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참가인들이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다거나 원고의 명예퇴직자 선정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명예퇴직은 참가인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이 원고의 요구에 의하여 진정한 사직의 의사 없이 일괄적으로 명예퇴직신청서를 제출하고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그 퇴직 여부가 결정되었다 할 것이며, 사용자인 원고는 그와 같은 참가인들의 진의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따라서 참가인들이 원고에게 명예퇴직신청서 및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민법상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2015.8.13. 선고 2015두2185 판결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
◆ 서울고등법원 2015.4.17. 선고 2014누3077 판결
• 원고, 항소인 / ○○○○ 주식회사
• 피고, 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고○○ 외 38명
• 제1심판결 / 서울행법 2014.2.13. 선고 2012구합43864 판결
<주 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12.11.12.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들(이하 ‘참가인들’이라고 한다)사이의 2012부해○○○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원고가 항소하면서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유는 제1심에서 이미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아니하고, 제1심에서 제출된 증거에다가 당심에서 제출된 갑 제13 내지 35호증(가지 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당심 증인 표○○의 증언을 보태어 보더라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제1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된다. 이에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판결 이유는 아래 2항과 같이 원고가 당심에서 강조하는 주장에 관한 판단을 추가하는 것 이외에는 제1심 판결 이유 1, 2항 기재와 같으므로, 행정소송법 제8조제2항,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하는 판단의 내용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 당시 판매량이 급감하고 2008.부터 2011.까지 누적적자만 284억 원에 이르는 등 계속되는 경영상의 어려움에 인력구조조정 없이는 기업으로 존속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용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고 임시휴업을 시행하는 등 고용유지조치 노력을 하였으나 나아지지 않고 도산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2) 그에 따라 노동조합이 원고와 명예퇴직 실시에 합의한 것이며, 원고의 근로자들도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에 자발적인 의사에 다라 명예퇴직이 최선이라는 판단하에 명예퇴직 신청을 한 것일 뿐, 원고가 개별 면담 당시 명예퇴직을 종용한 사실은 없다.
3) 위와 같이 이 사건 명예퇴직은 근로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의한 것으로서 유효하다. 그러므로 원고가 근로자들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이후 명예퇴직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의사 형성 과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단계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명예퇴직자 대상자 선정기준이 다소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명예퇴직을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다.
나. 판단
살피건대 제1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 즉 원고가 참가인들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명예퇴직신청서 및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일괄하여 명예퇴직신청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 당시 참가인들을 포함한 209명의 근로자들은 원고가 퇴직시켜야 할 정도로 원고의 경영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명예퇴직을 신청한 근로자들의 비율이 97.6%에 이르는 점, 명예퇴직위로금의 액수가 최대 3개월분의 임금에 불과하였던 점 등에다가, 갑 제8, 33, 34, 35호증의 각 기재 및 당심 증인 표○○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들이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였다거나 원고의 명예퇴직자 선정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명예퇴직은 참가인들을 포함한 근로자들이 원고의 요구에 의하여 진정한 사직의 의사 없이 일괄적으로 명예퇴직신청서를 제출하고 원고가 일방적으로 정한 기준에 따라 그 퇴직 여부가 결정되었다 할 것이며, 사용자인 원고는 그와 같은 참가인들의 진의를 알았다고 봄이 상당할 것이다. 따라서 참가인들이 원고에게 명예퇴직신청서 및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민법상 비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①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을 위한 면담을 하기 전인 2011.11.14. 이미 노동조합 위원장인 표○○와 명예퇴직자의 수를 100명으로 정하는 등 합의를 하였는데, 표○○는 원고 관리상무인 천○○가 제시한 재무제표를 기초로 원고의 재정상태가 나쁘다는 판단을 하고 노동조합 대의원들과 협의를 거쳐 원고와 이 사건 명예퇴직에 관한 합의를 하였다. 표○○를 비롯한 노동조합 간부들은 모두 생산직 근로자로서 노동조합에 재무제표 등 회사 자금 사정을 조사해서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없었고, 따라서 재정상태가 악화되어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원고가 도산할 우려가 있다거나 명예퇴직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최대치가 0.5개월 내지 3개월분 급여정도라는 원고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② 원고는 당초 위 합의서에 명예퇴직신청자 수가 100명에 미달할 경우 명예퇴직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조항을 넣었다가, 표○○가 ‘그렇다면 마지막에 정리해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항의하여 이 조항을 삭제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명예퇴직 합의 과정은 ‘원고가 근로자들에게 명예퇴직 및 사직을 하지 않으면 위로금도 없이 강제퇴직을 시키겠다는 취지로 사직을 종용하였다’는 참가인들의 확인서(을 제3 내지 13호증)의 내용과 일부 일치하고 있고 그런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명예퇴직 신청 당시 직원들 사이에서 명예퇴직 신청을 하지 않으면 명예퇴직 위로금도 받지 못하고 해고될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을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명예퇴직을 위한 면담 당시 참가인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면담과 동시에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신청서를 제출하고 회사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현하였고, 윤○○은 “전 직원이 동일한 조건이므로 회사에 일임하겠음.”이라고 하는 등 참가인들을 포함한 209명의 근로자들은 직접 자신의 명예퇴직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이를 회사에 유보하였다. 이에 따르면 참가인들을 포함한 위 근로자들은 ‘일괄적으로 원고에게 명예퇴직 신청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원고가 명예퇴직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을 전제로 명예퇴직신청서를 제출하였다고 할 것이다.
④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자를 선정함에 있어서 회사측 평가요소 70%(근속연수, 어학, 인사고과, 징계, 업무적정성)와 근로자 개인측 평가요소 30%(부양가족수, 가계소득률, 업무상 상벌, 장애, 보훈)를 인사평가기준으로 정하였고, 2010년도 ‘호봉 및 point 부여 심의표’, ‘승격심의표’ 및 ‘인사평가 기초데이터’를 기초로 인사평가를 하여 ‘신 인사평가20120719일자’(갑 제35호증, 이하 ‘이 사건 인사평가서’라고 한다)를 작성하고 이를 기준으로 이 사건 명예퇴직자를 선정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인사평가서는 그 제목에 기재되어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명예퇴직 이후인 2012.7.경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명예퇴직 전에 작성되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⑤ 하지만 가사 이 사건 인사평가서가 이 사건 명예퇴직 이전에 작성되었다고 하더라도, ‘호봉 및 point 부여 심의표’(갑 제33호증)에 의하면, 참가인 엄○○는 2010년도 정기 인사평가 종합점수가 92.4이고 등급은 S, MASS 적용등급은 A임에도 호봉부여(안) 및 최종학정 점수가 “2”로서, 종합점수 84.7, 등급 B, MASS 등급 B인 김○○ 및 종합점수 82.9, 등급 B, MASS 등급 C인 참가인 황○○과 호봉부여(안) 및 최종확정 점수가 “2”로 동일한 점 등 그 내용이 객관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또한 ‘호봉 및 point 부여 심의표’상 점수 산정기준을 명확히 알 수가 없고, 회사측 평가요소 중 업무적정성의 평가기준은 전혀 제시되어 있지도 않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업무적정성이 각 부서의 팀장들의 의견을 참고하여 해당 UNIT의 장(임원급)들이 취합하여 평가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제1심 증인 신○○의 증언에 의하면 신○○은 생산 UNIT의 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평가에 참여한 일이 없고 단지 원고가 선정한 명예퇴직자 명단만 통보받았으며 누가 평가를 하였는지도 알지 못하였다고 하는 점에 비추어,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따라서 업무적정성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⑥ 또한 이 사건 인사평가서는 참가인들을 포함한 근로자 209명의 명예퇴직 신청자 이외에 명예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김○○, 박○○, 신○○, 강○○, 윤○○, 노동조합 위원장 표○○, 노동조합 사무국장 오○○ 등의 직원들도 포함되어 있어, 원고가 총233명의 전체 근로자들을 명예퇴직대상자 선정기준에 따라 평가를 하고 그 중 79명의 명예퇴직자를 선정하였다는 결과가 된다.
3. 결 론
그렇다면 제1심 판결은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명수(재판장), 여운국, 권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