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이 사건 복직명령은 참가인의 근무장소를 변경시키는 것으로 그 실질이 전보명령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무장소가 특정되어 있음에도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성실한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졌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 사건 복직명령은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 2015.03.13. 선고 2014누45538 판결 [부당전보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보조참가인 / 주식회사 ○○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3.12.26. 선고 2013구합10809 판결
♣ 변론종결 / 2015.01.23.
<주 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중앙노동위원회가 2013.3.1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2부해1334 부당전보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상시근로자 580여 명을 고용하여 시설물 유지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2008.3.1.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B 대학교 사업소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12.6.28. 참가인에게 2012.7.31.에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됨을 통보(이하 ‘이 사건 기간만료통보’라 한다)하였는데, 참가인이 이 사건 기간만료통보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2.9.21. 이 사건 기간만료통보를 부당해고라고 판단하고 참가인에게 원고에 대한 원직복직을 명하였다.
다. 참가인은 2012.10.10. 원고에 대하여 2012.10.13.부터 서울 용산구 ○○동에 있는 ○○화재 사옥(이하 ‘○○동 사업소’라 한다)의 경비원으로 복직할 것을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복직명령’이라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복직명령이 부당전보라고 주장하며 2012.10.1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구제 신청을 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2.12.14. 이 사건 복직명령을 정당한 인사명령으로 보아 원고의 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2.12.31.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구제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3.3.14.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복직을 명하면서 기존에 원고가 일하던 B대학교 사업소가 아닌 ○○동 사업소에서 근무할 것을 명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복직명령은 전보명령의 일종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원고와 참가인 간의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상 원고의 근무지는 B대학교 사업소로 특정되었으므로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전보명령을 하려면 원고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임에도, 참가인은 원고의 동의 없이 원고의 근무장소를 B대학교 사업소에서 ○○동 사업소로 옮기는 이 사건 복직명령을 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복직명령은 부당한 전보명령이어서 위법하다.
2) B대학교 사업소에 복귀시키는 것이 원직복직의 원칙적인 모습인 점, 원고의 근무지에 충원된 인원이 수습기간 중이므로 배치전환이 용이한 점, 참가인은 B대학교 사업소에 공석이 발생하더라도 원고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복직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원고에게 자동차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 자동차가 많은 곳에 가지 못하고 자동차를 타지 못하기 때문에 ○○동 사업소 경비원의 업무 중 하나인 주차 관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원고 본인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점, 지하철로 출퇴근하게 되면 이 사건 복직명령으로 원고의 출퇴근 시간이 1.5배 증가하는 점, 이 사건 복직명령으로 원고가 받는 월급이 10만 원가량 줄어들고,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지위에서 계약직근로자의 지위로 변경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복직명령에 따른 생활상 불이익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 사건 복직명령은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부당한 전보명령이어서 위법하다.
3) 참가인은 이 사건 복직명령을 함에 있어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고 원고를 B대학교 사업소에 복귀시킬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으며, 자동차 공포증이 있는 원고에게 주차 관제 업무가 추가되는 것은 중대한 사정변경이기 때문에 유사한 직무를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복직명령은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제대로 이행한 것이 아니어서 노동위원회규칙 제79조 및 취업규칙 제34조 등에 위배된다.
나. 관계 규정 <생략>
다. 인정사실
1) 원고는 2008.8.13. 참가인과 사이에 2008.8.1.부터 2009.7.31.까지 원고가 ‘B 대학교 사업소에서 경비직으로 근무’하기로 하고 원고의 직종을 변경할 경우 합의하에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원고는 참가인과 사이에 별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계속 근로관계를 유지하였다.
2) B대학교 사업소에서는 참가인 소속 경비원들이 1인 단독으로 경비 업무를 수행하는데, ○○동 사업소에서는 경비원들이 5인 1조로 경비와 주차 관제업무를 수행한다. 그 외 경비원에 대한 급여 및 근무형태(격일제)는 B대학교 사업소와 ○○동 사업소 상호 간에 차이가 없다.
3) 참가인은 이 사건 기간만료통보 이후 2012.8.1. B대학교 사업소의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새로운 경비원을 채용하였고, ○○동 사업소에는 2012.9.30. 경비원 2명이 퇴사한 후 2012.10.11. 경비원 1명을 채용하였을 뿐이어서 1명의 결원이 있는 상태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2, 갑 제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관련 법리
의사표시의 해석은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계약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는 서면에 사용된 문구에 구애받는 것은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당사자의 내심적 의사의 여하에 관계없이 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여 당사자가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 의미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이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11.29. 선고 2012다44471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근로계약에서 근로 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전보나 전직처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3.2.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대법원 1992.1.21. 선고 91누5204 판결 등 참조). 다만 사용자가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사전 협의절차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전직처분에 부동의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전직처분을 하였다면, 그 전직처분이 인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위 1)항의 법리에 기초하여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제1심의 인정사실, 제1심에 제출된 증거들 및 갑 제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복직명령은 참가인의 근무장소를 변경시키는 것으로 그 실질이 전보명령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무장소가 특정되어 있음에도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성실한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졌으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는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 사건 복직명령은 인사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① 원고는 2008.8.13. 참가인과 사이에 2008.8.1.부터 2009.7.31.까지 경비직으로 근무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근로계약서에 B대학교 사업소를 근무장소로 특정하여 기재하였다.
②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참가인과 사이에 별도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고 계속 근로관계를 유지하여 왔는바,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 근로조건도 이 사건 근로 계약상의 근로조건과 동일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③ 원고가 경비직으로 근무하는 동안 원고의 동의 하에 근무형태가 주간근무에서 24시간 교대 근무로 변경된 바는 있으나, 근무장소는 변경된 바 없다. 원고는 2008.8.1. 입사 이래 변동 없이 B대학교 사업소에서 계속하여 근무하여 왔다.
④ 위 ① 내지 ③항에 비추어 보면, 원고와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을 통하여 원고의 근무장소를 B대학교 사업소로 특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⑤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한 후 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명령에 따라 복직시키면서 근로내용이나 근무장소 등이 원직과 다른 곳으로 전보시키는 경우에는, 보복적 차원의 전보를 막기 위한 차원에서, 근로자의 동의, 사전 협의절차 등 정당화 요건을 엄격히 갖출 것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은 원고의 특정된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내용의 이 사건 복직명령을 함에 있어 원고의 동의를 받은 바 없고, 사전 협의절차도 전혀 거치지 않았다(원고는 차량과 관련된 공포증으로 인하여 주차 관제 업무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참가인이 상시근로자 580여 명이라는 많은 인원을 고용하여 시설물 유지관리업 등을 영위하고 있음에 비추어, 참가인과 원고 사이에 충분한 사전 협의절차가 있었다면, 쌍방은 ○○동 사업소 외에 원고에게 보다 적합한 근무장소를 찾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도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명수(재판장) 여운국 권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