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정육점에서 일하던 망인이 퇴근 후 술을 마시던 중 급성 심정지로 사망하자,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가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 근로복지공단이 망인에게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가 있었으므로 원고보다 우선하여 지급받을 권리가 있고, 망인이 업무상 과로하여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처분한 사안에서, 망인이 사망 당시 동거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실상의 배우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나, 망인에게 비만, 지방간, 심비대 등 기존 질환이 있었고, 업무상 과로 등을 인정하기도 어려워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사건
◆ 울산지방법원 행정부 2015.6.18. 선고 2014구합5518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B
♣ 변론종결 / 2015.05.21.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4.3.17.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망 D(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아버지이다.
나. 망인은 2012년 3월경 창원시 ○○구 ○○로에 있는 G축산(망인 사망 당시의 사업주인 E이 2013.6.1. 인수하였다. 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절단하여 판매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다. 망인은 2013.12.7. 21:00경 업무를 마치고 이 사건 사업장에서 사업주, 동료와 음식을 먹으며 술을 마시던 중 갑자기 쓰러져 급성 심정지로 같은 날 22:00경 사망하였다.
라. 망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2013.12.30.자 부검감정서에는 망인의 사인은 불명이고, 다만 심장비대증과 관련된 돌연사의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마.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4.3.17. ① 소외 F이 망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으므로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한 유족급여 수급권자에 해당하지 않고, ②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바.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14.7.25. 기각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① 소외 F은 망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사람이 아니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급여 등 수급권자는 원고이고, ② 망인의 사망은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담당한 업무로 인한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기인한 것이므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할 것임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2) 피고의 주장
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5조제1항에 의하여 망인과 생계를 같이한 배우자는 망인의 부모보다 우선하여 수급권을 가지게 되고, 이때 배우자는 같은 법 제5조제3호에 의하여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를 포함하는데, 망인은 사망할 당시 소외 F과 사실혼관계에 있었으므로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급여 등 수급권자가 아니고, ②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
나.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유족급여 등 수급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도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1.4.13. 선고 2000다52943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갑 제2, 6,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소외 F이 망인의 사망 당시 망인과 같은 주소지에서 동거하고 있었고, 망인의 장례식장에서도 조문객을 맞이하였던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기는 하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소외 F이 망인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망인과 소외 F 사이에 혼인의 의사 및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1) 인정사실
가) 망인의 근무 형태
○ 망인은 2012년 3월경 소외 회사에 입사하여 사망 시까지 약 21개월간 도축된 소고기, 돼지고기를 판매용으로 절단하여 판매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 망인은 통상 주 6일을 근무하였고, 하루의 근무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30분이었으며, 사망 당일인 2013.12.7.에도 8시간 30분간을 근무하였다.
망인은 발병 전 1주일 동안 합계 51시간을, 발병 전 4주 동안 주 평균 46시간을, 발병 전 3달 동안 주 평균 46시간을 근무하였으며, 업무 내용에 변화는 없었다.
나) 망인의 건강 상태 및 생활 습관
○ 망인은 1980.5.12.생으로 사망 당시 만 33세, 키 193cm, 몸무게 105kg이었다.
○ 망인은 1주일 4회, 1회 소주 2병 정도의 음주를 하고, 1일 담배 2갑 정도의 흡연을 하였으며,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서상 특기할 만한 치료내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 망인의 사망 경위 및 원인
○ 망인은 사망 당일인 2013.12.7. 퇴근 후 이 사건 사업장 안에서 사업주, 동료와 약 1시간 동안 음식을 먹으며 소주 1병 정도를 마시던 중 갑자기 쓰러져 119에 의해 진해연세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 망인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감정서에는, 망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60%로 나타났고, 관상동맥 각 분지에서 경도의 동맥경화가 발견되었으며, 중등도의 지방간 및 심장비대증(망인의 심장 무게는 532g이다) 소견이 보이기는 하나, 사망에 이를 정도의 치명적인 질병은 아니고, 다만 심장비대증과 관련된 치명적인 심실성 부정맥의 발현으로 인하여 급성 심장사하였을 가능성을 추정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어 있다.
○ 피고 자문의는 망인의 과로 및 스트레스를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어 망인의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소견을 내었다.
○ 이 법원의 동아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는 다음과 같다.
- 망인의 경우 심장 무게가 532g인데, 정상 성인의 평균 심장 무게가 300g을 넘지 않음을 고려할 때 심비대가 의심된다.
- 망인이 주 4회, 회당 소주 2병 정도의 음주를 하였다는 기록에 비추어 중등도의 지방간은 알코올에 의한 병변으로 판단되며, 심비대 역시 알코올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심근염과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 심비대는 주로 심장질환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장기간에 걸친 과로와는 관련이 없다.
- 망인의 체형과 생활습관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한 알코올 섭취 및 비만 등으로 지방간이 생길 정도로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됨으로써 심비대가 발생하여 결국 급성 심실성 부정맥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이 병원의 동아대학교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바, 그 입증의 방법 및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근로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입증되면 족하지만, 이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거나 업무수행과정에서 과로를 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밝혀지지 아니한 질병에까지 곧바로 그러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1998.5.22. 선고 98두4740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인정사실들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망인의 사인은 미상이고, 다만, 망인에 대한 부검 결과 망인의 심장에서 심비대, 간에서 지방간 등 소견이 있어 사망과의 연관성을 추단할 수 있을 뿐인 점, ② 망인은 일주일에 4회, 회당 2병 정도의 소주를 마시는 등의 음주습관이 있었고, 이는 망인의 지방간 발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망인의 근무시간은 1일 8시간 30분 정도여서 과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사망 전 3달 동안 특별히 초과 근무를 하였다거나 업무 내용이 변경된 사실도 발견되지 않으며,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이 업무와 관련된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사망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않고, 이와 같은 취지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해지(재판장) 우정민 이수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