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2.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44조제1항, 제2항이 정비사업 구역 내의 임차권자 등에게 계약 해지권은 물론, 나아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청구권까지 인정하는 취지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는 임차권자 등의 정당한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한편, 계약상 임대차기간 등 권리존속기간의 예외로서 이러한 권리를 조기에 소멸시켜 원활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이때 위 조항에서 말하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거나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상황 내지 이를 이용하는 형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등 임차권자가 이를 이유로 계약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2] 구 도시정비법 제49조제6항 본문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을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구 도시정비법 제54조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고, 사업시행자가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게 되면 위 조항을 근거로 정비구역 내에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임차권자 등을 상대로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 그 결과 임차권자는 임대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임대차목적물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다면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이유로 구 도시정비법 제44조제1항, 제2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이라도 정비사업 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자에 의한 이주절차가 개시되어 실제로 이주가 이루어지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임차인에게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위 조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정비사업의 진행 단계와 정도, 임대차계약의 목적과 내용, 정비사업으로 임차권이 제한을 받는 정도, 사업시행자나 임대인 등 이해관계인이 보인 태도, 기타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 구역 내의 주택임차인인 원고들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에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인 피고를 상대로 구 도시정비법 제44조제2항에 따라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구한 사안에서, 비록 해지 시점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이기는 하지만 이미 피고의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어 가까운 시일 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피고 역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후 정비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주안내문을 발송하여 정해진 이주기간 내에 이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으며, 피고가 정한 이주기간도 원고들이 해지권을 행사한 후 불과 며칠 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던 사정 등에 비추어 원고들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에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원고들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피고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상고기각한 사례.
【대법원 2020.8.20. 선고 2017다260636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17다260636 [임대차보증금]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1 외 1인
• 피고, 상고인 / ○○제2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 원심판결 / 서울서부지방법원 2017.8.17. 선고 2016나38485 판결
• 판결선고 / 2020.8.20.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가.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7.2.8. 법률 제14567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44조는 제1항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지상권·전세권 또는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권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자가 가지는 전세금·보증금 그 밖의 계약상의 금전의 반환청구권은 사업시행자에게 이를 행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조항’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 사건 조항이 정비사업 구역 내의 임차권자 등에게 계약 해지권은 물론, 나아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청구권까지 인정하는 취지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그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는 임차권자 등의 정당한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한편, 계약상 임대차기간 등 권리존속기간의 예외로서 이러한 권리를 조기에 소멸시켜 원활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대법원 2014.7.24.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 등 참조). 한편, 임대차계약은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 수익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임차인이 이에 대하여 차임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것을 계약의 기본내용으로 하므로(민법 제618조), 이 사건 조항에서 말하는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거나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하는 상황 내지 이를 이용하는 형태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등 임차권자가 이를 이유로 계약 해지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나. 구 도시정비법 제49조제6항 본문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을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구 도시정비법 제54조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고, 사업시행자가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대법원 1992.12.22. 선고 91다22094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5.27. 선고 2009다53635 판결 등 참조). 이에 따라 사업시행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게 되면 위 조항을 근거로 정비구역 내에 있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임차권자 등을 상대로 그들이 점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인도를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4.7.24. 선고 2012다62561, 62578 판결 등 참조). 그 결과 임차권자는 임대차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자신이 점유하고 있는 임대차목적물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이로 인해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임대차목적물을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다면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이라도 정비사업 계획에 따라 사업시행자에 의한 이주절차가 개시되어 실제로 이주가 이루어지는 등으로 사회통념상 임차인에게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은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임차인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에 해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정비사업의 진행 단계와 정도, 임대차계약의 목적과 내용, 정비사업으로 임차권이 제한을 받는 정도, 사업시행자나 임대인 등 이해관계인이 보인 태도, 기타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들은 피고가 사업을 진행하는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에 있는 서울 마포구(이하 생략)에 관하여 2013.2.25. 소외인과 보증금 8,500만 원, 기간 2013.2.25.부터 2015.2.24.까지로 정하여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무렵 소외인에게 보증금을 모두 지급한 후 2013.3.4. 전입신고를 하였다.
나. 마포구청장은 2014.12.8. 피고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였다.
다. 피고는 2014.12.27.경 세입자를 포함한 조합원들에게 ‘이주비 신청 접수기간은 2015.1.6.부터 2015.1.20.까지, 이주기간은 2015.1.21.부터 2015.6.21.까지, 조합원의 경우 이주를 빨리할수록 이주촉진비를 지급하는데, 세입자를 포함하여 공가확인 후 지급한다’는 내용의 이주안내문을 발송하였다.
라. 원고들은 2015.1.15. 소외인에게 위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통고하면서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였다.
마. 마포구청장은 2015.3.12. 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고시하였다.
바. 원고들은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자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차1161호로 지급명령을 신청하여 2015.3.20.자 지급명령이 2015.5.9. 확정되었고, 이를 집행권원으로 하여 소외인이 피고에 대해 가지는 수용보상금 채권에 관하여 2015.8.17.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타채9882호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3.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원고들은 2015.1.15. 소외인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는데, 비록 원고들의 해지 시점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이기는 하지만 이때는 이미 마포구청장이 피고의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여 가까운 시일 내에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던 시기였다.
나. 사업시행자인 피고 역시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후 정비구역 내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이주안내문을 발송하여 정해진 이주기간 내에 이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다. 피고가 정한 이주기간도 원고들이 해지권을 행사한 후 불과 며칠 후인 2015.1.21.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다.
라.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이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 이전에 임대차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고들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시행자인 피고를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4.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원고들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피고를 상대로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조항에서 정한 임차인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