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자살한 경우, 망인이 우울증을 앓게 된 데에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에 겹쳐서 우울증이 유발 또는 악화되었다면 업무와 우울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 2015.10.22. 선고 2015누716 판결 [공무상요양 불승인처분 취소]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공무원연금공단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5.1.8. 선고 2012구합33300 판결
♣ 변론종결 / 2015.09.17.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12.6.1. 원고에 대하여 한 공무상요양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남편 ●●●(1956.7.1.생,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은 소방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11.1.19.부터 서울 소재 ○○○○○○○○○ 조직위원회(이하 ‘이 사건 조직위원회’라 한다) 안전보안단에 파견되어 방재공무원으로서 업무를 담당하던 중 우울증 등을 원인으로 2011.3.18.부터 2011.4.2.까지 ○○신경정신과의원에서, 2011.3.28. 및 같은 달 29. ○○대학교병원에서, 2011.4.5.부터 2011.5.7.까지 ○○○○○○병원에서, 2011.5.17. 및 같은 달 18. □□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조직위원회에서 파견근무를 하다가 2011.4.1. ○○○○ 소방본부 ○○○○과로 발령받아 근무지를 ○○로 옮긴 후 2011.4.6.부터 우울증 등 치료를 위하여 병가를 내고 병원치료를 받아 오던 중 2011.5.25. □□시 ○○동 소재 ○○아파트 뒤 등산로에 있는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다. 원고는 2012.5.경 피고에게 망인에 대한 ‘고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을 신청 상병명으로 하여 공무상요양 승인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공무원연금급여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2012.6.1. ‘신청 상병과 공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무상요양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망인은 지방소방사로 임용된 이후 관내 소방서에서 화재·구조구급·대민봉사 등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11.1.19.부터 2011.3.31.까지 이 사건 조직위원회 안전보안단에 파견되어 방재공무원으로서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망인은 기존 업무와 완전히 다른 방재공무원으로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환경 변화와 업무 변화로 인한 강박감, 극심한 스트레스, 가족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고 있다는 불안감 등으로 인하여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어 수차례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2011.4.1. ○○○○ 소방본부 ○○○○과로 발령받았다. 그러나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증은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하루아침에 치유될 수 없었는바, 망인의 우울증 등 요양신청 상병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다. 인정 사실
앞에 나온 증거들에 갑 제4 내지 30호증, 을 제2 내지 4호증, 제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제1심증인 ◎◎◎, ◇◇◇, ◆◆◆ 및 당심증인 ○○○의 각 증언, 제1심법원의 ○○○○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결과, 제1심법원의 ○○○○○○○○○위원회, ○○○○ 소방본부, □□소방서, ◇◇소방서, △△소방서, ☆☆소방서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망인의 경력·업무내용 등
가) 망인은 지방소방사로 임용되어 1981.8.7. ○○○○ □□소방서에서 업무를 시작한 후 관내 일선 소방서에서 소방공무원의 고유 업무인 화재, 구조구급, 대민봉사 등 업무를 수행하였고, 1994.12.28. 간부에 해당하는 지방소방위로, 1999.3.3. 지방소방경으로, 2007.1.1. 지방소방령(일반직 5급 공무원에 해당)으로 각 승진하였다.
나) 망인은 지방소방령으로 승진하여 2007.1.1.부터 2008.10.13.까지 ▽▽소방서 소방과 과장으로, 2008.10.14.부터 2009.3.15.까지 ○○○○ △△소방서 구조구급과 과장으로, 2009.3.16.부터 이 사건 조직위원회 파견 발령을 받을 때까지 ○○○○ △△소방서 현장대응단 단장(과장)으로 각 근무하였는데, 그 당시 망인의 세부 분장사무 내용은 대응단 업무 전반에 관한 사항, 관할내 대응단, 구조대 등의 지휘감독, 각종 재난현장 지휘·보고에 관한 사항, 화재현장조사, 보고 및 통계분석에 관한 사항, 화재진압활동 지도 감독 및 훈련에 관한 사항, 각종 대민지원에 관한 사항 등이었다.
다) 망인은 2011.1.19. ○○○○ 소방본부로부터 이 사건 조직위원회 파견 발령을 받고 서울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이 사건 조직위원회에서 망인은 안전보안단 소속이었고, 담당 업무는 실무담당자로서 박람회 행사와 관련하여 각종 소방안전대책 수립, 박람회 시설물 공사현장 화재예방 관리, 박람회 인접지역 숙박·음식점에 대한 소방안전점검계획 수립, 참가국 대상 소방분야 가이드라인(설명서) 제정, 박람회 참가국 대상 소방안전분야 질의 답변, 박람회 시설물 소방시설 설치·지도 및 감독 등이며, 이를 위하여 컴퓨터를 이용한 문서작성 업무가 주를 이루었다. 한편 위 안전보안단의 소방·방재업무는 2009.10.16.부터 2011.1.18.까지 장거래 1명, 2011.1.19.부터 2011.3.31.까지 망인 1명, 2011.4.1.부터 2011.6.30.까지 ◇◇◇ 1명이 맡아서 하다가 위 안전보안단이 □□에 있는 박람회 현장으로 옮겨 업무가 늘어나면서 2011.7.1.부터는 ◇◇◇, ☆☆☆, ▲▲▲ 등 3명이 소방·방재업무를 담당하였다.
라) 망인은 이 사건 조직위원회에서 근무를 시작한 얼마 후부터 다시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어 주든지 실무자 1명을 추가로 배치해달라고 요구하였다. 이후 망인은 2011.4.1. ○○○○ 소방본부 ○○○○과로 발령을 받아 ○○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2011.4.6.부터 병가를 내고 병원치료를 받으면서 자택에서 머물렀다.
2) 망인의 치료 내역
가) 망인은 이 사건 조직위원회 파견 발령이 내려진 얼마 후인 2011.2.28. □□소재 성심병원에 불안증 및 걱정거리 등을 이유로 내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나) 망인은 이 사건 조직위원회 파견 근무 중이던 2011.3.18.부터 같은 해 4.2.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 소재 ○○정신과의원에 내원하여 직장전근에 대한 불안 및 불면, 우울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고, ‘중증도의 우울성 에피소드’의 진단 하에 상담 및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진단서 및 진료기록의 주요 기재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 망인은 2011.3.28. 구토와 몸에 열이 나는 등의 증상으로 ○○대학교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치료받았고, 다음날 같은 병원 정신과에 내원하여 ‘알코올 남용(alcohol abuse)’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당시 응급진료기록의 주요 기재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 망인은 ○○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이후인 2011.4.11.부터 같은 해 5.23.까지 △△○○○○병원에서 ‘정신병적 증상 없는 중증 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 및 정신치료를 받았는데, 진단서의 주요 기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마) 망인은 2011.5.17. 및 같은 달 20. □□대학교병원에 내원하여 ‘주요우울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의료기록의 주요 기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바) 망인은 2011.5.23. ○○○○ △△의료원에 내원하여 ‘광장공포증이 있는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향후 입원치료를 받기로 하였는데, 의료기록의 주요 기재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진료기록 감정결과
제1심법원이 ○○○○병원장에 대하여 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는 다음과 같다.
4) 주변인의 진술
가) 망인의 딸 □□□ 및 망인의 동료들에 따르면 망인은 완벽주의자로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끝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고, □□□□□□□ 조직위원회 파견 근무를 한사코 고사하였으나 어쩔 수 없이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으며, 조직위원회 근무시 필수적인 컴퓨터 활용 능력이 현격하게 부족하여 마음고생이 심하였다.
나) 원고의 진술조서(유족)에 따르면 망인의 성격은 내성적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지 못하는 면이 있다.
5) 파견 이전의 정신과적 치료
망인이 이 사건 조직위원회에 파견되기 이전에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으로 인하여 정신과적 상담을 받거나 치료를 받은 기록은 없다.
라. 이 법원의 판단
1) 공무원연금법 제35조제1항에 규정된 공무상요양비 지급의 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이라 함은 공무원이 공무집행 중 발생한 질병으로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이지만 이 경우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적어도 직무상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병원인과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사정을 고려할 때 공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7.6.24. 선고 96누1213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공무상 질병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12.13. 선고 94누9030 판결 등 참조). 또한 당해 공무원이 우울증을 앓게 된 데에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에 겹쳐서 우울증이 유발 또는 악화되었다면 업무와 우울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함에 지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6.9. 선고 2011두3944 판결의 사안 참조).
2) 위 인정의 사실관계 및 앞에 나온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상병의 발병에 망인의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영향을 미쳤더라도 파견 직후 망인이 느꼈던 업무의 이질성, 책임감 정도 등을 고려하면 업무 또는 생활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망인의 공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가) 망인은 이 사건 조직위원회로 파견 발령이 내려지기 이전에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이유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제1심법원의 ○○○○병원에 대한 진료기록감정결과에 망인이 2000년경 기분장애 삽화를 경험하였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기는 하나, 이는 망인이 중증우울증에 돌입한 이후 과거와 유사한 증상에 관하여 주관적인 입장에서 진술한 것에 불과하고, 위 감정결과도 과거에 기분장애를 경험했을 가능성을 추정한 것일 뿐이므로 이를 근거로 과거의 발병이력이나 기존의 정신과적 질환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망인은 2011.2.28. □□ 소재 성심병원에 불안증 등을 이유로 내원한 이후 자살에 이를 때까지 □□정신과의원, △△○○○○병원, □□대학교병원, ○○○○ △△의료원 등에서 ‘중증도의 우울성 에피소드’ 등의 진단 하에 치료를 받았는데, 이때 파견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 수면장애 등을 일관되게 호소하였다. 이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직위원회로의 파견 무렵 망인에게 우울증 등이 새로이 발병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망인은 2007.1.1. 지방소방령으로 승진한 이후 계속하여 영광소방서 소방과, △△소방서 구조구급과 과장 및 △△소방서 현장대응단 단장(과장) 등의 지휘관으로 근무하다가 이 사건 조직위원회에 파견되어서는 박람회 행사와 관련한 각종 소방안전대책 등을 수립하고 문서를 기안하는 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실무자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파견 무렵부터 불안증세 등을 호소하며 정신과적 상담 및 치료를 받기 시작하는 한편 소방본부에 전보조치 및 실무자급 인원의 파견을 거듭 요청하였는데, 적지 않은 나이에 이 사건 조직위원회에 실무자급으로 파견되어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는 부담감, 부족한 컴퓨터 활용 능력 등으로 인하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두려움으로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우울증세가 유발된 것으로 판단된다.
라) 망인은 결국 2011.4.1. ○○○○ 소방본부 ○○○○과로 발령을 받아 이 사건 조직위원회 파견 업무에서 벗어났으나 같은 달 4.경 자살을 시도하였다. 이후 망인은 병가를 내고 △△○○○○병원, □□대학교병원 및 ○○○○ △△의료원 등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망인이 자살하기 이틀 전인 2011.5.23. 위 △△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근무지를 옮겨서 실무자 생활을 하여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서울에 근무하면서 술도 많이 마시고 일도 힘들었다’고 진술하였다. 위와 같은 사실에 비추어 보면 업무상 스트레스로 발병한 우울증 등의 증세가 적절한 치료에도 극복되지 못하는 수준으로 악화되어 합리적 판단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마) 피고는 이 사건 조직위원회의 파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보아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개인적 취약성에 기인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함에 있어 망인의 내성적 성격 등 개인적 소인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는 별다른 정신적 질환이 없던 망인이 이 사건 조직위원회로의 파견이 확정된 직후 정신과적 질환이 발병하였고, 그 치료 과정에서 파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호소하였으며, 결국 이 사건 조직위원회로의 파견 직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자살에 이르렀다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전후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그와 같은 망인의 내재적 취약성은 공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따라서 공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인과관계 부존재를 이유로 원고의 공무상요양 승인신청을 배척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병하(재판장) 유헌종 김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