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행정법원 제4부 2015.12.22. 선고 2015구합71679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1. 방○○, 2. 김○○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5.11.27.
<주 문>
1. 피고가 2015.6.19. 원고들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방◎◎은 2014.5.22. 서산시 음암면 소재 대산기업(이하 ‘이 사건 업체’라 한다)에 입사하여 자동차 부품조립 업무를 담당하였다.
나. 방◎◎은 2015.2.27. 05:00경 야간근무 중 정수기 앞에서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어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같은 날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망’이라 한다).
다. 피고는 2015.6.19. 방◎◎(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부모인 원고들에게 ‘① 부검당시 치료농도의 항경련제가 검출되었고, 부검 감정서상 해부학적 사인은 불명이나 해부학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내적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였으며, 관련 자료를 검토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은 심실성 빈맥으로 돌연사하였을 가능성이 있으나, 정확한 사망원인은 알 수 없으며, ② 업무상 과로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면, 발병 전 24시간 이내에 업무와 관련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사건이 발생하였거나 급격하게 업무환경이 변화된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③ 발병 전 1주 이내 총 40시간 정도의 야간근무를 수행하였으나, 일상 업무의 30% 이상 업무량이나 업무시간이 증가된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며, ④ 발병 전 12주 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은 63시간으로 6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사실은 확인되나,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 수 없으므로 업무와의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인정사실
1) 망인의 근무현황
가) 망인은 이 사건 업체에서 힐몰딩, 바이사이드 몰딩, 락카 몰딩 등 자동차 몰딩류 조립작업을 주로 수행하였다.
나) 망인은 입사 이후 2015년 1월까지는 거의 주간근무를 수행하다가 이 사건 사망으로부터 약 1개월 전인 2015.2.2.부터는 야간근무로 전환되어 20:00부터 익일 07:30까지 근무하였다.
다) 사망 전 1주일 이내인 2015.2.20.부터 같은 달 22.까지 3일은 설날 연휴로 휴무였고, 한편 망인은 사망 전4주 간 1주 평균 56시간 44분, 12주 간 1주 평균 63시간 근무하였다. 2015.1.5.부터 2015.2.13.까지 중 하루(2015.1.25.) 쉬었고, 각 근무일에도 8시간 이상 근무하였다.
2) 망인의 부검결과
○ 부검상 급사의 일반적인 소견 외에 사인이 될 만한 소견을 보지 못하는바 변사자의 사인은 해부학적으로는 불명임. 그러나 손상이나 중독, 질식과 같은 외인에 의한 사망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해부학적으로는 규명하기 어려운 어떠한 내적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함.
○ 참고사항
1. 본 건과 같이 해부학적으로 규명하기 어려운 내적 원인에 의한 사망의 경우, 심장에서 초래된 치명적인 부정맥과 같은 심장의 원인이나 또는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의 기능이상(간질발작) 등의 원인을 고려해볼 수 있음.
3. 간질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갑자기 사망할 수 있음. 간질지속상태와 같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발작이 일어나면 허탈에 빠져 사망함. 그러나 이러한 사망은 오히려 예외에 속하며 단 한 번의 발작이나 간헐적인 몇 번의 발작, 심지어는 발작을 일으키지 않고도 심실세동을 일으켜 급사할 수 있음.
3) 망인의 기존 질환
망인은 15세부터 뇌전증이 발병하여 두 달에 한두 번 정도 증세가 나타났고, 2014.8.9. 연세대학교 외과대학 세브란스병원에 내원하여 항경련제 치료를 시작하였다. 위 병원에서 새로운 항경련제를 점차 중량해가며 2014.11.17.까지 총 4회 외래진료를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앞서 본 사실 및 증거와 갑 제5, 6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과도한 야간근무로 인한 과로 및 스트레스에 기인하여 이 사건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① 망인은 야간근무 도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였는데, 망인에 대하여 부검을 실시하였으나, 해부학적으로 망인의 사망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즉, 망인이 업무 외에 사망에 이른 직접적인 내부 또는 외부 요인을 특정하기 어렵다.
② 망인은 뇌전증(간질)으로 진료를 받고 항경련제를 복용한 사실이 있다. 부검감정의는 ‘간질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갑자기 사망할 수 있다.’라고 하여 간질로 인한 사망가능성에 관하여 밝히고 있다 . 위와 같은 기존 질환을 가진 망인의 건강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망인의 업무가 뇌전증 자체 또는 특정할 수는 없으나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발병케 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진행하게 하여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므로, 망인이 뇌전증을 앓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와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③ 앞서 본 바와 같은 망인의 근무시간 등 근무현황에 따르면 망인이 이 사건 사망 전, 12주간 정상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근무를 하였고, 이 사건 업체에 입사한 이후 약 8개월간 주간근무를 하다가 야간근무로 전환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이 사건 사망에 이르렀다. 망인은 2015.1.5.부터 2015.2.13.까지 40일 중 하루(2015.1.25.)를 제외하고 계속 근무하였고 각 근무일에도 8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였으며, 2015.2.2.에는 주간근무에서 야간근무로 전환되는 등 근무시간, 근무형태 등에 비추어 피로가 누적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야간근무가 주간근무 보다 신체에 더 큰 부담을 가져올 것으로 보이는데, 망인은 위와 같이 거의 쉬지 못하고 계속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상태에서 야간근무로 전환하게 됨으로써 추가적으로 과도한 신체적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추단된다. 뇌전증으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던 망인의 평소 건강상태를 고려할 때 위와 같은 과중한 업무는 망인의 뇌전증이나 기타 특정되지 않은 사망원인을 발병케 하였거나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국현(재판장) 김나영 윤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