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의 각 규정 내용과 체재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의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항에 따라 부당이득징수처분의 상대방이 되고, 명의를 대여받아 해당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 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2항에 따라 부당이득징수처분의 상대방이 된다.

[2] 국민건강보험법의 각 규정의 내용, 체재와 입법 취지, 부당이득 징수의 법적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 2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의료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시행하였는지 여부,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를 초과하여 소위 과잉진료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과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비의료인 개설자와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 비의료인 개설자와 개설명의자가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자나 비의료인 개설자를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의료인 3명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명의를 빌려 요양병원을 공동으로 개설·운영하다가 적발되어, 의사가 실제 하지도 않은 진료행위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였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개설 명의자인 생협 및 실질 개설자인 비의료인 3명에 대하여 각각 요양급여비용 전액 징수처분을 한 사안임.

원심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 2항에 따른 부당이득징수처분은 재량행위라고 하면서도, 전액 징수가 원칙이어서, 개설 명의자인 생협 및 실질 개설자인 비의료인 3명 각각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전액 징수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음.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개설 명의자와 비의료인 개설자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얻은 이익의 정도 등과 같은 개별·구체적인 사정을 심리하지 않은 채 각각에 대한 전액 징수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파기환송한 사례임. 같은 날 같은 취지에서 대법원 2020.7.9. 선고 201845190 판결이 선고됨.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판단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음. 이미 대법원 2020.6.4. 선고 201539996 판결에서 개설 명의자에 대한 전액 징수처분은 비례의 원칙 위반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고, 그에 따른 후속 판결임. 한편, 대법원 2020.6.11. 선고 201837250 판결은 사무장병원의 실질개설자(사무장)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전액 징수처분이 재량권 일탈·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하여 상고기각하였음. 201837250 판결의 사안에서는 비의료인 1명이 해당 요양병원을 단독 운영하는 등의 개별·구체적 사정이 있는 반면, 201844838 판결, 201845190 판결의 사안에서는 비의료인 3~4명이 지분 투자를 하여 해당 요양병원을 공동 운영하는 등의 개별·구체적 사정이 있어,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판단에서 고려하여야 할 사정이 다름.

 



대법원 2020.7.9. 선고 201844838 판결

 

대법원 제1부 판결

사 건 / 201844838 [요양급여비용환수결정취소]

원고, 상고인 /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외 3

피고, 피상고인 / 국민건강보험공단

원심판결 / 광주고등법원 2018.4.26. 선고 20174504 판결

판결선고 / 2020.7.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요양기관은 가입자 등에게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며, 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을 요양기관에 지급한다(42, 47).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하고(57조제1), 의료법 제33조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으며(57조제2), 이를 납부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징수할 수 있다(81조제1, 3).

그리고 국민건강보험법 제40조제1항제1호에 의하면, 요양급여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행하여야 하는데, 의료법 제33조제2, 66조제1항제2, 87, 90조에 의하면, 의료기관 개설자격은 의사 등으로 한정되고, 의료기관의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된다.

위 각 규정의 내용과 체재 등에 비추어 보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개설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그 급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해당하여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의한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항에 따라 부당이득징수처분의 상대방이 되고, 명의를 대여받아 해당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 자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2항에 따라 부당이득징수처분의 상대방이 된다.

 

.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원고 2, 원고 3, 원고 4가 원고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한 의료기관이므로, 이 사건 병원에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이득징수처분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상 부당이득징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 어느 행정처분이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는 해당 처분의 근거가 되는 규정의 체재·형식과 그 문언, 해당 처분이 속하는 행정 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해당 처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재량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재량에 기초한 공익 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이 독자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해당 처분에 재량권 일탈·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그 판단기준이 된다(대법원 2018.10.4. 선고 201437702 판결 등 참조).

처분의 근거 법령이 행정청에 처분의 요건과 효과 판단에 일정한 재량을 부여하였는데도, 행정청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없다고 오인한 나머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과 그로써 처분상대방이 입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를 전혀 비교형량하지 않은 채 처분을 하였다면, 이는 재량권 불행사로서 그 자체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해당 처분을 취소하여야 할 위법사유가 된다(대법원 2016.8.29. 선고 201445956 판결, 대법원 2019.7.11. 선고 201738874 판결 등 참조).

비례의 원칙은 법치국가 원리에서 당연히 파생되는 헌법상의 기본원리로서, 모든 국가작용에 적용된다(헌법재판소 1992.12.24. 선고 92헌가8 결정 참조).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그 목적달성에 유효·적절하고, 또한 가능한 한 최소침해를 가져오는 것이어야 하며, 아울러 그 수단의 도입으로 인한 침해가 의도하는 공익을 능가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7.9.26. 선고 9610096 판결 참조). 특히 처분상대방의 의무위반을 이유로 한 제재처분의 경우 의무위반의 내용과 제재처분의 양정(量定) 사이에 엄밀하게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비례 관계가 인정되어야 하며, 의무위반의 내용에 비하여 제재처분이 과중하여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경우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9.9. 선고 201848298 판결 등 참조).

 

.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항은 공단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나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그 보험급여나 보험급여비용에 상당하는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징수한다.”라고 규정하여 그 문언상 일부 징수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있다. 위 조항은 요양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비용을 지급청구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바람직한 급여체계의 유지를 통한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헌법재판소 2011.6.30. 선고 2010헌바375 결정 참조). 그러나 요양기관으로서는 부당이득징수로 인하여 이미 실시한 요양급여에 대하여 그 비용을 상환 받지 못하는 결과가 되므로 그 침익적 성격이 크다.

한편 종전 국민건강보험법은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만 부당이득을 징수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였으나, 2013.5.22. 신설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2항은 공단은 제1항에 따라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 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을 개설한 자에게 그 요양기관과 연대하여 같은 항에 따른 징수금을 납부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에서 의료법33조제2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인의 면허나 의료법인 등의 명의를 대여받아 개설·운영하는 의료기관을 규정하여 비의료인 개설자에 대한 부당이득징수의 근거를 마련하였다. 의료법 제33조제2항이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2018.11.29. 선고 201810779 판결 참조). , 의료인인 개설명의자는 실질 개설·운영자에게 자신의 명의를 제공할 뿐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그에게 고용되어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을 뿐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도 않는다. 이 점을 반영하여 의료법은 제33조제2항 위반행위의 주체인 비의료인 개설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 반면, 의료인인 개설명의자는 제90조에서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로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 본 위 각 법 규정의 내용, 체재와 입법 취지, 부당이득 징수의 법적 성질 등을 고려할 때,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 2항이 정한 부당이득징수는 재량행위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의료기관이 실시한 요양급여 내용(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요양급여를 시행하였는지 여부,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아니면 이를 초과하여 소위 과잉진료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과 요양급여비용의 액수, 의료기관 개설·운영 과정에서의 비의료인 개설자와 개설명의자의 역할과 불법성의 정도, 의료기관 운영성과의 귀속 여부, 비의료인 개설자와 개설명의자가 얻은 이익의 정도, 그 밖에 조사에 대한 협조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자나 비의료인 개설자를 상대로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하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그런데도 원심은, 위와 같은 사정들을 심리하지 않은 채, 개설명의자나 비의료인 개설자들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 전액을 징수한 이 사건 각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비례의 원칙,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기택(재판장) 권순일 박정화 김선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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