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설정자의 행위가 가지는 법적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설정자 사이에 형성된 법률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단순한 사실인정 문제가 아니라 의사표시 해석의 영역에 속한다. 그 행위가 가지는 법적 의미는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설정자의 관계, 근저당권설정의 동기와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 원고는 숙부인 甲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해주었고, 피고는 甲의 채권자로서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초하여 甲의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와 추심명령을 받음. 원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이 존재하지 않고 이 사건 근저당권은 단지 원고의 조부인 乙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부존재 확인을 청구함. 의사표시 해석에 따라 근저당권설정자인 원고가 乙에 대한 약정금 채무를 부담할 뿐이고 근저당권자인 甲이 乙의 원고에 대한 약정금 채권을 양수하는 등으로 근저당권자에게 위 채권이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 사례.
【대법원 2020.8.20. 선고 2020다227356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0다227356 [채무부존재확인]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신용보증기금
• 원심판결 / 창원지방법원 2020.4.23. 선고 2019나54037 판결
• 판결선고 / 2020.8.20.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설정자의 행위가 가지는 법적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설정자 사이에 형성된 법률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단순한 사실인정 문제가 아니라 의사표시 해석의 영역에 속한다. 그 행위가 가지는 법적 의미는 근저당권자와 근저당권설정자의 관계, 근저당권설정의 동기와 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14.11.27. 선고 2014다32007 판결 참조).
2.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근저당권설정자인 원고가 근저당권자인 소외 1에게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로서 9,000만 원의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1) 소외 1, 소외 2, 소외 3(이하 ‘소외 1 등’이라 한다)과 소외 4는 소외 5와 소외 6의 자녀이고, 원고는 소외 4와 소외 7의 아들이다. 소외 5는 아들인 소외 4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증여하였고, 소외 4가 사망하자 원고와 소외 7은 이 사건 부동산을 상속하였다. 원고와 소외 7은 소외 8 등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매도하려고 했지만, 소외 1등이 ‘소외 4가 부모인 소외 5와 소외 6을 모시는 조건으로 이 사건 부동산을 증여받은 것인데, 이를 처분하면 소외 5와 소외 6이 거주할 곳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자, 원고와 소외 7은 소외 8 등과 매매계약을 합의해지하였다. 원고는 2015.12.13.자 합의서와 2015.12.28.자 합의서(이하 ‘이 사건 각 합의서’라 한다)를 작성하면서 소외 5에게 2억 6,9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고, 소외 1 등은 2016.1.7.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2억 7,000만 원인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다.
피고는 소외 1에 대한 확정된 지급명령에 기초하여 소외 1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근저당권부 채권에 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다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임의경매를 신청하였다.
(2) 이 사건 각 합의서의 문언상 원고는 소외 5에 대한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이 사건 각 합의서상 원고가 소외 1 등에게 금전지급의무를 부담한다는 문언은 전혀 없다. 이 사건 각 합의서의 작성에 소외 1 등이 관여하고 2015.12.28.자 합의서 하단에 ‘소외 1 등 귀하’라고 기재되어 있더라도, 이는 소외 1 등이 이 사건 각 합의서를 소외 5에게 전달하는 사자 또는 소외 5를 수익자로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에서 요약자로서 관여한 것으로 소외 1 등이 자신을 채권자로 하여 원고에게 직접 의무이행을 구할 권원은 없다.
소외 5의 원고에 대한 약정금 채권을 소외 1 등이 양수하였다고 보기 위해서는 소외 5와 소외 1 등 사이에 채권양도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합의를 하였다고 볼만한 증거는 없다. 이 사건 각 합의서는 원고가 소외 5와 소외 6에 대한 부양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로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소외 5가 생전에 소외 1 등에게 약정금 채권을 양도한다는 것은 이 사건 각 합의서를 작성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 사건 근저당권은 원고가 소외 5에게 지급하기로 한 약정금 지급의무를 담보하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장래 소외 5가 사망할 경우 소외 1 등이 취득할 상속채권까지 담보하기 위해 설정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소외 5의 원고에 대한 약정금 채권을 소외 1이 양수하였거나 그 밖의 사정으로 위 약정금 채권이 이 사건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으로서 소외 1에게 귀속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3.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근저당권설정자인 원고가 소외 5에 대한 약정금 채무를 부담할 뿐이고 근저당권자인 소외 1이 소외 5의 원고에 대한 약정금 채권을 양수하는 등으로 근저당권자에게 위 채권이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 이러한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의사표시 해석, 통정허위표시에서 선의의 제3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피고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김재형(주심) 민유숙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