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갑 주식회사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고 백화점에 파견되어 판매원으로 근무하던 을 등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문제 된 사안에서, 을 등이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갑 회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은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7.2.3. 선고 201615549 판결 [부당이득금]

원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

피고, 상고인 / 피고 1 2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5.12.24. 선고 20141841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노무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의 여부는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아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29736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 사정을 알 수 있다.

 

. 원고는 스 넥타이, ○○캣 가방, ○○엠 가방 등을 제조·판매하는 영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백화점을 운영하는 여러 회사들과 사이에 그 회사들이 원고가 제조한 물품을 외상으로 매입하여 판매한 후 그 판매수입에서 수수료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을 원고에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백화점 특약매입거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백화점 내에 원고의 특정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개설·운영하여 왔다.

. 원고는 당초 각 백화점 내 원고의 매장에서 판매업무를 수행하는 판매원들을 영업부 소속 정규직으로 고용하여 오다가 2005.8. 말경 기존 판매원들로부터 일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받은 다음(그에 따라 퇴직금도 정산·지급하였다) 2005.9.1.자로 판매원들에게 매장별 매출액에 연동되는 수수료라는 명목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부터는 고용계약이 아닌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판매원들을 충원하였다. 그러나 판매용역계약 방식을 도입한 전·후로 판매원들이 수행하는 업무내용이 달라지지는 아니하였다.

. 판매원들은 매장별로 원고가 정한 인원 범위에서 2명 내지 5명씩 근무하였는데, 특정 매장에서 판매원이 그만두는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는 경우 원고가 해당 매장 판매원들의 추천을 받거나 직접 구인광고를 내는 등으로 신규 판매원을 충원하였다. 판매원들은 백화점 영업시간(대체로 10:30부터 20:00까지이다)에 맞추어 해당 매장에 고정적으로 출·퇴근하였는데, 매장에 찾아오는 고객들을 응대하여 원고의 특정 브랜드 제품을 원고가 정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뿐 다른 제품을 판매하거나 지정된 가격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하였다. 각 매장에서 실시하는 이벤트, 할인행사 등도 백화점이나 원고의 계획에 따라 실시하였다.

. 원고는 판매용역계약에 따라 판매원들에게 매월 지급하는 수수료를 기본적으로 해당 매장의 매출액에 매장 수수료율개인 수수료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출하였는데, ‘개인 수수료율은 판매원들의 해당 매장에서의 지위 즉 매니저(첫째), 시니어(둘째), 주니어(셋째) 등의 지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책정되었다. 다만 원고는 판매용역계약 방식을 도입한 2005년도에는 개별 판매원의 기존 연봉보다 약 24.45% 인상된 금액을 기준연봉으로 정하여 기준연봉의 85% 내지 120% 범위에서 수수료를 지급하였고, 2006.9.1.자 및 2007.9.1.자로 판매용역계약을 다시 체결할 때는 기준연봉의 85% 내지 130% 범위에서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기준을 변경하였다. 그에 따라 판매원들은 자신이 근무하는 매장의 매출이 부진한 달에도 대체로 기준연봉의 85% 이상은 지급받았고 매출이 많은 달에도 원칙적으로 기준연봉의 130%까지만 지급받을 수 있었다.

원고는 2008년 중반부터는 판매용역계약 방식을 도입하기 전처럼 모든 판매원들에게 매월 고정적인 보수를 지급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부터는 기존 판매원들과 다시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지는 아니하였고 새로 채용하는 판매원들과는 수수료율을 정하지 아니한 채 고정급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여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러다가 2012년 초반부터는 다시 매장별 매출액에 연동되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을 점차 늘려갔다. 원고가 이와 같이 판매원들에 대한 보수체계를 여러 차례 변경·시행하면서 기존 판매원들의 동의를 받지는 아니하였고, 판매원들은 별다른 이의 없이 원고의 방침대로 정해진 보수를 그대로 지급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원고는 판매원들 모두에게 매년 설날과 추석에 떡값명목으로 20만 원 내지 40만 원씩 지급하고 근로자의 날에도 격려금으로 10만 원씩 지급하였다.

. 원고는 그 브랜드 제품을 전국에 산재한 백화점 약 75곳에 1곳당 1개 내지 3개씩 개설한 매장들에서 판매함으로써 매출을 올리는 회사이고, 매장 전체에서 많게는 약 400명에 이르는 판매원들이 판매활동을 거의 전담하여 왔다. 원고는 각 매장과 연결된 전산망을 통하여 각 매장의 판매 및 재고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였고, 원고의 본사 영업부 직원들이 약 1주일 간격으로 각자 담당한 매장을 방문하여 매장 환경이나 판매 현황 등을 점검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각 매장 판매원들의 근무상황을 파악하였다. 원고는 특정 매장의 매출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그 매장 매니저급 판매원과의 판매용역계약을 해지하기도 하였고, 상품권 등의 횡령행위를 저지른 판매원과의 판매용역계약을 해지하기도 하였다.

. 원고는 판매용역계약 방식을 도입한 후에도 업무용 전산망을 통하여 수시로 각 매장에 있는 판매원들에게 업무와 관련한 각종 공지사항을 전달하기도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출근시간을 개인별로 정확히 등록하고 시차’(자리를 비우는 시간을 의미한다)를 시간 단위로 등록하라는 공지, 아르바이트 근무현황표를 빨리 제출해달라는 공지, 수선실 관련 공지, 상품의 반품, 할인행사 등에 관한 공지, 재고실사 관련 공지, 택배 관련 공지, 상품 DP 수량 조사(사장님 지시사항)’ 관련 공지 등이 있었다. 원고가 이처럼 업무용 전산망을 통하여 판매원들의 근무상황을 관리하고 업무 관련 지시를 전달한 것이 단지 일시적인 조치였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 판매원들은 휴가, 병가 등을 이유로 매장에 출근하지 아니할 경우 본사 직원과 달리 휴가계를 미리 작성하여 제출하지는 아니하였지만 원고 본사에 매월 근무현황표 등을 작성·제출하는 등으로 적어도 사후 보고는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판매원들은 7, 8월 여름 휴가철에 며칠간 쉬는 것 외에는 백화점 영업일에 매장에 계속 출근하였고, 평소에는 휴무일이 한 달에 며칠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로 인하여 판매원들이 다른 업무를 하여 추가적인 소득을 올리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여성 판매원들이 출산, 육아 등으로 장기간 매장에 출근하지 못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하여 그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판매원들이 임의로 아르바이트 직원 등을 활용하여 장기간 그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었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 원고는 본사에서 연 2회 상품설명회를 개최하여 판매원들을 상대로 신상품을 설명하거나 판매요령 등을 교육하였고, 그 밖에 필요에 따라 디자인교육 등을 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직무교육을 실시하지는 아니하였으며, 대신 매장이 있는 각 백화점측이 판매원들에 대한 예절교육 등을 실시하였다. 이는 원고가 판매용역계약 방식을 도입하기 전에도 마찬가지이었다.

. 원고는 각 매장에서 사용되는 비품, 부자재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매장 운영으로 인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였다. 원고는 필요에 따라 본사 인테리어 담당자를 각 매장에 보내 인테리어를 새로 하여 주거나 상품 진열상태 등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한편 원고는 판매원들의 책임 있는 사유로 발생하는 상품의 멸실, 훼손, 도난, 분실 등에 대비하여 매월 판매원들의 수수료에서 기준월봉의 5% 상당액을 떼어 판매보증금으로 적립하다가 일정 금액이 쌓이면 판매원들에게 지급하였다.

각 매장에서 할인행사를 실시하는 등으로 일손이 부족할 때는 판매원들이 아르바이트 직원을 채용하여 판매업무를 보조하는 인력으로 활용하였는데, 각 매장 매니저급 판매원들은 원고에게 아르바이트 직원 채용 및 근무현황 등을 매월 보고하였다. 원고는 아르바이트 직원에 대한 급여를 매월 매니저급 판매원들에게 송금하여 지급하도록 하거나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직접 송금하여 지급하였다.

. 판매원들은 채용 초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 등 외에는 비교적 장기간 근무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 12002.10.경부터, 피고 22000.7.경부터, 피고 32006.9.경부터 각각 그만둘 때까지 짧게는 약 4, 길게는 약 910개월 동안 계속하여 근무하였다.

. 원고는 판매용역계약 방식을 도입한 후로는 본사 직원과 달리 판매원들에 대하여 인사규정이나 취업규칙 등을 적용하지 아니하였고,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으며, 판매원들을 위하여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

 

3.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 원고의 매출과 수익 규모는 각 매장에서의 매출 규모에 따라 좌우되므로 판매원들의 판매업무는 원고의 사업에서 핵심적이고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원고의 매장에서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판매원들의 근무태도는 매출에도 영향이 있을 뿐 아니라 원고의 대외적인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판매원들의 적정한 업무수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판매원들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할 것이다. 실제로 원고는 본사 영업부 직원들로 하여금 주기적으로 매장에 방문하여 판매원들의 근무상황을 점검하게 하고 판매원들의 근무현황을 매월 보고받거나 업무용 전산망에 매일 출근시간을 등록하도록 하는 등으로 판매원들의 근무상황을 관리·감독하였고, 업무용 전산망을 통하여 업무 관련 지시사항을 수시로 전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원고가 판매원들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볼 정황이 많다. 원고가 횡령 등 비위행위를 저지른 판매원과의 판매용역계약을 중도 해지하거나 매출이 부진한 매장 매니저와의 판매용역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조치를 한 것도 실질적으로는 징계해고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아니하다.

. 판매원들은 판매용역계약을 체결한 후로는 매장별 매출액에 연동되는 수수료를 받기도 하였지만 수수료의 상한이 정해져 있어 스스로의 노력으로 고객을 유치하더라도 수입의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 반면에 매장의 매출이 부진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보수는 지급받았고, 아르바이트 급여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원고가 부담하였으므로 판매원들이 매장 운영으로 인한 손실 위험을 떠안지는 아니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판매원들이 매장별 매출액에 연동되는 수수료를 받는 경우에도 독립하여 자기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고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사업자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 판매원들이 매장별 매출액에 연동되는 수수료를 지급받았더라도 이는 실질적으로 수수료 하한에 해당하는 기본급을 지급받으면서 매월 근무성과에 대한 성과급 보수를 추가로 지급받는 형태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또 원고가 이러한 보수체계를 변경하여 모든 판매원들에게 매월 고정적인 수수료를 지급한 기간도 3년 이상으로 상당히 길다. 판매원들이 원고의 특정 매장에서 백화점 운영시간에 맞추어 거의 매일 일정시간 이상의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와 같이 일정액 이상을 보수로 지급받은 이상 그 보수는 판매원들의 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 나아가 원고가 판매원들에 대한 보수체계를 중도에 일방적으로 변경하였음에도 판매원들이 이에 그대로 따른 사정 역시 판매원들이 원고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 판매원들은 백화점 내 매장 업무의 특성상 일과시간 대부분을 매장에서 보낼 수밖에 없고 원고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 외에는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었으므로 원고에게 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할 것이다. 판매원들은 출산, 육아 등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아르바이트 직원을 활용하여 그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피고들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특정 매장의 판매원으로 계속 근무하였다. 이처럼 근로제공관계의 전속성 등이 강하다는 사정도 판매원들의 근로자성을 뒷받침하는 요소이다.

. 원고는 판매원들에 대하여 인사규정 등을 적용하지 아니하고 근로소득세 대신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하며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원고가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큰 부분이므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만한 요소로 삼기 어렵다. 원고가 매월 판매원들의 수수료에서 판매보증금 명목의 돈을 떼어 적립하였다는 사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들을 비롯한 판매원들은 원고와 체결한 판매용역계약의 형식이 위임계약처럼 되어 있기는 하나, 실질적으로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4.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피고들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원고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이상훈(주심) 김창석 박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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