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2015.5.15. 선고 2014가합35452 판결 [손해배상 등]

원 고 / 별지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피 고 / 1. A ~ 6. F

변론종결 / 2015.04.24.

 

<주 문>

1. 이 사건 소 중 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 피고 A, B, D은 공동하여 별지 원고들 목록 중 순번 1 내지 157 기재 원고들에게 각 300,000, 같은 목록 중 순번 158 내지 226 기재 원고들에게 각 2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4.7.16.부터 2015.5.15.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 원고들의 피고 A, B, D에 대한 나머지 금원청구와 피고 C, E, F에 대한 모든 금원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원고들과 피고 A, B, D 사이에 생긴 부분의 9/10는 원고들이, 나머지는 위 피고들이 각 부담하고, 원고들과 피고 C, E, F 사이에 생긴 부분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4. 2의 가.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에, 피고 A(이하 피고 노동조합이라 한다)이 작성한 2014.4.8.자 사업합리화 노사합의서, 특별명예퇴직 시행 노사합의서 및 복지제도변경 노사합의서, 2015.2.24.자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관련 노사합의서는 모두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각 2,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최종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 당사자들의 관계

피고 노동조합은 주식회사 a(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소속 직원들로 조직된 노동조합이고, 피고 B는 위원장, 피고 C은 사무총장, 피고 D은 사업지원실장, 피고 E는 정책실장, 피고 F은 조직실장으로 각각 활동한 자이다.

. 노사합의서의 작성 등

1) 피고 노동조합은 2014.4.8.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노사합의를 하였다(이하 ‘1차 노사합의라 한다). 이때 피고 노동조합이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 노사합의서 작성과 관련하여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바는 없다. <표 생략>

2) 이 사건 회사는 2014.4.8. 실근속기간 15년 이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같은 달 30.자 특별명예퇴직시행 계획을 공고하는 한편(애초 2014.4.10.부터 같은 달 24.까지를 접수기간으로 하였다가 이후 그 기간을 21.까지로 단축하였다), 그 무렵 사업합리화 조치 등에 따라 전국에 소재한 지사의 통·폐합 및 그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실시하였고, 배치되지 못한 인원들에 대해서는 인사고과 등을 반영하여 지역본부에 재배치하거나 당시 신설된 업무지원 CFT 부서로 전보하였다.

3) 한편 피고 노동조합은 이 사건 소송계속 중인 2015.2.24.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정년제 및 임금피크제 등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에 관하여 노사합의를 하였다(이하 ‘2차 노사합의라 하며, 1차 노사합의까지를 통틀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라 한다). 이 때에도 피고 조합에서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여 위 노사합의 사항과 관련하여 사전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바는 없다.

4) 원고들은 1차 노사합의 이후 이 사건 회사가 취한 위와 같은 일련의 조치에 따라 명예퇴직하거나(순번 158 내지 226 원고들이 이에 해당한다) 업무지원 CFT 부서로 전보된 근로자들이다.

 

. 관련 규정 <생략>

 

2. 당사자들의 주장

 

. 원고들

1)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특별명예퇴직과 임금피크제도의 실시 및 복지제도의 축소 등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그 대상으로 삼았기에 피고 노동조합으로서는 규약이 정한 바에 따라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수렴하였어야 함에도,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회사와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의 조합원들의 민주적 참여를 보장한 노동조합법 제16, 22조 및 이 사건 규약 제10조 등을 위배하여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사회질서 내지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여 민법 제103조에 따라 그 효력이 없다. 특히 이 사건 2차 노사합의의 경우, 피고들이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임금피크제도 시행방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공지하였음에도 약속과는 달리 또다시 밀실 노사합의를 강행하여 조합원들의 신뢰를 배반하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2) 결국 피고 노동조합과 그 임원인 나머지 피고들이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무시한 채 밀실합의를 통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한 결과, 특별명예퇴직, 강제전보 및 임금피크제도가 실시되고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등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에 공동불법행위자인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각 노사합의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학자금 축소와 임금피크제도 실시에 따른 임금수준 하락 등 이 사건 각 노사합의로 당연히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 재산상 손해 또한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되어야 한다).

 

. 피고들

1) 설령 원고들과 피고들 사이에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무효임을 확인하더라도, 이로써 원고들의 권리관계가 확정되거나 해당 판결의 효력이 이 사건 회사에 미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소 중 위 각 노사합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2) 이 사건 규약 중 노동조합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부분은 노동조합 대표자의 협약 체결권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에 반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 노동조합의 위원장인 피고 B가 총회의 결의 없이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위 노사합의가 무효이거나 그에 이른 행위를 위법하다고 평가하기는 곤란하므로, 피고들에게 위 노사합의와 관련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3. 판단

 

. 무효확인청구 부분

1) 원고들은, 피고들이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던 탓에 원고들이 손해를 입게 되었다며 그에 따른 배상을 구하는 동시에, 그 전제로서 피고들과의 관계에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주체는 피고 노동조합과 이 사건 회사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무효확인청구는 결국 당사자 일방과 제3자 사이의 법률관계(피고 노동조합에 대한 청구의 경우) 내지 제3자 사이의 권리관계(나머지 피고들에 대한 청구의 경우)를 그 대상으로 하였다고 볼 수 있다.

2) 확인의 소는 반드시 당사자 간의 법률관계에 한하지 않고, 당사자 일방과 제3자 또는 제3자 상호 간의 법률관계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나, 그러한 법률관계의 확인은 그 법률관계에 따라 원고의 권리 또는 법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불안이 야기되어 이를 제거하기 위하여 위 법률관계를 확인의 대상으로 삼아 원·피고 간의 확인판결에 의하여 즉시로 확정할 필요가 있고, 또한 그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어야 확인의 이익이 있다(대법원 1996.11.22. 선고 9634009 판결 등 참조).

3) 그런데 피고 노동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은 물론이고, 원고들과 피고 노동조합 사이에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무효를 확인하는 취지의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그 효력이 이 사건 회사에는 미치지 않아 원고들이 직접 위 회사를 상대로 복지제도의 축소 및 업무지원 CFT 부서로의 전보조치 등 근로조건 변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어서, 원고들의 이 사건 확인청구는 그에 대한 판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원고의 근로조건이나 업무환경이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이전의 상태로 복귀된다고 볼 수 없는 점(‘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효력이 유지될 경우 복지제도의 축소 등 근로조건의 후퇴가 고착화된다는 등, 원고들이 들고 있는 여타의 사정들 역시 이와 같은 점에 비추어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없다), 한편으로 이 사건 각 노사합의와 관련하여 원고들이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정신적 손해는 논리필연적으로 위 각 노사합의의 무효를 전제한다고도 볼 수 없는 점(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는 피고들이 규약이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고, 그로 인해 명예퇴직과 임금피크제도 도입 및 복지제도 축소 등의 결과가 초래됨으로써 원고들이 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사정을 주된 근거로 삼고 있는바, 이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효력과는 무관하게 그 청구가 인용될 여지가 있다), 원고들로서는 무효확인청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의 청구만으로도 이 사건 각 노사합의로 인해 입었다고 주장하는 정신적 손해를 배상받는 데 하등의 지장이 없는 점(원고들은 손해배상청구만으로는 피고들의 이 사건 규약 등의 반복적 위반 행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곤란하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하나, 이 사건에서 노사합의의 무효를 확인받는다 하더라도 해당 판결의 효력이 향후 피고 B 등이 동일한 방식으로 체결할 노사합의에 당연히 미친다고는 볼 수 없는 이상, 금전적 배상을 통해 위법 행위의 시정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 또한 유효적절한 권리구제 수단으로 평가된다)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들 모두가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유효성을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을 전후하여 원고들이 입었다고 주장하는 정신적 손해 및 그에 대한 배상책임의 인정 유무가 위 각 노사합의의 효력에 대한 판단과 사실상 일부 쟁점을 같이하게 되는 측면이 있더라도,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4) 따라서 피고들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

 

. 손해배상청구 부분

1) 이 사건 규약 및 각 노사합의의 효력

)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에 따르면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는데, 예컨대 노동조합 규약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단체교섭의 결과에 따라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그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 그 노동조합 규약은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사실상 단체협약체결권한을 형해화하여 명목에 불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어서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의 취지에 반한다(대법원 1993.4.27. 선고 911225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개개 조합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직접 결정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귀속 주체는 근로자이고, 따라서 단체협약은 조합원들이 관여하여 형성한 노동조합의 의사에 기초하여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단체교섭의 기본적 요청인 점, 노동조합법 제16조제1항제3호는 단체협약에 관한 사항을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여 노동조합 대표자가 단체교섭 개시 전에 총회를 통하여 교섭안을 마련하거나 단체교섭 과정에서 조합원의 총의를 계속 수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규약 등에서 내부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등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그것이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이상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4.4.24. 선고 201024534 판결 참조).

이 사건 규약이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사항을 피고 노동조합의 조합원 총회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며(21조제4), 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하여금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 단체협약을 체결토록 하고 있음(61조제1)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이 사건 규약에 의하더라도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위원장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단체교섭을 할 수 있으며, 단체교섭을 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와 실질적인 합의에 이르기 전까지는 총회의 의결을 거칠 수도 있다고 보이고, 달리 규약상 위 각 조항들이 노동조합 위원장으로 하여금 단체협약의 내용을 사용자 측과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관하여 조합원 총회의 의결을 거친 후에만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하였다고는 평가되지 않는 점 등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규약 제21조와 제61조 등이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노동조합법 제29조제1항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대법원 2013.9.27. 선고 201115404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은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하고 대표자의 단체협약 체결 업무 수행 등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위하여 노동조합 대표자의 단체협약체결 권한의 행사를 절차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 노동조합의 위원장인 피고 B가 조합원 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당시 사업지원실장이던 피고 D이 피고 B를 대리하여 노사합의서에 각각 서명하였다)은 일응 이 사건 규약을 위반한 행위로 평가된다.

) 다만 노사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마련된 단체법적 규범이라는 단체협약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단체협약 체결의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사용자측이 자율적 협상을 통해 그 내용을 형성한 단체협약의 효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노동조합법이 제32조에서 유효기간 만료에 따라 단체협약의 효력이 상실되는 경우를 정한 외에는 단체협약 효력이 상실되거나 부정되는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같은 취지로 이해된다).

이러한 사정에 더하여, 앞서 본 사실과 을 제3호증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피고 노동조합은 매년 또는 격년을 주기로 체결하는 정기적인 단체협약과는 달리 비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교섭을 통해 특정한 현안에 대한 노사간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때에는 조합원 총회의 결의 없이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관행적으로 협약을 체결하여 왔으며, 이 사건 회사 역시 그와 같은 노동조합의 관행을 크게 문제삼거나 그 절차적 적절성에 대해 의문을 표명하였던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회사가 피고 노동조합 측에 부서 통·폐합, 특별명예퇴직과 임금피크제도의 실시 및 일부 복지제도의 축소 등을 교섭사항으로 제안하였던 것은,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당시의 경영지표는 물론 향후 인터넷·통신부문 등 주력 사업의 전망을 고려한 정책적 결정으로서 그것이 회사의 입장에서 보아 불합리하거나 부당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한편 이 사건 1차 노사합의 체결 후인 2014.11.경 실시된 피고 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서 피고 B가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들 중 총 71.47%의 찬성으로 재차 위원장으로 당선되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B 등이 이 사건 규약이 정한 내부적인 절차 규정에 따르지 않고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한 것이 위 각 노사합의의 효력을 부정할 만큼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였다거나,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한편 갑 제10, 1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1차 노사합의가 이루어진 이후인 2014.10.22. 조합원 중 1명이 노동조합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지등에 관하여 질문하자,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의 홈페이지 관리자가 같은 날 회사 측과 논의를 통해 실행방안이 확정되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는 취지의 글을 게시하였다가 이후 피고 노동조합 측에 의하여 해당 글이 삭제된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이러한 사정을 보태어 보더라도 이 사건 2차 노사합의의 효력에 관한 위와 같은 판단에는 영향이 없다).

2) 위자료 지급의무의 발생과 그 범위

)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원고들은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의 내용으로 노사간 밀실합의를 통해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체결되었고, 그 결과 특별명예퇴직을 당하거나 학자금 등 복지제도가 축소되는 등 근로조건이 저하된 것에 따른 정신적 고통의 배상을 구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경위 및 1차 노사합의 이후 실시된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 선거 결과 등을 통해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위와 같은 체결 과정의 절차적 하자에도 불구하고 그 규범적 효력을 보유할 뿐만 아니라, 설령 피고 B 등이 조합원 총회를 거쳐 이 사건 회사와 교섭을 하였더라도 이 사건 노사합의가 좌절되거나 다른 내용의 합의에 이르게 될 것으로는 단정하기 어렵다. 결국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위와 같은 절차위반 행위와 위 각 노사합의로 인한 원고들의 근로조건 저하 내지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다만, 위자료에 관한 원고들의 위와 같은 주장 속에는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밀실합의 방식으로 체결됨에 따라 원고들은 이 사건 규약이 정한 총회에서의 의결 권한을 박탈당하였고, 이러한 절차적 권리의 침해만으로도 이미 정신적 손해를 입게 되었다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하에서는 이 부분에 관하여 살핀다.

앞서 본 바와 같이 단체협약 체결 전 총회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도록 한 규약 등이 유효하다고 해석되는 이상, 노동조합 대표자가 위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만연히 사용자와의 단체협약 체결에 나아갔다면, 이같은 행위는 원칙적으로 조합의 의사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노동조합 대표자는 이로 인하여 조합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다만, 노동조합 대표자는 노동조합의 위임에 따라 그 사무를 집행하고 노동조합을 대표하는 기관으로서 노동조합에 대하여 수임자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개별 조합원에 대하여서까지 위임관계에 따른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동일한 국면에서 특히 조합원들과의 관계에 있어 노동조합 대표자의 주의의무 위반과 그로 인한 손해배상 문제를 논하기는 어렵다(위 대법원 201024534 판결 참조)}.

특히 이 사건에서와 같이 노동조합 내 소수 집단의 조합원들이 규약상 보장된 절차적 권리를 침해당하는 경우에도, 노동조합 대표자를 포함한 이른바 집행부를 지지하는 다수의 조합원들로 인해 규약을 위반한 위원장 등을 불신임하거나(노동조합법 제16조제2항은, 임원의 해임은 총회에서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2/3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토록 하고 있다), 적절한 징계조치를 취하는 것이 사실상 곤란할 개연성이 크다(이 사건 규약 제73조 내지 제77조에 의하면, 규약을 위반한 조합 임원 등을 원칙적인 징계대상자로 삼았으나, 징계의 수위는 전국대의원대회나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하며, 한편으로 위원장은 전국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자를 사면·복권시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결국 노동조합 운영의 민주성을 강화할 목적으로 노동조합법 등에서 마련된 조합원 총회 관련 규정의 형해화 내지 사문화를 막고 조합 내 소수 조합원들의 절차적 참여권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이와 같은 절차 위반 행위에 대한 민사적 책임은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3) 이와 관련하여 피고들은 이 사건 각 노사합의와 같이 비정기적으로 체결되는 단체협약의 경우에는 정기적인 단체협약과는 달리 조합원 총회의 결의 없이 이를 체결하는 관행이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한편으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이 사건 회사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결단의 산물로서 그 체결 동기에 합리성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여기에는 위와 같은 관행은 노동조합 대표자 등이 비정기적으로 체결되는 단체협약을 직권으로 조인하는 것을 조합원들이 포괄적으로 양해한다는 의미로서, 규약 위반에 대한 노동조합 대표자 등의 고의·과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서 본 사실과 채택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노동조합법 등 관련 법령 및 규약의 적법·타당한 해석과 적용을 통해 조합 운영의 민주성을 도모하여야 할 노동조합 대표자 등으로서는, 규약 등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결과 위법·부당한 관행이 상당 기간 유지되어 왔다는 사정만을 들어 대표자로서의 위와 같은 책임을 쉽사리 부인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 각 노사합의는 비록 정기적인 단체협약의 형태로 체결되지는 않았으나, 그 내용에 특별명예퇴직 및 임금피크제도의 실시, 지사 통폐합 및 각종 복지제도의 축소 등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들을 다수 포함함으로써 정기적인 단체협약에 비하여 그 중요성이 결코 덜하지 않는다고 평가되는바, 그렇다면 피고 B 등으로서는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함에 있어서도 정기적인 단체협약에 있어서와 같이 절차적 민주성의 강화 방안을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었던 점, 특히 2차 노사합의는 이 사건 소송을 통해 1차 노사합의의 절차적 문제가 제기된 이후에 체결된 탓으로, 규약 위반 등 절차적 하자 유무나 그로 인한 책임 등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검토가 요청되었다고 보이는 점, 한편 노동조합법 제16, 이 사건 규약 제21조 등은 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의결될 사항의 내용이나 결과를 떠나 조합원들로 하여금 조합 내부의 의사형성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의 규정들로 해석되므로, 설령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당시 이 사건 회사의 경영상황에 비추어 임금피크제도 등의 도입 필요성이 인정되며, 나아가 규약에 따른 총회의 결의를 거쳤더라도 동일한 취지의 결의가 있었을 것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과정 등 절차적 정의의 가치는 무시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적어도 노동조합 대표자인 피고 B가 조합운영의 민주성 강화라는 요청에 역행하는 취지로 이 사건 규약 제21, 61조 등을 잘못 해석·적용한 과실이 있었다. 다만, 피고들의 위 주장 내용은 위자료 액수 산정에서 참작할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을 뿐이다.

(4) 따라서 원고들로서는 일차적으로 피고 B를 상대로, 이 사건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각 노사합의의 체결 과정에 참여할 권한을 침해당함으로써 발생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구할 수 있다.

) 손해배상의 주체

(1) 원고들은 피고들은 원고들을 배제한 채 밀실에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으므로, 민법 제760조에 따른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살피건대, 피고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피고 B의 경우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할 권한이 있는 자로서 원고들에 대해 일차적으로 이 사건 규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함은 앞서 보았다. 그리고 피고 B가 피고 노동조합의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하여 원고들을 의사결정의 참여 절차로부터 배제함으로써 이들에게 직접적인 정신적 손해를 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이상, 피고 노동조합 역시 민법 제35조제1항에 따라 피고 B가 그 직무에 관하여 타인인 조합원들에게 가한 손해를 위 피고와 공동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단체의 내부 구성원이라 할지라도, 그가 대표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직접 손해를 입은 때에는 이른바 민법 제35조제1항에서의 타인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1993.1.26. 선고 9136093 판결, 대법원 1999.7.27. 선고 9919384 판결 등 참조)}.

(3) 나아가 피고 노동조합의 임원인 피고 C, D, E, F 또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 각 노사합의가 체결될 당시 피고 C은 피고 노동조합의 사무총장, 피고 D은 사업지원실장, 피고 E는 정책실장, 피고 F은 조직실장으로 활동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한편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규약 제52조에서는 피고 노동조합 임원의 임무로서, 사무총장의 경우 위원장 보좌 및 각 실장의 지휘·감독 업무, 사업지원실장의 경우 노사교섭 및 대외협력 등의 업무, 정책실장의 경우 회사의 경영 및 기술계획의 분석, 조합운영 전반에 관한 연구와 정책 등의 업무, 조직실장의 경우 쟁의지도, 의전활동 등의 업무를 각각 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규약이 정책실장 등 피고 노동조합 임원들의 임무를 위와 같이 일반적·추상적인 수준에서 규정한 것만으로는, 이들 임원이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체결 과정에서 노동조합 위원장과 더불어 구체적으로 어떠한 지위와 역할을 담당하였는지를 확인하기 곤란하다. 그럼에도 원고들은 앞서와 같이 피고들이 밀실에서 이 사건 각 노사합의를 체결하였다고만 주장할 뿐, 나아가 피고 C 등 나머지 임원들이 피고 B의 이 사건 규약 위반 행위에 어떠한 방식으로 관여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주장하지 않고 있으며, 달리 이러한 점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 다만, 앞서 본 사실과 갑 제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D의 경우 위원장인 피고 B를 대리하여 이 사건 각 노사합의서에 서명하는 등 노사합의의 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노사교섭 및 대외협력 업무가 사업지원실장이 담당하는 주요 임무 중 하나임은 앞서 보았다), 위 피고 또한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4) 결국 피고들 중에서는 피고 노동조합, B, D만이 원고들과의 관계에서 손해배상책임의 주체가 된다.

) 손해배상의 범위

이 사건 각 노사합의 체결 경위 등과 관련한 앞서 본 사정들, 즉 이 사건 각 노사합의에 따라 변경된 구체적 근로조건의 내용, 비정기적으로 체결되는 노사합의에 있어 피고 노동조합이 조합원 총회의 의결 없이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였던 관행이 유지되어온 기간과 이에 대한 조합원들 및 이 사건 회사 측의 태도, 이 사건 규약이 정한 절차를 거쳤을 경우 예상되는 노사합의의 결과, 기타 피고 노동조합의 절차 위반의 중대성 내지 그로 인해 조합원들의 절차적 권리가 침해된 정도(특히 별지 원고들 목록중 순번 158 내지 226 기재 원고들의 경우, 1차 노사합의 이후 명예퇴직함으로써 2차 노사합의와 관련한 추가적 권리침해를 당할 여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등과 관련된 제반 사정들을 참작하면, 피고 노동조합, B, D이 원고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는 순번 1 내지 157 기재 원고들에 대해서는 각 300,000,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는 각 2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 노동조합, B, D은 공동하여 정신적 손해 발생에 따른 위자료로서 순번 1 내지 157 기재 원고들에게 각 300,000, 나머지 원고들에게 각 2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위 피고들에게 최종적으로 송달된 다음날인 2014.7.16.부터 위 피고들이 이행의무의 존재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15.5.15.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확인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모두 각하하고, 금원청구 부분은 피고 노동조합, B, D에 대하여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며,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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