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한국방송공사 이사들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로 부당사용하였다는 이유로 감사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이사들에 대한 해임건의 또는 이사 연임추천 배제 등 인사조치 방안 마련을 요구하자, 방송통신위원회가 한국방송공사 이사 甲에 대하여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에 사용하고, 甲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조롱하거나 제보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듯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으로 한국방송공사의 명예실추와 국민의 신뢰저하를 초래하였다’는 해임사유로 해임을 건의하는 의결을 함에 따라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甲에게 해임처분을 한 사안이다.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甲이 업무추진비를 부당집행하였음이 인정되지만, 처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 점,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려는 방송법의 목적 및 이를 위하여 적격을 갖춘 사람을 이사로 임명하며, 임명된 이사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므로 이사로서 적격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임기만료 전 해임하는 것은 이사로서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되는 점, 방송법상 이사에 대하여 결격사유 외에 별도의 징계절차나 해임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것 또한 고도의 신분보장 취지로 볼 수 있고, 감사원의 해임요구 권한도 비위가 뚜렷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되는 점, 甲의 부당집행 액수가 해임되지 않은 다른 이사들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고 한국방송공사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사유로 하여 징계조치된 사례가 존재하지 않으며 甲이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액을 모두 반환한 점 등에 비추어, 甲이 업무추진비 일부를 부당집행하고 부적절한 언행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임기만료 전 해임될 정도로 이사의 적격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한 사례이다.
【서울행정법원 2020.6.11. 선고 2018구합50192 판결】
• 서울행정법원 2020.06.11. 선고 2018구합50192 판결 [해임처분취소] 항소
• 원 고 / 원고
• 피 고 / 대통령
• 변론종결 / 2020.05.14.
<주 문>
1. 피고가 2017.12.29. 원고에게 한 해임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대학교 교수로, 2015.9.1. 한국방송공사 이사로 임명되었다.
나. △△△△노동조합 □□□본부 소속 조합원 1명이 2017.9.19. ○○대학교 정문 앞에서 ‘적폐이사회에서 물러나 주세요’라고 기재된 팻말을 들고 원고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였다. 원고가 조합원 옆에서 조합원과 대화를 나누거나 미소를 짓고 손가락으로 ‘V’표시를 하였으며, 조합원은 손가락 표시를 하는 원고 옆에서 웃기도 하였다.
다. 소외 1, 소외 2, 소외 3은 원고가 이사 업무추진비를 부당집행하였다고 한국방송공사측에 제보하였다.
1) 원고는 2017.9.28.부터 2017.10.5.까지 소외 1 또는 소외 2에게 제보 경위를 확인하면서 소외 1과 소외 2가 원고를 음해하였다는 취지로 항의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2) 원고는 2017.10.16. 소외 3과 통화하면서 소외 3이 소외 1에게 허위 제보를 시켜 원고를 음해하였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라. 감사원의 원고에 대한 인사조치 요구
1) 감사원은 2017.10.17.부터 2017.11.9.까지 한국방송공사 이사 11명의 업무추진비 사용에 관한 외부감사를 실시하였다.
2) 감사원은 [별지1] 제1항 표의 기재와 같이 한국방송공사의 이사 9명이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로 부당사용하고, 이사 11명이 사적사용으로 의심되는 내역에 관하여 직무관련성을 소명하지 못하였다고 지적하였다. 그중 원고의 ‘사적용도 등 집행금지 위반’ 부분으로 지적된 금액은 합계 3,273,300원(이하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이라 한다)이고, 원고와 관련하여 지적된 전체 부당집행의 구체적인 명세는 [별지1] 제2항 표의 기재와 같다.
3) 원고는 이사 업무와 관련하여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감사원은 배척하였다(원고의 구체적 주장 내용과 감사원의 검토 결과는 [별지2] 기재와 같다).
4) 감사원은 2017.11.24.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라 한다)에 한국방송공사의 이사 10명(2017.10.17. 퇴직한 이사 1명이 제외됨)에 대하여 해임건의 또는 이사 연임추천 배제등 인사조치 방안을 마련하도록 요구하였다.
마. 방통위의 해임건의 의결
1) 방통위는 2017.12.11. 원고에게 아래 기재와 같은 내용을 이사 해임건의 처분의 원인되는 사실로 하여 의견 제출 요청 및 청문 실시 통지(청문예정일 2017.12.22.)를 하였다([별지1] 제2의 나항 기재 부분은 해임건의 사유에 불포함하였다).
①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과 같이 업무추진비 합계 3,273,300원을 사적용도에 사용하였다.
② 부적절한 처신으로 한국방송공사의 명예실추와 국민의 신뢰저하를 초래하였다.
㉮ 2017.9.19. 원고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대를 조롱하였다.
㉯ 2017.9.28.부터 2017.10.5.까지 원고의 업무추진비 사적사용을 제보한 소외 1, 소외 2에게 위해를 가할 듯이 부적절한 발언을 하였다.
㉰ 2017.10.16. 원고의 업무추진비 사적사용을 제보한 소외 3에게 전화하여 소외 3의 재산 및 가족에 관한 사생활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하였다.
㉱ 2017.11.19. 도그쇼에서 애견 동호회원을 폭행하였다.
2) 원고는 2017.12.18. 소명 대상 특정 및 소명자료 준비를 이유로 청문기일 연기를 신청하였고, 방통위는 의견 제출 기한 및 청문기일을 2017.12.27.로 변경하였다.
3) 원고는 2017.12.27. 방통위에 의견서를 제출하였고, 방통위는 같은 날 청문을 실시하였다. 원고는 변호인과 함께 출석하여 ‘감사원이 방통위에 해임건의를 요구하거나 방통위가 해임을 건의할 권한이 없고, 원고가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로 사용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을 조롱·협박하거나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의견을 진술하였다.
4) 방통위는 2017.12.27. 1)항 기재 사실을 해임사유(이하 ‘이 사건 처분사유’라 한다)로 하여 원고의 해임을 건의하는 의결(이하 ‘이 사건 의결’이라 한다)을 하였다.
바. 피고는 이 사건 의결을 받아들여 2017.12.29. 원고에게 해임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35호증, 을 제7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을 제1호증의 기재 및 영상, 갑 제22, 29, 30호증, 을 제10호증의 각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근거 및 관계 법령
가. 원고의 주장
피고가 한국방송공사 이사를 해임할 법적 근거가 없다.
나. 판단
1) 방송법 제46조제3항에서 피고가 이사를 임명한다고 규정하면서 이사의 해임에 관하여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감사원은 한국방송공사에 대한 외부감사를 실시하고(방송법 제63조제3항)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에게 이사의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데(감사원법 제32조제9항), 이는 임용권자인 피고에게 해임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방송법 제정으로 폐지된 구 한국방송공사법(2000.1.12. 법률 제6139호 방송법 부칙 제2조제3호로 폐지) 제15조제1항은 피고가 이사를 ‘임면’하도록 규정하였는데, 방송법 제정으로 피고의 해임권을 제한하기 위해 ‘임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면 해임 제한에 관한 규정을 따로 두어 이를 명확히 할 수 있었음에도 방송법에 이사의 해임을 제한하는 등 신분보장 규정을 두지는 않았다. 방송법에서 피고의 해임권을 배제하기 위하여 ‘임면’ 대신 ‘임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사의 임명권자인 피고에게 해임권한도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2.2.23. 선고 2011두5001 판결 참조).
2) 한국방송공사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 등을 위한 공적 책임을 부담하고(방송법 제44조), 피고는 한국방송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한 방통위의 추천을 통하여 공사 내부나 외부에서 전문성을 갖춘 적격자를 이사로서 임기를 정하여 비상임으로 임명하며(방송법 제46조),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직무를 행하여야 한다(민법 제61조). 감사원법 제32조제9항, 방송법 제44조, 제46조, 민법 제61조는 이사의 해임사유에 관한 근거가 되고, 원고가 이사로서 적격을 갖추지 못하는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되면 해임할 수 있다.
3) 다만 방송법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언론의 자유의 의미와 위와 같은 방송법의 목적을 고려할 때 이사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필요가 크다.
다. 소결
이 사건 처분에 적용되어야 할 근거 및 관계 법령은 [별지3]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절차적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방통위가 이사의 추천을 넘어 이 사건 의결과 같이 피고에게 해임을 건의할 법적 근거가 없고, 감사원은 이사의 임용권자나 임용제청권자에게 해임을 요구할 수 있지만(감사원법 제32조제9항) 이사의 추천만 할 수 있는 방통위에 이사 해임건의를 요구할 법적 근거도 없으므로, 감사원의 해임건의 요구와 이 사건 의결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아래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피고가 집행기관인 사장 및 감사를 이사회의 ‘제청’에 따라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방송법 제50조)과 달리 이사는 ‘제청’이 아닌 방통위의 ‘추천’을 거쳐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추천’이란 적합한 대상을 책임지고 소개한다는 의미이고, 방통위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피고에게 이사를 추천하며,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설치된 피고 소속의 위원회이다. 피고가 방통위의 건의 내용에 기속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을 더하여 보면, 방통위의 이사 추천 권한에는 적합하지 않은 이사의 해임을 건의할 권한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감사원은 방통위에 해임건의 요구가 아닌 인사조치 방안 마련을 요구하였다. 그런데 한국방송공사 이사에 대하여는 징계절차 등을 정한 규정이 없고, 피고가 원고를 해임할 수 있음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감사원의 요구를 해임건의 요구로 보더라도, 방통위가 청문절차 등을 거쳐 이 사건 의결을 함으로써 감사원이 직접 임명권자인 피고에게 원고의 해임을 요구한 경우보다 원고의 절차적 권리가 더욱 보장되었다. 방통위의 해임건의가 감사원의 해임요구 권한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2) 원고는, 청문절차 전 이 사건 처분사유 중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의 구체적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원고가 이를 소명할 수 없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적법절차 원리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한다.
앞서 본 사실 및 증거, 갑 제6 내지 8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에 따르면,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 중 다소 추상적이거나 함축적인 용어로 된 부분이 있더라도,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고서 및 방통위의 의견 제출 요청을 통하여 원고가 불복 여부를 결정하고 불복 대상을 확정하는데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의 주요 내용을 알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가) 청문제도의 취지는 처분 상대방에게 미리 변명과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부당한 권리침해를 예방하려는 데에 있다.
나) 원고의 연기 신청에 따라 의견 제출 기한 및 청문기일이 변경되었다. 원고가 그 후 의견 제출 기한을 2018.1.12.까지 연기해 줄 것을 다시 신청하였고, 방통위가 추가 연기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원고는 의견서를 제출하고 청문절차에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변명하는 등 방어의 기회를 가졌다.
다) 원고는 한국방송공사의 이사로서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사람이다. [별지1]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이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은 사용 유형에 따라 분류되었고, 이는 원고가 직접 사용한 내역들이다.
라) 원고는 감사원의 감사 과정에서 [별지2] 기재와 같이 구체적으로 다투었고, 이후 감사결과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하였다.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에 관한 원고의 주장 내용이 크게 변경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마) 이 사건 소송절차에서 제출된 증거들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의 구체적 내용이 특정되지 않음으로써 원고의 의견 진술이 곤란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3) 원고는, 이 사건 의결을 위한 청문절차에 청문 주재자로 참여한 소외 4가 한국방송공사를 대리한 사실이 있어 행정절차법 제29조제1항에 따른 제척사유가 있고, 공정한 직무집행을 기대하기 어려워 같은 조제2항에 따른 기피신청을 하였음에도 절차에 관여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행정절차법 제29조는 청문 주재자에 대한 제척 및 기피사유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나, 소외 4가 청문 주재자로서 참여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4조제1항이 행정절차법과 유사하게 방통위 위원이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관여하거나 관여하였던 경우를 제척사유로 정하고, 같은 조제2항은 위원에게 공정을 기대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가 기피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갑 제9, 10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소외 4가 이 사건 의결을 위한 청문절차에 위원으로 참여한 사실, 소외 4가 서울고등법원 2017누64905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의 피고 보조참가인이던 한국방송공사를 대리한 사실, 원고가 소외 4에 대하여 기피신청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국방송공사는 이 사건 의결의 당사자가 아니어서 한국방송공사를 대리한 사실만으로 소외 4에게 제척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사건의 내용과 관계없이 한국방송공사와 관련된 모든 사건에서 소외 4에게 공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소외 4가 한국방송공사를 대리하였던 사건과 이 사건이 내용상 관련이 있다거나 달리 소외 4에게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4) 원고는, 방통위가 감사원의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 사건 처분사유 2항 부분을 처분사유에 임의로 추가한 것이 절차적 하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방통위가 추천권자로서 피고에게 이사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음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독립적으로 심의하여 피고에게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5)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와 이유 제시가 이루어지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하나, 갑 제35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방송법 제46조제3항 및 이 사건 의결내용이 이 사건 처분의 근거와 이유로 제시된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처분사유의 존부
1) [별지1] 제2의 나항 기재 부분이 처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는 [별지1] 제2의 나항 기재 부분도 이 사건 처분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방통위가 원고에게 의견 제출 요청 및 청문 실시 통지를 하면서 해임건의 사유 중 업무추진비 부당집행과 관련하여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만 포함하고 제2의 나항 기재 부분은 불포함한다고 명시한 다음 그 내용에 기초하여 이 사건 의결을 하였고, 피고가 이 사건 의결을 받아들여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으므로, 이 부분은 처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별지1] 제2의 가, 나항 각 기재 부분이 원고의 사용 유형과 장소에 따라 구분되었고, 이 사건 의결 당시에도 명시적으로 구분되어 심의된 사정을 고려하면,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도 어려워 피고가 [별지1] 제2의 나항 기재 부분을 처분사유로 추가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2) 이 사건 처분사유 중 1항 부분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으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나)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 갑 제40호증, 을 제3, 4, 8, 9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에 따르면, 원고가 이 사건 부당집행부분에 관하여 업무관련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타당한데, 갑 제11 내지 19, 34, 36, 37, 44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비록 원고의 주장과 같이 공직자의 법인카드 부정사용에 대하여 적절한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례가 있더라도 불법의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별지1]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이 업무추진비를 부당집행하였다고 인정된다.
(1) 한국방송공사는 국가기간방송으로(방송법 제43조제1항) 엄격한 회계기준이 적용되고(방송법 제55조제2항), 이사는 한국방송공사의 기본운영계획과 예산 등을 심의·의결하는 이사회의 구성원이다(방송법 제46조, 제49조).
(2) 한국방송공사 이사회규정 제16조는 이사에게 예산의 범위 내에서 수당, 여비, 자료의 수집분석에 필요한 경비 및 업무추진비를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사에게 월 1,000,000원씩의 업무추진비를 지급하면서 법인카드를 이용하여 사용하도록 한다.
(3) 원고가 2015.9.1. 이사로 임명되었고, 한국방송공사는 2015.9.11.자 ‘이사진 지급품 관련 설명자료’를 통하여 이사들에게 매월 말일까지 ‘법인카드(업무추진비)’ 사용 영수증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하고, 법인카드의 사용 제한 장소를 안내하면서 도서구매는 업무 관련 경비 집행이라는 취지에 맞게 사용하도록 안내하였다. 음반을 도서와 달리 볼 근거가 없다.
(4) 원고는 2017.4.경 ◇◇◇◇연맹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바 있고, 장기간 애견 동호회에서 활동하면서 애견 수입을 위하여 수천만 원을 지출하기도 하였다. 애견 활동은 원고의 취미생활과 직접 관련을 갖고, 원고가 애견 활동과 관련하여 이사로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볼 자료는 없다.
(5) 원고가 식사비를 사용한 국외여행은 공무상 출장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사에게는 업무추진비 외에 월 2,520,000원의 자료수집비가 지급되는데, 자료수집비가 아니라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여 프로그램 관련 조사를 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
(6) 원고가 식사를 배달시킨 곳은 자택 인근 음식점이다. 원고가 업무와 관련하여 식사하거나 음료를 마셨다고 볼 증명이 부족하고, 사용한 식사·음료 구입비가 1회 평균 6,189원(= 합계 940,850원 ÷ 152회, 원 미만 버림)으로 소액이다.
3) 이 사건 처분사유 중 2의 가 부분
원고가 2017.9.19. 사퇴 촉구 시위를 하는 조합원과 대화를 나누거나 미소를 짓고, 조합원 옆에서 손가락으로 ‘V’ 표시를 하였지만, 그 조합원 또한 원고와 대화하고 같이 미소를 짓는 등 응대하였다. 달리 당사자인 조합원이 원고의 행동에 불쾌함 등을 표시하거나 항의를 하는 등의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위 인정 사실만으로는 원고가 다른 사람을 조롱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4) 이 사건 처분사유 중 2의 나, 다 부분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제보자들에게 항의하거나 제보자들과 말다툼을 한 사실은 있으나, 부적절한 발언을 하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나) 판단
갑 제4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2018.11.12. 원고의 협박, 모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관하여 혐의없음(증거불충분)처분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 각 사실 및 사정에 따르면, 원고가 한국방송공사 이사로서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된다.
(1) 이사는 한국방송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 보장을 위한 각 분야의 대표자로서 적격을 갖추어야 하고, 방통위의 추천을 받아 피고가 임명함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국가공무원법상 결격사유를 갖는 사람 등은 이사가 될 수 없다(방송법 제48조). 이사에게는 형사처벌 여부와는 별개로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될 의무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원고는 2017.9.28.부터 2017.10.5.까지 소외 1 또는 소외 2에게 ‘사람을 완전히 죽여 놓을 자신이 없으면 일을 벌이는 게 아닙니다’, ‘이런 헛짓에나 동원되고..ㅉㅉㅉ 사람들이 저 자매 뭐 하는 사람들이냐고 물어보던데? ㅎㅎ’, ‘새파란 것들이 벌써부터 음해하는 거나 배우고 부모님 모르지?’, ‘감당이 안 되는 일치고 편하길 바라는 게 잘못된 심뽀지’, ‘누가 시켰우? 뭐 뻔하지만 그거만 얘기하면 부모님 면담 안 하겠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송하였다.
(3) 원고는 2017.10.16. 소외 3과 통화하면서 ‘여기서 끝나면 내가 봐주고 니들 나 못 넘어뜨려. 니들이 나를 어떻게 넘어뜨려’, ‘니들 인생 어떻게 사는지 내가 다 파악했어’, ‘그 따위 짓 한 번만 더 하면 니들 진짜 그때는 너 죽고 나 죽고야. 알았어?’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5) 이 사건 처분사유 중 2의 라항 부분
갑 제32, 43, 50, 51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원고가 2017.11.19. 소외 5를 폭행하였다는 혐의로 구약식 기소되었고, 벌금 500,000원의 약식명령(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8.6.27.자 2018고약3017)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유죄판결을 선고받았으나(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19.5.31. 선고 2018고정294 판결),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에게 무죄를 선고하였고(수원지방법원 2019.10.25. 선고 2019노3199 판결), 검사의 상고가 기각되어(대법원 2020.1.16. 선고 2019도16597 판결)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 사실 및 갑 제33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애견 동호회원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다. 재량권 일탈, 남용 여부
앞서 본 사실 및 증거들, 갑 제47, 48호증의 각 기재, 갑 제25호증의 1 내지 3의 각 영상, 이 법원의 한국방송공사 사장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의 각 사실 및 사정에 따르면, 원고가 업무추진비 일부를 부당집행하고 부적절한 언행을 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임기만료 전 해임될 정도로 이사의 적격을 상실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처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다.
2)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려는 방송법의 목적, 이를 위하여 적격을 갖춘 사람을 이사로 임명하고 임기를 보장하며, 이사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함은 앞서 본 것과 같다. 이사로서 적격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임기만료 전 해임하는 것은 이사로서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3) 방송법상 이사에 대하여 결격사유 외에 별도의 징계절차나 해임사유를 명시하지 않은 것 또한 고도의 신분보장 취지로 볼 수 있고, 감사원의 해임요구 권한도 비위가 뚜렷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제한된다.
4) 감사원의 외부감사 결과 이사 11명 전원에 대하여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현황이 지적되었다. 원고의 부당집행 액수가 해임되지 않은 다른 이사들에 비하여 현저히 크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방송공사에서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을 사유로 하여 징계조치된 사례가 존재하지 않는다. 원고는 업무추진비 부당집행액 3,273,300원을 모두 반환하였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김국현(재판장) 이승운 정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