체협약 제20조 및 2016년도 단체협약 제20(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이라 한다)에 기재된 만 나이는 정년으로 정한 나이의 해석과 마찬가지로 해당 나이에 도달한 때까지를 의미하고, 만 나이와 구별하여 ‘56라고만 기재한 것은 56가 아니라 한국나이 56를 의미한다. 원고와 참가인은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에 합의할 당시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의 기간도 이에 맞추어 5년으로 연장하는 것에 관하여 논의하였을 뿐 임금피크제의 적용 시작 시점인 만 55(정확하게는 1~ 6월생의 경우 만 55세가 된 연도의 71, 7~ 12월생의 경우 만 55세가 된 다음 연도의 11)를 기존에 시행되던 제도와 달리 정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만 55(해당 나이가 된 연도의 71일 또는 다음 연도의 11, 이하 이 문단에서 같다)부터 만 56세 전일까지 80%, 56세부터 만 57세 전일까지 75%, 57세부터 만 58세 전일까지 70%, 58세부터 만 59세 전일까지 65%, 59세부터 만 60세 전일(정년일, 1~ 6월생의 경우 만 60세가 된 연도의 630, 7~ 12월생의 경우 만 60세가 된 연도의 1231)까지 60%(2014년도 단체협약) 또는 65%(2016년도 단체협약)의 피크율을 적용하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2) 피고 및 참가인의 주장 요지

단체협약은 법규적 성질을 가지는 규범이므로, 문언상 명확한 규정을 이와 달리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할 수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5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고 하면서 만 55세에 적용되는 피크율을 100%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만 55세의 마지막 날까지는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민법에 따른 나이 계산방법인 56가 시작되는 날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만 56(해당 나이가 된 날인 생일, 이하 이 문단에서 같다)부터 만 57세 전일까지 80%, 57세부터 만 58세 전일까지 75%, 58세부터 만 59세 전일까지 70%, 59세부터 만 60세 전일까지 65%, 60세부터 정년일(1 ~ 6월생의 경우 만 60세가 된 연도의 630, 7~ 12월생의 경우 만 60세가 된 연도의 1231)까지 60%(2014년도 단체협약) 또는 65%(2016년도 단체 협약)의 피크율을 적용하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 인정사실

1) 원고와 참가인의 단체협약 중 정년 규정 개정 경과

) 원고와 참가인은 2010.7.1. 2010년도 단체협약 제20조의 규정을 아래와 같이 개정하여 기존 만 55세이던 정년을 만 56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표 생략]

) 원고와 참가인은 2012.5.2012년도 단체협약 제20조의 규정을 아래와 같이 개정하여,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기간의 임금 수준을 정년 직전 1년간 통상임금의 70%에서 80%로 상향하였다.[표 생략]

) 원고와 참가인은 2014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정년을 만 60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연장하여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

) 원고와 참가인은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하자, 2017.4.2017년도 단체협약 제20조의 규정을 아래와 같이 개정하였다.[표 생략]

2)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해석을 둘러싼 제반 사정

) 참가인은 2016.2.19. 정기 대의원대회를 개최하였다. 대의원대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은 단체협약에 따른 임금피크제 시작 시점에 관하여, 임금피크제가 만 55세부터 시작되는 것인지, 55세부터 피크율 80%가 적용된 조합원이 있는데 맞는 것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 참가인(위원장 리은 2016.2.25. 아래와 같이 공고문을 게시하여 대의원대 회에서 제기된 임금피크제 나이 적용 문제에 관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을 해석하였다.[표 생략]

) 재임 중 단체협약 체결에 관여하였던 참가인의 전 위원장 F(2003~ 2014), E(2015~ 2017) 및 지부장 G(2003~ 2013), H(2006~ 현재), 1(2015~ 현재)2018.3.8. ‘정년제도 경과사항|이라는 문서를 통해 아래와 같은 내용을 확인하였다.[표 생략]

[인정근거] 갑 제3, 4, 7, 32, 33호증, 을나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1) 관련 법리

처분문서는 그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 되어 있는 문언의 내용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객관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나,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한편 단체협약과 같은 처분 문서를 해석함에 있어서는, 단체협약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복지를 증진하여 그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킬 목적으로 근로자의 자주적 단체인 노동조합과 사용자 사이에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 해석할 수 없다(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102452 판결, 대법원 2018.11.29. 선고 20184153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8 내지 31, 34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F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원고의 주장과 같이 만 55세가 된 연도의 71일 또는 다음 연도의 11일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시작하여, 60세가 된 연도의 630일 또는 1231일인 정년일까지 만 5년 간 1년 단위로 피크율을 정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조합원의 정년을 만 60세로 정하고 있다. 정년이 만 60세라 함은 원칙적으로 60세에 도달하는 날을 의미하며(대법원 1973.6.12. 선고 712669 판결, 대법원 1993.6.8. 선고 9237956 판결 등 참조), 참가인 조합원의 경우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 제1, 에서 정한 바에 따라 만 60세에 도달한 날이 1~6월에 있는 경우에는 630, 7~12월에 있는 경우에는 1231일이 정년일이 된다는 점에 관하여는 당사자들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에 기재된 여러 나이 중 적어도 가장 먼저 기재된 60는 만 60세의 종기(終期)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始期)를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고 해석되고, 이를 일관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 중 표에 기재된 60를 비롯한 각 만 나이 역시 세의 마지막 날까지보다는 세에 도달하는 날까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오히려 위와 같은 정년일 규정에 비추어 보면 60세의 마지막 날까지근무하는 조합원을 상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 중 표에 기재된 만 55~59세의 나이 역시 55~59세의 마지막 날까지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면 같은 표에 규정된 각 나이의 의미가 일관적으로 해석되지 않는 결과가 된다.

(2)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56세부터 임금피크를 적용한다’, ‘직전 년(55) 1년 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문언을 두고 있다. 이 부분은 다른 나이의 기재와 달리 표시가 없으나, 법률전문가가 아닌 원고와 참가인이 이 부분에 한하여 만 나이를 배제하는 의미에서 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였는지, 아니면 표시가 없음에도 민법상 나이 계산의 원칙이나 법률의 일반적인 기재 방식에 근거하여 만 나이를 의도하고 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였는지에 관하여 그 문언의 내용만으로는 어느 하나의 해석이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는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문언의 내용, 그와 같은 단체협약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단체협약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함이 바람직하다. 참가인은 원고가 주장하는 해석 방법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조합원의 임금을 감소시키는 불리한 해석이므로 채택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이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문언이 일의적으로 해석된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해석을 채택한다는 이유만으로 명문의 단체협약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하여 해석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3) 원고와 참가인은 2010년도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기존에 만 55세이던 정년을 만 56세로 연장하는 대신 피크율 70%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였다. 해당 내용은 2012년도 단체협약에서도 피크율만 80%로 조정되었을 뿐 그대로 유지되었다. , 원고의 임금피크제는 당초 연장된 정년 기간에 상응하는 임금 지급 방식으로 도입된 것이므로, 정년이 만 55세에 도달한 연도의 630일 또는 1231일에서 만 56세에 도달한 연도의 630일 또는 1231일까지로 1년 연장된 이상 그 1년 동안의 기간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합리적이다. 참가인의 조합원들도 이러한 해석에 따라 만 55세가 되는 연도의 71일을 기점으로 1년 간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는 전제에서 임금피크제를 신청하여 적용받은 바 있다(갑 제8 내지 10호증).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개정은 위와 같은 기존 2010년도 및 2012년도 단체협약 제20조 규정의 연장선상에서, 정년을 만 60세까지 4년 더 연장하고 이에 맞추어 임금피크제의 적용기간 역시 5년으로 연장하기 위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개정 당시 종전에 원고에서 시행되고 있던 임금피크제 적용 시작 시점인 55세에 도달한 연도의 71일 또는 다음 연도의 11을 변경할 필요성이 있었다거나, 그와 같은 임금피크제 적용 시작 시점이 변경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는 등의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

(4) 참가인은 2016.2.25. 공고문을 게시하여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이 만 55세가 되는 연도의 71일 또는 다음 연도의 11일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시작한다는 의미임을 확인하였다. 또한 원고와 참가인은 2017년도 단체협약에서 임금피크제 적용 시작 시점과 임금피크제 적용 연차별 피크율 등을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3항에서 2014년도 단체협약이 적용되던 2014.7.1. 임금피크제 계약자부터 소급하여 적용하도록 정하였다. 이는 기존에 적용되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다른 내용을 새롭게 정한 것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종결하기 위해 그 의미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었다고 보인다. 참가인의 조합원들도 2017년 단체협약 체결 전후로 계속하여 만 55세가 되는 연도의 71일 또는 다음 연도의 11일을 기점으로 임금피크제가 적용되어 근로조건이 변경된다는 전제에서 임금피크제를 신청하여 적용받아 왔다(갑 제11 내지 31호증).

(5) 피고와 참가인은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에 기재된 표 중 60에 해당하는 피크율 60% 또는 65%는 만 60세 생일부터 정년일인 630일 또는 1231일까지의 기간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참가인의 조합원들은 생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마지막 구간의 피크율을 적용받는 기간이 달라져 결국 지급받는 임금 수준에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게 되어 부당하다. 또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 제2항에서 임금피크 해당자는 매년 퇴직금을 정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1년 단위로 5개년 간 피크율 구간이 적용될 것을 예정하였다고 보이므로, 이 점에서도 피고와 참가인의 위와 같은 해 석은 타당하지 아니하다.

.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을 이와 달리 해석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박남진 지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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