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감사기관과 수사기관에서 비위 조사나 수사 중임을 사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직 면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서 공무원의 신분을 잃지 않은 상태의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그 처분 대상임을 전제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 우정사업본부장은 2014.12.5. 집배원이었던 원고를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선정함. 이후 피고 △△우체국장은 관계법령에 따라 2014.12.31.자로 원고를 특별승진하고, 의원면직 처분을 함. 피고 우정사업본부장은 2014.12.31. 원고에 대하여 폭행혐의를 이유로 수사가 개시되었다고 하면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함. 원고는 2015.1.6. 위 혐의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을 받음. 수사기관에서의 수사라는 잠정적 사유에 근거한 이 사건 처분이 원고에 대한 면직의 효력이 발생한 2014.12.31. 00:00시 이후에야 비로소 발생하였으므로, 더 이상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없는 시점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원심의 판결을 파기환송함.]
◆ 대법원 제3부 2019.07.25. 선고 2016두54862 판결 [명예퇴직수당지급대상자취소처분취소등]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우정사업본부장 외 1인
♣ 원심판결 / 대구고등법원 2016.9.30. 선고 2016누431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면직의 효력이 발생한 후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처분이 가능한지
가. (1) 공무원으로 20년 이상 근속한 자가 정년 전에 스스로 퇴직하면 예산의 범위에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할 수 있고, 그 수당의 지급대상범위·지급액·지급절차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1항, 제5항).
그 위임에 따른 「국가공무원 명예퇴직수당 등 지급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은 명예퇴직수당의 지급결정 절차를 상세히 정하고 있다. 특히 제3조제3항은 징계의결이 요구되어 있는 사람 등 제1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제1호), 형사사건으로 기소 중인 사람(제2호), 감사원 등 감사기관과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비위조사 중 또는 수사 중인 사람(제3호) 등을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9조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에게 명예퇴직수당 지급신청기간 이후부터 명예퇴직일까지의 기간 중에 제3조제3항의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2) 한편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은 ‘명예퇴직수당 환수 대상자’에 관하여 정하고 있다. 명예퇴직 이후에 발생하는 환수 사유를 보면,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제1호), 재직 중에 형법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 규정된 죄를 범하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제1의2호), 재직 중에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 제355조 또는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하여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되거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제1의3호) 등이다. 이는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의 취소 사유와 비교하여 환수 사유를 엄격하게 한정한 것이다.
나.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의 문언, 체계와 취지 등을 종합하면, 감사기관과 수사기관에서 비위 조사나 수사 중임을 사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직 면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아서 공무원의 신분을 잃지 않은 상태의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그 처분 대상임을 전제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규정 제3조제3항제3호, 제9조는 명예퇴직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이 명예퇴직수당 지급신청기간 이후부터 ‘명예퇴직일’까지 사이에 단순히 감사원의 비위 조사나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게 된 사정만 발생해도 명예로운 퇴직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그 혐의 유무에 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잠정적인 상태인데도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일단 취소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명예퇴직일’까지의 잠정적 사유만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는 그 취소의 시기를 ‘명예퇴직일 전’까지 제한한 것으로 새기는 것이 타당하다.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이 취소되더라도 대상 공무원은 공무원 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므로, 그 수사절차가 불기소처분 등으로 종료되기를 기다린 후에 다시 명예퇴직수당 지급신청을 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명예퇴직의 효력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석할 경우 취소결정의 시기에 따라 명예퇴직수당 지급을 재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아예 박탈될 수 있고 이는 입법자가 예정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2)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결정된 사람이 단순히 조사·수사를 받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이 취소된다면, 대상자가 실제로는 어떠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 그가 입게 될 손해는 단순히 명예퇴직수당 제도의 효율적 운용이라는 공익과 비교하더라도 훨씬 더 클 수 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미 명예퇴직한 사람에 대해서도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다면,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는 것을 전제로 정년 이전에 퇴직한 공무원의 기득권과 신뢰를 한층 더 크게 침해할 수 있다.
따라서 ‘수사나 조사 진행 중’이라는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취소 관련 규정의 해석에는 엄격해석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명예퇴직일 이후에 무혐의 처분 등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 명예퇴직수당 재지급 신청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이러한 엄격해석 원칙을 관철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
(3) 이 사건 규정이 한정된 명예퇴직수당 예산을 효율적이고 형평성에 맞게 운용하고, 공정한 법적용을 담보하는 취지에서 수사나 조사 중이라는 잠정적 사유까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 취소사유로 규정한 데에 합리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 제도적 취지는 명예퇴직의 효력이 발생하기 이전 단계에서 의원면직을 보류한 다음 최종적으로 비위나 범죄사실이 없음이 밝혀질 경우에는 다시 구제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종국적으로 명예퇴직의 효력이 발생한 다음에는 이 사건 규정 제9조, 제3조제3항제3호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4) 요컨대, 위와 같은 이 사건 규정들의 문언과 체계와 취지를 종합하면, 단순히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조사·수사를 받고 있다는 잠정적 사유가 있음을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 결정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명예퇴직이나 의원면직 이전에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5.30. 선고 2016두49808 판결 참조).
(5)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가 감사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조사·수사를 받고 있다는 잠정적 사유가 발생하였음에도 ‘명예퇴직일 전’까지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을 하지 못하고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한 경우에는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3항제1호, 제1의2호, 제1의3호에서 규정한 환수사유에 해당하게 된 경우에만 명예퇴직 수당 환수처분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다.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1) 원고는 1985.12.11. 집배원으로 임용되어, 2013.12.12.부터 ○○지방우정청△△우체국 우편물류과에서 우정주사(우정 6급)로 근무하였다.
(2) 원고는 2014.10.30.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진탕, 흉부좌상 등 7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고, 2014.11.3. 피고 우정사업본부장에게 교통사고로 업무수행이 어려워 퇴직을 원한다는 명예퇴직원을 제출하였다.
(3) 피고 우정사업본부장은 2014.12.5. 원고를 국가공무원법 제74조의2 제1항 등에 따라 2014.12.31.자 정기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로 선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우체국장은 2014.12.29. 원고를 국가공무원법 제40조의4 제1항제4호, 우정사업본부 소속공무원 인사관리세칙 제6조에 따라 2014.12.31.자로 우정주사(우정 5급)에 임용(특별승진)함과 동시에 의원면직 처분을 하였다.
(4) 그 후 봉화경찰서장은 2014.12.31. 피고 △△우체국장에게 ‘원고가 2014.12.14. 처인 소외인과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 말다툼이 생겨 오른손 주먹으로 소외인의 가슴 부위를 1회 때렸다는 혐의사실로 2014.12.29. 원고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었다’는 통보를 하였다.
(5) 이에 피고 우정사업본부장은 2014.12.31.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규정 제9조, 제3조제3항제3호에 따라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을 하였고, 피고 △△우체국장은 2015.1.2. 원고에 대하여 우정직공무원 명예퇴직(특별승진) 취소결정을 하였다(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
(6) 원고는 2015.1.6.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 검사로부터 위 혐의사실에 관하여 불기소처분(공소권없음)을 받았다.
라.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관련 규정과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수사기관의 수사 개시라는 잠정적 사유를 이유로 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은 원고에게 면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피고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미 원고에게 2014.12.31. 00:00에 면직의 효력이 발생(면직의 경우에 면직발령장 또는 면직통지서에 기재된 일자에 면직의 효과가 발생하여 그날 영시부터 공무원의 신분을 상실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1985.12.24. 선고 85누531 판결 참조)한 후에 원고에 대하여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을 하였고, 그에 기초하여 피고 △△우체국장은 원고에 대하여 명예퇴직(특별승진) 취소결정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취소결정이 면직의 효력 발생 전·후를 불문하고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이 사건 각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잠정적 사유로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자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시점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결 론
그러므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조희대 민유숙 이동원(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