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임용취소 사유 중 하나인 ‘부정행위자’란 시험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시험에 관한 일체의 부정행위를 한 자를 모두 지칭하는 것이어서, 부정행위가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어도 부정행위에 해당하면 합격취소사유가 되고, 응시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응시자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일지라도 응시자가 타인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경쟁시험에 의하여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응시자 역시 ‘부정행위 자’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2]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을 위한 계약은 사립학교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법적 성질은 사법상의 고용계약과 다르지 않다. 계약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당연히 임용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의 취소는 결국 사법상의 고용계약의 취소에 불과하다.
[3] 민법 제103조에 따른 반사회질서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 뿐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격을 띠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
[4] 원고들 부모의 부정한 청탁과 이로 인한 원고들의 채용은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원고들 대신 다른 응시자가 불합격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교원임용 시험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능력에 따른 균등한 임용의 기회가 보장되도록 한 교원 임용제도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성실하게 교원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등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커서, 피고로서는 이러한 부정행위의 결과로 빚어진 원고들의 합격 및 임용을 취소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 및 피고가 원고들의 임용을 취소함으로써 실현되는 교원 임용시험의 공정성, 교원 임용의 공개 채용시험 제도의 공정한 운영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가 원고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광주지방법원 2017.9.29. 선고 2017가합54147 판결】
•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7가합54147 이사회결의무효확인
• 원 고 / 1. A, 2. B, 3. C
• 피 고 / 학교법인 D
• 변론종결 / 2017.09.15.
• 판결선고 / 2017.09.29.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7.1.6. 이사회에서 원고들에 대하여 한 각 임용의 취소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E중·고등학교(이하 ‘이 사건 학교’라 한다)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원고 A은 2012.3.1.부터 이 사건 학교 미술과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던 중 피고의 정규교사 모집 전형 및 채용절차(이하 ‘이 사건 임용시험’이라 한다)를 거쳐 2014.3.1. 미술과 정교사로 임용되었고, 원고 B은 2012.6.2.부터 이 사건 학교 과학과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던 중 이 사건 임용시험을 거쳐 2014.3.1. 과학과 정교사로 임용되었으며, 원고 C은 2011.9.1.부터 국어과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던 중 이 사건 임용시험을 거쳐 2013.3.1. 국어과 정교사로 임용되었다(이하 원고들의 각 임용계약을 ‘이 사건 임용계약’이라 한다).
나. 원고 A의 모 F, 원고 C의 부 G, 원고 B의 모 H(이하 ‘원고들 부모’라고 한다)은 피고의 이사장 I, 이사 J, 법인사무과장 K 등에게 원고들을 이 사건 학교에 정교사로 채용시켜 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건네었다. 이로 인해 F과 G는 2016.8.19. 광주지방법원 2016고단1997, 2016고단2102(병합)호 사건에서 배임증재가 각 유죄로 인정되어 F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G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2016.12.14. 위 사건의 항소심인 광주고등법원 2016노3023호 사건에서 F에 대해서는 항소기각, 다에 대해서는 벌금 600만 원이 선고되었으며,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한편 H은 배임증재 혐의로 기소되어 2016.6.16. 광주지방검찰청 2016고약6925호로 벌금 4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위 명령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다. 피고는 2017.1.6. 이사회를 개최하여 원고들에 대한 각 임용을 취소하는 결의(이하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라고 한다)를 하고, 같은 날 원고들에게 ‘사립학교법 제16조에 따른 제357회 학교법인 D 이사회(2017.1.6.)의 의결에 따라 이 사건 임용계약을 취소한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청구를 하였는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7.4.5. 원고들의 소청심사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라. 피고가 2013, 2014년 이 사건 임용시험에 관하여 공고한 내용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 및 관계 규정은 다음과 같다. <표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1 내지 4호증, 을2 내지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원인으로, ①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는 원고들의 부모가 저지른 부정행위를 이유로 원고들에게 불이익한 처분을 하는 것이므로 연좌제 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위법하고, ②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 당시에는 사립학교법 제53조의3, 교육공무원법 제11조의2 규정이 없었으므로 이 규정들에 의해 임용취소 결의를 한 것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위법하며, ③ 원고들은 부모의 금품공여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우수한 근무성적 때문에 임용된 것이어서 이 사건 임용계약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피고의 임용후보자선정경쟁시험 시행공고와 교육공무원 임용령은 신규임용시험에 관한 부정행위자의 합격을 취소하거나 응시를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므로 채용을 대가로 돈을 교부하는 행위는 부정행위로 보고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는 위법하고, ④ 원고들은 부모의 부정행위를 알지 못하였고, 원고들 부모 중 G와 H은 경미한 벌금형을 선고받은데 그쳤음에도 임용 후 교사로서 성실히 근무하고 있던 원고들의 교원 신분을 박탈한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는 원고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므로, 위 결의는 무효라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연좌제 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임용취소 사유 중 하나인 ‘부정행위자’란 시험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시험에 관한 일체의 부정행위를 한 자를 모두 지칭하는 것이어서, 부정행위가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였어도 부정행위에 해당하면 합격취소사유가 되고(대법원 1991.12.24. 선고 91누3284 판결 참조), 응시자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인이 응시자를 위하여 부정행위를 한 경우일지라도 응시자가 타인의 부정행위로 인하여 경쟁시험에 의하여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을 경우에는 그 응시자 역시 ‘부정행위 자’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7.13. 선고 2006다23817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들 부모인 F, G, H이 원고들을 이 사건 학교의 정교사로 채용해 달라고 청탁을 하면서 그 대가로 피고 이사장, 이사, 법인사무과장 등에게 각 1억 5천만 원, 3천만 원, 4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교부한 점, ② 위 돈을 수령한 피고 이사장 등은 이 사건 학교의 교사의 채용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위 부정행위가 피고가 원고들과 이 사건 임용계약을 체결한 유일한 이유는 아닐지라도 계약 체결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들 부모의 위 부정행위는 사립학교 교원 임용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중대한 범죄행위이므로, 이와 결부된 이 사건 임용계약에 의하여 선발된 원고들은 위 부정행위를 알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공정하게 선발된 자로 평가될 수 없어 부정행위자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소급입법 금지원칙 위반 여부에 관한 판단
(1)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을 위한 계약은 사립학교법 소정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그 법적 성질은 사법상의 고용계약과 다르지 않다. 계약체결에 관한 당사자들의 의사표시에 무효 또는 취소의 사유가 있으면 그 상대방은 이를 이유로 당연히 임용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하여 그에 따른 법률효과의 발생을 부정하거나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의 취소는 결국 사법상의 고용계약의 취소에 불과하다(대법원 1995.1.20. 선고 93다55425 판결, 1996.7.30. 선고 95다11689 판결 등 참조).
(2) 살피건대, 을2호증의 기재만으로 피고가 이 사건 임용계약 이후에 추가된 사립학교법 제53조의3, 교육공무원법 제11조의2를 근거로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를 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갑1호증, 을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임용계약은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임을 확인한 것이거나 원고들이 이 사건 임용공고 제8조의 ‘부정행위자’에 해당함을 이유로 피고에게 유보된 취소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이 사건 임용계약이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한 판단
민법 제103조에 따른 반사회질서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 뿐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그 법률행위가 사회질서에 반하는 조건 또는 금전적 대가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격을 띠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를 포함한다(대법원 2002.9.10. 선고 2002다21509 판결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임용계약은 원고들 부모가 임용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교부한 부정행위와 결부된 것이어서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적 성격을 갖게 되었고, 이는 원고들이 위 부정행위를 알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또한 피고가 한 임용후보자선정경쟁시험 시험 공고 및 교육공무원임용령에서 정한 교원의 자격제한, 임용취소 사유는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에 관한 제반 법령의 취지에 따라 임용시험 응시자의 시험 및 임용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 그 응시자가 최종합격한 이후라도 무조건적으로 임용을 취소하게 하여 이 사건 임용시험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 임용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능력에 따른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에 의하더라도 위와 같은 부정행위는 임용취소사유가 된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가 권리를 남용한 것인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이 사건 임용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인 사법상 계약이고, 원고들 부모가 원고들의 임용을 청탁하고 그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건넨 행위로 인해 임용된 원고들은 이 사건 임용시험에 관해 부정행위자로 평가할 수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원고들 부모의 부정한 청탁과 이로 인한 원고들의 채용은 부정한 방법으로 합격한 원고들 대신 다른 응시자가 불합격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교원임용 시험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모든 사람에게 능력에 따른 균등한 임용의 기회가 보장되도록 한 교원 임용제도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하고, 성실하게 교원 임용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과 상실감을 안겨주는 등 사회에 미치는 해악이 커서, 피고로서는 이러한 부정행위의 결과로 빚어진 원고들의 합격 및 임용을 취소할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사정 및 피고가 원고들의 임용을 취소함으로써 실현되는 교원 임용시험의 공정성, 교원 임용의 공개 채용시험 제도의 공정한 운영의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임용취소 결의가 원고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상연(재판장) 백대현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