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를 가려야 한다.
☞ 대규모 금융회사인 甲 보험회사에서 미등기임원인 상무로 선임되어 ‘방카슈랑스 및 직접마케팅(Direct Marketing)’ 부문을 총괄하는 업무책임자(Function Head)의 업무를 담당하다가 해임된 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甲 회사의 규모, 경영 조직 및 대규모 금융회사로서의 특수성, 甲 회사의 경영목적상 필요에 의하여 乙이 외부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경위, 그 과정에서 고려된 乙의 전문적인 능력 및 담당 직위와의 상관관계, 乙이 실제로 담당한 포괄적인 권한과 업무수행 실태, 甲 회사의 의사결정・경영에 대한 乙의 참여 정도, 甲 회사의 임원과 직원에 대한 구분 및 분리 임용, 직원보다 현저하게 우대받은 乙의 보수 및 처우, 해임의 경위와 취지 등에 관한 여러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종합하여 보면, 乙은 甲 회사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제공하였다기보다 기능적으로 분리된 특정 전문 부분에 관한 업무 전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7.11.9. 선고 2012다10959 판결 [해고무효확인등]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라이프생명보험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1.12.16. 선고 2011나1791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원고의 각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1호에서 규정하는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9.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회사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 업무의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면서 그 노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 임원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2003.9.26. 선고 2002다64681 판결 참조).
그러나 회사의 임원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그 업무수행의 실질이 위와 같은 정도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아니하는 것이라면, 그 임원은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9.26. 선고 2012다28813 판결 참조). 특히 대규모 회사의 임원이 전문적인 분야에 속한 업무의 경영을 위하여 특별히 임용되어 해당 업무를 총괄하여 책임을 지고 독립적으로 운영하면서 등기 이사와 마찬가지로 회사 경영을 위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왔고 일반 직원과 차별화된 처우를 받은 경우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임용 경위, 담당 업무 및 처우에 관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참작하여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
2. 원심판결 이유 및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피고는 1989.6.1. 설립되어 보험업법에 따른 생명보험 운영, 자산의 운용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이다. 자본금의 규모는 2003년 기준 977억 원, 2009년 기준 약 1,415억 원이고, 2009년 기준으로 자산은 7조 3,000억 원, 당기순이익은 1,000억 원에 이르며, 상시 근로자 수는 약 600명인 대규모 금융회사로서, 방대하고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각 분야의 업무를 분장하여 전문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경영능력을 갖춘 업무담당 임원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나. 피고는 전 직원에 대하여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별도로 임원인사규정(2005.12.31. 개정된 것으로서 갑 제14호증이다)을 두어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을 모두 포함한 임원의 선임・해임・보수・처우 등에 관하여 정함으로써, 직원과 구분된 임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등기임원은 이사 및 감사로 등기된 자로서 회사 경영목적상의 권한을 부여받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진다. 한편 미등기임원은 회사의 경영목적상 등기임원과 동등한 직책을 부여받고, 등기임원에 준하는 처우를 받으며, 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등기임원과 동일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임원의 직명은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상무보로서, 감사를 제외한 임원의 담당 업무 및 직위 결정은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대표이사가 결정한다.
미등기임원은 임원인사규정 제12조, 제13조에 따라 대표이사의 요청에 의하여 이사회에서 선임하는데, ‘회사의 경영목적상 필요에 의하여 이사회에서 선임이 결정된 경우’(제13조제5호) 등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선임된다. 한편 미등기임원은 임기를 정하였을 때에는 임원인사규정 제14조에 따라 그 임기 또는 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해임되는 경우, 기타 사유로 정상적인 임원 역할 수행이 상당 기간 이상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자격이 상실된다.
다. 원고는 2003.12.15. 피고의 미등기임원인 상무로 선임되어 ‘방카슈랑스 및 직접마케팅(Direct Marketing)’ 부문(이하 ‘방카슈랑스 등 부문’이라 한다)을 총괄하는 업무책임자(Function Head)의 업무를 담당하였다.
라. 당시 피고는 대표이사의 산하에 회사 업무를 특성별로 나눈 12개의 부문을 두고, 해당 부문 업무에 관한 전문적인 능력 등을 갖춘 등기임원(상근 이사로서 3명이다) 또는 미등기임원 중 12명을 포괄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진 각 업무책임자로 선임하여 해당 부문별로 독립적으로 업무를 집행하는 행렬식 조직체계(matrix organization)를 갖추고 있었다.
원고가 총괄한 방카슈랑스 등 부문은 위 12개 부문 중의 하나로서, 시중은행에 대한 영업활동을 통해 피고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업무와 홈쇼핑 및 텔레마케팅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직접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를 위한 관련 상품 개발, 영업 전략과 계획 수립, 상품의 홍보 및 영업활동, 영업사원의 영업활동에 대한 통제와 지원 등의 모든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었다.
마. 2003년 당시 방카슈랑스 등 부문은 기존 설계사로 이뤄졌던 영업채널에서 은행을 통한 새로운 영업채널을 도입하는 단계에 있어 보험회사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 있었다. 원고는 피고의 상무로 선임되기에 앞서 ○○○○은행의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위와 같은 상황에 처한 피고로부터 방카슈랑스 등 부문의 상무 업무를 담당하여 달라는 제안[갑 제8호증에 의하면, ‘방카슈랑스와 텔레마케팅을 포함하는, 그러나 향후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는 피고의 대체판매 부문(Alternative Distribution)을 담당할 상무’에 관한 직위를 담당하고, ‘피고의 대표이사와 메트라이프 뉴욕의 국제담당 세일즈 및 마케팅 헤드에 대한 복수보고’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을 받고 이를 수락하여 피고의 상무로 선임되었다. 이는 피고의 경영목적상 필요에 의하여, 원고의 종전 은행 근무 경력에 기초한 전문적인 능력을 고려하여 방카슈랑스 등 부문 업무에 관한 포괄적인 권한과 책임을 맡긴 것으로 보이며, 위 제안(갑 제8호증)을 주고받은 외에 원고와 피고 사이에 별도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는 없다.
바. 실제로 원고는 방카슈랑스 등 부문의 업무책임자로서, 중장기・연간 사업・물량 계획 수립, 평가기준 수립, 영업 관련 판매촉진비용 집행, 텔레마케팅 영업 점포 계획 수립・조정과 점포 신설・통합・폐쇄 등에 관하여 전결권을 가지고 해당 부문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비교적 폭넓은 권한을 행사하였고, 중요한 계약 체결 등이나 월별 보고에 관하여만 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쳤다.
그뿐 아니라, 원고는 피고의 임원으로 구성되어 회사의 장기・단기 경영계획, 전사(全社)・부문별 경영 현황 공유, 논의・의사결정이 필요한 주요 경영 이슈 등의 안건을 다루는 임원위원회(Steering Committee)의 구성원으로 참여하여, 회사의 중요 정책에 대한 심의・의결 등의 의사결정을 하였다.
그리고 상법에 의하면, 원고가 담당한 상무의 직위는 일반적으로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명칭으로 인정되고(제395조), 또한 이처럼 이사가 아니면서 상무 등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명칭을 사용하여 회사의 업무를 집행한 원고는 그 지시하거나 집행한 업무에 관하여 이사로 간주되어 제399조, 제401조 및 제403조에 따라 피고 및 제3자 등에 대하여 직접 책임을 진다(제401조의2 제1항).
사. 취업규칙 및 임원인사규정에 의하면, 피고의 임원과 그 밖의 직원의 지위는 엄격히 구분되며, 사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경우에는 사원으로서 퇴직한 것으로 간주하여 퇴직금을 지급한다. 그리고 미등기임원에 대하여는 직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임원 및 감사의 급여 및 퇴직금 지급규정’에서 정한 해당 직위의 등기임원 보수에 준하는 보수와 임원 재직 기간만을 통산한 퇴직금을 지급하며, 복리후생 등의 모든 처우도 해당 직위의 등기임원에 준하여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원고도 등기임원과 동일하게 상무의 직위에 해당하는 처우를 받음으로써 일반 직원보다 현저하게 우대한 보수와 자동차, 스포츠회원권 제공 등의 차별화된 복리후생의 혜택을 받았다.
아. 한편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2007.7.30. 방카슈랑스 등 부문의 영업실적 저조 등을 이유로 담당 상무의 보직을 해임한 후 2007.8.3. 인사지원팀 대기발령을 명하였고, 2008.5.22. ‘① 영업실적 저조에 대한 개선노력 결여(대은행과의 협력관계 강화노력 전무), ② 리더십 부재(의사결정 지연으로 상품출시 지연 및 대은행 홍보부족으로 인한 영업활동기회 상실), ③ 관리능력 부족(우수직원의 퇴사방조 및 비인간적인 관리행태), ④ 최저 성과평가 등급(2년간 최저의 성과평가 기록: 2006년 2등급, 2007년 1등급)’을 이유로 출근정지 2개월의 처분을 하였다.
나아가 피고는 2008.8.1. 개정된 임원인사규정 제16조제3항에 따라 임원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원고를 해임(이하 ‘이 사건 해임’이라 한다)하였는데, 이는 원고가 현실적으로 임원 직무를 수행하지 아니하고 있는데다가 달리 원고에게 부여하거나 신설할만한 임원 직무가 없어 원고의 임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서, 종전 임원인사규정 및 개정된 임원인사규정에서 모두 해임 사유로 정한 ‘정상적인 임원 역할 수행이 상당 기간 이상 불가능한 경우’에도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3. 이러한 사실관계에서 드러나는 피고의 규모, 경영 조직 및 대규모 금융회사로서의 특수성, 피고의 경영목적상 필요에 의하여 원고가 외부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선임된 경위, 그 과정에서 고려된 원고의 전문적인 능력 및 담당 직위와의 상관관계, 원고가 실제로 담당한 포괄적인 권한과 업무수행 실태, 피고의 의사결정・경영에 대한 원고의 참여 정도, 피고의 임원과 직원에 대한 구분 및 분리 임용, 직원보다 현저하게 우대받은 원고의 보수 및 처우, 이 사건 해임의 경위・취지 등에 관한 여러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피고의 대표이사 등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정해진 노무를 제공하였다기보다 기능적으로 분리된 특정 전문 부분에 관한 업무 전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아 이를 총괄하면서 상당한 정도의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바탕으로 처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원고가 피고의 대표이사나 미국 본사 등에 보고하거나 일부 중요 업무에 관하여 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쳤다 하더라도, 이는 위임받은 업무의 집행과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필요한 것이거나 미국 본사의 한국 지사라는 피고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여겨질 뿐, 그러한 이유만으로 원고가 담당한 업무 전체의 성격이나 업무수행의 실질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일정한 노무를 제공하는 데에 그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그리고 이 사건 해임은 이처럼 원고가 전문성 및 경영능력에 대한 신임관계를 기초로 방카슈랑스 등 부문 업무를 위임받아 총괄하였다가 위 출근정지 처분에서 인정된 사유 등으로 인하여 그 신임관계가 현저히 상실되어 정상적인 임원 역할 수행이 불가능하게 됨에 따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기는 어려우므로, 이 사건 해임을 근로자에 대한 일반적인 해고와 동일하게 취급하여 그 효력을 판단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설령 이와 달리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이 일반적인 근로관계로 보기에 적절하지 아니한 특수한 사정이 인정되는 이 사건에서는 그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여 임원 선임의 기초인 신임관계가 현저히 상실되어 임원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됨에 따른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단정하고, 나아가 이를 전제로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정한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없어 이 사건 해임이 무효라고 판단한 다음, 원고의 임금 등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의 근로자성 및 위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피고의 나머지 상고이유 및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용덕(주심) 김신 박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