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회사측이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을 소수의 교육국 단위로 한 것은 근로자들의 집단적 논의를 사실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고, 나아가 해당 절차에 회사 측의 관여도를 직·간접적으로 확보하려는 조치로 이해될 소지가 다분하여, 취업규칙 개정을 위해 근로자들의 동의의사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회의방식을 통한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그런 기회를 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위한 취업규칙을 변경함에 있어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거치지 않은 이 사건 취업규칙 변경은 취업규칙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2015.8.28. 선고 2014가합557402 판결 [임금]
♣ 원 고 / 1. 최○영 2. 박○희 3. 김○자
♣ 피 고 주식회사 / ○○
♣ 변론종결 / 2015.7.17.
♣ 판결선고 /
<주 문>
1. 피고는 원고 최○영에게 37,474,000원, 원고 박○희에게 33,196,000원, 원고 김○자에게 40,192,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2014.8.19.부터 2015.8.28.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각 지급하라.
2.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 최○영에게 37,474,000원, 원고 박○희에게 33,196,000원, 원고 김○자에게 40,192,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관계
1) 피고는 직원교사 등 약 3,000여 명의 직원을 고용하여 교육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소속 직원의 직무등급을 G1 내지 G6로 구분하는 한편 이들 정규직 근로자와는 별도로 인턴사원 내지 계약직 직원 등을 두고 있다.
피고는 산하에 ○○○사업부문 등 3개의 사업본부를 두고 있으며, 그중 ○○○사업부문은 ○○○사업기획실 등 지원부서와 함께 19개의 ‘지역별 ○○○ 교육본부’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지역별 ○○○ 교육본부는 수개의 ‘권역별 조직’으로 나누어지고, 해당 권역별 조직은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수개의 ‘교육국’으로 나누어지는데(지역별 ○○○ 교육본부 중 경남교육본부를 예로 들면, 그 아래 마산권·진주권 등 권역별조직이 있고, 그 권역별 조직 중 마산권의 경우 마산동부·마산중앙·함안·창녕 등 거점지역 중심 교육국이 있다), 각 교육국은 보통 2∼3개의 팀으로 구분되어 있다.
해당 교육국은 일반적으로 30∼40명 가량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학습지 배부 및 상담 업무 등을 수행하는 위탁직 교사들이 그중 상당수를 차지함에 따라, 피고의 정규직 직원교사 내지 기타의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수는 대체로 3∼5명 가량이고, 1∼2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2) 원고들은 모두 1995년 상반기에 피고에 입사하여 직원교사 등으로 근무하여 온 자들이다.
나. 직급정년제도의 도입과 1차 임금피크제도의 실시
1) 피고는 종래 직무등급별로 일정 기간 또는 횟수가 경과할 때까지 승급하지 못할 경우 승급기회를 제한하는 ‘직급승진정년제’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2002.9.24. 위 제도를 폐지하였다. 피고는 2006.10.1. 인사규정 및 인사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직급정년제’라는 명칭으로 G1 내지 G3으로의 승급대상자(직무등급이 G2 내지 G4인 근로자)를 적용대상으로 한 동일한 내용의 제도를 다시 도입하였다(당시 피고가 인사규정 등의 이같은 개정내용에 대해 소속 근로자들의 의견을 취합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친 바는 없다).
2) 피고는 2009.5.20.(수) 09:21경 직무등급 G1까지를 포함한 직급정년제의 도입, 직무등급별 직급정년제 편입대상자와 일정연령 도달자의 임금을 순차로 60%까지로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이하 ‘1차 임금피크제’라 한다) 실시 등을 골자로 한 취업규칙 개정안을 공지하는 한편, 소속 관리자들로 하여금 교육국별로 해당 안의 내용을 설명하여 그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후 행랑으로 발송하여 같은 달 25.(월)까지 본사 인사팀에 도착하도록 하였다{본사 근처가 아닌 지방 교육국의 경우 늦어도 같은 달 22.(금)에는 행랑을 발송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같은 달 21.(목)부터 교육국별 의견을 취합한 결과, 총 인원 3,331명(피고의 임원과 위탁직 지점장 및 교사 등을 제외한 피고의 소속 직원 모두를 대상으로 하였다) 중 휴직자 등을 제외한 84.4.%의 직원이 찬성(그중 G1∼G4의 경우 총 1,678명이 찬성, 396명이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다)함으로써 같은 해 6.1.자로 인사규정 및 인사규정 시행세칙이 개정되었다.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표 생략>
3) 피고는 2009.10.8. 1차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들에게 그 적용대상 사실과 삭감되는 임금 등을 안내하면서, ‘본부별로 면담 진행중인데 2009.10.31. 자발적 전직을 선택하면 기본급 6개월치 전직지원금이 별도로 지급되며, 퇴직금 또한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감액 이전의 금액으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다. 2차 임금피크제도의 실시
1) 피고는 2010.12.14.(화) 09:37경 소속 관리자들로 하여금 그날부터 16.(목)까지 3일간 기간을 부여하고, 다만 17.(금)까지 본사 인사팀에 행랑이 도착하도록 요청하면서{본사 근처가 아닌 지방 교육국의 경우 늦어도 같은 달 16.(목)에는 행랑을 발송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을 순차로 50%까지로 삭감하는 등 삭감률을 높인 임금피크제(이하 ‘2차 임금피크제’라 한다) 등 인사제도 개선을 내용으로 한 취업규칙 개정안의 내용을 설명한 후 그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토록 하였다(그 무렵 사내게시판에 개정안의 내용이 공지되었다). 이에 같은 해 14.부터 교육국별로 찬반 의견을 취합한 결과, 총 직원 중 91.4%가 개정안에 찬성하였다. 직무등급별 의견 현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표 생략>
2) 위와 같은 의견취합 결과를 바탕으로, 인사규정 시행세칙이 2011.1.1.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개정되었다.<표 생략>
3) 피고는 2012.10.15. 인사·성과위원회 회의에서 의사결정사항으로서 ‘임금피크제는 나이에 따른 퇴출프로그램으로 급여를 원복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는 점을 포함시켰다.
4) 한편 피고는 2013.6.1. 인사규정 시행세칙의 개정을 통해 같은 해 7.1.부터 시행될 임금피크제의 최초적용연령을 직무등급 G1, G2의 경우 각 만 52세, G3, G4의 경우 각 만 50세로 상향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6, 8 내지 10, 17, 20, 2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을 제1 내지 3, 6, 7, 9 내지 11, 13, 1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들
1) 원고 최○영의 경우 직무등급이 G4(2009.10.부터 직급정년 도달), 원고 박○희의 경우 G2(2012.12.경 직급정년 도달), 원고 김○자의 경우 G3(2010.10.경 직급정년 도달)으로, 각각 직급정년 도달 이후 1, 2차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되어 임금을 순차로 삭감당하였다. 그런데 해당 임금피크제도의 실시를 골자로 하였던 당시의 취업규칙(이하 위 임금피크제에 대응하여 각 ‘1, 2차 취업규칙’이라 한다)은 개정 절차 및 그 내용 자체에 다음과 같은 심각한 하자가 있어 원고들에게 효력이 없다.
2) 우선 2차 취업규칙 개정의 경우, 직무등급 G4 등으로의 정규직 승급이 예정되어 있지 않은 직무등급 G6이나 인턴 내지 계약직 근로자들로부터도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동의를 받음으로써 애초의 의견취합 대상인 G1∼G4 근로자들의 의사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또한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불과 몇 명이 소속된 교육국 단위로 취합한 결과 사실상 개별 근로자들로부터 의견을 취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게 되어 회의방식에 의한 근로자들의 자발적 의견수렴 절차가 보장되지 못하였으며, 의견수렴 과정에서 피고의 지점장 등 관리자들이 동의를 강요하거나 회유하는 등 사용자 측의 개입·간섭이 극심하였다. 그리고 기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이러한 절차적 하자는 1차 취업규칙 개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하였다.
설령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직원들로부터 적법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1, 2차 취업규칙을 각각 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2006.10.경 취업규칙을 개정할 당시 그에 관한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G2∼G4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폐지되었던 직급정년제를 부활시켰는데, 1차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서는 G1 근로자들을 직급정년제의 대상으로 새로이 포함할지 여부에 대해서만 의견을 구하였을 뿐이다. 결국 직급정년제 자체가 무효이므로, 임금피크제도 중 직급정년을 기초로 설계된 부분 또한 효력이 없다.
3) 한편 1, 2차 임금피크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도 실체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즉, ① 임금피크제의 적용 요건 중 직급정년제와 관련하여서는,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22조가 적용 요건을 ‘평균 5회’ 등으로만 규정한 것에 비추어, 해당 조항을 특정 횟수의 범위 내에서 승진하지 못하면 승급에 제한을 가하는 ‘직급 정년’으로 이해하는 것은 문언의 가능한 해석 범위를 넘어서며, 한편으로 직급정년제를 적용받아 승급이 제한된 상태의 지위도 일종의 ‘후천적 신분’에 해당하므로, 이를 임금피크제의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것은 사회적 신분에 의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된다. ② 임금피크제의 적용 요건 중 연령 도래에 관하여는,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단지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4조의4 제1항에 위배된다. ③ 한편 대기발령자 등에 대한 피고의 임금수준과 비교할 때 1, 2차 임금피크제로 인한 임금삭감율은 그 정도가 지나치게 과도한바, 이러한 조치는 비례적 정의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민법 제103조 및 제104조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승급누락에 따른 임금상의 불이익 처분이라는 임금피크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임금총액의 1/10을 초과한 감급의 제재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95조에도 위배된다.
4)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무효인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감액된 임금 차액의 지급 혹은 임금피크제를 위법하게 도입함에 따라 발생한 임금 감소분 상당의 손해배상을 선택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원고들은 임금피크제에 따라 삭감된 총 급여액 중 2차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 삭감분만을 청구대상으로 하였던바, 그 액수는 청구취지 기재와 같다).
나. 피고
1) 임금피크제 도입을 포함한 1, 2차 취업규칙은 원고들을 포함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로 적법하게 개정되었으므로, 원고들은 2차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감소를 수용하여야 한다.
2) 즉 1, 2차 취업규칙 개정에 있어서는 원고가 지적하는 것과 같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를 확인하는 방식에는 사업장의 기구별 혹은 단위 부서별로 찬반 의견을 취합하는 것도 포함되는데, 피고는 지역별 사업본부가 위치한 지리적 특성과 토론 및 의견취합의 효율성 등을 감안해 일반적으로 4∼5명 가량의 정규 직원교사 등이 근무하는 지역의 교육국을 단위로 관리자 등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해당 직원들로 하여금 자유로이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토록 하였다. 또한 피고는 위와 같은 토론 이전에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사내 게시판 등을 통해 공지하는 한편, 팀장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직접 설명토록 함으로써 직원들로 하여금 내용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실질적인 회의가 이루어지도록 하였다. 결국 피고가 2006.10.경 인사규정 등 개정 당시 관행적으로 운영되던 직급정년제를 다시 명문화한 것이 절차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더라도, 1, 2차 취업규칙의 개정을 통해 직급정년제를 사후적으로 유효하게 추인한 셈이 된다(특히 2차 취업규칙은 부칙을 통해 ‘직급정년제를 2006.10.1.부터 소급하여 적용한다’는 취지의 명문 규정을 두기까지 하였다).
피고는 1, 2차 임금피크제 도입과 동시에 직무등급별 정년을 일제히 연장한 것은 물론이고, 직급정년 구제제도 및 일부 보직자에 대한 적용 유예제도 등을 설정하는 등 대상조치를 마련하였다. 임금피크제는 이같이 소속 직원들의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액을 일부 조정함으로써 인력구조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사상생 방안이자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사회적 요청에 부응하여 도입된 제도로써 그 내용 자체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
3) 한편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22조 등 직급정년제 관련 규정을 포함한 임금피크제도 전반의 내용 및 위 제도가 절대 다수 근로자의 찬성으로 도입되었다는 측면 등을 감안할 때, 1, 2차 임금피크제도에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실체적 하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3. 판단
앞서 본 임금피크제의 적용시점 및 그에 따른 임금삭감액 등을 고려할 때, 그것이 비록 각 직무등급별 정년을 일정 기간(각 2년) 연장하는 것을 조건으로 도입되었다 하더라도, 1, 2차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해당 취업규칙의 변경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 또한 이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다툼이 없다.
따라서 개정된 1, 2차 취업규칙이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규율하기 위한 유효한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근로기준법 및 기타 강행규정에 저촉되지 않아야 할 것임은 물론이고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른 적법한 동의절차를 거쳐야 하는 바, 이하에서는 우선 후자와 관련하여 1, 2차 취업규칙 개정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하여 살핀다.
가. 취업규칙 변경의 절차적 하자 유무
1) 관련 법리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한다. 이때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1991.9.24. 선고 91다17542 판결 등 참조).
나)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때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회의 방식은 반드시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 근로자가 일시에 한자리에 집합하여 회의를 개최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한 사업 또는 사업장의 기구별 또는 단위 부서별로 사용자 측의 개입이나 간섭이 배제된 상태에서 근로자 상호간에 의견을 교환하여 찬반의견을 집약한 후 이를 전체적으로 취합하는 방식도 허용된다고 할 것인데, 이때 사용자 측의 개입·간섭이라 함은 사용자 측이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을 저해할 정도로 명시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동의를 강요하는 경우를 의미하고, 사용자 측이 단지 변경될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홍보하는 데 그친 경우에는 사용자 측의 부당한 개입이나 간섭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3.11.14. 선고 2001다18322 판결 등 참조).
다) 한편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지만,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7.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등 참조).
2) 동의의 주체
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한 요건인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에 있어 ‘과반수 근로자’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를 말한다. 그런데 피고의 인사규정 및 동 시행세칙 등 1, 2차 취업규칙은 그 적용대상에 관하여 ‘따로 정한 것이 없는 한 피고의 모든 직원에게 적용된다’라는 규정(인사규정의 경우 제3조, 시행규칙의 경우 제2조)을 두고 있을 뿐 피고가 별도의 적용대상을 예정하여 따로 취업규칙을 마련하였다는 사정을 엿볼 수 없으므로, 직무등급 G1∼G4 직원 외에도 원고가 문제삼는 직무등급 G6, 계약직 사원 등 또한 원칙적으로 동일한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다만 갑 제7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는 인턴사원을 대상으로 한 ‘인턴사원 취업규칙’을 별도로 제정·시행하였음을 알 수 있으나, 위 취업규칙 제3조 등을 통해 위 규정에서 특별히 정함이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다시 인사규정 등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G6 사원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편 직무등급 G6 직원의 경우, 평가절차 등을 통해 G5를 거쳐 G4 등의 등급으로 승급하는 것이 가능하고(을 제1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특정 연도에 실시한 업무직원 인사를 통해 G6에서 G5 등급으로 14명, G5에서 G4 등급으로 15명을 각각 승급조치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인턴이나 일정 범위의 계약직 근로자들 또한 소정의 심사 내지 평가절차 등을 통해 실제 G4 내지 G6 등 정규직 직원으로의 전환이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인다(‘인턴사원 취업규칙’ 제11조에는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평가기준 등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 G6 등 직원이 향후 도입될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피고가 G1∼G4 직원들과 함께 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등을 포함한 취업규칙 변경안에 대한 의견을 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더욱이 앞서 본 바와 같이, 1차 취업규칙 개정에 대해서는 전체 직원의 84.4%가, 2차 취업규칙 개정에 대해서는 전체 직원의 91.4%가 동의함으로써, 그중 G6 등급과 인턴 및 계약직 사원을 제외하더라도 과반수 동의 요건은 충족되므로, 결국 어느모로 보나 피고가 위 각 취업규칙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G6 등 직원들의 의견을 취합하였다는 것을 개정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좌우할 만한 요소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동의의 방식
앞서 본 사실과 갑 제12 내지 16, 20 내지 27, 29, 30, 32호증, 을 제16호증, 증인 김○광의 증언을 포함한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가 1, 2차 취업규칙을 개정함에 있어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로 하여금 회의방식을 통해 개정안의 수용여부 등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교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하거나 제반 조치를 강구하였다고 볼 만한 정황이 부족하고, 그 결과 1, 2차 취업규칙이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의한 동의하에 변경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가) 집단적 동의를 요하는 취지
(1) 취업규칙이란 근로자들에게 집단적·통일적으로 적용될 것이 예정된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을 의미한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기업경영권에 기하여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사업장 내 일종의 규범으로서 그 변경 권한 또한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다고 할 것이나, 그렇다고 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정신과 기득권 보호의 원칙 및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4조의 규정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근로기준법 제94조가 불이익변경의 요건을 정하고 있는 취지, 즉 위 규정이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 위해서는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대법원 1977.7.26. 선고 77다355 판결 등 참조).
(2) 사업장 내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집단적으로 규율하는 도구로서 취업규칙이 갖는 위와 같은 기능 및 중요성과 함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은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보유하고 있다는 현실적 측면을 고려할 때,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 위한 ‘근로자 과반수 동의’라는 요건은 가능한 한 근로자들이 사용자 측의 영향력이 배제된 상태에서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인 논의를 거쳐 취업규칙 변경을 수용할 것인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받았는가라는 관점에서 그 충족 여부를 평가함으로써, 집단적 근로조건의 대등 결정이라는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집단적 의사결정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사용자 측이 동의를 구하고자 마련한 의견수렴 절차에서 발견되는 일부 외형적 징표만을 바탕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와 그것이 개별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및 사용자 측이 제도 변경을 추진하게 된 경위는 물론, 해당 기업의 종래의 영업방식과 노무관리 형태 등에 비추어 의견수렴이 이루어지는 개별 국면에서 의사결정의 자율성 침해와 관련하여 지적될 수 있는 현실적 문제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나) 근로조건의 저하 정도
(1) 피고가 취업규칙 개정을 통해 도입하고자 한 임금피크제의 경우, 직원들의 정년을 2년간 연장(G1, G2의 경우 만 55세에서 만 57세로, G3, G4의 경우 만 53세에서 만 55세로 연장된 반면, G5, G6, 계약직 등은 만 50세로 종전과 동일하였다)하는 대신, 직무등급별로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거나 인사규정 시행세칙 제22조에 따른 직급정년제에 해당하게 될 경우, 단계별로 임금을 축소하는 것을 그 골자로 하였다.
(2) 그런데 통상의 임금피크제와 비교할 때, 1, 2차 임금피크제 모두는 그 명칭만 동일할 뿐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근로자에게 일방적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으로 설계되어 있다. 즉, 정년연장을 통한 근로자들의 일자리 보장과 그에 따른 기업의 재정부담을 조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일반적인 의미의 임금피크제의 경우, 기존의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연장된 정년 만큼의 근로기간 혹은 정년에 도달하기 이전의 적절한 시점부터의 근로기간에 대해서는 기존의 임금수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설계되는 것이 보통이나, 1, 2차 임금피크제에 있어서는 G1은 50세부터, G2는 48세부터, 특히 G3, G4의 경우 연장된 정년으로부터 역산하여 약 10여 년 이전인 44세 내지 46세부터(경험칙상 근로자가 만 44세 내지 만 46세부터 통상 생계비 등의 지출수준이 감소된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그와 반대일 경우가 보다 일반적일 것이다) 임금지급을 삭감하는 동시에, 위 연령기준에 미처 이르지 않은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직급정년제 적용(직무등급별로 4∼5회의 승진기회를 부여하긴 하나, 을 제16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듯, 예컨대 G3에서 G2 직급으로의 승급율은 대체적으로 30∼40% 수준, G2에서 G1 직급으로의 승급율은 5∼15% 수준에 머물러 있어, 피고 측이 승급심사제도를 운용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한 비율의 근로자들이 직급정년제의 적용을 받게 될 개연성도 없지 않다)을 이유로 마찬가지로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삭감률은 연차별로 20%부터 40%까지에 이르는 탓에(1차 임금피크제의 경우로, 2차 임금피크제는 각 연차별 삭감률을 10% 상향하여 50%까지에 이른다), 위와 같이 40대 중반에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이 된 근로자들은 이후 정년에 이르기까지의 약 10여 년의 기간 동안 종래와 비교하여 절반에 가까운 임금삭감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1, 2차 인사규정 시행규칙 제25조에는 성과급 등을 제외한 기본연봉(basesalary 1, 2)만을 삭감대상으로 정하고 있으나, 원고들이 그로 인해 삭감되었다고 주장하는 액수(50% 삭감을 기준으로 할 때 대략 연 20,000,000원을 전후한 액수가 된다)에 비추어, 성과급 등 부가급여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와 같은 상당한 비율의 임금삭감(대기발령 등 실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특수한 상황하에서 삭감되는 임금의 비율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이 당해 근로자가 제공하는 근로의 질이나 양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였는지 여부’와 ‘승급대상에서 누락하였는지 여부’에 연동되는 것으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특성에 비추어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
(3) 피고가 위와 같은 내용의 임금피크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정년연장 조치 및 직급정년 구제제도(1차 취업규칙 개정의 경우), 보직수행자에 대한 적용유예제도(2차 취업규칙 개정의 경우) 등 이른바 대상조치를 마련하였다고 할지라도, ① 종래에도 피고 소속 직원들이 인사규정 등이 정한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하는 경우는 드물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이와 관련하여, ‘실제 정년까지 근무하는 직원은 찾아보기 힘들다’라는 취지의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 피고는 ‘정년퇴직자가 없거나 그 수가 적다고 하여 정년연장 조치가 무의미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만을 할 뿐이다), ② 직급정년 구제제도의 경우, 이른바 실적평가 등을 토대로 한 승급심사결과 직급정년제를 적용받게 된 직원들에 대해 다시 실적 등의 평가결과를 종합하여 승급기회 부여 여부를 정한다는 것이어서 구제의 범위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운 점, ③ 적용유예제도의 경우에도 교육팀장 이상의 보직을 수행하는 한정된 인원을 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이들 대상자에 대해서도 피고가 인사성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임의로 임금피크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정도의 원칙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구제조치로서의 효과에 의문이 드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통상의 제도와 비교하여 1, 2차 임금피크제가 이례적인 내용의 제도라는 결론은 여전히 유지될 수 있다.
(4) 그렇다면 일반적인 근로자들의 입장에서는 1, 2차 취업규칙의 내용 자체만을 놓고 볼 때 이러한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수용하거나 감내할 만한 이유를 선뜻 발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1, 2차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는 물론 이 사건에서도 그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떠한 자료도 제출하지 않은 채, ‘국가적인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교육비 지출의 감소 및 학습지 시장의 경쟁 심화 추세에 직면하여, 기존의 연공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지양하고 개인의 능력과 업적에 따른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확립하여 노사상생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다’는 등 추상적 차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이와 관련하여, 1, 2차 임금피크제 적용의 한 축인 (지나치게 조기에 설정된) 연령요건이 성과주의 임금체계와 어떠한 점에서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한편으로 피고가 2013.7.경부터 모든 직무등급에 대한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요건을 50세 이상으로 상향한 것 또한, 애초 설정된 연령요건의 ‘과도함’에 대한 반성적 조치로 평가될 소지가 있다}. 오히려 피고 스스로 임금피크제의 목적이 위와 같이 밝히는 바와 달리 근로자들의 퇴출 목적임을 밝힌 바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결국 1, 2차 취업규칙의 개정 과정에서 피고가 내세운 임금피크제의 도입 필요성이 근로자들을 설득할 만한 통상의 합리성·구체성을 갖추었다고는 선뜻 평가하기 어려운 이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해당 취업규칙 개정에 동의한 근로자들의 의사가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그만큼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될 필요가 있다.
다) 의견 취합의 형식과 개입·간섭의 개연성
(1) 설명·홍보의 정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통상의 경우에 있어서는 취업규칙의 개정을 통해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가 클수록, 개정되는 내용 자체와 개정 배경 등에 관한 사용자 측의 설명·홍보 또한 그에 비례하여 설득력과 합리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 2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당시, 피고가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반영하여 현실성 있고 효율적인 인사제도 운영을 통해 생산성 향상은 물론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취업규칙 변경작업을 마무리하였다’는 간략한 설명과 의견취합 일정만을 기재한 서면에다 새로이 도입되거나 변경될 제도의 내용을 요약하여 첨부한 파일을 사내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시한 것 외에, 임금피크제의 도입 등을 포함한 취업규칙의 개정 필요성 및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의 실시로 인한 영향 등을 직원들을 상대로 직접 설명하였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피고는 ‘교육국별로 의견을 취합하기 전에 지점장 등을 통해 개정 내용을 설명하였다’라고도 주장하나, 해당 설명이 어떠한 내용과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2) 의견의 취합 시간
피고가 영위하는 사업의 특성상 각 조직이 지역 단위로 편재되어 있으며 소속 근로자들의 수 또한 적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약 3,000여 명에 이르는 근로자들로부터 1, 2차 취업규칙에 대한 동의 여부를 단순히 확인·취합하기 위한 것이라면 몰라도 상호 의견교환이나 토론 등 집단적 논의를 거치도록 보장하기에는 상당히 촉박한 시간만을 부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즉, 피고는 1차 취업규칙 개정시에는 5일간(2009.5.21.부터 25.까지, 단 23일과 24일은 각각 토·일요일이었다), 2차 취업규칙 개정시에는 3일간(2010.12.14.부터 16.까지)에 걸쳐 전국 단위로 산재한 근로자들로부터 동의 유무에 관한 의사를 취합하였다(행낭을 통해 서울 본사 인사팀에 2009.5.25. 또는 2010.12.17.까지 도착하도록 하였고, 그러한 절차와 과정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므로, 실제 부여된 기간은 더욱 짧을 것이다). 이에 학습지 방문 교육과 학부모 상담 등 외근 업무가 상대적으로 많은 피고의 사업형태까지를 더하여 보면, 각 지역본부 내지 교육국별 의견취합을 실무적으로 담당한 피고의 관리자들로서는 소속 근로자들에게 개정될 취업규칙의 내용에 관한 토론과 의견교환의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기보다는, 위와 같이 촉박한 일정에 맞추고자 소속 단위의 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의견취합 절차를 최대한 서둘렀을 것으로 짐작된다.
(3) 의견의 취합 단위·방법
(가) 피고가 1, 2차 취업규칙 개정절차를 진행하면서 지역 거점별로 편재된 교육국 소속 직원들을 단위로 찬반 의견을 취합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들 교육국은 사실상 피고에 속한 가장 말단의 조직으로서 위탁직 교사를 제외한 소속 정규직원들의 수가 대부분 5명을 넘지 않고, 1∼2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 피고가 종래 교육국 단위를 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기획하여 왔던 기타의 교육·강좌 및 행사 등과는 달리 유독 1, 2차 취업규칙의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있어서만은 소수의 교육국 소속 직원들을 단위로 하였던 것은, 피고의 사업조직이 편재된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하더라도 단순히 취업규칙 개정절차에 대한 직원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들의 집단적 논의를 사실상 배제하거나 최소화하고, 나아가 해당 절차에 대한 피고 측의 관여도를 직·간접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될 소지가 다분하다.
(나) 한편으로 피고가 1, 2차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근로자들의 동의 유무를 파악하기 위하여 사용한 기명 방식의 의견취합(‘취업규칙 및 제규정 변경 동의서’란에 직무등급과 사번, 성명을 기재한 후, 해당 란에 마련된 ‘찬성’과 ‘반대’란 중 본인의 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그 자체로는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를 확인함에 있어 부적절한 의견취합 방식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더라도, 이 사건에서와 같이 관리자인 지점장 등이 극히 소수 단위의 직원들을 직접 대면하여 동의서를 교부 및 징구하는 한편, 기명 날인된 찬반 의사를 취합하여 피고의 인사팀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의견취합이 이루어졌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할 때 취업규칙 개정안 수용 여부에 관하여 근로자들이 찬반 의사를 교환·형성함에 있어 유지되어야 할 집단성·자율성은 상당한 정도로 축소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라) 소결
피고가 1, 2차 취업규칙 개정을 위해 근로자들의 동의의사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회의방식을 통한 근로자들의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사결정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앞서와 같이 취하였던 일련의 조치, 즉 개정안에 대한 설명의 내용과 방법, 의견취합을 위해 부여한 시간, 의견취합의 단위와 방법 등의 각 영역 내지 국면들의 개별적 문제를 종합하여 고려하고, 여기다가 1, 2차 임금피크제가 도입됨에 따라 앞서와 같이 근로조건이 불이익하게 변경되는 정도 및 그와 같은 제도 변경의 필요성에 대한 합리적 의문을 모아 보면, 결국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을 통해 1, 2차 취업규칙 개정안의 수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① 2010.10.경 종래 도입된 직급정년제 자체의 효력과 함께 1차 취업규칙 등의 변경 효력을 다투는 취지의 소송이 제기되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107311호), 2011.2.경 1, 2차 취업규칙 변경이 무효임을 전제로 이 사건과 같이 임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이 제기된 바 있는 등(같은 법원 2011가단43400호), 1, 2차 취업규칙 개정절차에 관한 다툼이 산발적이나마 이어져 왔던 점, ② 갑 제16호증의 1 내지 5, 갑 제30호증의 1 내지 24, 갑 제32호증의 1 내지 47의 각 기재, 증인 김○광의 증언 등에 의하면, 1, 2차 취업규칙 변경 당시부터 그 절차와 관련하여 대부분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설명 및 토론 시간의 부족’, ‘관리자들에 의한 유·무형의 동의 강요’, ‘기명날인에 따른 반대의사 표출의 부담’ 등의 문제를 공통으로 언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점 또한 위와 같은 결론을 뒷받침한다}.
4) 사회통념상 합리성 유무
1, 2차 취업규칙 개정안을 공고할 당시나 이 사건 소송의 진행 과정에서 피고가 임금피크제 도입의 필요성으로 내세운 사정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내용이 지극히 추상적이어서,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이익의 정도가 극심할 뿐 아니라 통상의 임금피크제와는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1, 2차 임금피크제를 합리화할 만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직무등급별 정년 연장 내지 직급정년 구제제도 등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목적으로 피고가 마련한 일부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위 각 임금피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1, 2차 취업규칙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는 것으로 평가하여 동의절차와 무관하게 그 유효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 동의절차 위반의 효과
1) 결국 민법 제103조 위반 등 실체적 하자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1, 2차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들의 적법한 동의를 얻었다고 볼 수 없어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은 피고를 상대로 1, 2차 취업규칙이 정한 임금피크제로 인해 삭감된 임금의 지급을 구하거나, 위와 같은 절차상 하자로 인해 지급받지 못하게 된 동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
2) 이에 따라 원고들이 그 지급을 구하는 임금 삭감액을 살펴보면, 원고 최○영의 경우 총 37,474,000원(2012.10.부터 2013.9.까지, 2013.10.부터 2014.9.까지의 매년 삭감액 각 18,737,000원의 합계), 원고 박○희의 경우 총 33,196,000원(2012.10.부터 2013.9.까지의 삭감액 14,227,000원 + 2013.10.부터 2014.9.까지의 삭감액 18,969,000원), 원고 김○자의 경우 총 40,192,000원(2012.10.부터 2013.9.까지, 2013.10.부터 2014.9.까지의 매년 삭감액 각 20,096,000원의 합계)이다(위 금액에 대해서는 피고도 특별히 다투지 않고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 최○영에게 37,474,000원, 원고 박○희에게 33,196,000원, 원고 김○자에게 40,192,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14.8.19.부터 피고가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사건 판결 선고일인 2015.8.28.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용주(재판장) 성준규 이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