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진폐증은 폐에 분진이 침착하여 폐 세포의 염증과 섬유화(흉터) 등의 조직 반응이 유발되어 심폐기능 등에 장애가 초래되는 질병으로, 분진이 발생하는 근무환경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이 계속되고, 그 진행 정도도 예측이 어려우며, 현대의학상 진폐증 자체를 낫게 하는 치료법은 없다. 진폐증에 이환되면 심폐기능의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증상에 대한 보존적 치료가 시행되고, 진폐증에 이환되었으나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진폐증에 걸리면 활동성 폐결핵, 흉막염, 기관지염, 폐기종 등의 여러 가지 진폐합병증에 노출되기 쉬운데, 그 경우는 진폐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적극적인 처치가 시행된다.
[2] 진폐증의 병리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진폐증에 대하여는 진폐증이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진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진폐증이 완치되거나 진폐증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
◆ 서울행정법원 2017.05.26. 선고 2016구단64855 판결 [장해급여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1. ~ 5.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7.04.28.
<주 문>
1. 피고가,
가. 2016.3.28. 원고 박○○에 대하여 한 장해급여 부지급처분,
나. 2015.12.30. 원고 김○○에 대하여 한 미지급보험급여(장해급여) 부지급처분,
다. 2016.3.28. 원고 우○○에 대하여 한 장해급여 부지급처분,
라. 2016.4.7. 원고 차○○에 대하여 한 장해급여 부지급처분,
마. 2016.4.7. 원고 윤○○에 대하여 한 장해급여 부지급처분을 각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 박○○, 우○○, 차○○, 윤○○는 분진작업에 근무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로서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진폐증으로 진단받고 합병증으로 요양 중에 있고, 망 최○○(원고 김○○의 남편이다.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광업소에서 근무하면서 분진작업에 종사하였는데, 아래 표 기재와 같이 진폐증으로 진단받고 합병증으로 요양하던 중 2014.5.8. 사망하였다. [표 생략]
나. 피고에게, 원고 박○○, 우○○, 차○○, 윤○○는 각 장해급여를 청구하고, 원고 김○○는 망인에 대한 미지급 보험급여(장해급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망인 및 원고 박○○, 우○○, 차○○, 윤○○는 장해급여 지급사유인 ‘상병이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사유로 주문 제1항 기재 각 처분(이하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들은 이에 불복하여 심사청구 및 재심사청구를 제기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6 내지 1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을 계속하는 한편 그 진행 정도도 예측하기 어려워 진폐증에 대하여는 다른 상병의 경우와는 달리 진폐증이 장해등급기준에 해당하면 치유 상태를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함에도, 진폐증이 아닌 진폐의 합병증에 대한 요양을 이유로 장해급여의 지급을 거부한 피고의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판단
1) 진폐증의 병리학적 특성
진폐증은 폐에 분진이 침착하여 폐 세포의 염증과 섬유화(흉터) 등의 조직 반응이 유발되어 심폐기능 등에 장애가 초래되는 질병으로, 분진이 발생하는 근무환경을 떠나더라도 그 진행이 계속되고, 그 진행 정도도 예측이 어려우며, 현대의학상 진폐증 자체를 낫게 하는 치료법은 없다. 진폐증에 이환되면 심폐기능의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증상에 대한 보존적 치료가 시행되고, 진폐증에 이환되었으나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진폐증에 걸리면 활동성 폐결핵, 흉막염, 기관지염, 폐기종 등의 여러 가지 진폐합병증에 노출되기 쉬운데, 그 경우는 진폐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한 적극적인 처치가 시행된다(대법원 1997.12.26. 선고 97다28780 판결, 대법원 1999.6.22. 선고 98두5149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각 처분 시의 관계법령
2010.11.15. 대통령령 제22492호로 개정되어 2010.11.21.부터 시행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83조의2, [별표 11의2]의 개정규정은, 위 대통령령 제22492호 부칙 제3조에 따라, 진폐판정 및 보험급여 결정을 위한 진단서 또는 소견서가 이 영 시행 후 최초로 발급된 경우부터 적용된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 및 원고 박○○, 우○○, 차○○, 윤○○는 모두 위 개정규정이 시행되기 이전에 진폐증을 진단받았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2010.11.15. 대통령령 제22492 호로 개정되기 전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하 ‘법 시행령’이라 한다) 제35조제2항 내지 제4항 및 [별표 4] 규정이 적용된다.
3) 관계 법령의 내용 등
위 관계 법령에 의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및 법 시행령상 진폐증으로 인한 장해등급은 ‘진폐병형’(제1, 2, 3, 4형)과 ‘심폐기능의 정도’[경미한 장해(F1/2), 경도 장해(F1), 중등도 장해(F2), 고도 장해(F3)]의 두 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판정하게 되는데, ‘진페병형’은 장해 인정에 있어 필수적 요소로서 그 등급이 제1형 이상으로 판정되지 않는 한 장해등급이 부여될 여지가 없으나, ‘심폐기능의 정도’는 진폐병형의 등급과 결합하여 그 장해 정도가 심할수록 높은 장해등급이 부여되도록 기능하는 보조적·가중적 지표로 사용된다. 즉, 진폐장해등급에 있어 심폐기능장해가 없는 사람(F0)이라도 진폐병형이 제1형이면 제13급, 제2 내지 4형이면 제11급의 장해등급이 기본적으로 부여되고, 심폐기능의 장해가 있는 경우에는 그 장해 정도에 따라 장해등급이 상향된다.
그리고 법 시행령 제35조제3항, 제4항에서 요양급여 지급대상을 정하고 있는데, 그 반대해석상 장해등급이 제13급인 사람과 장해등급 제3, 7, 9, 11급 중 ‘진폐병형이 제1 내지 3형이고 심폐기능 장해 정도가 중등도 이하’인 사람의 경우에는 요양급여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진폐증의 경우에는 요양급여는 지급받지 못하지만 장해급여는 지급받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결국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은 앞서 본 진폐증의 병리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진폐증에 대하여는 진폐증이 장해등급기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반드시 진폐증에 대한 치료를 받아 진폐증이 완치되거나 진폐증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6.22. 선고 98두5149 판결 참조).
4) 소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망인 및 원고 박○○, 우○○, 차○○의 경우 각 진폐정밀진단 결과 ‘진폐병형’이 제1형이면서 ‘심폐기능의 정도’는 정상(F0)으로 판정되었고, 원고 윤○○의 경우 진폐정밀진단 결과 ‘진폐병형’이 제1형이면서 심폐기능에 고도장해(F3)가 있는 것으로 판정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는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곧바로 해당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와 달리 망인 및 원고 박○○, 우○○, 차○○, 윤○○의 상병이 치유되지 않아 그 증상이 고정되지 않아 장해급여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원고들의 장해급여청구 또는 미지급보험급여 지급청구를 거부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① 만약 망인 및 원고 박○○, 우○○, 차○○, 윤○○가 진폐증에 대한 요양을 승인받을 당시 이미 장해급여 지급대상이었다고 한다면 그때부터 망인 및 원고 박○○, 우○○, 차○○, 윤○○의 장해급여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기산된다고 할 것인데, 원고들이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피고에게 장해급여 또는 미지급 보험급여를 청구하였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고, ② 심폐기능이 정상인 경우로서 진폐병형이 (F0) 제1형인 사람의 경우에는 2003.7.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으로써 비로소 장해급여 지급대상에 해당하게 되었는데, 망인은 위 시행규칙이 시행되기 이전인 1986.12.31. 진폐증을 진단받았으므로, 당시 장해급여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고, 2003.7.1. 이후 치료가 종료되거나 장해판정을 받은 바도 없어 장해급여의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피고의 위 주장들은 당초 이 사건 각 처분의 처분사유로 삼지 아니한 새로운 처분사유를 추가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사유는 피고가 당초 이 사건 각 처분의 근거로 삼은 “상병이 치유된 후 신체 등에 장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사유”와 그 기초인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처분사유의 추가는 모두 허용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들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한다.
판사 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