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1] 국민연금제도는 자기 기여를 전제로 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소득을 보장받는 순수한 사회부조형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가입자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여 가입기간, 기여도 및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여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 입법자가 가입기간의 상당 부분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의 유족만을 유족연금 지급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하여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이하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이라 한다)보다 짧은 경우 유족연금 지급을 제한한 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을 정도로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유족연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유족들은 구 국민연금법 제77조에 따른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어 유족에게 가혹한 손해나 심대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고도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 국민연금법 제17조제2항 단서는 그 내지 아니한 기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을 근로자의 가입기간에 산입하도록 규정하는 등 근로자 및 그 유족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2] 심판대상조항은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에 따라 유족연금의 지급 여부를 달리 결정하고 있으나, 이는 가입기간 내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유족과 그렇지 않은 자를 달리 취급하기 위한 것이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은 실제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에 따라 유족연금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여, 사실상 연금보험료를 더 오래 납부하여 국민연금 재정에 기여한 바가 더 큰 사람의 유족도 유족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10년이 넘는 사람이라도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유족은 유족연금을 전혀 지급받을 수 없게 되는데, 그 반면에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불과 1개월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도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하면 그 유족은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을 위하여 가입기간 내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유도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연금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정도의 최소 납부기간을 설정하거나, 체납한 기간만큼 유족연금액을 감액하는 등 연금재정의 안정을 기하면서도 장기간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유족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연금보험료의 실제 납부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에 따라 유족연금의 지급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어 평등권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 2020.5.27. 2018헌바129 결정】
• 사 건 / 2018헌바129 결정 [구 국민연금법 제85조제2호 위헌소원]
• 청구인 / 김○○
• 당해사건 / 인천지방법원 2017구합51130 유족연금지급 비대상결정처분 취소청구
<주 문>
구 국민연금법(2007.7.23. 법률 제8541호로 전부개정되고, 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5조제2호 중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청구인은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인 청구인의 배우자 망 서○○(이하 ‘배우자’라 한다)이 사망하자,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연금 지급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은 2016.12.23. ‘배우자가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짧아 구 국민연금법 제85조제2호에 따라 유족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족연금 미해당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나. 청구인은 국민연금공단의 심사청구를 거쳐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인천지방법원 2017구합51130), 그 소송 계속 중 구 국민연금법 제85조제2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인천지방법원 2017아5347)을 하였으나, 2017.11.10. 모두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7.12.10.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위한 국선대리인선임신청을 하고, 2018.2.2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심판대상
청구인은 구 국민연금법 제85조제2호 전부를 심판대상으로 삼고 있으나, 청구인에게 적용되는 부분은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이므로, 심판대상을 이에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국민연금법(2007.7.23. 법률 제8541호로 전부개정되고, 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5조제2호 중 ‘유족연금’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 구 국민연금법(2007.7.23. 법률 제8541호로 전부개정되고, 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5조(연금보험료의 미납에 따른 지급 제한) 장애연금의 경우에는 당해 질병 또는 부상의 초진일 당시, 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사망일 당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2.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제17조제3항에 따라 기여금을 낸 기간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제89조제1항에 따른 납부 기한으로부터 1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기간과 제91조제1항에 따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짧은 경우. 다만,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는 제외한다.
[관련조항]
⊙ 구 국민연금법(2007.7.23. 법률 제8541호로 전부개정되고, 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5조(연금보험료의 미납에 따른 지급 제한) 장애연금의 경우에는 당해 질병 또는 부상의 초진일 당시, 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사망일 당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1. 연금보험료를 낸 사실이 없는 경우
⊙ 국민연금법(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된 것)
제17조(국민연금 가입기간의 계산) ② 가입기간을 계산할 때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은 가입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고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내지 아니한 기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을 근로자의 가입기간으로 산입한다. 이 경우 1개월 미만의 기간은 1개월로 한다.
③「국민건강보험법」 제13조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강보험공단”이라 한다)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자에게 그 사업장의 체납 사실을 통지한 경우에는 제2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통지된 체납월(滯納月)의 다음 달부터 체납 기간은 가입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그 근로자는 제90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여금을 건강보험공단에 낼 수 있다.
제72조(유족연금의 수급권자)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망하면 그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1. 노령연금 수급권자
2.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
3.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
4. 사망일 5년 전부터 사망일까지의 기간 중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3년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 다만, 가입대상기간 중 체납기간이 3년 이상인 사람은 제외한다.
5. 장애등급이 2급 이상인 장애연금 수급권자
3. 청구인의 주장
가.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다른 공적 보험’이라 한다)에서는 사용자의 보험료 체납이 있더라도 근로자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는데, 심판대상조항은 아무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사용자의 보험료 체납에 따른 불이익을 근로자에게 전가시키고 있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나. 국민연금 사업장가입자의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매달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여 연금보험료를 납부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사용자의 연금보험료 미납에는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없다. 그럼에도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의 귀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지급제한사유를 규정하여 자기책임의 원리에 위배되고 재산권도 침해한다.
4. 판 단
가. 연금보험료 미납에 따른 유족연금 지급 제한
구 국민연금법(2011.12.31. 법률 제11143호로 개정되고, 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민연금법’이라 한다) 제72조 및 제73조에 의하면, 노령연금 수급권자, 가입기간 10년 이상인 가입자였던 자, 가입자, 또는 장애등급 2등급 이상인 장애연금 수급권자가 사망한 경우, 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일정 범위의 친족(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심판대상조항은 연금보험료의 성실납부의식을 제고하고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위하여 사망일 당시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짧은 경우 비록 위와 같은 유족연금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도 유족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연금보험료 미납에 따른 지급 제한규정은 1998.12.31. 법률 제5623호로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제72조의2로 신설되었고,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되다가 2007.7.23. 법률 제8541호로 국민연금법이 전부개정될 당시 조문의 위치만 제85조로 변경되었다가, 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삭제되었다. 개정된 국민연금법(이하 ‘국민연금법’이라 한다)은 제85조를 삭제하면서 연금보험료 미납에 따른 유족연금 지급 제한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아니하고 유족연금 수급권자 조항(제72조)에 포함시켜 규정하였고, 그 요건도 완화하였다. 따라서 개정된 국민연금법상 유족연금은 노령연금 수급권자,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 사망일 5년 전부터 사망일까지의 기간 중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3년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단, 가입대상기간 중 체납기간이 3년 이상인 사람은 제외)가 사망하면 지급된다(국민연금법 제72조제1항).
나. 사용자의 기여금 미납과 연금보험료 납부기간 산정
국민연금가입자는 사업장가입자,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및 임의계속가입자로 구분된다(국민연금법 제7조).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및 임의계속가입자는 기준소득월액의 1천분의 90에 해당하는 연금보험료를 가입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고, 사업장가입자는 기준소득월액의 1천분의 45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업장가입자(기여금)와 사용자(부담금)가 각각 부담한다(국민연금법 제88조제3항, 제4항). 사업장가입자가 부담하는 기여금은 사용자가 매달 임금에서 원천공제하여 납부하므로(국민연금법 제90조제1항) 기여금 부분에 한해서는 납부의무자와 그 부담자가 다르게 된다.
이때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고도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경우 국민연금법 제17조제2항 단서는 그 내지 아니한 기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은 근로자의 ‘가입기간’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국민연금 가입기간 계산에 있어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기간을 가입기간에 산입하지 않도록 하는 원칙(국민연금법 제17조제2항 본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서, 기여금이 원천징수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법 제17조제3항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근로자에게 그 사업장의 체납 사실을 통지한 경우에는 제2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통지된 체납월의 다음 달부터 체납 기간은 가입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근로자는 제90조제1항에도 불구하고 기여금을 건강보험공단에 낼 수 있다.’고 규정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체납사실을 통지한 경우에는 더 이상 가입기간의 예외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근로자가 직접 자신의 몫인 기여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 쟁점
(1) 국민연금법상 연금수급권은 사회보장적 급여이면서 동시에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재산권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헌재 2004.6.24. 2002헌바15; 헌재 2013.10.24. 2012헌마906; 헌재 2014.5.29. 2012헌마248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국민연금보험료 미납자의 유족연금 지급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2) 또한, 심판대상조항은 구 국민연금법 제72조의 유족연금 지급대상이라도 사망일 당시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이하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이라 한다) 보다 짧은 경우에는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 국민연금법 제72조에 따른 유족연금 지급대상 중에서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한 사람의 유족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유족을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도 문제된다.
(3) 한편, 청구인은 국민연금 외의 다른 공적 보험에서는 사용자의 보험료 미납이 있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는데, 심판대상조항은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없는 사용자의 기여금 미납기간도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에 포함시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국민연금을 차별하여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민건강보험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제도이고(국민건강보험법 제1조 참조), 고용보험은 실업의 예방, 고용의 촉진 및 근로자의 직업능력 개발과 향상을 꾀하고, 근로자가 실업한 경우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구직 활동을 촉진함으로써 경제·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며(고용보험법 제1조 참조), 산업재해보상보험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며, 재해 예방과 그 밖에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사업을 시행함으로써 근로자 보호에 이바지하기 위한 제도(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조 참조)이다. 국민건강보험과 고용보험은 유족연금 또는 유족급여의 개념이 존재하지 아니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는 유족급여(유족보상연금이나 유족보상일시금)가 존재하나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는 사업주와 근로자가 공동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도록 되어 있어 기본적인 취지나 목적 등이 국민연금과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과 다른 공적 보험은 제도의 목적과 기능, 성격, 보호대상과 급여의 종류, 비용 부담 등에 있어 서로 달라 차별취급을 논할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평등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다고 보기 어렵다.
(4) 또한,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근로자의 귀책사유가 없는 사용자의 연금보험료 미납기간까지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으로 보아 근로자의 유족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자기책임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청구인의 위와 같은 주장은 심판대상조항이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고도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경우’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는 것으로서 결국 위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이므로, 자기책임 위배 여부는 별도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재산권 침해 여부
(1) 심사기준
국민연금법상의 연금수급권은 사회보장수급권의 성격과 아울러 재산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양 권리의 성격이 불가분적으로 혼재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연금수급권에 재산권의 성격이 일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사회보장법리의 강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할 것이고, 또한 사회보장수급권과 재산권의 두 요소가 불가분적으로 혼재되어 있다면 입법자로서는 연금수급권의 구체적 내용을 정함에 있어 이를 하나의 전체로서 파악하여 어느 한 쪽의 요소에 보다 중점을 둘 수도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연금수급권의 구체적 내용을 형성함에 있어서는 일차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할 것이다(헌재 1999.4.29. 97헌마333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짧은 경우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또 그 계산에 있어 사용자가 연금보험료를 미납한 기간까지 사업장가입자의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에 포함시킬 수도 있도록 하고 있는바, 이러한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일탈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2) 판단
(가) 국민연금제도는 자기 기여를 전제로 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소득을 보장받는 순수한 사회부조형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가입자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여 가입기간, 기여도 및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여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헌재 2001.4.26. 2000헌마390 참조), 일정 기간 재정적 기여를 하지 않은 사람을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연금 재정의 안정과 지속가능한 연금제도의 운용을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라고 할 것이다. 특히 유족연금은 전체 가입자가 불행을 당한 가입자의 가족을 원조하는 형태로서 전체 가입자간 상호원조 및 소득재분배를 위한 급여라고 할 수 있으므로(헌재 2019.2.28. 2017헌마432 참조), 장기체납으로 상호원조의 정신에 위배된 사람의 유족을 배제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연금수급권의 구체적 내용 즉, 수급요건, 수급권자의 범위, 급여금액 등을 법률로 형성함에 있어 입법자는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누리므로(헌재 1997.5.29. 94헌마33; 헌재 1999.4.29. 97헌마333; 헌재 2001.4.26. 2000헌마390 참조), 입법자가 가입기간의 상당 부분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의 유족만을 유족연금 지급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하여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다소 높은 3분의 2 이상으로 설정하였다고 하여 이를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을 정도로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나) 더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유족연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유족들은 구 국민연금법 제77조에 따라 국민연금가입자가 납부한 연금보험료(사업장가입자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부담금을 포함)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자를 더한 금액에 상당하는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유족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었다고 하여 유족들에게 가혹한 손해나 심대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한편, 청구인은 심판대상조항이 유족연금의 지급을 제한함에 있어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고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은 경우’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연금보험료를 내지 않은 기간으로 계산하도록 하여 근로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국민연금법 제17조제2항 단서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고도 이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 그 내지 아니한 기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을 근로자의 가입기간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제3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근로자에게 사업장의 체납사실을 통지한 경우에는 통지된 체납월의 다음 달부터 위와 같은 가입기간 산입의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근로자가 자신이 부담하는 기여금을 공단에 개별적으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여, 이를 납부한 경우에는 다시 근로자가 기여금을 개별 납부한 기간의 2분의 1을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에 포함시키도록 하여 근로자 및 그 유족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업장가입자의 경우 사용자에게 기여금의 원천징수를 인정하고 납부의무를 부과한 것은 가입자가 매달 연금보험료를 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덜기 위한 징수절차상의 편의 또는 행정의 효율을 기하기 위한 것이므로, 사용자가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더 이상 징수절차상의 편의나 행정의 효율을 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본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개별 가입자에게 사용자의 미납사실을 알려 미납으로 인한 불이익이 없도록 하고 이러한 경우에 한하여 그 미납으로 인한 효과를 가입자에게 귀속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불합리한 불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국민연금법에서는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과 관련하여 사업장가입자(근로자)에게 실직, 휴직, 병역, 재학, 교정·감호, 1년 미만 행방불명, 재해발생 등의 사유가 있는 경우(국민연금법 제91조제1항)에는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에서 제외하도록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었던 기간만을 고려하여 유족연금의 지급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이 입법형성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라)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에서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짧은 경우 유족연금의 지급을 제한한 것이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나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마. 평등권 침해 여부
(1) 심판대상조항은 실제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아니라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유족연금을 지급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므로, 장기간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유족이 유족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실제 보험료를 낸 기간이 같더라도 그 유족의 유족연금 수급 여부가 달리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성실납부의식을 제고하고 연금재정의 안정을 기하기 위하여 가입기간 내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달리 취급하는 것이므로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만약 이와 달리 체납기간에 상관없이 보험료 납입기간에 따라 일률적으로 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한다면, 이는 국민연금 가입자의 선택적 납부를 허용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와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보험사고의 발생 위험이 높은 사람만 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는 등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보험제도의 운용을 위한 건전한 재정적 기반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
(2) 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된 국민연금법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을 삭제하고, 유족연금 수급권자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로 완화하고, 적어도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의 유족들은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의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국민연금법 제72조제1항).
그런데 국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능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법적 가치의 상향적 구현을 위한 제도의 단계적 개선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헌재 2005.10.27. 2003헌바50등 참조), 위와 같은 유족연금 수급 요건의 완화는 국민의 소득 수준, 경제활동연령, 정년퇴직연령, 평균수명, 연금재정 등 여러 가지 사회적, 경제적 사정을 참작한 제도 개선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현행 국민연금법 제72조제1항이 유족연금의 수급대상을 확대하였다고 하여 심판대상조항이 과도하게 유족연금의 지급요건을 규정하여 위헌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3)또한 심판대상조항에 규정된 유족연금의 지급요건을 갖추지 못한 유족들은 국민연금가입자가 납부한 연금보험료(사업장가입자의 경우에는 사용자의 부담금 포함)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자를 더한 금액에 상당하는 반환일시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구 국민연금법 제77조).
(4)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이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에 따라 유족연금의 지급 여부를 달리 결정하도록 한 것은 가입기간 내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유족과 그렇지 않은 자를 달리 취급하기 위한 것이므로, 이를 비합리적인 차별로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5. 결 론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는 재판관 이은애의 아래 6.과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관여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6.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나는 심판대상조항이 평등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다음과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할 목적으로 국민의 노령·폐질 또는 사망과 같은 사태에 대한 부담을 국가적인 보험기술을 통하여 대량으로 분산시키고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구제를 도모하는 사회보험제도의 일종이며(헌재 2001.2.22. 99헌마365; 헌재 2001.4.26. 2000헌마390; 헌재 2004.6.24. 2002헌바15), 사회보험제도의 특성상 강제가입과 위험의 공유 및 분산 등을 제도의 특징으로 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은 보험방식을 원칙으로 하므로 위험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에는 급여를 받을 수 없으며, 연금재정의 안정적 운영과 적정급여를 위하여 원칙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재정에 기여할 것을 전제로 지급된다. 따라서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노령이나 사망 등의 위험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헌재 2004.6.24. 2002헌바15; 헌재 2014.5.29. 2012헌마248 참조).
심판대상조항은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한 가입자의 유족을 유족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여 국민연금 가입자의 성실납부의식을 제고하고 연금재정의 안정적 운영과 적정급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심판대상조항은 실제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아닌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에 따라 유족연금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고 있기 때문에,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연금보험료를 오래 납부한 사람의 유족이라도 유족연금을 아예 지급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10년이 넘는 사람이라도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유족은 유족연금을 전혀 지급받을 수 없게 되는데, 그 반면에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불과 1개월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도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하면 그 유족은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적 운영과 적정급여를 보장하기 위하여 국민연금 가입자의 성실납부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고 장기 체납자에 대한 제재수단을 마련할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은 실제 연금보험료를 더 오래 납부하여 국민연금 재정에 기여한 바가 더 큰 사람의 유족을 유족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심판대상조항은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3분의 2 이상으로 높게 규정함으로써 국민연금 가입자가 국민연금 가입기간 내내 성실하게 납부하도록 유도하여 자의적인 보험료 납부나 시기 선택 등을 막아 국민연금제도를 악용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가입자의 역선택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연금제도의 운영을 위해서는 각 급여의 성질에 따라 연금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정도의 최소납부기간을 설정하거나, 체납한 기간만큼 유족연금액을 감액 또는 실제 납부한 기간을 고려하여 유족연금액을 결정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 가능하다.
2016.5.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된 국민연금법에서는 심판대상조항을 삭제하고, 유족연금 수급권자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로 완화하였으며, 적어도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의 유족들은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의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국민연금법의 개정에 비추어 보아도 얼마든지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연금제도의 운용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장기간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유족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연금보험료의 실제 납부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연금보험료 납입비율만을 기준으로 유족연금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심판대상조항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어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재판관 유남석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