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甲 저축은행이 서울 지역 근로자들에게 청주 등 지역 근로자들보다 일률적으로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자, 청주 등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근로자 乙 등이 헌법 제11조, 근로기준법 제6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 위반을 이유로 차액 상당 미지급 임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헌법 위반이 있다는 것만으로 甲 은행이 乙 등에게 차등 지급된 임금 상당을 미지급 임금으로 지급하여야 하는 사법상 권리관계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고, 서울 지역이 아닌 청주 등 지역에 근무한다는 것을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으며,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무지역에 따른 임금의 차별적 지급에 대한 부당함을 다투는 사건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乙 등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례.
◆ 청주지방법원 2014.11.13. 선고 2014가합1338 판결 : 확정 [임금]
♣ 원 고 /
♣ 피 고 / 주식회사 ○○저축은행
♣ 변론종결 / 2014.10.16.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1에게 25,734,000원, 원고 2에게 26,724,000원, 원고 3에게 25,404,000원 및 각 이에 대하여 2013.1.1.부터, 원고 4에게 33,660,3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4.2.4.부터, 원고 5에게 2,732,4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1.8.2.부터, 원고 6에게 19,969,2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3.4.1.부터 각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청주 내지 충주 지점에서 재직하다가 퇴직한 사람들이고, 피고 회사는 신용부금, 예금 및 적금의 수입, 자금의 대출, 어음할인 및 신용업무를 영위하고 있는 저축은행이다.
나. 피고 회사는 2010.6.11.부터 피고 회사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청주 내지 충주 지역 근무 근로자들(이하 ‘청주 지역 근로자들’이라고 한다)에 비하여 30%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기 시작하였고, 서초지점, 삼성지점, 수유지점, 문래지점 및 수원지점을 개설한 후 위 개설 지점의 근로자들에게도 일률적으로 청주 지역 근로자들에 비하여 30%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였다(이하 서울 및 수원 지역 근로자들을 ‘서울 지역 근로자들’이라 한다).
다. 피고 회사는 2012.11.경부터 청주 지역 근무 근로자들의 연봉을 15% 인상하여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1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가 서울 지역 근로자들에게만 일률적으로 30% 내지 15%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헌법 제11조, 근로기준법 제6조 및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을 위반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서울 지역 근로자들과의 임금 차액 상당의 미지급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들이 주장하는 위 각 법 규정은 근무지에 따른 임금의 차등지급에 대하여 규율하고 있지 아니하여서 이 사건에 적용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가 서울 지역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한 것(이하 ‘이 사건 임금 차등지급’이라 한다)은 근무지역 및 여러 제반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3. 판단
가. 헌법상 차별의 금지
1)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 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 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
2)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사적 단체를 포함하여 사회공동체 내에서 개인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희망과 소양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므로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도 민법 제750조의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 보호되는 인격적 법익침해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하여질 수 있고, 그 위법성 인정을 위하여 반드시 사인 간의 평등권 보호에 관한 별개의 입법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1.27. 선고 2009다19864 판결 등 참조).
3)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 차등지급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는 경우 원고들은 피고에게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규정에 기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들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청구가 아니라 헌법,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을 근거로 바로 피고에게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을 뿐이고, 헌법 위반이 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에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차등 지급된 임금 상당을 미지급 임금으로서 지급하여야 하는 사법상 권리관계가 인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헌법 제11조 위반을 이유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나아가 이 사건 임금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더라도,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2010년 당시 피고 회사는 서울 지역에 지점을 설치·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신규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었는데, 당시 서울 지역 소재 8개 저축은행의 남자 대졸 초입 직원의 평균연봉이 약 3,260만 원이었던 반면, 피고 회사의 경우는 약 2,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여 다른 동종업계의 평균 연봉과 비교하여 약 30% 가량 낮아 서울 지역에 근무할 유능한 신규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고 회사의 서울 지역 지점 임금 수준을 동종 업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었던 점, ② 위와 같이 서울 지역에 지점을 개설하면서 피고 회사는 기존에 다른 지방에서 근무하고 있던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그들이 원할 경우 자유롭게 서울 지역으로의 전근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였던 점, ③ 업무의 내용과 성격, 업무의 난이도, 근로자의 경력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책정하여 지급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권한이라 볼 것이고, 피고 회사의 급여규정 제26조에 의하더라도 피고 회사의 연봉은 기준봉급을 기준으로 하여 저축은행의 경영실적, 개인별 근무성적 및 근무지역 등을 참고하여 대표이사가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④ 원고들의 임금 역시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여 대표이사가 정한 범위에서 원고들과 피고 회사 사이의 연봉계약에 의하여 매년 결정되어 지급되었던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임금 차등지급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1) 근로기준법 제6조는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하는 차별의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임금차별이 성별·종교에 따른 차별에 해당하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임금 차등지급이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살피건대,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서울 지역이 아닌 청주 지역에 근무한다는 것이 변경할 수 없거나 계속적·고정적인 성격을 가지는 지위라고 보기 어렵고,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일신전속적인 표지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이를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임금 차등지급에는 근로기준법 제6조가 규정하는 차별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바, 이 사건 임금 차등지급이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 여부
1) 남녀고용평등법은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 보호와 여성 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되었고,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제1항은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 가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업주로 하여금 당해 사업장 내의 서로 비교되는 남녀 간의 노동이 동일하거나 실질적으로 거의 같은 성질의 노동 또는 그 직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객관적인 직무평가 등에 의하여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에 해당하는 경우 남녀 근로자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2) 그러나 위와 같은 남녀고용평등법의 입법 취지 및 그 규정 체계나 형식에 비추어 보면, 남녀고용평등법이 근무지역에 따른 임금의 차별적 지급에 대한 부당함을 다투고 있는 이 사건에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임금 차등지급이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제1항을 위반하였음을 근거로 서울 지역 근로자와의 임금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미연(재판장) 인형준 한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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