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구 국민연금법과 그 시행령은 ‘국민연금 가입자였던 자가 사망할 당시 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유족(배우자, 자녀, 부모의 순위에 따라 최우선 순위자만 해당)’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배우자나 자녀의 경우는, 부모(원칙적으로 주거를 같이 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와 달리, 주거를 같이 하는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유족’으로 인정한다. 다만, ‘가출·실종 등의 사유로 명백하게 부양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이하 ‘제외사유’라 한다)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족연금의 수급요건을 해석함에 있어서, 미성년 자녀는 부양의무를 회피하였던 가입자 등의 사망으로 잠재적으로나마 존재하였던 부양 내지 생계유지의 가능성까지 완전히 상실하게 되므로, 그 현실적, 사실적인 부양관계와 함께 이러한 규범적인 부양관계도 고려함이 타당하다. 관계 법령의 규정내용이나 취지 및 미성년 자녀에 대한 유족연금 수급권이 갖는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사유는 가출이나 실종으로 명백하게 부양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 이를 정도에 해당하여야 한다. 즉, 장기간의 연락두절 등으로 잠재적인 부양 내지 생계유지의 가능성까지 사라지게 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
원고의 경우, 부모의 이혼과 망인의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망인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부양받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을 뿐, 그 잠재적인 부양 내지 생계유지의 가능성까지 사라지게 된 경우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은 ‘명백하게 부양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망인의 자녀)가 유족연금 수급권자에서 제외되었음을 전제로 ㅇㅇㅇ(망인의 아버지)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유족연금 수급권자를 잘못 결정한 것으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 2017.03.24. 선고 2016누5823 판결 [유족연금지급결정처분취소청구]
♣ 원고, 피항소인 / A
♣ 피고, 항소인 / 국민연금공단
♣ 제1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16.7.19. 선고 2016구합20847 판결
♣ 변론종결 / 2017.03.10.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2015.8.28. D에 대하여 한 유족연금 지급결정처분을 취소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아버지로서 국민연금 가입자였던 E(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0.5.2. B과 혼인하여 2000.11.20. 원고를 출생한 후 2008.7.22. B과 협의이혼하였는데(망인이 원고의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하였다), 2011.1.21. 간암으로 사망하였다.
나. 피고는 2015.8.28. 망인의 아버지인 D에 대하여, D이 망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유족이라는 이유로 구 국민연금법(2011.12.31. 법률 제111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국민연금법’이라 한다) 제72조에서 정한 유족연금의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다. 원고는 2015.12.9.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16.2.29. 기각결정이 내려졌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2,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망인의 배우자가 없는 상태에서 자녀인 원고가 제1순위 유족연금 수급권자이고, 원고는 수급권자 제외사유인 ‘가출·실종 등의 사유로 명백하게 부양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아닌 제2순위 유족연금 수급권자에 불과한 D을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유족연금 수급권자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판단
1) 원고의 유족연금 수급권 순위
구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 가입자였던 자가 사망할 당시 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유족(배우자, 자녀, 부모의 순위에 따라 최우선 순위자만 해당)’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되, 그 유족의 인정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제72조제1항제3호, 제73조제1항, 제2항). 이에 구 국민연금법 시행령(2011.12.8. 대통령령 제2335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시행령’이라 한다)은, 배우자나 자녀에 대하여는 부모(원칙적으로 주거를 같이 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와 달리 주거를 같이 하는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유족’으로 인정하되, 다만, ‘가출·실종 등의 사유로 명백하게 부양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이하 ‘제외사유’라 한다)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구 시행령 제47조, 별표 1).
앞서 본 바와 같이, 망인은 B과 혼인하여 원고를 출생하고 B과 이혼한 후 사망하였으므로, 사망 당시 배우자가 없던 망인이 가입하였던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최우선 수급권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자녀인 원고라고 할 것이다.
2) 원고가 유족연금 수급권자에서 제외되는지 여부
가) 피고의 주장
구 국민연금법과 구 시행령의 입법목적이나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유족연금의 수급요건인 ‘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유족’은 규범적인 부양관계에 있던 유족이 아니라 현실적, 사실적인 부양관계에 있던 유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 해석해야 하고,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으로부터 현실적, 사실적인 부양을 받지 않고 있던 원고는 제외사유에 해당하므로, 망인이 가입하였던 국민연금의 유족연금 수급권자는 부모로서 망인으로부터 현실적, 사실적인 부양을 받고 있던 D이다.
나) 판단
위 인용증거들과 갑 제2, 3호증, 을 제2, 3, 5, 6,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① 망인은 이혼하기 전인 2004.3.27.부터 B과 별거하였고, 원고는 부모의 별거와 이혼에 따라 어머니인 B과 함께 생활하게 된 사실, ② 원고는 망인의 사망 후에 피고의 직원과 면담하면서 ‘망인으로부터 부양료를 지급받은 사실이 없고, 친가와는 연락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 ③ 원고는 친가로부터 망인의 간암 투병소식이나 사망소식을 전해듣고도 병문안이나 장례식 참석을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관계 법령과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5, 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인정사실과 을 제1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원고가 제외사유에 해당하여 유족연금 수급권자에서 제외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자녀관계의 경우, 배우자관계와 함께 헌법상 혼인과 가족생활의 보장(헌법 제36조제1항)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을 이루는 부분이고, 민법상 부양의무(민법 제974조제1호)에 있어서도 다른 친족의 부양관계에 비하여 보다 강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미성년자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상대방(피부양자)의 생활을 자기(부양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야 하는 이른바 ‘1차적 부양의무’이다. 이에 따라 구 국민연금법과 구 시행령도 배우자와 자녀에 대하여는 부모(원칙적으로 주거를 같이 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와 달리 그 주거를 같이 하는지와 무관하게 원칙적으로 ‘그에 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유족’으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미성년 자녀를 유족연금 수급권자에서 제외시키기 위한 사유는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② 피고의 주장과 같이 유족연금의 수급요건을 규범적인 부양관계를 고려함이 없이 현실적, 사실적인 부양관계에 있던 유족만으로 한정 해석하는 경우,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지고 있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그 부양의무를 회피하고 사실상 자녀를 유기하고 있는 위법한 상태를 국가가 추인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또한, 미성년 자녀는 부양의무를 회피하였던 가입자 등의 사망으로 잠재적으로나마 존재하였던 부양 내지 생계유지의 가능성까지 완전히 상실하게 되므로, 유족연금의 수급요건을 해석함에 있어서 현실적, 사실적인 부양관계와 함께 이러한 규범적인 부양관계도 고려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의 위와 같은 제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③ 제외사유에서 정하고 있는 ‘가출·실종 등의 사유’는 국민연금의 가입자 등이 사망할 당시 명백하게 부양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를 예시적으로 규정한 것이기는 하다(대법원 2012.4.13. 선고 2011두525 판결).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은 관계법령의 규정내용이나 취지 및 미성년 자녀에 대한 유족연금 수급권이 갖는 의미 등에 비추어 보면, 그 사유는 가출이나 실종으로 명백하게 부양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 이를 정도에 해당하여야 한다. 즉, 장기간의 연락두절 등으로 잠재적인 부양 내지 생계유지의 가능성까지 사라지게 된 경우에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의 경우, 부모의 이혼과 망인의 부양의무 불이행으로 망인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부양받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을 뿐, 위와 같은 잠재적인 부양 내지 생계유지의 가능성까지 사라지게 된 경우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원고와 망인과 사이에 최소한 친가를 통한 연락이 가능하였고, 실제 친가에서 원고에게 망인의 발병 및 사망 사실을 알려 주었다).
④ 한편, 을 제1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피고가 유족연금 수급권자로 인정한 D이 ‘망인과 주거를 같이 하였다(학업 등의 사유로 주거를 달리하는 경우 포함)’거나 ‘망인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을 받았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위 각 증거들에 의하면, ㉮ 망인은 B과 이혼한 후 전국을 다니면서 직장생활 등을 하였고, 간암진단 후 대구 소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 망인의 주소지는 사망 3일 전인 ㉯ 2011.1.18.에 비로소 D의 주소지인 ‘○○시 황남동’으로 이전된 사실, ㉰ D이 망인의 치료비와 장례비를 지급하고, 망인의 F에 대한 채무까지 대신 변제하여 주는 등 망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여 준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라. 소결
따라서 원고가 유족연금 수급권자에서 제외되었음을 전제로 D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이 사건 처분은 유족연금 수급권자를 잘못 결정한 것으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수제(재판장) 김태현 곽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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