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 회사가 어려운 경제상황과 경영상태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직축소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재택근무제도를 신설하고 재택근무 인사발령이 나면 불이익이 클 것이라는 암시를 주며 실제로 무보직발령 및 역발령을 낸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의 판단하에 희망퇴직원이 제출되고 회사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퇴직처분이 이루어졌다면, 이는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한 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4.6.25. 선고 200268058 판결

 • 원고, 상고인 / 252

 • 피고, 피상고인 / ○○중공업 주식회사

 • 원심판결 / 부산고법 2002.10.16. 선고 200111697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각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1.19. 선고 200051919, 51926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나아가 피고 회사가 어려운 경제상황과 경영상태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조직을 축소개편하고 잉여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하고 피고 회사의 본부장, 임원, 부서장들이 원고 등을 포함한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상대로 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희망퇴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당시 또는 앞으로 다가올 피고 회사의 어려운 상황이나 인원감축의 불가피성을 다소 과장하여 설명하고 퇴직 권유에 불응하여 이 사건 희망퇴직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경우 신분상 또는 경제상 어떤 불이익을 입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고, 그 무렵 일정기간 재택근무 후 보직을 받지 못하는 경우 당연퇴직 한다는 내용의 재택근무제도를 신설한 후 재택근무 인사발령이 나면 불이익이 클 것이라는 암시를 주고, 무보직발령 및 역발령을 내기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우선 피고 회사가 신설한 재택근무제도는 당시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하여 조직의 축소개편과 잉여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인력재배치의 차원에서 신설된 제도로서, 당시 피고 회사가 경영상 필요한 경우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던 기존의 보직해임제도보다 급여 및 처우 면에서 직원들에게 더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피고 회사는 재택근무 인사명령을 내린 적이 한 번도 없었으며, 또한 무보직발령 또는 역발령은 위와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조직의 축소개편으로 인하여 보직의 수가 감소하여 경영상의 필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루어 진 것으로서 그 경영상의 필요에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의 인사권이나 경영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것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 등에게 퇴직을 강요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고, 원고 등의 이 사건 퇴직경위와 그 전후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그 판시 증거들 및 이에 의하여 인정되는 제반 사정들만으로는 원고 등이 피고 회사의 강박에 의하여 퇴직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므로 취소할 수 있는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내심으로는 퇴직의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피고 회사의 위와 같은 강요로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원을 제출하였던 것이므로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고, 피고 회사도 그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원고 등에 대한 피고 회사의 강요·강박은 원고 등별로 구분·특정하여 그 정도를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원고들은 앞서의 주장 외에 원고 등이 받은 구체적인 강요·강박의 주장 및 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 판시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원고 등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된 것은 피고 회사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권유 또는 요구에 의하여 비롯된 면은 있지만 사직의 의사가 전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강압적 수단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원을 제출하게 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원고 등이 그 당시 우리 나라 및 피고 회사와 동종 업계의 경제적 상황이나 경영상태 및 그에 대한 장래의 전망, 피고 회사에서 제시하는 희망퇴직의 조건과 그 과정, 각 개인들의 개별적 사정과 장래의 불확실성, 피고 회사에서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에 있어서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들 스스로 진심으로 그와 같은 퇴직의사를 결정하였거나 마음속으로는 그와 같은 퇴직이 내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이 사건 희망퇴직원을 제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 사건 퇴직 당시 원고 등은 피고 회사의 권유에 따라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고 피고 회사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쌍방간에 이 사건 근로관계의 해지에 관하여 유효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할 것이어서 이 사건 퇴직처분이 실질적으로 피고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그 밖에 달리 원고들 주장과 같이 이 사건 퇴직을 실질적으로 정리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등의 퇴직의사표시가 강박에 의한 것으로서 취소할 수 있거나,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이며, 피고 회사의 원고 등에 대한 퇴직처분이 사실상 정리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들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실질적인 해고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법원은 당사자의 진술에 모순·흠결이 있거나 그 진술의 취지를 알 수 없는 때 이를 보완하여 명료하게 하거나, 소송의 정도로 보아 당사자가 부주의 또는 오해로 인하여 입증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에 한하여 입증을 촉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다툼 있는 사실에 관하여 입증이 없는 모든 경우에 심증을 얻을 때까지 입증을 촉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4.8.12. 선고 9413053 판결, 2003.12.12. 선고 20038886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소송은 처음부터 소송대리인에 의하여 소송이 수행되었고 소송대리인의 판단에 따라 입증활동이 이루어졌는바, 원고들 소송대리인은 피고 회사의 강요·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에 대하여는 원고별로 입증을 하여야 한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었으며, 그에 관한 일응의 입증을 하였음이 분명하므로 법원이 위 원고들에 대하여 이 점에 대하여 입증할 것을 촉구할 의무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거기에 사실심 법원으로서의 입증촉구의무를 위배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희망퇴직에 관한 인사관리규정과 급여규정은 1998.12.5.경 근로자들에게 주지된 것으로 보여 그때쯤 효력을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 희망퇴직과 관련한 인사관리규정과 급여규정을 1998.12.5.경 공포하고도 그 시행시기만 1998.11.13.로 소급한 것이라는 위 원고들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 사건 희망퇴직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에 대한 합의해지이므로 반드시 취업규칙 등에 그 근거규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의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도 결국 받아들일 수 없다.

 

4. 상고이유 제5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원고들로서는 조기퇴직제도와 희망퇴직제도가 그 도입 취지나 자격요건, 절차 등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희망퇴직원을 제출하여 퇴직하였다 할 것이어서 결국 위 원고들의 퇴직이 조기퇴직임을 전제로 한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판결에 이유를 명시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5.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원고들이 부담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변재승(재판장), 윤재식, 강신욱, 고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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