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이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 적극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하 ‘종업원 등’이라 한다)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제1호, 제2호 단서 후단, 제5호가 정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에게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0조가 정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이를 감독할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다. 그 결과, 법인은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이 부분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을 부과받게 된다.
이 부분 심판대상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
[2]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이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 소극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도 종업원 관련 부분과 마찬가지로, 법인의 대표자가 일정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에게도 대표자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법인 대표자의 행위는 종업원 등의 행위와 달리 보아야 한다. 법인의 행위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에 의하여 실현되므로,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 및 행위에 따라 법인의 책임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즉, 법인은 기관을 통하여 행위하므로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결국 법인 대표자의 법규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인의 직접책임이므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이 고의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이 과실 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은 법인의 직접책임을 근거로 하여 법인을 처벌하므로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결정의 의의
헌법재판소는 2009.7.30. 2008헌가14 결정 이래로 ‘종업원 등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그 법인을 처벌하도록 하면서 면책사유를 정하지 아니한 양벌규정’에 대하여 책임주의원칙 위배를 이유로 일관되게 위헌을 선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양벌규정에 대해서도 이미 2019.4.11. 2017헌가30 결정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 중 ‘종업원 등이 제81조제4호 본문 전단이 정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에게도 제90조가 정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위 위헌 결정 직후인 2019.4.12.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 종업원 등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한 주의와 감독을 다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면책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의 양벌규정 전체를 한꺼번에 정비하는 법률안(신보라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2019788)이 발의되기도 하였으나, 법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 제청신청인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 중 다른 부분에 따라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고, 법원은 위 위헌결정의 취지에 따라 2019.9.4. 제청신청인에 대한 처벌의 근거조항에 대하여 위헌심판을 제청하였는바, 헌법재판소는 동일 쟁점 사건의 종전 위헌 결정일로부터 약 1년 만에 ‘종업원 등이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를 고용한 법인에게 아무런 면책사유 없이 형사처벌을 하도록 한 것은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헌법재판소 2020.04.23. 선고 2019헌가25 결정】
• 헌법재판소 결정
• 사 건 / 2019헌가25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4조 위헌제청
• 제청법원 /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 제청신청인 / ○○ 주식회사
• 당해사건 /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9고정71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
• 선고일 / 2020.04.23.
<주 문>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7.3.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94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 가운데 ‘제81조제1호, 제2호 단서 후단, 제5호를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2.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7.3.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94조 중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 가운데 ‘제81조제1호를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개요
가. 제청신청인은 여객자동차 운송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2015.10.6. 춘천지방법원 2015회합509호로 회생절차가 개시되었다. 김○○은 위 법인의 대표이사 겸 관리인이고, 이○○은 노무계장으로서 종업원이다.
나. 제청신청인은, 김○○과 이○○이 각 제청신청인의 업무에 관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를 위반하여 부당노동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기소되어 벌금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고,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9고정71).
다. 제청신청인은 위 형사재판 계속 중 2019.7.10.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94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19초기212), 제청법원은 2019.9.4. 위 신청을 노동조합법 제94조 중 ‘법인의 대표자,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부분 가운데 제81조제1호, 제2호 단서 후단, 제5호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한 것으로 보고 이를 받아들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다.
2. 심판대상
제청법원은 노동조합법 제94조 중 법인의 종업원 등에 관한 부분은 물론 법인의 대표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81조제1호, 제2호 단서 후단, 제5호 위반에 관한 부분 모두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으나, 당해 사건에 적용될 여지가 있는 부분으로 심판대상을 한정한다.
따라서 이 사건 심판대상은 노동조합법(1997.3.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94조 중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 가운데 ‘제81조제1호, 제2호 단서 후단, 제5호를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이라 한다)과 법인의 대표자가 그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90조 가운데 ‘제81조제1호를 위반한 경우’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이라 하고,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과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을 통틀어 ‘심판대상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심판대상조항]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7.3.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94조(양벌규정) 법인 또는 단체의 대표자,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88조 내지 제93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단체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관련조항]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1997.3.13. 법률 제5310호로 제정된 것)
제90조(벌칙) 제44조제2항, 제69조제4항, 제77조 또는 제81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006.12.30. 법률 제8158호로 개정된 것)
제81조(부당노동행위) 사용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이하 “부당노동행위”라 한다)를 할 수 없다.
1.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 또는 가입하려고 하였거나 노동조합을 조직하려고 하였거나 기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2.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 다만, 노동조합이 당해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3분의 2 이상을 대표하고 있을 때에는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단체협약의 체결은 예외로 하며, 이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그 노동조합에서 제명된 것 또는 그 노동조합을 탈퇴하여 새로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신분상 불이익한 행위를 할 수 없다.
5. 근로자가 정당한 단체행위에 참가한 것을 이유로 하거나 또는 노동위원회에 대하여 사용자가 이 조의 규정에 위반한 것을 신고하거나 그에 관한 증언을 하거나 기타 행정관청에 증거를 제출한 것을 이유로 그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
3. 제청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이유
심판대상조항은 대표자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대표자와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선임하거나 고용한 대표자와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
4. 판단
가.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에 관한 판단
(1)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법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하 ‘종업원 등’이라 한다)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호, 제2호 단서 후단, 제5호가 정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에게도 노동조합법 제90조가 정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법인의 가담 여부나 이를 감독할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법인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달리 법인이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법인을 종업원 등과 같이 처벌하는 것이다. 그 결과, 법인은 선임·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에도 이 부분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형벌을 부과받게 된다.
(2)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이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이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라는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이고, 법인의 경우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책임주의원칙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 부분 심판대상조항은 종업원 등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법인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종업원 등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법인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법인이 고용한 종업원 등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법인에 대하여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사처벌하는 것이므로 헌법상 법치국가원리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된다(헌재 2019.4.11. 2017헌가30 등 참조).
나.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에 관한 판단
(1)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도 앞서 본 종업원 관련 부분과 마찬가지로, 법인의 대표자가 일정한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법인에게도 대표자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벌금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 법인 대표자의 행위는 종업원 등의 행위와 달리 보아야 한다. 법인의 행위는 법인을 대표하는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에 따른 행위에 의하여 실현되므로, 자연인인 대표기관의 의사결정 및 행위에 따라 법인의 책임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 즉, 법인은 기관을 통하여 행위하므로 법인이 대표자를 선임한 이상 그의 행위로 인한 법률효과는 법인에게 귀속되어야 하고, 법인 대표자의 범죄행위에 대하여는 법인 자신이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헌재 2013.10.24. 2013헌가18 참조).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하여서도 법인인 사용자는 노동조합법 제81조제1호에 따라 부당노동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하지만, 이 경우 법인은 직접 범행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대표자의 행위를 매개로 하여서만 범행을 실현할 수 있으므로 대표자의 행위를 곧 법인의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감독기관이 없는 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는 누군가의 감독상 과실을 인정할 수도 없고, 달리 대표자의 책임과 분리된 법인만의 책임을 상정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결국 법인 대표자의 법규위반행위에 대한 법인의 책임은 법인 자신의 법규위반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한 법인의 직접책임이므로, 대표자의 고의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이 고의 책임을, 대표자의 과실에 의한 위반행위에 대하여는 법인이 과실 책임을 부담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은 법인의 직접책임을 근거로 하여 법인을 처벌하므로 책임주의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헌재 2019.4.11. 2015헌바443 등 참조).
5. 결론
그렇다면 심판대상조항 중 법인의 종업원 관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고, 법인의 대표자 관련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유남석(재판장)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