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취업규칙의 인사규정에 직위해제사유를 새롭게 추가하여 근로자가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2] 원고들의 노무제공 거부행위와 철탑농성 행위는 피고 회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직위해제사유를 확장하는 취업규칙의 인사규정 개정이 근로자 집단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 이를 대체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 대전지방법원 제11민사부 2015.6.17. 선고 2014가합106391 판결 [직위해제무효확인]
♣ 원 고 / 1. 甲 ~ 8. 辛
♣ 피 고 / 한국철도공사
♣ 변론종결 / 2015.05.06.
<주 문>
1. 피고가 2014.4.5. 원고 甲, 乙, 丙, 丁, 戊, 己, 庚에 대하여 한, 2014.4.10. 원고 辛에 대하여 한 각 직위해제처분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 사이의 관계
1) 피고(이하 ‘피고 공사’라 한다)는 대전 동구 중앙로 240에 본사를 두고 상시근로자 약 34,000명을 고용하여 철도운송, 철도차량정비 등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공기업이다.
2) 원고들은 피고 공사 서울본부 소속 근로자들(차량관리원)로서,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 노조’라 한다) 서울차량지부에 소속된 조합원들이다.
나. 국토교통부의 철도산업 발전방안 발표 및 그에 따른 철도 노조의 2013.12.9.자 파업
1) 국토교통부는 2013.6.26. 피고 공사의 구조를 지주회사와 자회사 구조로 전환하고, 2015년 개통되는 수서발 케이티엑스(KTX)는 피고 공사가 30%, 공적자금으로 70%를 각 출자하되, 피고 공사가 경영권을 보유하는 자회사로 설립하여, 피고 공사가 경영권을 보유하는 자회사로서 서울·용산발 케이티엑스(KTX)와 수서발 케이티엑스(KTX)간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하였다.
2) 이에 철도 노조는 ‘철도민영화의 일환인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법인설립 반대, 2013년 임금인상’ 등의 명목으로 2013.12.9.부터 같은 달 31.까지 파업(이하 ‘2013.12.9.자 파업’이라 한다)을 실행하였다. 원고들은 위 파업에 참가하여 17~18일간 노무제공을 거부하였다.
다. 철도 노조의 화물열차 출발검사 고수 및 2014.2.25.자 파업
1) 피고 공사는 2014.2.경 화물열차 조성시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화물열차 출발검사와 입환(入換)업무를 통합시행하기로 함에 따라 소속 근로자들에게 화물열차 출발검사 업무를 중지하라는 지시를 하였다. 철도 노조는 위와 같은 업무 통합이 철도민영화 및 인력구조조정 등을 위한 사전조치라고 보아 조합원들로 하여금 위 지시에 응하지 아니하도록 하였다. 이에 원고 乙, 丙, 丁, 戊, 己, 庚는 피고 공사의 지시에 반하여 화물열차 출발검사를 시행하였다.
2) 철도 노조는 2014.2.25. 민주노총이 주도한 총파업에 참여하였는데, 원고 甲, 丙, 辛은 이에 참가하였다.
라. 피고 공사의 순환전보 및 인사교류 정책 실시 및 이에 반대하는 원고들의 업무거부 등
1) 피고 공사는 2014.3.12. ‘2013년 3월부터 소속 내 순환전보 또는 소속 간 인사교류를 실시하기 시작하여 향후 이를 연 2회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2014년 순환전보 및 정기 인사교류 정책(이하 ‘이 사건 인사교류 정책’이라 한다)”을 수립하고, 각 주관본부에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공사 내 각 주관본부는 2014.3.13.에서 같은 달 17.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인사교류 정책의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였다.
2) 철도 노조는 2014.4.4. 이 사건 인사교류 정책이 실질상 2013.12.9.자 파업에 관여한 자들에 대한 보복성 전출 내지 자의적 전보조치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항하여 2014.4.5.부터 현장 총회투쟁을 전개하기로 하는 지침을 각 본부 및 지부에 전달하였다.
3) 원고 甲, 乙, 丙, 丁, 戊, 己, 庚(이하 원고 辛을 제외한 나머지 원고들을 ‘원고 甲등’이라 한다)는 2014.4.5. 이 사건 인사교류 정책에 따른 순환전보에 반대하는 총회에 참석함으로써 차량검수 등 노무제공을 거부(이하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라 한다)하였다.
4) 원고 辛은 당시 직위해제 상태였던 철도 노조 위원장 이○익과 함께 2014.4.9.부터 2014.5.2.에 이르기까지 피고 공사 서울차량사업소 내 위치한 높이 30m 조명철탑에 올라가 순환전보 및 정기인사교류 반대와 철도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면서 철탑농성(이하 ‘이 사건 철탑농성’이라 한다)을 하였다.
5) 한편, 피고 공사는 2014.4.7. 전보대상자 선정 절차를 거쳐 순환전보 및 정기인사교류를 실시하였다.
마. 피고 공사의 원고들에 대한 직위해제처분
피고 공사는 원고들에 대하여 각 직위해제처분(이하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역은 별지 [표1] 기재와 같다.
바. 피고 공사의 원고들에 대한 징계처분
이후 피고 공사는 원고들에 대하여 각 징계처분을 하였다. 그 구체적인 내역은 별지 [표2] 기재와 같다.
사. 피고 공사의 직위해제처분에 관한 인사규정 및 취업규칙 제·개정 경과
피고 공사는 2010.2.1. 인사규정을 개정하였다. 개정되기 전 인사규정과 개정된 인사규정 중 직위해제처분과 관련된 부분은 별지 [표3] 기재와 같다(이하 개정되기 전 인사규정을 ‘개정 전 인사규정’, 개정된 인사규정을 ‘이 사건 인사규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 5, 6,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5, 6, 16, 17, 19, 25, 26, 27, 28, 30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근거조항
1) 갑 제6, 8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 사유 설명서상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근거조항이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라고만 기재되어 있다.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는 ‘취업규칙 제8조(금지행위)의 위반행위로 직위해제가 필요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인용되는 취업규칙 제8조 각 호 중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근거조항이 무엇인지 문제된다.
2) 이에 대하여 피고 측은 원고 甲등의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와 원고 辛의 이 사건 철탑농성이 취업규칙 제8조제1, 6, 7호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취업규칙 제8조 각 호의 내용과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근거조항을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 취업규칙 제8조제1, 6, 7호(이하 ‘이 사건 근거조항’이라 한다)라고 봄이 타당하다.<표 생략>
나. 이 사건 근거조항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
1) 관련 법리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요하고 그 동의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의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다(대법원 2007.6.28. 선고 2007도1539 판결 참조).
2) 판단
가)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에 갑 제1, 4, 5,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근거조항 중에서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 부분은 개정 전 인사규정에서 직위해제사유로 규정되어 있던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나, 취업규칙 제8조제1호 후단 부분, 제6호, 제7호 부분(이하 ‘이 사건 불이익변경 부분’이라 한다)은 개정 전 인사규정에서 직위해제사유로 규정되어 있지 않던 내용이 새롭게 추가된 것으로서, 개정 전 인사규정에 비하여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①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근로자의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대법원 2004.10.28. 선고 2003두6665 판결 참조). 다만, 피고 공사의 이 사건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에 의하면 직위해제처분을 받는 자는 어떠한 직무에도 종사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승급, 보수지급 등에 있어서 불이익한 처우를 받게 되고, 나아가 일정한 경우에는 직위해제를 기초로 하여 직권면직처분을 받을 가능성까지 있으므로, 피고 공사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처분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인 인사상 불이익 처분에 속한다(대법원 1992.7.28. 선고 91다30729 판결 참조). 따라서 취업규칙(인사규정)에 직위해제 사유를 새롭게 추가하여 근로자가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은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
②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 각 호는 직위해제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1호 ‘직무수행능력이 부족(소속직원에 대한 관리감독소홀 포함)한 자’는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제1호 전단의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에, ㉯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의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하거나’ 부분은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제1호 후단의 ‘공사의 위상을 현저히 손상시킨 자’에, ㉰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2호 ‘징계의결 요구 중인 자’는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제2호 ‘징계의결 요구 중인 자’에, ㉱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3호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는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제3호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 각 상응하는 규정으로서, 개정 전 인사규정이 그 내용상 동일성을 유지하도록 개정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 중 취업규칙 제8조제1호 후단 부분과 제2 내지 8호의 경우, 이에 상응하는 개정 전 규정을 찾을 수 없다. <표 생략>
③ 피고 측은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와 이에 따라 인용되는 취업규칙 제8조 각 호가 모두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제1호 후단의 ‘공사의 위상을 현저히 손상시킨 자’를 구체화한 규정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제1호 후단 부분이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 부분으로 개정된 것으로 보임은 위 ②항에서 본 바와 같다.
또한 ‘공사의 위상’이라 함은 국가의 필수공익사업인 철도산업을 담당하는 피고 공사의 대외적 이미지와 신뢰를 의미하고, ‘공사의 위상을 현저히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 자체로 피고 공사의 대외적 이미지와 신뢰가 훼손될 것이 예상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근거조항 중 취업규칙 제8조제1호 후단 ‘(공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행위’ 부분과 제6호 ‘소속장의 승인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는 행위’ 및 제7호 ‘직무상의 질서 문란 행위’의 경우, 개별적인 행위 태양에 따라 피고 공사의 대외적 이미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피고 측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④ 피고 공사는 2010.2.1. 개정 전 인사규정을 이 사건 인사규정으로 개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과반수 노동조합이던 철도 노조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나) 이 사건 근거조항 중 이 사건 불이익변경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 <표 생략>
다. 원고들의 행위가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 소정의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1) 다음으로, 원고들의 행위가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에 대한 나머지 유효한 근거조항인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 소정의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본다.
2)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이 규정한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한 행위’의 의미가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제1호 후단의 ‘공사의 위상을 현저히 손상시킨 자’와 실질적으로 동일하고, ‘공사의 위상을 현저히 손상시키는 행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 자체로 국가의 필수공익사업인 철도산업을 담당하는 피고 공사의 대외적 이미지와 신뢰가 훼손될 것이 예상되어야 함은 위 나. 2) 가) ②, ③항에서 본 바와 같다.
3) 위 거시 증거 및 인정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피고 공사가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기초로 삼은 원고 甲등의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와 원고 辛의 이 사건 철탑농성의 구체적인 경위는 아래와 같다.
가) 원고 甲등의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
① 원고 甲등은 2014.4.5. 09:00경부터 23:00경까지 개최된 이 사건 인사교류 정책 실시에 반대하기 위한 철도 노조 서울차량지부 총회에 참석하면서 차량검수 업무 등을 거부하였다. 피고 공사는 같은 날 원고 甲등에게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를 이유로 11일간 직위해제처분을 하였다.
② 위 총회에 참석하여 노무제공을 거부한 근로자 인원은 당일 근무가 예정되어 있던 근로자 128명 중 101명이었고, 피고 공사는 차량검수 업무를 수행할 대체근로자 36명을 투입하였다.
③ 피고 공사가 파악한 당시 총회의 주도자 명단에 원고 甲등을 포함되지 아니하였다.
나) 원고 辛의 이 사건 철탑농성
① 원고 辛은 2014.4.9.부터 같은 해 5.2.까지 이○익과 함께 피고 공사 서울차량사업소 내에 위치한 높이 30m 조명철탑에 올라가 이 사건 인사교류 정책 반대 및 철도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면서 철탑농성을 지속하였고, 같은 기간 동안 노무제공을 거부하였다. 이 사건 철탑농성 기간 중 철탑 밑에는 천막이 설치되었고, 철도 노조 조합원들 수십 명 가량이 모여서 간헐적으로 약식 집회를 하였다. 이러한 약식 집회는 철도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이 차례로 ‘철도민영화를 저지하고 강제전출을 막기 위한 철탑농성을 지원하고 투쟁을 이어나가자’는 취지의 발언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② 피고 공사는 이 사건 철탑농성에 대응하여 철탑의 전원을 차단하고, 안전 매트리스를 설치하였으며, 생필품 외 물품 반입을 통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였다.
③ 피고 공사는 2014.4.9. 원고 辛을 업무방해 협의로 마포경찰서에 고소하였고, 2014.4.10. 원고 辛에게 이 사건 철탑농성을 이유로 91일간 직위해제처분을 하였다.
④ 이 사건 철탑농성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었고, 피고 공사는 이에 관련한 언론보도 자료를 배포하기도 하였다.
4) 판단
가) 원고 甲등에 대한 판단
위 3)의 가)항에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가 이 사건 인사교류 정책에 반대하기 위한 2014.4.5.자 철도 노조 서울차량지부 총회에 참석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사실, ② 위 총회는 과격한 수단 등이 동원되지 아니하고 통상적인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가 지속된 기간이 1일에 불과한 사실, ④ 2014.4.5.자 철도 노조 서울차량지부 총회와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는 피고공사 내부적 관계에서 발생된 일로서, 외부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하여 피고 공사의 대외적 이미지와 신뢰에 손상을 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甲등의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는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원고 辛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철탑농성이 3주 정도 지속되었고, 이에 관하여 언론매체를 통한 보도가 이루어지기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위 3)의 나)항에서 인정한 사실에 을 제5 내지 10, 1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철탑농성은 철탑 밑에 모인 철도 노조 간부들과 조합원들이 간헐적으로 진행한 약식 집회와 연계하여 이루어졌는바, 약식 집회 참석자들은 위험하거나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하지 않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철도 노조 측의 의사를 형성·표현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 사건 철탑농성 당시 철탑에 설치된 현수막에 기재된 ‘단 한 명도 못 보낸다. 강제전출철회!’라는 문구가 피고 공사 측에 대한 비방의 표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③ 설령 언론보도를 통해 이 사건 철탑농성이 대외적으로 알려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2013.12.9.자 파업부터 계속되어 온 피고 공사와 철도 노조 사이의 갈등 내지 대치상황의 일환으로 발생된 사건인 만큼, 이로 인해 피고 공사의 대외적 이미지와 신뢰도가 새롭게 또는 추가적으로 손상되었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 공사는 자체 보도자료를 통해 그 입장을 충분히 밝히고 소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 辛의 이 사건 철탑농성도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한 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라. 소결
이 사건 근거조항 중 이 사건 불이익변경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이에 근거한 직위해제처분은 효력이 없고, 원고들에게 나머지 유효한 근거조항인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 소정의 직위해제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은 모두 무효이다.
3.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존재하는지 여부
1) 주장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를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으로 보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므로 유효하다.
2) 관련 법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새로운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을 통하여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지만, 당해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이 그 필요성 및 내용의 양면에서 보아 그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될 불이익의 정도를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당해 조항의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적용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한편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의 유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동종 사항에 관한 국내의 일반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며,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개정 당시의 상황을 근거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7.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대법원 2001.1.5. 선고 99다70846 판결, 대법원 1993.9.14. 선고 92다45490 판결 등 참조).
3) 판단
앞서 인정한 기초사실에 갑 제6, 8, 11, 12호증, 을 제1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불이익변경 부분에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대신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① 직위해제처분은 ㉮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극히 불량한 근로자가 계속하여 직무를 수행할 경우, 또는 ㉯ 근로자에 대한 징계의결이 요구되거나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파면 내지 해임의 징계의결을 받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개연성이 높은 경우임에도 아직 판결 또는 징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하여 직무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할 경우에 그 근로자가 수행하던 업무에 구체적·현실적인 장애가 발생하고, 그러한 장애상태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 예견되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상 장애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한시적으로 취해지는 잠정적 예방조치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직위해제처분은 과거의 비위행위에 대한 징벌적 제재인 징계처분과 구별되며, 징계처분의 경우 사전 의견진술기회 부여 등 각종 절차를 거칠 것이 요구되는 반면, 직위해제처분의 경우 통상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직위해제사유가 구체적·현실적인 업무상 장애의 발생 및 그 지속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부과하는 의무를 위반한 행위 전반으로 확장될 경우, 사용자로서는 의무를 위반한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 개시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별다른 절차적 제한 없이 근로자에게 실질적으로 징계처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직위해제사유를 확장하는 취업규칙(인사규정) 개정이 근로자 집단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 이를 대체할 만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② 피고 공사의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복무에 관한 제반 사항을 정하는 제2장 제1절 통칙에서 근로자의 피고 공사에 대한 각종 의무 및 책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고, 그 중 제8조는 근로자에게 일정한 비위행위를 하지 않을 소극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제8조 각 호에 열거된 비위행위의 성질에 비추어, 그 행위를 한 근로자를 당장 직무에서 배제시켜야 할 만큼 그로 인해 구체적·현실적인 업무상 장애가 발생되고 그러한 상태가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가령, 피고 공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히는 행위(취업규칙 제8조제1호 후단)를 한 근로자라 하여 그 가 이후 수행하는 담당업무에 당연히 장애가 초래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③ 피고 측은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가 ‘취업규칙 제8조(금지행위)의 위반행위’ 자체를 직위해제사유로 규정한 것이 아니라, ‘직위해제가 필요한 때’라는 요건을 추가하였고, ‘직위해제가 필요한 때’라는 요건의 해석상 업무상 장애의 발생가능성이 충분히 고려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직위해제가 필요한 때’라는 요건은 그 문언의 추상성으로 인해 그 의미가 매우 광범위하고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실질적으로 직위해제사유를 한정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 사유 설명서(갑 제6, 8호증)상 ‘원고 甲등이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를 하면서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은 사실’과 ‘원고 辛이 이 사건 철탑농성을 하면서 무단결근을 한 사실’만 적시되어 있을 뿐, 장래 업무상 장애의 발생가능성이 예측되는 사정에 대한 아무런 기재가 없는 사실, ㉯ 원고 甲등은 2014.4.5. 1일간 노무제공을 거부하였을 뿐임에도 피고 공사는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 당일에 즉시 직위해제처분을 하였던 사실, ㉰ 피고 공사의 경영인사처장이 2014.4.5. 작성한 ‘서울차량사업소 전면 업무거부 및 대응 보고’에 의하면, 피고 공사는 2014.4.5.에 시작된 서울차량사업소의 이 사건 노무제공 거부가 같은 달 7.까지 한시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 피고 공사의 노사협력처에서 2014.4.7. 작성한 ‘차량지부 업무거부 동향’에 따르면 피고 공사는 철도 노조 내 각 지부의 조합원 총회가 단기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철도 노조 차원에서 지명파업 투쟁지침이 내려질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조합원 총회에 참석하여 업무를 거부한 주동자를 직위해제하는 방침을 수립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실제로 피고 공사가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장래 원고들의 업무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충분히 고려하였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④ 피고 공사와 동종의 공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인사규정 등을 살펴보더라도,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극히 불성실한 자, 징계의결 절차가 진행 중인 자, 형사입건으로 구속되어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거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등 대체로 근로자의 인적 요소로 인한 업무상 장애의 발생 및 그 지속이 예견되는 경우를 직위해제사유로 정하고 있을 뿐, 이 사건 불이익변경 부분과 같이 일정한 비위행위, 즉 근로자의 행위적 요소와 결부된 직위해제사유를 두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⑤ 취업규칙 제8조 각 호에 열거된 비위행위가 발생한 경우, 피고 공사는 일단 이 사건 인사규정 제52조 각 호가 정하는 징계사유를 적용하여 징계절차를 개시하고, 징계의결 요구단계에 이르러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2호를 근거로 직위해제 처분을 한 후 종국적으로 징계처분을 내릴 수 있는바, 그렇게 할 경우 피고 공사에 어떠한 가혹한 불이익이 초래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이 보충적으로 적용되는지 여부
1) 주장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의 효력이 부정되더라도, 개정 전 인사규정 제52조제1항을 기준으로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정당성이 판단되어야 한다.
2) 판단
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법리(대법원 1992.12.22. 선고 91다45165 판결)는 퇴직금 등 급부관계를 불이익하게 변경한 취업규칙이 무효로 될 경우 종래 유효하게 존재하던 취업규칙 중 해당 규정에 의해 기존 근로자의 퇴직금 등 급부를 산정하여야 한다는 취지로서, 근로자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처분 사유를 추가한 취업규칙이 무효로 되는 이 사건과는 그 사안을 달리 한다 따라서 위 법리를 . 이 사건에 그대로 대입하여 무효인 신설 처분 사유에 기해 이미 내려진 불이익처분을 종래 유효하게 존재하던 처분사유에 기해 내려진 것으로 보아 정당성을 판단하여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나)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의 근거조항 중 이 사건 불이익변경 부분이 근로기준법 제94조제1항에 의해 무효라고 본다면, 나머지 유효한 근거조항인 이 사건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 한, 이 사건 각 직위해제처분은 처분의 근거를 상실하여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 그런데, 원고들에게 취업규칙 제8조제1호 전단 소정의 직위해제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앞에서 본 바와 같다.
라) 피고의 주장은 어느 모로 보나 이유 없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행남(재판장) 정교형 박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