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승강기 제조, 관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AC 주식회사로부터 C 주식회사 소유 공장 내 화물용 승강기 점검업무를 도급받은 안전총괄책임자로서 승강기 정기점검작업을 하는 경우 작업장 조도를 최소 75럭스 이상으로 맞추고 근로자 안전에 우려가 있는 경우 승강기 운전을 정지해야 하는 등의 안전관리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승강기 정기점검작업을 하도록 하였다가 피해자가 사망하여 피고인 A 및 주식회사 B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안전보건규칙상 조도유지의무는 사건이 발생한 공장 소유자인 C 주식회사에게 있을 뿐 승강기 점검업무의 수급인에 불과한 피고인들에게 그러한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승강기 점검업무가 승강기의 운전을 전제로 하는 작업이므로 당시 승강기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업무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바로 피고인들에게 과실이 있다거나 승강기정지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례.

 

울산지방법원 2019.05.30. 선고 2018고단3335 판결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 / 1. A 55.

2. 주식회사 B

검 사 / 유도윤(기소), 김민희(공판)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

 

피고인 A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로부터 위 회사 울산공장 DPP 내 화물용 승강기 2대에 대하여 유지관리업무를 도급받은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고, 피고인 주식회사 B는 승강기 제조 및 설치, 보수 감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1. 피고인 A

피고인은 2017.11.23. 10:00경 울산 남구 □□416 C 울산공장 DPP 사업장에서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 D(34 ), 같은 소속 근로자 E로 하여금 화물용 승강기 2호기의 기계실, 구동기(Lift Machine), 풀리공간, 카 실내, 카 상부, 피트(Pit: 카가 운행되는 최하층 승강장의 하부에 있는 승강로의 부분) 등에 대한 월간 정기 점검 작업을 하게 하였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는 피고인은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照度)75럭스 이상의 기준에 맞도록 하여야 하고, 공작기계·수송기계·건설기계 등의 정비·청소·급유·검사·수리·교체 또는 조정 작업 또는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작업을 할 때에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작업면의 조도가 28럭스로 최소 규정 조도인 75럭스 미만이고, 위 승강기의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기점검을 위해, E는 카상부의 점검용 조작반에서 카를 조작하고, 피해자는 피트 내부로 들어가서 카가 최상부에서 최하부까지 부분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반대로 움직이는 균형추의 높이, 가이드레일 상태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다가 때마침 작업장소가 어두워 위 E가 미처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카를 올리는 바람에 피해자가 균형추와 벽체(브라켓)에 협착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은 위와 같이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같은 날 11:05경 울산대학병원에서 심장눌림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주식회사 B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의 대표자인 A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 사실과 같이 위반행위를 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판 단

 

.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주식회사 B(이하 ‘B’라 한다)의 대표자인 피고인 A승강로 피트 내 피해 근로자가 작업한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기준에 맞도록 하지 않고,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음에도 승강기의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채 작업하도록 하는 등으로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것인바, 사업주인 B에 위와 같은 안전조치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피고인 A가 이를 위반하였는지 본다.

 

. 조도유지의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8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75럭스 이상으로 하여야 하는 바, 이 사건 작업장소인 승강로 하부가 B의 근로자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에 해당하여 B에게 위와 같은 조도유지의무가 있는지 본다.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제17조에 따르면, 승강기 관리주체는 스스로 승강기 운행의 안전에 관한 점검(자체점검)을 월 1회 이상 실시하여야 하고, 자체점검을 스스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유지관리업자에게 대행하도록 할 수 있다. 이 사건 승강기의 관리주체인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는 위 규정에 따라 B에 월 13만 원의 용역대금을 지급하고 20171년간 자체점검을 대행하도록 하는 내용의 승강기 보수 계약을 체결하였다. B는 위 계약에 따라 20171월부터 10월까지 월 1회 이 사건 엘리베이터에 대한 정기점검을 실시하였고, 11월 정기점검일에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건 승강기 및 승강기가 설치된 공장의 소유자로서 승강기 관리주체인 C는 법률에 따라 이 사건 승강기에 대한 정기적인 자체점검의무가 있는 반면, BC와의 대행계약에 따른 일시적 점검의무를 부담할 뿐인 점, 승강기 점검업무의 수급인에 불과한 B에게 도급인인 C의 공장 시설 일부인 승강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할 권한이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사고 후 C가 이 사건 승강로 하부에 안전보건규칙의 기준을 충족하는 조명을 설치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승강로에 대한 조도유지의무는 B가 아닌 C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사건 승강로를 B 근로자들이 상시 작업하는 장소라고 보기는 어렵다(물론 사업주는 상시 작업하는 장소가 아닌 곳에서 소속 근로자가 작업하는 경우에도 작업에 적합한 조도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나, 이는 일반적인 업무상 주의의무에 해당할 수 있음은 별론, 안전보건규칙에 따른 안전조치의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이 사건 당시 피해 근로자는 손전등을 사용하여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바, 공소사실 기재 작업면 조도 28럭스는 승강장에 설치된 조명에 의한 조도를 사고 후 측정한 값에 불과하고 작업 당시의 조도에 관하여는 이를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 피고인 A가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수도 없다).

 

. 승강기운전정지의무

안전보건규칙 제92조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수송기계의 검사 작업을 할 때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으면 해당 기계의 운전을 정지하여야 한다. 그러나 위 규정을 기계가 정상적으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여부를 검사하기 위하여 반드시 기계를 운전하면서 검사하여야 하는 경우에도 그러한 검사에 통상 수반될 수밖에 없는 근로자의 위험을 이유로 처음부터 기계를 운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검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므로 채택할 수 없다. 반드시 기계를 운전하면서 검사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기계의 운전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을 초과하는 특별한 객관적 위험이 이미 발생하였거나 예견되는 경우에 한하여 운전정지의무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재해조사의견서, 증인 F의 법정 진술, 피고인 A의 검찰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승강기 점검은 21조로 이루어지며 한 명이 카 상부의 점검용 조작반에서 카를 조작하여 카가 최상부에서 최하부까지 부분적으로 이동함에 따라 반대로 움직이는 균형추의 높이, 가이드레일 상태 등을 다른 한 명이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승강기의 운전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여 점검하는 작업 즉 승강기의 운전을 필수로 하는 점검 작업이다.

그러므로 승강기의 운전을 정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점검 작업을 한 사실 자체만으로는 피고인들에 대하여 위 규정 위반의 죄책을 물을 수 없는바,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이 사건 승강기 점검 작업 당시 그와 같은 작업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을 초과하는 특별한 위험이 발생하였거나 예견되었다는 사실에 관하여 아무런 기재가 없고, 달리 그와 같은 위험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3. 결 론

 

따라서, B에 조도유지의무나 승강기정지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김주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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