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자동차 제조업체의 금형 작업 담당노동자인 망인의 벤젠 누적 노출량은 최소 10.6ppm-year에서 최대 16.3ppm-year으로 추정되는 사실, 망인은 술을 전혀 못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망인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 노출 수치가 낮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노출에 의해 벤젠이 망인의 체질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발병케 하였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2]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채용 자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업무능력과 관련없는 요건 충족에 의해 불특정인을 근로자로 채용할 것을 강요하는 규정으로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의 규정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약정한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의 취지는 사망한 유족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으로 일응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가족들에게 생계보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능력적 측면에서 어떠한 요건도 요구하지 아니하여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 재능과 노력 이외의 것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사회 구성원의 충분한 합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건 설정을 통해 예외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단 한 개의 단체협약 조문에 의해서 무제한적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6민사부 2015.10.29. 선고 2014가합17034 판결 [손해배상 등]
♣ 원 고 / 1. A 2. B 3. C
♣ 피 고 / 1. D 2. E
♣ 변론종결 / 2015.10.15.
<주 문>
1. 피고 D는 원고 A에게 14,948,816원, 원고 B, C에게 각 9,965,877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0.7.20.부터 2015.10.29.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들의 피고 D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원고 B의 피고 E 에 대한 청구를 각 기각 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D 사이에 생긴 부분의 2/3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 D가 각 부담하고, 원고 B와 피고 E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 B가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 D는 원고 A에게 101,166,408원, 원고 B, C에게 각 67,444,27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0.7.20.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고, 주위적으로 피고 D, 예비적으로 피고 E는 원고 B를 채용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망 F(이하 ‘망인’이라 한다)는 1985.2.1. 피고 D에 고용되어 피고 D의 ***공장(1985.2.경부터 1995년경까지) 및 ○○연구소(1996년경부터 2008.1.경까지) 간이금형반에서 근무하다가 2008.2.경 피고 E의 **연구소로 전출되어 근무하던 자이고, 원고 A은 망인의 배우자이며, 원고 B, C은 망인의 자녀이다.
나. 망인은 2008.8.25. 급성 골수병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투병 중 2010.7.19. 위 백혈병으로 사망하였다.
다. 망인은 1985.2. ***공장에 입사한 이후 2008.2.경 피고 E **연구소로 전출될 때까지 간이금형공정 중 금형세척작업을 고유업무로 수행하였다. 간이금형공정은 목형 및 석고모델로 금형틀을 제작한 후 금형틀에 액체 수지를 붇고 굳혀 금형을 제작하는 일련의 절차를 의미한다.
라. 망인은 금형세척작업 중 신너, 유리 섬유, 방청유, 시트 왁스, 프레스유, 드로잉유, 이형제, 규사, 겔코트 수지, 페인트 등을 사용하였으며, 특히 일주일 평균 3~4통(1통 20kg)의 신너와 도료를 사용하였다.
마.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었던 신너와 도료에는 벤젠이 56.7%까지 함유되어 있었고, 1991년 피고 D ***공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의하면 당시 금형세척작업에서 벤젠의 기중농도는 0.708ppm이었다.
바.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 유족급여를 신청하였고,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장의 의뢰를 받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3.8.23. ‘망인의 벤젠 누적노출량을 추정해보면, 망인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업무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취지의 역학조사보고서를 회신하였다. 또한 위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심의 결과 2013.10.11. 망인이 최소 15년 정도 벤젠에 노출되었고 급성골수병 백혈병과 벤젠의 인과관계가 분명하므로, 원고들이 유족급여를 청구한 상병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사유에 의한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하였다.
사. 원고들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 53,917,340원, 요양급여 9,913,510원, 유족 및 장의비 121,502,130원 등 총 185,332,980원을 지급받았다.
아. 피고 D의 단체협약 제27조와 E 단체협약 제97조(이하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이라 한다)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8, 9, 12호증, 을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 E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원고 B가 피고 E에 대하여 원고 B의 채용의무의 이행을 구하는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 E는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이 사건 소가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형성의 소일 뿐만 아니라 의사표시를 구하는 이행의 청구가 아니므로 부적법 각하되어야 한다고 본안 전 항변을 한다. 살피건대, 원고 B의 피고 E에 대한 이 사건 소는 피고 E가 이 사건 단체협약에 의해 부담하는 원고 B의 채용의무를 이행할 것을 구하는 이행의 소이고, 여기서 채용의무는 원고 B와 피고 E 간의 고용계약 체결의무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원고 B의 피고 E에 대한 이 사건 소는 원고 B의 채용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는 내용의 소로 선해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E의 위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금지급청구에 관한 판단
가. 책임의 발생
1) 피고 D의 안전배려의무 위반여부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용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0.5.16. 선고 99다4712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갑 3호증, 을가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1991년 피고 D ***공장에서 금형세척작업시 벤젠의 기중농도는 0.708ppm이었던 사실, 노동부가 1998.1.5. 고시한 ‘화학물질 및 물리적인자의 노출기준’(노동부고시 제1997-65호) 제5조 및 별표 일련번호 202번은 벤젠의 1일 작업시간 동안의 시간가중 평균노출기준을 10ppm으로 규정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나, 한편 갑 3, 8호증, 을가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과거 피고 D의 oo연구소는 국소배기장치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사실, 망인의 입사 초기에는 보호구가 전혀 지급되지 않았고 1995년경부터 가죽장갑, 고무장갑, 면장갑, 마스크, 귀마개, 앞치마, 안전화 등이 지급된 사실, 호흡기 보호구의 경우 인원에 비해 지급물량이 부족했던 사실, 당시에는 유해 화학물질의 사용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 및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른 벤젠노출기준은 공법상 최소한의 기준을 설정해 놓은 것에 불과하여 위 기준을 충족하였다고 해서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 D는 망인에 대해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
2) 벤젠노출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여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조제1항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는 것이므로 재해가 질병 또는 질병에 따른 사망인 경우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위 질병 또는 위 질병에 따른 사망간의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 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또는 그에 따른 사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11.10. 선고 2005두800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는 보호의무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 가해자의 채무불이행과 그로 인한 손해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살피건대, 갑 1 내지 3, 11,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망인의 벤젠 누적 노출량은 최소 10.6ppm-year에서 최대 16.3ppm-year으로 추정되는 사실, 망인은 술을 전혀 못 마시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 및 미국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은 1987년경 공기 중 벤젠의 허용농도를 10ppm에서 1ppm으로 낮추었고, 우리나라도 1986년경 작업장 내 벤젠 농도를 10ppm 이하로 규제하다가 2003.7.경부터 1ppm으로 규제하고 있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제3항 및 별표 제3호는 1피피엠 이상 농도의 벤젠에 10년 이상 노출되어 발생한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 국제암연구소(IARC)는 벤젠을 그룹1(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한 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다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였다는 특단의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 이 사건에 있어서, 노출 수치가 낮더라도 장기간에 걸친 노출에 의해 벤젠이 망인의 체질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발병케 하였거나 적어도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7.2.28. 선고 96누14883 판결, 2004.4.9. 선고 2003두12530 판결 등 참조).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일실수입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는 아래 가)와 같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을 기초로 하여 아래 나)와 같이 월 5/12%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따라 이 사건 사고 당시의 현가로 계산한 238,798,264원이다(이하 계산의 편의상 월 단위로 계산하고,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각 버린다).
가) 인정사실 및 평가내용
(1) 인적사항
(가) 성별 : 남자
(나) 생년월일 : 1960. *. *.생
(다) 이 사건 사고 당시 연령 : 48세 *개월 남짓
(라) 기대여명 : 30.64년
(2) 가동연한
망인이 사망 당시 근무 중이던 피고 E의 단체협약 제25조제1항은 “조합원의 정년은 만 58세가 되는 해의 년말일로 하되, 본인이 희망할 시 건강상 결격사유가 없는 경우에 한해 만 59세가 되는 해의 년말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망인은 만 58세에 달한 해의 년말일인 2018.12.31. 퇴직하는 것으로 보고, 그 이후부터 만 60세가 되는 날인 2020.7.4.까지 월 22일씩 도시일용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본다.
(3) 가동능력에 대한 금전적 평가
(가) 망인의 발병일 이후로 원고가 구하는 2010.7.20.부터 2018.12.31.까지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의 일평균임금은 143,814원이므로 망인의 월 소득액은 4,374,342원(= 143,814원 × 365 ÷ 12)이 된다.
(나) 2019.1.1.부터 2020.7.4.까지
망인은 매월 도시일용노동자에 해당하는 보통인부의 노임 상당액을 얻을 수 있을 것이므로, 망인의 월 소득액을 1,517,230원(= 2010년 상반기 도시일용 보통인부 1일 노임단가 68,965원 × 22일)으로 보아 일실수입을 산정한다.
(4) 생계비 공제 : 수입의 1/3
나) 계산
(1) 2010.7.20.부터 2018.12.31.까지 101개월
4,374,342원 × 2/3 × (99.7934 - 21.9199) = 227,096,881원
(2) 2019.1.1.부터 2020.7.4.까지 18개월
1,517,230원 × 2/3 × (111.3619 - 99.7934) = 11,701,383원
(3) 합계 : 238,798,264원(= 227,096,881원 + 11,701,383원)
2) 치료비
갑 5호증의 기재만으로 원고들이 망인의 치료비로 총 19,023,950원을 지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책임의 제한
벤젠은 망인의 체질 등 기타 요인과 함께 작용하여 발병케 하였거나 발병을 촉진한 하나의 원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는 점(망인 외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간이금형반 근로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망인이 수행한 작업의 특성상 망인은 벤젠에 노출될 수 밖에 없으므로 망인은 피고 D의 안전배려의무와는 별도로 벤젠에 노출되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책임이 있는 점, 망인은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호흡기 보호구를 거의 착용하지 않은 점, 망인은 손이나 얼굴, 옷에 묻은 수지나 드로잉유 등을 제거하기 위해 부주의하게 신너를 이용하기도 한 점 등 변론 전체에 들어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D의 책임비율은 50% 정도로 제한된다고 할 것이다.
3) 위자료
망인의 나이, 이 사건 사고 발생 경위 및 결과, 양측의 과실 정도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망인의 위자료를 25,000,000원으로 정한다.
4) 상속
상속대상금액 144,399,132원(= 238,798,264원 × 0.5 + 25,000,000원)
원고 A이 3/7, 원고 B, C이 각 2/7의 각 비율로 상속
5)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에서 공제1)
유족급여 109,518,560원[따라서 원고들이 상속하는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은 9,880,572원(= 238,798,264원 × 0.5 - 109,518,560원)이 된다]
[인정근거 : 다툼없는 사실, 경험칙, 갑 3 내지 5,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6) 인정금액
1)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함에 따라 발생하는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은 모두가 그 공동상속인들에게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공동상속되고,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하여 수급권자에게 지급하는 유족급여는 당해 수급권자가 상속한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을 한도로 하여 그 손해배상채권에서만 공제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와 달리 망인의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에서 유족급여를 먼저 공제한 후 그 나머지 손해배상채권을 공동상속인들이 각자의 상속분 비율에 따라 공동상속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5.21. 선고 2008다1310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러나 이 사안의 경우 원고 A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원고들을 대표하여 위 유족급여를 수령한 것으로 보이므로, 실제 유족급여의 수령인은 원고들 전원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원고들 대리인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일실수입 전액에서 유족급여를 공제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 유족급여는 일실수입 상당 손해배상채권 전액에서 공제한다.
가) 원고 A : 14,948,816원[= (9,880,572원 + 25,000,000원) × 3/7]
나) 원고 B, C : 각 9,965,877원[= (9,880,572원 + 25,000,000원) × 2/7]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 D는 원고 A에게 14,948,816원, 원고 B, C에게 9,965,877원 및 각 위 금원에 대하여 2010.7.20.부터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5.10.29.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승낙의 의사표시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의 내용
갑 6, 7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D의 단체협약 제27조와 E 단체협약 제97조(이하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이라 한다)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으로 노동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노동자의 지위상속을 허용하는 취지의 규정인바, 사용자와 노동자 사이에 존재하는 특별한 인적 신뢰관계와는 조화되지 않는 규정이라고 할 것이다.
나. 단체협약의 대상여부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인사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또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사항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및 그 밖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한정되고, 기업경영과 인사에 관한 사항은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물론 사용자가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인사권에 제약을 가할 수는 있는 것이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사이에 체결한 단체협약에 의하여 조합원의 인사에 대한 조합의 관여를 인정하였다면, 그 효력은 협약규정의 취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대법원 1992.9.25. 선고 92다18542 판결 등 참조), 사용자가 인사처분을 함에 있어 노동조합의 사전 동의나 승낙을 얻어야 한다거나 노동조합과 인사처분에 관한 논의를 하여 의견의 합치를 보아 인사처분을 하도록 단체협약 등에 규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인사처분은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2.6.20. 선고 2010다38007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조합원의 인사에 대한 노동조합의 관여를 인정한 사안은 대부분 노동조합 임원의 징계, 해고 등 불리한 인사에 대한 사전협의 또는 동의조항이 문제된 경우인바, 이는 사용자가 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로 인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이 저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결국 조합원의 인사에 대한 노동조합의 관여를 인정한 사안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해 합의한 사안으로 볼 수 있다(노동조합의 활동을 저해하기 위한 보복성 파면처분의 철회를 구하는 쟁의행위는 그 목적에 있어 정당하다고 본 대법원 1992.5.12. 선고 91다34523 판결도 참조). 결국 단체협약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및 그 밖에 근로조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한정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으로 규정할 수도 없다(대법원 1994.8.26. 선고 93누8993 판결).
살피건대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근로자의 채용 자체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근로자의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이러한 점에서 채용에 관한 사용자의 재량권은 인사권이라기보다 고용계약 체결의 자유권이라는 측면이 강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업무능력과 관련없는 요건 충족에 의해 불특정인을 근로자로 채용할 것을 강요하는 규정으로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의 규정이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단체협약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을 약정한 것으로 무효라고 할 것이다.
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지 여부
단체협약은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에서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4.3.27. 선고 2011두2040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단체협약의 체결이 사적 자치의 영역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민법 제103조 소정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때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되는 반사회질서 행위는 법률행위의 목적인 권리의무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내용 자체는 반사회질서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여도 법률적으로 이를 강제하거나 법률행위에 반사회질서적인 조건 또는 금전적인 대가가 결부됨으로써 반사회질서적 성질을 띠게 되는 경우 및 표시되거나 상대방에게 알려진 법률행위의 동기가 반사회질서적인 경우 등을 포함한다(대법원 2015.7.23. 선고 2015다20011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1) 이 사건 각 단체협약상 채용의무 발생 요건
살피건대, 우선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가족들에게 생계보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직계가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그 요건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직계가족 1인에게 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한 채용의무를 부과하여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가족이라는 혈연적 요건을 채용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2) 판단
가) 고용계약은 사용자와 노무자 간의 특수한 인적 신뢰관계가 전제되는 계약이자 장기간 계속적 급부의 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다. 이와 같은 성질의 고용계약을 장래 불특정 시점에 불특정인과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은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한다.
나) 헌법 제11조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은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또한 고용정책 기본법 제7조는 “사업주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신앙, 연령, 신체조건, 사회적 신분, 출신지역, 학력, 출신학교, 혼인·임신 또는 병력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균등한 취업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합리적 이유가 없는 이상 특정 집단에 대해 취업기회와 관련하여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청년실업이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20~30대 청년들의 기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유래없이 커져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취업의 기회 제공의 평등에 관한 기준은 종전보다 엄격한 잣대에 의해 평가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처럼 결격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단체협약을 통해 제도화하는 방식은 사실상 일자리를 물려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실상 귀족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한다(피고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우량기업으로 그곳에의 취업은 많은 청년들이 바라는 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유공자 유족의 생활안정 및 자아실현을 위하여 취업지원제도를 규정하면서, 채용시험의 가점(제31조), 국가기관 등의 채용 의무(제32조), 기업체 등의 우선고용(제33조의2)에 대해서 규정한다(이는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제7조제9항에 의해 고엽제후유의증 환자의 가족에 대한 취업지원에 있어서 준용된다). 또한 이와 같은 취업지원 규정은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도 존재한다. 그러나 위 취업지원은 ① 지원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 법률의 형태로 규정되었다는 점, ② 국가 또는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 및 공헌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 ③ 단순히 채용시험에 가점을 부과하거나 채용비율만을 정하여 일정 수준의 경쟁을 전제로 하고 이 사건 각 취업규칙과 같이 채용의무를 바로 발생시키는 것은 아닌 점에서 이 사건 각 취업규칙과 다르다고 할 것이다.
라)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업무상 사망한 경우 유족의 생계보장은 금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이고, 또 그것으로 상당부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에 따라 금전 외의 적절한 배상방법이 마련될 수 있으나, 이 사건 각 취업규칙과 같은 방식을 통한 배상은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를 희생한 결과 얻어지는 것인바, 인정여부 및 그 인정범위를 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마)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의 취지는 사망한 유족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으로 일응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각 단체협약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가족들에게 생계보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하고,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능력적 측면에서 어떠한 요건도 요구하지 아니하여 과도한 혜택을 부여한다. 재능과 노력 이외의 것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사회 구성원의 충분한 합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건 설정을 통해 예외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단 한 개의 단체협약 조문에 의해서 무제한적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바) 이탈리아, 독일, 일본 등 다른 대륙법계 나라의 실정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단체협약 조문과 같이 유족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은 예외적인 것으로 보인다.
사) 따라서 현재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각 취업규칙은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라고 할 것이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피고 D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며, 원고 B의 피고 E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호(재판장) 박나리 윤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