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채선부로 8년 5개월 근무하다가 2011년경 진폐증 판정을 받아 장해 11급 16호 등급을 받은 후 2012년경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증세가 악화되어 사망한 사건에서, 망인의 사인이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이 주된 것으로 작용한 점, 기왕의 진폐증이 악화되어 폐렴이 발생시킨 하나의 원인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아 취소를 명한 사안.
◆ 춘천지방법원 제1행정부 2015.12.18. 선고 2013구합2837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5.12.04.
<주 문>
1. 피고가 2013.3.27. 원고에 대하여 한 진폐유족연금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1973.10.24.부터 1982.3.29.까지 대한석탄공사 ○○광업소 C갱에서 채선부로 8년 5개월 동안 근무하였다.
나. 망인은 2011.6.경 의료법인 영남병원에서 진폐증(병형 2/1, 합병증 tbi, 음영크기 q/t) 판정 및 장해 11급 16호 등급을 받았다.
다. 망인은 2012.4.17. 폐렴으로 영남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2012.6.초경 증세가 악화되어 2012.6.8. 사망{직접사인: 호흡정지(심폐기능장애), 선행사인: 폐렴}하였다.
라.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12.7.경 피고에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4, 제71조에 의한 진폐유족연금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고, 피고는 2013.3.27. 원고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원인이 진폐증 또는 진폐로 인한 합병증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진폐유족연금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이에 원고가 불복하여 2013.6.21.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고, 피고는 2013.8.30. 산업재해 보상보험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원고는 2013.11.2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 2. 4, 5, 8. 내지 13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 2, 5호증의 각 기재, 다툼 없는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망인의 사망원인인 폐렴은 망인의 진폐증 및 진폐합병증(폐기종)으로 인하여 발병한 것이고,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진폐증 및 진폐합병증으로 인해 폐렴이 쉽게 발병했거나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었으므로 망인의 사망과 진폐증 및 진폐합병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3. 관계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4. 판단
가. 인정사실
1) 망인의 건강상태
가) 망인은 2000년 교통사고로 인해 뇌 손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나) 망인은 2004.1.경 한국산재의료원 태백중앙병원에서 진폐증(병형 2/1, 합병증 tbi) 판정을 받았고, 2005.3.경 의료법인 영남병원에서 진폐증{병형 2/1, 합병증 tbi, 심폐 기능 Fl/2(경미장해)} 판정 및 장해 11급 9호 등급을 받았으며, 2011.6.경 의료법인 영남 병원에서 진폐증(병형 2/1, 합병증 tbi, 음영크기 q/t) 판정 및 장해 11급 16호 등급을 받았다.
다) 망인은 2003.10.경 대구카톨릭대학병원에서 급성 뇌경색 소견을 받은 후 치료를 받았고, 2005.3.경 위 병원에서 뇌경색 재발로 의심되는 증상(좌측 안면마비, 좌측 부전마비, 좌측 심부건반사 증가, 좌측 바빈스키 징후 양성, 혀가 좌측으로 돌아감)을 진단받았다. 2010년에는 보행장애 및 좌반실 마비, 가벼운 연하장애 증상이 있었고, D병원에서 폐렴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고열·객담·기침·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보였다. 2011.11. 가야기독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당시 보행장애 및 좌반신 마비가 있었다. 2012.4.경 폐렴으로 인해 영남병원에 입원할 당시 엉덩이와 대퇴부위에 욕창이 있는 등 와상(臥床) 상태였고, 좌측 편마비와 실어증이 있었으며, 연하장애 소견이 수차례 확인되었다.
라) 망인은 2012.4.17. 폐렴으로 영남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산소·항생제·수액 치료를 하면서 구강 흡인을 하였다. 입원 중 기침, 객담, 호흡곤란이 없다가 2012.6.3.부터 호흡곤란이 시작되었고, 2012.6.4. 부정맥이 나타나면서 심박동수와 호흡수가 증가하였으며 말초혈액 산소포화도가 83%까지 낮아졌다. 2012.6.5. 산소포화도가 54%까지 낮아지면서 열이 나고 식은땀을 흘리고 의식이 저하되는 상태를 보였고, 잠시 호전되었다가 다시 혈압이 낮아지고 혼수상태가 되면서 2012.6.8. 사망하였다.
마) 망인은 2012.4.17. 양측 폐야(肺野) 모두 폐렴 소견이었으나 좌측 폐야 증상이 더 심했고, 2012.5.23. 좌측 폐야의 폐렴 소견은 호전, 우측 폐야의 폐렴 소견은 악화되었다가, 2012.5.29. 양측 폐야의 폐렴 소견 모두 호전되었으나 2012.6.5. 우측 폐야의 전체로 폐렴이 악화되었다.
2) 의학적 소견
가) 사망진단서 : 영남병원 의사 E
(가) 사망의 직접사인: 호흡정지(심폐기능장애)
(나) (가)의 원인: 폐렴
(다) (나)의 원인: 폐기종, 늑막비후
(라) (다)의 원인: 진폐증
나) 의학적 소견조회에 대한 회신 : 영남병원 의사 E
(1) 망인의 치료 기간 : 2006.2.21.~2012.6.8.
(2) 망인의 호흡곤란, 기침, 객담배출 등에 대하여 기관지 확장제, 거담제, 항생제 등으로 증상 완화 치료. 망인은 진폐증에 의한 합병증으로 폐기종 및 폐렴이 병발하였음.
(3) 망인의 호흡장애는 진폐증과 진폐증으로 인해 병발된 폐기종, 폐렴 등에 의한 환기기능 장애에 의한 것이라 사료됨. 위 호흡장애로 인해 산소포화도가 떨어졌고, 심폐 기능장애는 망인의 환기기능장애(공기 흡입, 폐포 도달, 배출 과정의 장애)와 확산기능장애(폐섬유화, 폐포벽이 두꺼워지는 증상 등으로 인해 폐포와 모세혈관 사이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장애)가 원인이라고 사료됨.
다) 진폐에 따른 사망 여부 자문 회신 - 직업성폐질환연구소 의사 F
(1) 망인의 사망원인은 폐렴이다.
(2) 망인은 2003년경부터 뇌경색 증상을 보였고, 2005년경 좌측 마비 증상을, 2010년경 좌측 마비 및 보행장애 증상을 각 보였다. 망인은 사망 2개월 전인 2012.4.경 엉덩이와 대퇴 부위에 욕창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와상 상태였다고 보이고, 2012.3.경부터 사레들린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아 망인의 사망원인인 폐렴은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으로 판단된다.
(3) 망인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라) 사실조회 회신 : 영남병원 의사 G
(1) 망인에게 2011.5.경 진폐로 인한 합병증으로 폐기종, 기관지염이 발병함. 일상생활에서 호흡곤란, 기침, 객담 증상이 지속해서 나타남.
(2) 2012.4.17. X-ray에서 망인의 폐렴이 진단되었음. 영남병원 진료 기간 흡인성 폐렴을 유발할 정도의 연하장애가 진단된 사실이 없고, 뇌경색 발병 이후 사망 시까지 급격한 악화 소견이 없었으며 정상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하였음.
(3) 망인의 폐렴은 뇌경색에 의한 흡인성 폐렴보다 진폐증 및 진폐합병증(폐기종)에 의한 폐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진폐증·진폐합병증(폐기종)·폐렴으로 인해 호흡기능 장애 및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임.
마) 진료기록 감정 결과 및 사실조회 회신 :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H
(1) 망인의 사망 전 진폐병형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진폐4형에 해당(대음영 발견). 망인은 진폐증의 합병증 중 하나인 폐기종(만성폐쇄성 폐질환)이 발병한 상태였음.
(2) 진폐증 환자는 진폐증 진행에 따라 면역체계가 약해져 폐렴 등의 감염에 취약해지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음. 또한, 만성폐쇄성 폐질환자가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에 걸리는 경우 만성폐쇄성 폐질환의 급성악화가 발생하여 급격한 호흡곤란, 기침 악화 등의 증상을 보이고 심한 경우 호흡부전으로 사망 위험성이 있음.
(3) 망인은 2012.4.17.경 영남병원 전원 당시 폐렴에 걸렸다가 호전되었고, 이후 2012.6.4.경 음료수를 마시다 사레들리면서 흡인성 폐렴이 발병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임. 따라서 망인의 주된 사망원인은 2012.6.4.경 발병한 흡인성 폐렴으로 보임.
(4) 망인은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인후두 감각저하로 흡인의 위험이 큰 상태였고,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한 연하장애 증상 또한 관찰되므로, 망인의 진폐 합병증과 뇌졸중 중 어떤 것이 흡인성 폐렴에 더 큰 기여를 하였는지 알 수 없음. 다만 선행연구를 참조하였을 때 뇌졸중이 흡인성 폐렴의 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음.
(5) 진폐증 환자는 폐조직의 만성적인 염증과 비가역적 변화로 인해 호흡기계의 다양한 면역기전이 손상되므로 정상인보다 흡인성 폐렴의 발병에 더 취약할 가능성이 있음. 또한, 진폐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이 동반된 경우 호흡기질환의 치료에 악영향을 미치므로(미생물 감염 확인 빈도가 더 높고 입원 기간이 더 길어짐) 폐렴 치료 예후가 좋지 않아질 수 있음. 또한, 만성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해 지역사회획득 폐렴보다 흡인성 폐렴에서 더 나쁜 예후를 보였으리라 사료됨.
(6) 진폐증과 뇌경색의 상관관계에 관하여 검증·재확인된 연구 결과를 찾을 수 없음.
[인정근거] 갑 제4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 이 법원의 의료법인 영남병원, D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 대한 각 사실조회 회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의사 H의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다음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의 진폐증 및 진폐합병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거나, 적어도 진폐증 및 진폐합병증이 사망의 원인이 된 폐렴의 발생 또는 악화(자연경과적인 진행속도 이상의 급격한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므로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가) 영남병원 의사 E가 작성한 사망진단서 및 망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 결과에 의하면, 폐렴으로 인한 호흡부전이 망인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폐렴의 발생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망인에게 폐렴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① 진폐증으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 ② 뇌경색으로 인하여 연하기능(식도로 음식물 등을 넘기는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폐렴균에 감염된 음식물 등이 기관지와 폐로 잘못 넘어가 발생한 경우(이로 인한 폐렴을 ‘흡인성 폐렴’이라 함) 또는 ③ 위 두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경우를 상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직업성폐질환연구소 의사 F,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의사 H은 망인이 2014.4.경 와상 상태에 있었고 연하장애 증상이 보였음을 근거로 망인의 폐렴 발생 원인이 흡인성 폐렴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고, 망인의 사망 당시 진료했던 영남병원 의사 E는 망인의 폐렴을 진폐증 등으로 인해 발생한 폐렴으로 진단하였다(나아가 영남병원 의사 G은 망인에게 흡인성 폐렴을 발병시킬 정도의 연하장애가 진단된 적이 없다는 의견을 내었다). 이처럼 망인에게 폐렴이 발생한 원인이 위 ②경우에만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진폐증도 망인에게 폐렴 을 발생시킨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함이 타당하다.
다) 만일 망인의 사망원인인 폐렴이 뇌경색 후유증으로 인한 흡인성 폐렴이라고 보더라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의사 H의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 및 사실조회 회신에 의하면, 진폐증 및 진폐로 인한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앓고 있던 망인은 정상인보다 흡인성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높았고, 치료 예후도 나빴을 것으로 보이므로, 적어도 망인의 진폐증 및 진폐합병증은 흡인성 폐렴의 발병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 소결론
망인의 진폐증 및 진폐합병증이 망인의 사망원인인 폐렴의 발병 원인이 되었거나 적어도 폐렴의 발병 또는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망인의 진폐증·진폐합병증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성영(재판장) 류영재 이석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