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선거절차에서 법령 등에 위반한 사유가 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당선이 무효인 것은 아니다. 법령 등 위반행위가 선거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른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였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될 때 해당 선거를 무효로 볼 수 있다. 이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란 그와 같은 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선거 결과, 즉 후보자 당락에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를 말한다.
노동조합 임원선거의 경우 선거절차에서의 법령 등 위반행위가 중대한 선거부정행위로 평가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선거 결과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조합민주주의를 무의미해지게 하거나 형해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해당 선거 역시 무효로 볼 수 있다.
◆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6가합8994 노동조합지부장선거 선거무효확인의 소,
2016가합9195(병합) 노동조합지부장선거 선거무효확인의 소
♣ 원 고 / 1. 김A, 2. 채B, 3. 박C, 4. 김D, 5. 이E, 6. 이F, 7. 김G, 8. 박H, 9. 김I, 10. 유J
♣ 피 고 /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경기지역노동조합 ○○여객노동조합지부
♣ 변론종결 / 2017.06.28.
♣ 판결선고 / 2017.07.24.
<주 문>
1. 원고 김I의 소를 각하한다.
2. 2016.5.7. 실시된 피고의 지부장 선거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 제2항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 지위
피고는 ○○여객 주식회사 소속 버스기사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고, 원고 김I를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 조합원이다.
나. 피고 지부장선거
1) 피고는 지부장 임기만료가 다가옴에 따라 2016.5.7.에 직접선거 방식으로 지부장 선거(이하 ‘이 사건 선거’라고 한다)룰 실시하기로 결정하였고, 서K(종전 지부장이다) 및 길L은 이 사건 선거 후보자로 등록하였다.
2) 서K과 길L은 이 사건 선거운동기간인 2016.4.29.부터 2016.5.6.까지 각각 선거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선거사무실을 방문하는 조합원들에게 술과 음식물을 제공하였다.
3) 피고는 조합원들로부터 총 급여 중 2% 상당액을 조합비로 징수하는데, 피고 간부인 상무 집행위원들에게는 조합비에서 소정의 업무활동비가 지급된다. 피고의 상무 집행조합원들은 평소 피고로부터 지급받은 업무활동비를 부지부장인 함M 명의 계좌에 적립한 후 경조사비 등 공동경비로 사용하여 왔는데 지부장 선거를 맞이하여 그 중 일부를 조합장인 서K에게 찬조하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함M은 2016.4.29. 정AA을 통하여 자신 명의 계좌에 보관중인 업무활동비 400만원을 인출하여 서K 선거활동비로 찬조하도록 하였다(이하 ‘이 사건 찬조’라고 한다).
4) 이 사건 선거에서 재적조합원 237명 중 236명이 투표를 하였고, 서K이 142표, 길L이 93표를 득표하여(기권 1표) 서K이 피고 지부장으로 선출되었다.
다. 관계법령 등
이 사건과 관계있는 관계법령이나 피고 규약 내용 등은 다음과 같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1조(규약) 노동조합은 그 조직의 자주적・민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하여 당해 노동조합의 규약에 다음 각 호의 사항을 기재하여야 한다.<개정 2006.12.30>
각 호 생략.
제16조(총회의 의결사항) ④ 규약의 제정・변경과 임원의 선거・해임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하여야 한다.
제22조(조합원의 권리와 의무)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균등하게 그 노동조합의 모든 문제에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다만, 노동조합은 그 규약으로 조합비를 납부하지 아니하는 조합원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 피고 규약
제27조 (임원의 의무) ① 지부장
(1) 지부장은 조합을 대표하며, 조합원의 모든 업무를 통괄한다.
◼ 피고 선거관리규정
제3조(목적) 본 규정은 조합의 각종 선거를 민주방식에 의하여 공정하게 실시하고 선거의 질서유지를 목적으로 한다.
제33조(선거질서 유지) 선거의 공정을 위하여 다음 행위를 한 자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의로 입후보등록 취소 또는 당선무효를 할 수 있다.
1) 특정 후보자의 당락을 목적으로 사전선거운동 또는 조합원에게 금품 또는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25호증, 을 제1, 2,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길L, 김N의 각 증언, 원고 김I에 대한 당사자 본인신문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김I 소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
원고 김I에 대한 당사자 본인신문결과에 의하면, 원고 김I는 이 사건 이후 다른 버스 회사로 이직하여 현재 피고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선거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더 이상 원고 김I의 법률상 지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
원고 김I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나머지 원고들(이하 이 항에서 ‘원고들’이라 한다) 청구에 관한 판단
가. 당사자들 주장
1) 원고들
서K은 선거운동기간 중 선거운동을 빙자하여 조합원들에게 술과 음식물을 제공하였다. 이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이고, 선거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선거는 무효이다.
2) 피고
서K이 조합원들에게 술과 음식물을 제공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예전부터 이루어진 관행이었고 경쟁 후보자인 길L 또한 같은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하였다. 이를 선거무효 사유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서K의 행위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선거는 무효가 아니다.
나. 관련 법리
1) 선거절차에서 법령 등에 위반한 사유가 있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당선이 무효인 것은 아니다. 법령 등 위반행위가 선거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른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였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될 때 해당 선거를 무효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0.7.15. 선고 2009다100258 판결 등 참조). 이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는 때’란 그와 같은 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선거 결과, 즉 후보자 당락에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를 말한다(대법원 2013.4.11. 선고 2012수35 판결 등 참조).
2) 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16조제4항은 “임원의 선거・해임에 관한 사항은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노동조합법 제11조는 ‘노동조합의 자주적 운영의 보장’과 함께 ‘민주적 운영의 보장’을 병렬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② 피고 지부장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노동조합법 제22조에서 정한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 중 핵심적인 사항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③ 피고 규약 제27조제1항은 “지부장은 조합을 대표하며, 조합원의 모든 업무를 통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 지부장의 위와 같은 지위와 역할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 지부장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절차에 따라 선출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조합원의 총의(總E)를 반영할 수 있는 선거구조하에서 선출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노동조합 임원선거의 경우 선거절차에서의 법령 등 위반행위가 중대한 선거부정행위로 평가될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선거 결과를 그대로 용인하는 것이 조합민주주의를 무의미해지게 하거나 형해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 해당 선거 역시 무효로 볼 수 있다.
다. 이 사건 선거의 무효 여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 서K의 선거부정행위
서K이 선거운동기간 동안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조합원들에게 술과 음식물을 제공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처럼 당선목적으로 조합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행위는 노동조합법 제11조에 따라 제정된 피고 선거관리규정 제33조제1항에 반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법령 또는 피고 규약 등에 의해 보호되는 노동조합 임원선거의 자유・공정과 불가매수성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선거부정 방지를 통한 조합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공공의 이익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이 사건 찬조를 통하여 피고 조합원 전체를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조합비 중 400만원 상당액이 사실상 서K 선거활동비로 사용되었고, 찬조를 결정한 상무집행위원 중에 이 사건 선거에서 누구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인 지위에 있어야 할 선거관리위원장 함M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이와 같은 행위는 앞에서 살펴본 가치를 훼손하는 ‘중대한 선거부정행위’로 평가된다.
2) 서K의 행위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서K의 행위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① 서K은 142표, 길L은 93표를 얻어 1위와 2위 득표수 차이가 49표에 이르기는 하지만, 선거운동기간 동안 향응제공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고려하여 보면, 서K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회원수는 그 차이를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② 길L 또한 조합원들에게 술과 음식물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서K이 이 사건 찬조로 400만원을 지급받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서K과 길L이 제공한 음식물의 내용이나 질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이를 동등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없다.
③ 특히 이 사건 찬조가 조합비에서 집행된 것이나 다름없고 피고 선거관리위원장인 함M의 주도로 이루어진 사정까지 고려하여 보면, 그와 같은 행위는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하여 선거의 기본 이념인 선거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러한 침해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④ 피고는 지부장 선거기간 중에 조합원들에게 술과 음식물을 제공하는 것은 선거를 조합원들 전체가 참여하는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오랜 관행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순히 상당기간 되풀이되었다는 사정만으로 향응제공행위가 정당화될 수 없고, 공동제공이 아닌 후보자별 개별제공 방식을 취하는 이상 금력에 따라 제공되는 향응의 내용과 질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관행이 아닌 악습에 불과하다.
라. 소결론
서K의 향응제공행위가 없었다면 이 사건 선거의 당락에 다른 결과가 발생하였을지 모른다. 서K의 향응제공행위는 선거의 자유와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는 것으로 이 사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피고 지부장의 지위와 역할, 향응제공행위에 소요되는 비용, 그 비용의 출처와 조달된 경위, 이로 인해 피고 조합원이 입게 되는 피해 정도나 피고에 대한 신뢰상실의 정도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선거 결과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조합민주주의를 무의미해지게 하거나 형해화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 사건 선거는 무효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원고들에게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원고들이 피고 선거관리규정에 따른 이의신청절차를 거쳤는지는 이 사건 선거 무효여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4. 결 론
원고 김I의 소를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 청구를 인용한다.
판사 김동현(재판장) 박소연 류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