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망인은 소외 회사의 석면공장에서 약 20년간 현장기능직 및 관리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상당기간 동안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망인에게 당뇨병이 있었고, 2009.7.부터 고용량의 부신피질호르몬제제가 투여되었으며, 망인의 폐실질 병변이 전신 면역능력을 저하시킬 정도로 극심하지 않았다고 하나, 망인의 급격한 호흡곤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진폐증이 있던 망인에게 발병한 폐포차충 폐렴이라고 여겨지고, 기저질환인 진폐증이 직접 그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된 전신성 진균감염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증세의 악화에는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바, 앞서 든 당뇨병이나 부신피질호르몬제제 사용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여러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

 

부산지방법원 2015.7.22. 선고 2014구단20081 판결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 A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5.6.17.

 

<주 문>

1. 피고가 2013.12.9.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의 남편 망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1979.7.부터 1989.5.까지 석면제품을 생산하는 ○○이엔에스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고 한다)의 석면공장에서 현장 기능직 및 관리사원으로 근무하면서 회사 내에 거주하였다.

. 망인은 2005.경부터 기침, 호흡곤란이 심해져 2008.9.24.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에서 석면 및 기타 광섬유에 의한 진폐증 진단을 받았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다가 2009.10.9. 사망하였다.

. 원고는 2010.3.23.경 망인이 소외 회사에 근무하면서 석면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0.7.20. 원고에 대하여,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결정(이하 종전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 그 후 원고는 2013.11.21. 피고에게 또다시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3.12.9. 원고에 대하여 이미 결정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 동일한 사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를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호증, 을 제1, 3, 4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 피고의 주장

원고는 2010.3.23.경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여 2010.7.20. 피고로부터 그 지급을 거부하는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원고는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하도록 피고를 상대로 별다른 권리행사를 하지 않았는바,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 판단

살피건대,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2010.7.20. 종전 처분을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처분청은 당초 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도 내에서만 다른 사유를 추가 또는 변경할 수 있을 뿐, 기본적 사실관계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별개의 사실을 들어 처분사유로서 주장함은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2.2.14. 선고 913895 판결 참조).

위 제1항에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가 당초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을 하였던 이상, 피고가 이 사건 소송에서 이와 전혀 별개의 사유 즉, 원고가 종전 처분을 받고 3년이 경과한 후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으므로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사유를 추가로 주장하는 것은 당초의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는 사유를 추가하는 것이어서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망인은 소외 회사에서 근무하며 석면에 노출되어 걸린 진폐증으로 치료를 받던 중 진폐증이 선행사인의 원인이 되어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다. 이처럼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질병인 진폐증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할 것인데도, 피고는 망인이 진폐증과 무관한 사유로 사망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처분을 내렸으므로 위법하다.

 

.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 인정사실

1) 망인의 치료 경과 및 사망 경위 등

) 망인은 2005.경부터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호소하였다. 망인은 2008.9.26.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고, 정밀 진단을 시행한 결과 피고 본부 진폐심사위원회로부터 진폐의증(0/1)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 한편 망인은 2009.5. 초순경 심한 두통과 함께 좌측 안면부의 심한 통증 및 눈의 초점이 맞지 않는 증상을 호소하여 분당차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았다. 망인은 2009.5.22. C의원에서 CTMRI를 촬영한 후 2009.5.25.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정밀검진을 시행한 결과 '상세불명의 안와의 양성 신생물진단을 받았다.

) 망인은 위 진단 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2009.9.15.경 폐폼자충 폐렴이 발병하였고, 급격한 호흡부전으로 전신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그리하여 망인은 인공호흡기로 산소흡입을 하게 되었고 스테로이드제를 투여받았으나, 진균감염증이 발병하여 2009.10.9. 사망하였다.

) 망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하였는데,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사 D이 작성한 사망진단서에 의하면 중간선행사인은 패혈증’, 선행사인은 전신성 진균감염’, 선행사인의 원인은 진폐증, 안구종양이다.

2) 의학적 소견

) 카톨릭대학교 성모병원

흉부 CT 상에서 양측 폐 하부에 흉막반 소견과 석면폐증 소견이 보이고, 호흡곤란, 기침 등의 관련 증상을 보이고 있다.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망인에게 폐포자충 폐렴이 발생하였을 당시 기저질환인 석면폐증 의증 혹은 진폐증으로 인하여 다른 환자에 비해 급격히 호흡부전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당시 급격한 호흡부전으로 전신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어 즉시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였다.

폐포자충 폐렴의 경우 감염에 의한 급격한 염증 반응이 호흡부전의 중요한 원인으로, 중증의 폐포자충 폐렴에는 항생제와 함께 급격한 염증 반응을 완화시키기 위하여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한다. 스테로이드는 면역력을 감소시켜 세균이나 진균감염증 발생의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망인의 경우 급격한 호흡부전으로 기존에 사용하던 스테로이드제제를 감량할 수 없던 상황이었고, 이후 폐렴이 호전 소견을 보여 감량하였으나,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제제를 지속할 수밖에 없던 기간 동안 진균감염증이 발생하여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기저질환인 석 면폐증 의증으로 인하여 다른 환자에 비해 급격히 호흡부전이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망인의 경우 석면폐로 인정하기 어려운 영상 소견이고, 석면폐라고 하더라도 폐실질의 병변이 미미하여 전신 면역능력을 저하시켰다고 보기 어려우며, 기존 상병인 당뇨병, 부신피질호르몬제제의 사용에 따른 면역능력의 저하가 망인의 사망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 진료기록감정의

흉막반 소견은 석면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양성 소견이고, 2008.12.30. 폐기능 검사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다. 호흡곤란 등의 증상은 석면폐증으로 인한 사망시에도 나타나는 증상이나, 다른 많은 질환에서 보일 수 있는 흔한 증상으로 비특이적이다.

흉막반이 석면으로 인한 것이라고 해도 이 자체는 치료 대상이 아니고, 면역저하와는 관련이 없다. 망인의 경우 기존의 당뇨병 이외에도 2009.7.부터 고용량의 부신피질호르몬제제를 투여하였던 것을 면역 저하의 원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진폐증이 직접적으로 망인의 사망원인인 침습성 진균감염증, 다발성 장기부전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진균감염증 발생 후 악화에 기여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6, 7호증, 을 제2, 5, 6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부산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가 정한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사망의 주된 발생원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기존의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망하게 되었거나, 업무상 발병한 질병으로 인하여 기존 질병이 자연적인 경과속도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4.11. 선고 200212922 판결 참조).

2)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앞서 인정한 사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망인의 사망과 진폐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망인은 소외 회사의 석면공장에서 약 20년간 현장기능직 및 관리사원으로 근무하면서 상당기간 동안 유해물질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 망인은 진폐의증(0/1)에 해당한다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바, 진폐의증은 양쪽 폐에 원영(圓影) 또는 불규칙한 소음영(小陰影)의 밀도가 제1형의 하한보다 낮은 경우로서 진폐증이 의심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진폐의증만으로 원고의 전신성 진균감염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제2호 가목에서 정한 업무상 질병이나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2, 같은 법 시행규칙 제2조제8호에서 정한 진폐에 대한 합병증이라고 인정될 수는 없더라도, 망인에게 진폐의 증상이 일부나마 존재한다고 볼 수는 있다.

) 사망진단서에는 망인의 직접사인에 다발성 장기부전이, 선행사인에 전신성 진균감염이 각 기재되어 있으나, 망인의 업무상 질병인 진폐증으로 인하여 폐의 정상적인 방어기능이 약화된 상태에서 폐렴이 발생하여 급격한 호흡부전이 옴으로써 그 치료과정에서 진균감염이 발병·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적 견해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어느 정도의 관련성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 망인에게 당뇨병이 있었고, 2009.7.부터 고용량의 부신피질호르몬제제가 투여되었으며, 망인의 폐실질 병변이 전신 면역능력을 저하시킬 정도로 극심하지 않았다고 하나, 망인의 급격한 호흡곤란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진폐증이 있던 망인에게 발병한 폐포차충 폐렴이라고 여겨지고, 기저질환인 진폐증이 직접 그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보기 어렵더라도 적어도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된 전신성 진균감염의 발생이나 그로 인한 증세의 악화에는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바, 앞서 든 당뇨병이나 부신피질호르몬제제 사용이 망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여러 요소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진폐증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다.

3) 이처럼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여겨지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받아들이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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