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 2016.05.18. 선고 2015나26193 판결 [전직무효확인]
♣ 원고, 피항소인 / A
♣ 피고, 항소인 / 주식회사 B
♣ 제1심판결 / 수원지방법원 2015.8.21. 선고 2014가합10703 판결
♣ 변론종결 / 2016.04.15.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가 원고에게 한 2014.7.18.자 전직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 사실
가. 피고는 방송사업, 문화서비스업 및 광고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방송사업자이고, 원고는 2005.11.경 피고에 입사하여 편성제작국 제작부(2012.5.3.경 조직개편에 따라 편성제작국 편성제작팀으로 바뀜, 이하 ‘제작국’이라 한다) 소속 프로듀서로 근무하다가 2012.7.5. 피고로부터 경영합리화 조치에 의한 인력 구조조정을 이유로 해고(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되었다.
나. 원고는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이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수원지방법원은 2013.4.26. 이 사건 해고가 유효라고 판단하여 원고 패 판결을 선고하였다(2012가합15018). 이에 원고가 항소하자, 서울고등법원은 2014.2.7. 이 사건 해고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여 위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하였다(2013나30983). 이에 대해 피고가 대법원에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이 2014.6.12. 상고기각 판결을 함으로써(2014다19639) 위 해고무효확인 판결은 2014.6.17. 확정되었다.
다. 원고는 위 확정판결에 따라 2014.7.7. 피고로 복직되었다.
라. 피고는 2014.7.17. 원고를 2014.7.18.자로 보도국 보도1팀으로 발령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직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의 주장
가. 원고
이 사건 전직처분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승소하여 피고로 복직하자마자 이루어진 것으로서, 아무런 업무상의 필요성이 없고 오로지 원고가 스스로 피고에서 퇴사하게끔 하려는 부당한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이에 따라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이 중대하며, 피고는 이 사건 전직처분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전직처분은 무효이다.
나. 피고
이 사건 전직처분은 이 사건 해고가 법원의 판결에 의해 무효로 확인됨에 따라 원고를 복직시키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통상의 전직처분과는 다른 법리에서 보아야 하고,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복직할 시점에서는 피고의 조직 개편이 완료되어 원고를 제작국에 배치할 경우 유휴인력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반면, 보도국은 보도국 기능 강화에 따른 인력 충원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업무상 필요성이 있었고, 제작국에서 보도국으로의 전직 발령은 순환보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전례가 있는 점을 비롯하여 회사 내에서의 보도국의 위치 및 급여를 고려하면 이 사건 전직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보다 이 사건 전직처분을 해야 할 업무상의 필요가 더 크며, 그 과정에서 피고는 원고와 원고가 소속된 노동조합과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 절차를 거쳤으므로, 이 사건 전직처분은 유효하다.
3.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등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피용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와 내용 또는 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피용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여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며, 이것이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는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 위배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연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1989.2.28. 선고 86다카2567 판결, 대법원 1995.8.11. 선고 95다10778 판결 등 참조). 이때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으며, 나아가 전보처분 등을 하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3.12. 선고 2007두22306 판결, 대법원 2014.9.4. 선고 2012다35309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전직처분이 이 사건 해고가 무효임을 이유로 원고를 복직시키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그 효력 유무를 판단하여야 함이 타당하므로, 통상의 전직처분과 다른 법리에서 이 사건 전직처분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의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업무상 필요성 유무에 관하여
을 제1, 4, 11, 12, 15, 16, 23 내지 26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와 원고가 작성한 근로계약서에는 원고의 담당업무가 ‘제작’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한편, 제10조제1항에는 특약사항으로 ‘피고는 사업상의 필요에 따라 원고의 담당업무 및 취업 장소, 부서를 변경할 수 있고, 원고는 근로기준법 및 단체협약에 근거해 이에 따르기로 동의한다.’라고 규정된 사실, 피고와 전국언론노동조합 B지부(이하 ‘조합’이라 한다)가 체결한 2014년도 단체협약 제27조에는 ‘사원의 채용, 배치전환, 승진, 승급, 복직, 해고, 대기, 상벌 등 인사는 회사의 고유권한을 존중한다(제1항).’라고 규정하고, ‘회사는 순환보직 인사시 당사자에게 일주일 전에 반드시 통보한다(제5항).’라고 규정하여 순환보직을 전제로 한 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전직처분 전에 피고의 보도국 직원인 C가 2005.5.1. 제작국으로, 제작국 직원인 D이 2005.7.1.에, E이 2012.3.19.에, F이 2014.1.7.에 각 보도국으로 각 전직된 사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3.10.28. 지상파 방송사업자인 피고에 대하여 재허가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피고 보도국의 인력 부족과 기능 미흡 등을 지적하였고, 이에 대해 피고는 2014.1.7. 보도국을 2팀으로 나눠 그 기능을 강화하려 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와 갑 제3, 4, 5, 7호증, 을 제3, 5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G, H의 각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 즉 ① 단체협약 제27조에는 ‘회사는 제반 인사 시 객관적인 근거와 기준을 마련한다.’라는 규정이 있으므로 피고는 객관적인 근거와 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근거하여 인사발령을 하여야 하는 점, ② 피고는 제작국과 보도국 사이에 인사를 교류하는 순환보직제를 운영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원고 이전에 제작국과 보도국 사이에 인사를 교류한 사례는 8년 8개월 동안 4차례에 불과하여 을 제9 내지 22호증만으로는 제작국과 보도국 사이에 인사를 교류하는 순환보직제가 운영되고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 ③ 보도국에서 제작국으로 전직될 무렵 C는 조합위원장에 출마하는 등 피 고와 마찰을 빚었고, D은 업무상 부적격을 이유로 제작국에서 보도국으로 전직된 후 명예퇴직을 하였으며, E도 전직될 무렵 노조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피고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점, ④ 원고가 복직한 날인 2014.7.7. 피고의 경영관리국장인 I는 원고와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그동안 원·피고 사이의 계속된 소송 등으로 서로 신뢰 관계가 상실되었다’라는 말을 하기도 하였는바, 그로부터 11일 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전직처분을 한 점, ⑤ 피고는 원고가 복직할 시점에 제작국에는 인력이 불필요하였다고 하나, 제작국 프로듀서 8명 중 J은 육아휴직 중이었으므로 기존에 프로듀서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원고의 충원이 필요하고 또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⑥ 원고는 이 사건 해고가 있기 전에 제작국 구성원들과 갈등 상황을 빚은 적이 없으므로 종전에 근무하던 제작국에 복직하여도 다른 사원들과의 관계에서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적고, 오히려 보도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전혀 없는 원고가 해고 후 2년의 공백기를 거쳐 제작국이 아닌 보도국에서 근무하게 될 경우 보도국 사원들과의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이 컸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전직처분이 피고의 업무상의 필요에 따른 합리적인 인사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원고의 생활상의 불이익 유무에 관하여
피고가 제작국과 보도국의 사무실을 같은 층에 두고 있는 사실, 이 사건 전직처분 당시 피고의 제작국과 보도국에 20여 명의 사원이 일하고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위 H의 일부 증언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3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전직처분 이전에 보도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었던 점(비록 원고가 제작국에서 근무할 때에도 피고의 5분 정시 뉴스에 투입되어 아나운서로 방송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뉴스 제작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보도국 사원이 작성해준 기사 내용을 그대로 읽는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였고, 제작국 PD 상당수가 이러한 아나운서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② 제작국에 속한 사원들이 담당하는 기본 업무는 뉴스를 제외한 나머지 음악방송 등의 기획·제작 등이고, 보도국에 속한 사원들의 기본 업무는 뉴스방송의 취재·기획·제작 등이므로 제작국에서의 업무와 보도국에서의 업무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 ③ 피고 제작국에 11년 가까이 근무하였던 E도 보도국으로 전직된 후 수습기자가 하는 것처럼 새벽에 파출소 등을 돌면서 보고를 하였음에 비추어 보도국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원고로서는 보도국에서 요구되는 직무를 수행함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 ④ 피고는 원고가 보도국에서 근무하더라도 제작업무를 맡을 수 있고 실제로 F의 경우 18년간 제작국에서 프로듀서로 근무하다가 2014.1.경 보도국으로 발령을 받아 보도국에서 시사방송(K)의 제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피고는 처음부터 F에게 시사방송의 제작 업무를 맡길 목적으로 보도국으로 발령한 것인데 반해, 원고는 이 사건 해고로 인해 근무하지 못하다가 2년 만에 복직하게 된 상황이었음에 비추어 원고가 F과 같이 보도국에서 기존에 하던 제작 업무를 담당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려운 점(피고는 이 사건 전직처분 후 원고에게 시사보도프로그램을 맡길 계획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이 사건 전직처분 후 피고는 2015.3.경에서야 “L”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하였을 뿐이다), ⑤ 피고는 보도국에 근무하는 기자는 급여 이외에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으므로 급여가 더 높고, 실제로 2013년에 보도국 직원들은 다른 부서의 직원들보다 인센티브 명목으로 평균 1,890만 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위 G의 증언 등에 비추어, 위 돈이 리베이트 성격의 금전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생활상 불이익 여부를 경제적 측면에서만 평가할 것은 아닌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전직처분으로 말미암아 원고의 업무환경에 관한 생활상의 불이익이 없거나 가벼운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라. 신의칙상 요구되는 성실한 협의 절차 이행 여부에 관하여
위 인정 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6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이나 사정, 즉 ① 이 사건 해고 후 2년 만에 복직을 하는 원고에게 종전에 근무하지 않은 보도국으로 발령을 내기 위해서는 피고가 보다 성실하게 원고에게 업무상 필요성 등을 설득하고 원고의 생활상 불이익에 관하여 원고의 진술 등을 청취하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② 그런데 원고는 앞서 본 것처럼 피고에 복직한 날인 2014.7.7. 피고의 경영관리국장인 I와 면담을 하였는데, I는 그 자리에서 원고에게 ‘해임무효확인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지만 피고에 일단 복직되었으니 열심히 일 해라. 피고가 어떤 일을 맡겨도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전문성을 가지고 이전부터 해왔던 업무 내에서 열심히 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하였으나, I는 이에 관하여 더 상의하지 않고 대화를 중단하였고, 피고 측에서 원고와 추가로 이 사건 전직처분에 관하여 협의하지는 아니한 점, ③ 한편, 원고는 인사발령이 있기 전 조합과 이 사건 전직처분과 관련하여 대화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보도국 발령을 취소하고 제작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였으며 이에 E 지부장과 M 사무국장이 피고에 원고의 인사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 과정에서 피고가 조합 측에 이 사건 전직처분의 필요성 등에 관하여 설명한 것은 아니어서 이를 두고 피고가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쳤다고 하기는 어려운 점, ④ 피고는 이 사건 전직처분 후에도 원고와의 협의를 통해 원고의 경력을 고려하여 보도국 내에서 제작 업무를 담당시키는 방법으로 보직을 정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가 일방적으로 이 사건 전직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출근을 하지 아니하는 바람에 원고와 보직 등에 대하여 어떠한 협의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주장대로 원고를 보도국 내로 발령하되 기존 업무와 동일하게 제작 업무를 담당시키고자 하는 생각이었다면 이 사건 전직처분이 있기 전에 원고와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쳐 그에 관하여 원고의 의사를 물어보는 등의 절차를 거쳤어야 할 것인데, 위에서 본 것과 같이 피고측은 어떠한 보직에 가더라도 열심히 하라는 취지의 말만 하였을 뿐 어느 부서로 배정될 것인지에 관하여 어떠한 구체적인 협의도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전직처분 이후에 원고가 피고에 출근하지 아니함에 따라 원고와 협의 절차를 거칠 수 없었다는 피고의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전직처분과 관련하여 피고가 원고의 의사를 묻고 성실하게 협의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마. 소결
그러므로 이 사건 전직처분은 피고의 인사권에 기한 재량범위 내에서 정당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고, 피고가 이 사건 전직처분의 효력을 다투고 있으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전직처분의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도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기훈(재판장) 이현우 김동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