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방법원 제6민사부 2006.08.25. 선고 2006가합572 판결 [해고무효확인등]
♣ 원 고 / ☆☆☆
♣ 피 고 / ▼▼▼▼▼▼기금
♣ 변론종결 / 2006.07.2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05.8.5.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6,815,65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2006년 1월부터 원고의 복직시까지 월 7,363,13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각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피고 기금은 2005년 6월경부터 경영합리화의 일환으로 조직을 축소하고 인원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하고 구조조정대상 인력에 대한 정리방안으로 희망명예퇴직자를 모집, 권유하여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피고 기금에서 퇴직하도록 하는 방침을 확정·시행하게 되었는데, 원고는 1989년 4월경 피고 기금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피고 기금의 위와 같은 방침에 따라 피고 기금으로부터 퇴직 권유를 받고 피고 기금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 기금은 이를 수리하여 2005.8.5. 명예퇴직 처리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 기금이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기준”에 따라 원고를 비롯한 퇴직 대상자를 일방적으로 선정한 다음 원고로 하여금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게끔 강요, 협박함으로써 원고는 내심으로는 사직의 의사가 전혀 없음에도 어쩔 수 없이 피고 기금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퇴직은 실질적으로 피고 기금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의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사실상의 해고(정리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가 없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한다.
3. 판단
가. 살피건대,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가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경우 형식만 의원면직의 형태를 취하였을 뿐 실질적으로는 해고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에는 근로자로서는 근로계약을 종료시키고자 하는 진의가 없는 상태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사용자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서 그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므로 그 근로자의 의사표시는 이른바 진의 아닌 의사표시로서 무효라 할 것인데, 이때의 진의라 함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 의사가 없는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그와 같은 의사에 터 잡은 퇴직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기한 해고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나. (1) 이와 같은 견지에서 원고의 구체적인 퇴직 경위를 보건대, 서증의 각 기재와 증인들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이 사건 명예퇴직자 모집 당시 피고 기금의 경영 상황
①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IT 등 산업 육성을 위한 경제 회복을 추진하였으나 2000년 4분기부터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벤처산업이 붕괴위기에 직면하자 경기회복촉진을 위해 IT 등 벤처산업에 대한 새로운 지원방안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피고 기금은 그 일환으로 2001년 2월 벤처기업에 대한 P-CBO(Primary -Collateralized Bond Obigation) 보증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2003년부터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P-CBO 보증사고가 크게 증가하였고 더욱이 2001년에 도입한 벤처기업의 P-CBO 보증만기가 2004년도에 집중적으로 도래하면서 피고 기금의 재정 위기가 심화되었다.
② 감사원은 2005.3.14.부터 같은해 5.16.까지 피고 기금에 대하여 감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피고 기금의 2005년 5월말 유동성이 1,387억원에 불과하여 이미 발생한 부실보증을 처리하기에도 부족한 상황이었고 기금 재정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운용배수가 적정수준을 크게 상회하였으며 연말까지 자금부족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와 같은 재정상의 애로가 지속된다면 향후 피고 기금의 정상적인 보증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진단되었고, 피고 기금의 이사장은 감사원에 의해 검찰에 고발조치 되기도 하였다.
③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는 위와 같은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향후 대책으로, 피고 기금에게 재정부실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로 인건비·경상비 절감, 조직·인력 구조조정, 부동산을 포함한 보유자산 매각 등의 강력한 자구노력 방안을 추진하라고 요구하면서 피고 기금의 자구노력 추진 실적과 연계하여 구체적인 재원확충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고, 새로 부임한 피고 기금의 이사장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여 국민에게 사죄하고 피고 기금 산하 부점장들도 피고 기금이 처한 위기를 통감하고 자신들의 신상에 관한 문제를 이사장에게 일임한다는 입장을 천명하였으며, 국회에서도 피고 기금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명이 발표되기도 하였다.
(나) 명예퇴직자 모집과 그 퇴직 경위
① 피고 기금은 본부 조직을 10부 2실에서 7부 2실로 축소하고 4개 지역본부와 관리센터를 폐쇄하고 16개 영업점을 축소하는 등 조직개편을 함과 아울러 부산으로 본부를 통합 이전하고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계속하였고, 보증부분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전체 직원의 약 20%에 해당하는 225명을 감축하는 인력구조조정을 실시하기 위하여 2005년 6월말경부터 노동조합과 노사대책회의를 개최하였으나 수차례 결렬되다가 같은해 7.20. “기금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 및 경영혁신 실천 합의서”를 도출하였다.
② 위와 같은 노사합의가 이루어지자 피고 기금은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인력구조조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퇴직대상자 선정을 위한 기준 마련 및 대상자 선정 등의 작업을 진행하여 2005.7.26. 최종적으로 구조조정 선정기준을 마련하였다.
위 구조조정 선정기준은 객관적 근거에 의한 신뢰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선정항목을 “종합근무평정규정” 제9조(근무성적평정의 구성) 및 “기술평가전문인력 근무성적평가기준” 제4조(평가항목 및 배점)의 구성요소와 배점 비중을 참조하여 감점 평가하되 노동조함과 합의하여 특별 시행한 구조조정용 특별 다면평가 결과를 반영하도록 하였고 담당직무 및 항목별 배점 차이로 전체 직원의 일률적인 평가가 불합리한 점을 감안하여 직급별로 상대평가하여 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하였으며 주의촉구 이상의 비리 관련 징계자를 우선퇴직권고 대상자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③ 피고 기금은 위 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구조조정대상 인력을 희망명예퇴직제라는 방식으로 희망명예퇴직신청을 받아 우선 감축, 조정하기로 하고 그들에게는 희망명예퇴직의 조건으로 법정퇴직금 이외에 특별퇴직금과 퇴직위로금을 가산하여 지급하고, 이와 별도로 퇴직자가 희망시 피고 기금의 채권추심인력으로 채용하거나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하였다.
④ 피고 기금은 위 구조조정 대상자 선정기준에 따라 권고퇴직 대상자를 선정 평가한 결과 원고는 2급 퇴직예정자 28명 중 퇴직우선순위 19위로 평가되었고, 피고 기금의 인사부장은 위 선정기준에 따라 선정된 명예퇴직 권고대상자들에게 각 평가 결과를 통지하였으며, 원고는 위 평가결과를 통보받고 인사부장과 면담을 하고 난 다음 다시 인사부로 찾아와 자필로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05.7.29.부터 같은달 30.까지 사이에 3명이, 같은해 8.1.부터 같은달 2.까지 사이에 25명이 각 명예퇴직신청서 및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피고 기금은 같은달 4. 인사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이를 수리하였다.
⑤ 원고는 이 사건 명예퇴직에 따라 법정 퇴직금 30,697,982원 이외에 특별퇴직금으로 124,326,827원, 퇴직위로금으로 52,625,112원 등 합계 176,951,939원을 가산하여 지급받았고, 2005.11.28. 피고 기금과 사이에 피고 기금의 채권추심단으로 근무하기로 하는 고용계약을 체결하기도 하였다.
(2)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원고의 이 사건 퇴직 경위와 그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 기금이 원고를 비롯한 다른 근로자들에게 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희망명예퇴직권고대상자에 포함시키고 그들을 상대로 퇴직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피고 기금의 상황과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에 대하여 다소 과장하거나 위 퇴직 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입을 불이익에 대하여 설명을 한 바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사직의 의사가 없음에도 우월적 지위에 있는 피고 기금의 협박, 강요로 인하여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원고는 피고 기금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 피고 기금의 구조조정계획, 피고가 제시하는 희망퇴직의 조건, 정리해고를 시행할 경우 정리기준에 따라 정리해고 대상자에 포함될 가능성, 퇴직할 경우와 계속 근무할 경우의 이해득실 등 제반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스스로 진심으로 그와 같은 퇴직의사를 결정하였거나 마음속으로는 그와 같은 퇴직이 내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 또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이 해고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호(재판장) 류재훈 황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