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케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 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0.8.20. 선고 2018가합593550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8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8가합593550 해고무효확인
• 원 고 / 별지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 피 고 / 주식회사 ○○티
• 변론종결 / 2020.07.21.
• 판결선고 / 2020.08.20.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들에 대하여 한 각 명예퇴직은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3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2014.4.8. 피고 직원들로 조직된 ○○티 노동조합과 다음과 같이 사업합리화, 특별명예퇴직 실시, 복지제도 변경에 관한 노사합의(이하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표 생략>
나. 피고는 2014.4.8. 실근속기간이 15년 이상이고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2014.4.30. 기준)을 대상으로 접수기간을 2014.4.10.부터 같은 달 24.까지로 정하여 특별명예퇴직을 시행한다는 사실을 공고하였다가 2014.4.17. 접수기간을 2014.4.21.까지로 단축하였다. 원고들을 포함한 8,304명은 그 기간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2014.4.30.자로 피고에서 퇴사하였고(이하 ‘이 사건 명예퇴직’이라 한다), 원고들은 적게는 약 4,500만 원, 많게는 약 3억 2,000만 원의 명예퇴직금을 수령하였다.
다. 피고는 그 무렵 사업합리화 조치로 MASS 영업 업무, 개통 A/S 업무, Plaza 업무를 폐지하였고, 전국에 소재한 지사의 통·폐합 및 인력 재배치를 실시하고 배치되지 못한 인원들에 대해서는 인사고과 등을 반영하여 지역본부에 재배치하거나 당시 신설된 업무지원 CFT 부서로 전보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4, 9 내지 11호증, 을 제6, 1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모두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요지
가. 피고는 불법 인력 퇴출 프로그램(이른바 CP 프로그램)의 연장선에서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티 노동조합과 밀실에서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한 다음 이 사건 명예퇴직을 실시하였다. 실시 과정에서 지사별로 명예퇴직 할당량을 배분하였고, 각 지사에서는 대상자들을 집중적으로 면담하고 벽지 발령, 잡무 배정, 인사 고과를 통한 강제 퇴출 등의 불이익을 고지하면서 강제로 명예퇴직을 종용하였는데, 피고가 직원들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옥상을 폐쇄할 정도로 종용과 압박이 극심하였다. 이 사건 명예퇴직은 형식적으로는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용자인 피고의 강요에 따라 이루어진 해고에 해당한다.
나. 따라서 해고사유 없이 이루어진 이 사건 명예퇴직은 무효일 뿐만 아니라 원고들에 대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원고들은 그 무효의 확인 및 각 미지급 임금의 일부로서 2,000만 원,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1,000만 원, 합계 3,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한다.
다. 한편 1958년 이후 출생한 원고들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1,000만 원에 대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받아들여질 경우에 대비하여, 그 부분에 관해서는 미지급 임금을 구하는 예비적 청구원인을 추가한다.
3. 판단
가. 이 사건 명예퇴직의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하여
1)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케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 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등 참조).
2) 앞서 든 증거, 갑 제2, 5 내지 7, 20 내지 23, 28 내지 31, 41, 51, 53 내지 57, 59, 61, 6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음성, 증인 임○○, 최○○의 각 증언과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의 영등포지점, 수납지원센터, 노원지사, 울산지사, 남천안지사에서 녹음된 내용에 따르면, 지사장이나 팀장 등 피고의 상부 직원들이 이 사건 명예퇴직과 관련하여 ‘회사의 원칙은 나이이다.’ ‘회사에서 목표하는 인원이 있다’, ‘명예퇴직을 하지 않으면 자기 생각에 90% 이상은 타 지역으로 가고, 지금하던 업무는 못 한다.’ 등의 언급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 원고들 중 일부는 ‘명예퇴직에 관하여 팀장, 부장, 지사장 등과 여러 차례 면담을 하였다. 명예퇴직 신청을 강요받았고, 신청하지 않을 경우 타 본부로 전보되거나 고과표를 받아 명예퇴직금 없이 퇴출된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하였고, 다른 직원들이 제출한 진술서에도 유사한 내용이 발견된다.
나) 피고 강남고객본부 신사지사에서 노사 담당 팀장으로 이 사건 명예퇴직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증인 최○○은 다음과 같이 원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로 이 법정에서 증언하였다. ① 당시 직원들은 명예퇴직금을 받는 것보다 정년까지 남아서 회사생활을 하는 것을 선호했다. ② 내가 근무한 신사지사에도 명예퇴직 할당량이 내려왔다. ③ 명예퇴직 기간이 끝나고 인근에 있는 지사의 담당자와 통화하여 목표 달성 현황을 파악하고 수첩에 메모해 두었다. ④ 지사장에게서 직원들의 퇴출 순위(1, 2, 3)가 기재된 신사지사 퇴출대상자 관리 현황이라는 문서를 받았다. ⑤ 명예퇴직 기간 내내 지속적으로 면담이 이루어졌고, 반복적으로 직원들을 괴롭히고 지치게 해서 명예퇴직을 신청하도록 하였다. ⑥ 명예퇴직 대상자들에게 이를 거부하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무조건 비연고지로 발령하겠다고 겁박하였다.
다) 신사지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명단에 수기로 1, 2, 3의 번호가 매겨져 있는 문서가 실제 있고, 최○○의 업무용 수첩에도 “신사 25/33/75%, 강남 26/31/84%, 서초 16/28/57%” 등 그 증언에 일부 부합하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라) 원고들이 수령한 명예퇴직금과 정년 근무 시까지 근무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총액을 비교해 볼 때, 원고들이 계산한 바에 따르면 그 차액은 원고 권○식은 69,977,500원, 원고 백○○은 143,231,470원, 원고 진○○는 81,593,795원, 원고 이○진은 161,514,530원, 원고 윤○석은 213,932,446원이다.
마) ○○티 노동조합 규약은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을 조합원 총회의 의결 사항으로 정하고 있고(제21조제4호), 위원장으로 하여금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제61조제1항). 그럼에도 ○○티 노동조합은 이 사건 노사합의를 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
바) 원고 강○경, 김○한, 김△한, 박○주, 박○애, 송○웅, 최○규를 포함한 명예 퇴직자 69명 등 ○○티 노동조합의 조합원 226명은 ○○티 노동조합과 위원장, 사무총장 등 집행부를 상대로 이 사건 노사합의서 등(2015.2.24. 체결된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관련 노사합의서도 그 대상이었지만, 이하에서는 이 사건과 관련 있는 부분만 본다)의 무효 확인과 함께 근로조건 저하 및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5.5.15. ○○티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은 노동조합의 규약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티 노동조합과 위원장, 사업지원실장으로 하여금 조합원들에게 절차적 권리 침해를 이유로 위자료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였다(2014가합35452, 무효 확인을 구하는 부분에 관한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관련 항소와 상고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판결이 확정되었다(서울고등법원 2015.12.16. 선고 2015나2026878 판결, 대법원 2018.7.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아) 이 사건 명예퇴직의 대상자로서 피고의 부천시 중동 사옥에서 근무하던 고○○은 명예퇴직 신청을 하지 않았고 2014.5.2. 피고 서초지사 Biz 영업부 Biz 영업3팀으로 전보되었다. 고○○은 기존에는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음에도 전보 이후에는 상품 판매와 고객관리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2014.5.19. 지하철 청량리역 승강장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사망하였다. 고○○의 아내 임○○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신청을 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2016.1.20. 이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하였다.
자) 임○○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그와 같은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 을 제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2017.11.16. ‘고○○은 명예퇴직의 강요와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인한 업무수행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기존 질환인 허혈성 심장질환이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됨으로써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6구합71980).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였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18.7.25. 이를 기각하였고(2017누88017), 판결이 그 무렵 확정되었다.
3) 그러나 앞서 본 사실, 앞서 든 증거와 을 제1, 3,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인정한 사실과 원고들의 주장, 증거를 모두 종합해 보아도 이 사건 명예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이른바 ‘명예퇴직’은 통상 사용자가 구조조정의 일환에서 근로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직하는 경우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퇴직을 유도하고, 근로자는 자신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퇴직을 희망함으로써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명예퇴직을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시행하기 전 사용자가 해고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취할 수 있는 조치의 하나로 들고 있다(대법원 1992.12.22. 선고 92다14779 판결, 대법원 2004.1.15. 선고 2003두11339 판결 등 참조). 피고의 재무제표상 제32기(2013년)의 당기순손실이 약 3,923억 원이고, 원고들이 제출하는 언론 기사 등만으로는 그와 같은 객관적인 지표를 쉽사리 부정할 수 없는 이상, 당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을 두고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나) 이 사건 명예퇴직은 그러한 상황에서 피고와 ○○티 노동조합이 체결한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실근속기간이 15년 이상이고 정년 잔여기간이 1년 이상 남은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되었고, 대상자의 선정 기준이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결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비록 이 사건 노사합의 체결 과정에서 노동조합 내부 절차를 위반함으로써 이를 이유로 조합원에 대한 불법행위를 인정한 판결이 확정되기는 하였지만, 그 판결에서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노사합의의 유효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① 단체법적 규범인 단체협약의 특성상 그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② ○○티 노동조합은 정기적 단체협약이 아닌 비정기적 합의에서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 없이 관행적으로 협약을 체결해 왔다. ③ 이 사건 노사합의의 배경이 된 피고의 정책적 결정이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④ 이 사건 노사합의 체결 이후 2014년 11월경 시행된 ○○티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기존의 위원장이 조합원 71.47%의 찬성으로 다시 당선되었다. ⑤ 따라서 조합원의 동의를 얻지 않은 하자가 이 사건 노사합의서의 효력을 부정할 만큼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무효로 보기 어렵다.
다) 앞서 인정한 사실과 증인 최○○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원고들이 상부 직원을 통해 여러 번의 명예퇴직 권유와 다소간 심리적 압박에 가까운 영향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제반 경위에 비추어 이는 피고 회사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유사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의 접수 기간은 당초 2014.4.24.까지였는데, 예상보다 신청자가 많아 2014.4.21. 조기에 종료 되었다.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가 이를 철회한 직원도 있고 피고는 이를 받아들였으며, 명예퇴직 관련 면담은 대상자 전원에 대하여 실시되었다. 증인 최○○은 명예퇴직 권유 과정에서 직원들을 지치게 하고, 강요와 협박을 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지만, 최○○이 소속된 신사지사 Retention2팀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이 한 명도 없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증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사망한 고○○이 명예퇴직 요구를 받는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러한 개별적인 사례에 기초하여 8,304명에 대해 시행된 이 사건 명예퇴직 자체가 피고의 강요와 협박에 기초한 실질적인 해고라고 인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 밖에 원고들 중 일부가 제출한 진술서는 객관적인 증거로 보기 어렵고, ‘명예퇴직 조건이 좋아 고민하였으나 이를 신청하지 않았고, 특별히 면담 과정에서 강요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진술서를 제출한 피고의 직원들도 여럿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에 대한 명예퇴직 권유와 다소간의 심리적 압박이 사직의 의사가 전혀 없는 원고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특별명예퇴직을 신청하게 하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강압이나 퇴직의 종용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
라)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고○○이 다른 지역으로 전보되어 평소 하던 것과 다른 업무를 수행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노사합의가 체결되고 사업합리화 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피고의 일부 사업부가 폐지됨으로써 발생한 상황으로 보이고, 달리 명예퇴직 권고에 불응하였다는 데에 대한 불이익 조치라고 볼 만한 증명은 없다. 고○○ 외에 명예퇴직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피고에 남게 된 직원들이 이를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볼 만한 증명도 부족하다.
마) 원고들은 별다른 이의 없이 명예퇴직금을 수령하였고, 원고 강○경, 김○한, 김□한, 박○주, 박○애, 송○웅, 최○규 7명이 앞서 본 바와 같이 ○○티 노동조합과 집행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실이 있을 뿐, 대부분 이 사건 소가 제기된 2018.12.27.까지 약 4년 8개월에 가까운 기간 동안 그 효력을 다툰 사실이 없다.
바) 원고들은 계속 재직하였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에 비하여 명예퇴직금이 훨씬 적으므로, 이 사건 명예퇴직이 원고들에게 경제적으로 불리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그 주장에는 원고들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이익과 다른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가능성 등에 대한 가치가 반영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실시되는 명예퇴직의 특성상 그러한 비교에서조차 퇴직하는 사람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면 사용자가 이를 실시할 합리적인 이유를 상정하기 어려우므로, 그와 같은 단순 비교는 타당하지 않다. 피고는, 특별가산금, 근속가산금(퇴직형) 또는 정액금과 급여(재취업형)가 추가로 지급되는 이 사건 명예퇴직의 조건이 인사규정 제26조에 따라 시행되는 정기명예퇴직에 비해 유리하다고 주장하는데, 원고들은 특별히 그 사실을 다툰 적이 없고, 명예퇴직금 지급 내역상으로도 그와 같은 추가금 등이 지급된 사실이 확인되므로, 이 사건 명예퇴직의 조건이 정기명예퇴직보다는 좋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당시 명예퇴직 권고를 선뜻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할지라도 피고의 구조조정 계획, 퇴직의 조건,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의 이해득실 등 자신의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심사숙고한 결과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관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명예퇴직의 실질을 피고의 강요에 따른 해고라고 인정하기 어렵고, 그 밖에 달리 그것이 불법행위라고 볼 만한 사정에 대한 주장·증명은 부족하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형표(재판장) 박수진 배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