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월드의 1·2급 직원들을 일반 사원(3 내지 5급)으로 전보할 수 있도록 하고 1·2급 직원들에게 고정 금액으로 지급하던 상여금의 일부를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노동조합에 의한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가 없었던 사안에서, 변경된 취업규칙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하려면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취업규칙 변경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등 해당 취업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데,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사안.
◆ 대법원 제2부 2015.8.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보직변경발령무효확인등]
♣ 원고, 상고인 / 원고 1 외 2인
♣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호텔○○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4.13. 선고 2010나8799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하지만,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려면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아니하는 등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근로기준법의 입법취지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므로,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 전후를 비교하여 취업규칙의 변경 내용 자체로 인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代償)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취업규칙 변경에 따라 발생할 경쟁력 강화 등 사용자 측의 이익 증대 또는 손실 감소를 장기적으로 근로자들도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에 관한 해당 기업의 경영행태,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그 동의를 받도록 한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단서의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변경 전후의 문언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었음이 명백하다면, 취업규칙의 내용 이외의 사정이나 상황을 근거로 하여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이를 제한적으로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간부사원이 팀원 직책을 부여받을 수도 있게 규정된 ‘보직 부여 기준안’ 및 일부 간부사원에게는 상여금 중 일부가 감소되는 ‘간부사원 급여체계 변경안’이 간부사원에 대한 근로조건을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지만, ① 피고는 2007.5.경 당시에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고자 인력의 효율적인 배치와 근로자의 근무의욕 고양 등을 위하여 ‘보직 부여 기준안’과 ‘간부사원급여체계 변경안’을 마련하였고, 이는 연차에 따른 직급 및 호봉 상승을 기본으로 하는 인사체계를 외부환경 변화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업무성과를 극대화하는 데에 유리한 체계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일부 나태한 직원들에게는 경종을 울리고 성과가 좋은 직원들에게는 그에 상응한 보상을 하려는 목적을 지닌 점, ② 피고는 원고들을 포함한 간부사원들 및 일부 3급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점, ③ ‘보직 부여 기준안’ 및 ‘간부사원 급여체계 변경안’으로 인하여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는 간부사원들의 대다수가 위 변경에 동의하였고, 그 과정에 피고가 동의를 강요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간섭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는 점, ④ 간부사원들이 비록 팀장의 직책을 부여받지 못하더라도 그 경제적인 불이익은 수당의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는 것에 그치는 점 등에 비추어 ‘보직 부여 기준안’ 및 ‘간부사원 급여체계 변경안’은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인정한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등의 사정들을 감안하더라도, ① 피고의 변경된 ‘보직 부여 기준안’에 따라 1·2급 간부사원들이 종전에 3 내지 5급 직원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맡을 수도 있게 되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징계의 일종인 강등과 유사한 결과를 초래하여 그 적용을 받게 되는 근로자들의 불이익이 결코 작지 않은 점, ② 취업규칙 개정의 필요성과 정도가 긴박하거나 중대하였다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자료도 부족하다고 보이는 점, ③ 여러 근로자 집단이 하나의 근로조건 체계 내에 있어 비록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시점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만이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더라도 그 나머지 다른 근로자 집단에게도 장차 직급의 승급 등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일부 근로자 집단은 물론 장래 변경된 취업규칙 규정의 적용이 예상되는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주체가 될 수 있는데도(대법원 2009.11.12. 선고 2009다49377 판결 참조), 피고는 간부사원들 및 일부 3급 사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일부 사원들로부터만 동의를 받은 점 등을 함께 고려할 때, 원고들에 대하여 아무런 대상조치나 경과조치를 두지 않은 채 일방적인 불이익만을 감수하도록 한 이 사건 취업규칙 개정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취업규칙 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