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민법상 유치권이 인정되려면 타인의 물건을 점유해야 하는데, 원고가 타인의 토지를 점유하기 위하여 부동산의 일부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현수막을 게시하였으나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과 같은 형식적 외관을 표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경매절차에서 유치권 신고도 하지 아니한 경우,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타인의 간섭을 배제할 정도로 계속 점유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유치권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본 판결입니다.
【전주지방법원 2020.4.8. 선고 2019가합288 판결】
• 전주지방법원 제1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9가합288 유치권 확인의 소
• 원 고 / A
• 피 고 / 농업회사법인 유한회사 B
• 변론종결 / 2020.03.25.
• 판결선고 / 2020.04.08.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 부동산에 관하여 678,340,000원의 공사대금채권을 피 담보채권으로 하는 유치권이 있음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18, 34호증, 을 제1 내지 6 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2012.7.11. C로부터 분할 전 전북 임실군 D 대 622㎡ 및 E 전 8,296㎡에 관한 택지개발 공사를 대금 7억 원에 도급받았다.
나. 위 C는 2012.9.17. 별지 목록 제2, 3, 20항 기재 각 토지를 매수하여 다음 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다. 위 분할 전 전북 임실군 D 대 622㎡는 2013.1.11. 별지 목록 제4, 18, 19항 기재 각 토지로, 위 분할 전 E 전 8,296㎡은 같은 날 별지 목록 제1, 5 내지 17항 기재 각 토지로 각 분할되었다.
라. 별지 목록 기재 각 부동산(이하 ‘이 사건 각 부동산’이라 한다)의 근저당권자인 F 조합은 2016년경 이 법원에 G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부동산임의경매(이하 ‘이 사건 임의경매절차’라 한다)를 신청하였는바, 이 법원은 2016.7.11. 경매개시결정을 하였고, 같은 날 전주지방법원 임실등기소 접수 제6061호로 그 기입등기가 마쳐졌다.
마. 피고는 2018.1.16. 이 사건 임의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하였고, 전주지방법원 임실등기소 2018.1.16. 접수 제356호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바. 피고는 이 법원에 원고 등을 상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승용차 1대, 콘크리트 구조물 2개를 수거하라는 취지의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하였고(2018카합1082호), 이 법원은 2019.3.8. 원고측의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점유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점을 들어 원고 즉의 유치권 주장을 배적하고 피고의 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다.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확인의 소는 원고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확인의 소에 있어서 확인의 이익은 그 대상인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위험할 때에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 확인판결로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된다(대법원 1994.11.22. 선고 93다4008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소유자인 피고가 관련사건 등에서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원고의 유치권이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다투고 있고, 유치권에 의한 부동산의 형식적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 유치권의 존재에 관한 확인판결이 필요할 수 있는 이상, 원고로서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 존재의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그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유치권 존재의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전 소유자였던 C와 도급금액 총 9억 원의 H택지개발에 관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2013.1.경에 준공을 하였으나, 공사대금을 대부분 받지 못하여(미지급공사대금 678,340,000원 상당) C로부터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점유를 이전받고 유치권을 취득하였다고 주장한다.
나. 관련 법리
민법상 유치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한 자’에 해당하여야 하고(민법 제320조제1항), 민법상 유치권 성립의 요건이 되는 물건에 관한 점유라고 함은 사회통념상 그 사람의 사실적 지배에 속한다고 보이는 객관적 관계에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물건을 물리적, 현실적으로 지배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과 사람과의 시간, 공간적 관계와 본권관계, 타인지배의 배제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사회관념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사실적 지배에 속하는 객관적 관계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는 면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8.3.27.자 2007마1602 결정, 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다39530 판결 등 참조).
한편, 유치권은 점유의 상실로 인하여 소멸하므로(민법 제328조), 목적물을 점유하는 것은 유치권의 성립요건이자 존속요건으로서 그 점유가 단절되지 않고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다. 이 사건의 경우
갑 제5, 16호증의 각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5.4.경 이 사건 각 부동산의 일부 위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유치권 행사 관련 현수막을 게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1, 2, 18, 34호증, 을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원고는 2015.7.2. 이후에 이 사건 각 부동산의 분양을 위하여 유치권 행사 관련 현수막 등을 철거하였다가 이 사건 임의경매절차 개시 이후에 다시 현수막과 컨테이너 등을 설치한 점, ② 집행관이 이 사건 임의경매절차에서 2016.7.25. 이 사건 부동산의 점유 현황을 조사하고 작성한 부동산현황조사보고서에는 현장에서 이해관계 인을 만나지 못하여 점유관계가 미상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유치권과 관련된 기재는 찾을 수 없는 점, ③ 따라서 원고가 설치한 컨테이너와 현수막은, 원고의 계속적·배타적 점유가 아닌 단지 원고가 일시적으로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과 같은 형식적 외관을 표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가 이 사건 임의경매절차에서 유치권 신고를 하지 아니한 점, ⑤ 피고가 이 사건 임의경매절차에서 2018.1.16.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수하여 같은 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점 등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하여 타인의 간섭을 배제할 정도로 계속 점유하여 왔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남현(재판장) 남궁주현 곽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