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이 사건 사업 내용상 인건비 비율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수익금 환수 등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원고들로서는 그를 감수해야 함. 甲에 대하여 확정된 형사판결의 범죄사실에서 인정된 것처럼 甲이 원고들에게 ‘허위의 근로계약서’를 만들어야 하고 자신이 지정하는 계좌로 임금 명목의 돈을 입금하라고 하였다면 그 지시에 따른 원고들은 허위의 근로계약임을 알면서도 이에 협조하여 그와 같은 외관이 작출되도록 한 것으로, 이는 정당한 사업수행의 내용이 아님이 명백함. 甲의 기망행위에서 그 불법성이 명백히 드러남에도 의구심을 품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甲의 지시에 따름으로써 불법에 협조한 것은 원고들의 중과실에 해당함. [항소기각(원고패)]


【서울고등법원 2024.5.9. 선고 2023나2060095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3나2060095 손해배상(기)

• 원고, 항소인 / 1. 사단법인 A ~ 20. 유한회사 T

• 피고, 피항소인 / 재단법인 한국○○○재단

• 제1심판결 / 서울서부지방법원 2023.11.21. 선고 2022가단274298 판결

• 변론종결 / 2024.03.28.

• 판결선고 / 2024.05.09.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 중 원고들 패소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제1심 공동피고 U과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제1심 판결 별지 목록 기재 각 돈 및 각 이에 대하여 각 기산일(입금일)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기재할 이유는 제1심 판결문 제5면 하단 제2행의 “피고 한국○○○재단”을 “피고 재단법인 한국○○○재단”으로 고쳐 쓰고, 원고들이 이 법원에서 추가하거나 특히 강조한 주장에 대하여 아래 제2항에서 추가로 판단하는 외에는 제1심 판결의 이유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약어와 별지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원고들의 청구가 모두 인용되었으나 제1심 공동피고 U이 항소하지 아니함에 따라 그대로 분리·확정된 제1심 공동피고 U에 대한 부분은 제외).

 

2.  원고들의 주장에 대한 추가 판단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제1심 공동피고 U(이하 ‘U’이라고만 한다)이 관련 업무를 5년 이상 도맡아 왔고, 피고의 부실한 감사시스템과 업무방기가 이 사건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 U이 입금을 요구한 계좌가 제3자 명의인 것은 취약계층 근로자의 1년치 임금이라는 점에서 자연스럽다는 점, 원고들을 포함하여 U이 입금을 요청한 업체 30여개 중 피고에게 직접 사실을 확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업체는 없는 점, 원고들은 장기간 해당 업무를 하여 온 U이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하였기에 이를 믿은 것뿐인 점, 공평의 관점에서도 피해자인 원고들을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에게 중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의 사용자책임이 면책된다고 판단한 제1심 판결은 잘못되었다.

 

나. 관련 법리

원래 민사재판에 있어서는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0.12.7. 선고 90다카21886 판결, 대법원 2021.10.14. 선고 2021다243430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갑 제7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U은 피고 재단에서 2018.3.부터 2022.9.까지 X발전소 수입금 활용계획 이행준수 점검, 수익금을 협약비율에 맞춰 사용했는지 여부, 일자리 창출현황 등을 파악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매니저로 근무한 사실, ② U은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을 기화로 원고들을 포함하여 피고로부터 태양광 발전설비를 지원받아 운영하는 업체 측에게 “한전에서 인건비 활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를 한다, 감사를 피하려면 ‘일자리 창출’ 실적이 내부적으로 필요한데 실적을 증빙하기 위한 자료로 근로계약서와 임금 등 입출금 내역이 있어야 한다, 허위 근로계약서는 내가 만들어서 보내줄 것이니 이에 조합에서 날인을 해주고, 1년치 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W’의 계좌로 입금하면 그 금액으로 재단에 일자리 실적 보고를 하고 2주 뒤에 다시 돌려주겠다”라고 말하였고, 이러한 기망을 통해 원고들을 포함한 수십 명의 피해자로부터 금원을 송금받아 편취하였다는 사기죄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3.3.29. 선고 2023고단492 판결, 이에 대한 U의 항소가 기각되었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과 같이 U이 원고들을 기망하면서 실적을 만들기 위해 ‘허위의 근로계약서’를 만들어야 하고 이에 부합하는 듯한 외관을 창조하고자 자신이 지정하는 계좌로 임금 명목의 돈을 입금하라고 말하였고, 원고들이 이러한 말을 듣고도 그에 따라 행동한 이상, 결국 원고들은 허위의 근로계약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이에 협조하여 실제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그와 같은 외관이 작출되도록 한 것이다. 앞서 살펴본 이 사건 사업의 내용과 그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원고들의 역할 등에 비추어 보면, 인건비 비율이 65%가 되지 않을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수익금 환수 등의 불이익을 입을 수 있지만 원고들로서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데, 이를 피하기 위해 ‘허위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일자리가 창출된 듯한 거짓 외관을 작출하는 것이 정당한 사업수행의 내용이 아님은 명백하고, U이 장기간 피고의 업무담당자로 일해 온 점을 비롯하여 원고들이 주장하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U의 기망행위 자체에서 그 불법성이 명백히 드러남에도 이 점에 의구심을 품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U의 지시에 따름으로써 그 불법에 협조한 것은 원고들의 중대한 과실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원고들이 기망행위를 저지른 U으로부터 그 피해를 보전받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U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의 책임 부담 여부만이 문제되는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는 원고들의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민법 제756조에 기한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다.

 

3.  보론: 원고들의 2024.4.16. 자 변론재개신청에 대한 판단

 

원고들은 2024.4.16. 자 변론재개신청서를 통하여 원고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은 민법 제756조의 취지에 어긋나므로 이 부분 심리가 더 필요하다면 변론을 재개하여 달라고 주장하면서 변론재개신청을 하였다.

당사자가 변론종결 후 주장·증명을 제출하기 위하여 변론재개신청을 한 경우,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법원의 재량에 속한다. 법원이 변론을 재개하고 심리를 속행할 의무가 있는 경우는, 변론재개신청을 한 당사자가 변론종결 전에 그에게 책임을 지우기 어려운 사정으로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였고 그 주장·증명의 대상이 판결의 결과를 좌우할 만큼 주요한 요증사실에 해당하는 경우 등과 같이 당사자에게 변론을 재개하여 그 주장·증명을 제출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패소판결을 하는 것이 민사소송법이 추구하는 절차적 정의에 반하는 경우로 한정된다(대법원 2022.4.14. 선고 2021다305796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원고들의 변론재개신청 사유와 그에 첨부된 자료의 내용(판결문 또는 신문기사이다), 제1심 및 당심의 소송 경과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변론을 재개하여 심리를 속행해야 할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지용(재판장) 백숙종 유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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