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며, 이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대표권한을 남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2] 급여 일부의 지급거절이나 해고와 같이 근로자의 지위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단체협약 과정에서는 근로자 대표자가 갖는 대표권의 재량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사건 합의(단체협약 변경 합의)는 그 성립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고, 원고 대표자 위원장인 B가 원고 조합의 목적과 관계없이 피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대표권을 남용하여 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30조제1항을 위반하였으며, 피고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합의는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제2민사부 2017.09.07. 선고 2015가합2107 판결 [단체협약무효확인 등]
♣ 원 고 / A 노동조합
♣ 피 고 / A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17.06.22.
<주 문>
1.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13.12.10.자 별지 목록 합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2015.10.부터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13.1.1.자 단체협약 변경 합의시까지 월 700,000원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인정사실
가. 원고는 피고의 근로자들로 조직된 기업별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자동차운수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나. B는 2013.12.10. 당시 원고 대표자 위원장으로서 피고와 별지 목록 합의(이하 ‘이 사건 합의’라 한다)를 하였다.
다. 이 사건 합의에 따라, ① 원고와 피고 사이의 2013.1.1.자 단체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 한다) 제21조제5호, 제54조에 의하여 피고가 연 1회 유급휴일로 지정하여 실시하던 야유회를 실시하지 아니하기로 하고, ② 이 사건 단체협약 제33조에 의하여 피고가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던 상여금에 관하여 월 12일 미만 근로한 사원은 상여금을 일할계산하여 지급하고, 월 급여(26일 기준)를 초과한 운송수입금 미입금 자에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아니하기로 하였으며, ③ 이 사건 단체협약 제47조제2항에 의하면 임의로 운송수입금을 입금시키지 않아 미입금액이 급료를 초과한 경우 승무정지의 징계를 받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미입금액이 월 일백만 원 이상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되었다.
라. 이 사건 단체협약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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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조(기존 근로조건) 회사는 어떠한 명목과 방법으로도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으며 갱신체결시 기존 협약 기준을 저하시키지 못한다.
제8조(협약의 기준) 이 협약 기준은 효력기간이 경과된 후에도 갱신체결 될 때까지 효력은 지속된다.
제21조(유급휴일) 다음 각 호는 유급휴일로 한다.
⑤ 추계야유회 1일
제33조(상여금) 회사는 입사 후 9개월 이상 된 조합원에게 연 기본급의 250% 이상을 지급한다.
제47조(징계의 종류) ② 징계양정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승무정지
4. 임의로 운송수입금을 입금시키지 않아 급료를 초과한 자
제54조(야유회) 회사는 조합원의 사기 양양을 위하여 연 1회에 한하여 야유회를 실시하되 야유회에 상응하는 사항으로 노사간 합의할 수 있다.
제59조(교섭요구) 교섭을 하고자 할 때 어느 일방은 교섭일시, 장소, 교섭위원 명단 및 요구사항 등을 기재 하여 교섭 5일 전에 요청하여야 한다.
제61조(교섭위원 수) 교섭위원은 노사 각 3인 이내로 구성하되 쌍방 대표자는 필히 교섭위원에 포함되어야 한다.
제63조(교섭회의) 회의는 쌍방에서 각 과반수 이상 참석하여 성립한다.
제73조(유효기간) 본 협약의 유효기간은 2013.1.1.부터 2014.12.31.까지로 한다.
부칙
제1조(후생복지 기금) 회사는 노동조합에 후생복지기금을 월간 700,000원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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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피고는 2015.10.경부터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 부칙 제1조에 따른 후생복지기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합의의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하여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주장
이 사건 합의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이다.
① 원고 소속 근로자들은 이 사건 합의의 시기, 경위, 체결여부를 전혀 알지 못하였고, 이 사건 합의는 교섭안건으로 통지되거나 교섭위원들 사이에 거론된 바 없는 등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교섭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절차적 하자가 있다. ② 이 사건 합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 제30조제1항의 강행법규를 위반하였다. ③ 이 사건 합의는 당시 원고 대표자 위원장인 B가 대표권을 남용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피고도 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그 효력이 없다.
(2) 피고 주장
당시 피고의 경영상태가 매우 악화된 상태에서 경영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이 사건 합의를 한 것이고,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므로 이 사건 합의는 유효하다. 교섭 과정에서 절차 위반은 없었고,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관행으로서 이 사건에만 엄격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나. 판 단
(1)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제30조제1항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신의에 따라 성실히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여야 하며 그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각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표이사가 대표권의 범위 내에서 한 행위는 설사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 할지라도 일단 회사의 행위로서 유효하고, 다만 그 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는 것이며(대법원 2004.3.26. 선고 2003다34045 판결 참조), 이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대표권한을 남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2)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다가 갑 제5에서 7호증, 을 제5, 7호증의 각 기재, 증인 C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과 급여 일부의 지급거절이나 해고와 같이 근로자의 지위나 신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관한 단체협약 과정에서는 근로자 대표자가 갖는 대표권의 재량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합의는 그 성립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고, 원고 대표자 위원장인 B가 원고 조합의 목적과 관계없이 피고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대표권을 남용하여 한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30조제1항을 위반하였으며, 피고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① 이 사건 합의 당시 원고 대표자 위원장인 B와 피고 대표이사 C이 참석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제61조 및 제63조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 제59조에 의하면 교섭을 하고자 할 때 어느 일방은 교섭일시, 장소, 교섭위원 명단 및 요구사항 등을 기재하여 교섭 5일 전에 요청하여야 하는데, 원고 대표자 위원장인 B와 피고 대표이사 C은 이러한 절차를 전혀 지키지 아니한 채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 피고는 이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절차 위반이 정당화될 수 없고, 피고는 2013.5.2. 원고 위원장에게 차량 대폐차에 관하여 협의를 하고자 통지한 적도 있으므로 그러한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②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는 단체교섭을 할 때 통상 노사협의회를 통하여 피고 측 3명, 원고 측 5명이 참석하여 회의를 진행한 후 원고 위원장과 피고 대표이사 사이에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사건 합의와 관련하여서는 원고 위원장인 B는 원고의 교섭위원이나 집행부, 조합원 누구와도 상의한 사실이 없고 사전에 노동조합의 전체 의견을 묻지도 아니하였으며 이를 사전에 공지하지도 아니한 채 피고 대표이사 C과 둘 만이 있는 자리에서 이 사건 합의를 하였다. 이 사건 합의 이후 원고의 위원장은 2014.1.경 선거를 거쳐 D로 변경되었고, B는 2014.2.경 피고 회사에서 사직하였다. 피고는 이 사건 합의 이후에도 이 사건 합의 내용을 행정관청에 신고하지 않았고(노동조합법 제31조제2항에 따르면 단체협약의 당사자는 단체협약의 체결일로 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행정관청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원고 조합원들에게 곧바로 공지하지도 않아 원고 조합원들은 이 사건 합의 내용을 2014년도 가을 야유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합의는 급여의 일부 지급 거절과 해고 사유의 추가가 주된 내용으로서 피고 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원고 측 근로자들에게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다. 회사는 어떠한 명목과 방법으로도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으며 갱신 체결시 기존 협약 기준을 저하시키지 못한다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6조에 반하는 것이고, B와 C 역시 이 사건 합의가 피고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원고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
④ C은, B가 원고 집행부 또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조합원의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한 원고 조합의 목적(원고 조합규약 제6조)과 관계없이 피고 회사의 일방적 이익을 위하여 독단적으로 이 사건 합의를 한다는 사실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합의는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
3. 후생복지기금 청구에 관하여
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에 따라 2015.10.부터 이 사건 단체협약 변경 합의시까지 후생복지기금 명목으로 월 700,000원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변론종결일 이후 부분은 장래이행의 청구에 해당하는데 피고가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그 지급의무를 다투고 있고 이후에도 그런 입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미리 청구할 필요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고 있는 후생복지기금이 실제로는 원고의 운영비로 사용되고 있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므로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후생복지기금을 운영비로 사용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이 2년의 유효기간이 경과하여 실효되었으므로 원고에게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른 후생복지기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에 의하면 그 유효기간이 2014.12.31.까지이지만 그 효력기간이 경과된 후에도 단체협약이 갱신체결될 때까지 효력은 지속된다고 규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단체협약이 노동조합법 제32조제1항, 제2항의 제한을 받는 본래의 유효기간(2년)이 경과한 후에 불확정기한부 자동연장조항에 따라 계속 효력을 유지하게 된 경우에, 효력이 유지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은 노동조합법 제32조제1항, 제2항에 의하여 일률적으로 2년으로 제한되는 것은 아니며(대법원 2015.10.29. 선고 2012다71138 판결 참조), 당사자 일방이 노동조합법 제32조제3항 단서에 따라 이 사건 단체 협약을 해지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은 현재도 유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결 론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성수(재판장) 장민석 한옥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