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2024.12.4. 선고 2024나2024522 판결】
• 서울고등법원 제1-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4나2024522 호봉정정
• 원고, 항소인 / 별지1 원고 목록 기재와 같다.
• 피고, 피항소인 / A공사
• 제1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5.9. 선고 2021가합103311 판결
• 변론종결 / 2024.10.02.
• 판결선고 / 2024.12.04.
<주 문>
1.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들의 호봉을 별지2 호봉현황표 ‘청구호봉(2023.7. 기준)’란 기재 각 해당 호봉과 같이 정정하고,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들의 호봉을 별지3 호봉현황표 ‘청구호봉(2023.7. 기준)’란 기재 각 해당 호봉과 같이 정정하라(제1심판결 중 제1심 공동원고 E, H, J, N, T, X, Z, AA, AB, AC, AF, AH, AI, AJ, AK, AL, AM, AN, AQ, AS, AT에 대한 부분은 위 제1심 공동원고들이 항소를 취하함으로써 분리·확정되었다).
<이 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적을 이유는, 제1심 판결서 중 일부를 아래와 같이 고쳐 쓰고, 원고들이 항소이유로 추가하거나 강조하는 주장에 관하여 아래 제2항에서 추가 판단하는 것 외에는 제1심판결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약어를 포함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항소를 취하한 위 제1심 공동원고들에 관한 부분을 제외한다).
[고쳐 쓰는 부분]
○ 제1심 판결서 13면 9~15행의 “그러나 이 사건 노사합의는 ... 타당하다.”를 아래와 같이 고쳐 쓴다.
『그러나 이 사건 노사합의는 약 5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면서 호봉을 산정하는 방식이 구체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피고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에 앞서 설문조사를 통해 재입사 희망의사를 표시한 근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재입사 일시, 재입사시 적용될 직급 및 호봉, 퇴직금 및 휴가, 재입사 전 연봉총액, 재입사 시 추가 지급되는 수당 및 유사급여, 기타 복리후생 내용 등이 기재된 재입사 안내 자료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재입사 시 적용될 직급과 호봉을 구체적으로 안내하였고,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포함된 재입사 동의서를 송부하면서 이 사건 전환합의서, 이 사건 무기연봉직 합의서, 이 사건 추가합의서를 첨부하여 위 각 합의서에 정한 바에 따른 재입사 조건에 동의하는 자만 일반직으로 전환될 것임을 알려주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자신들이 일반직으로 전환될 때 종전 경력 등을 반영하지 않은 호봉으로 산정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추가 판단(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관련)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피고는 원고들을 기간제 내지 무기계약직 출신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기존의 일반직 사원들’ 및 ‘일반직 G7직급 신규채용 사원들’과 차별 취급하였으므로, 이 사건 호봉산정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6조에 반하여 무효이고, 그 무효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 역시 무효이다.
직업뿐 아니라 사업장 내의 직종, 직위, 직급도 상당한 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거나 사업장 내에서 근로자 자신의 의사나 능력발휘에 의하여 회피할 수 없는 사회적 분류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 신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비록 원고들과 비교 대상 근로자들 사이에 임용 시점이나 채용 상황의 차이로 인하여 채용절차가 달랐다 하더라도, 채용절차가 현재 업무 수행 내용과 객관적 관련성이 없고 결과적으로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며 동일한 근로의 질을 가진다면, 채용절차의 차이만을 이유로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 차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나.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가 성별,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다1051 판결 등 참조).
다. 구체적 판단
갑 제2, 3, 48호증, 을 제19 내지 29, 3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과 비교 대상 근로자들(‘기존의 일반직 사원들’ 내지 ‘일반직 G7직급 신규채용 사원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① ㉠ 정부종합대책에 따라 비정규직인 계약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원고들과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일반직으로 임용되거나 정규직 내의 직렬 통합에 따라 일반직으로 자동 전환된 직원들 사이에는 임용경로에 차이가 있고, ㉡ 피고가 비정규직 근로자를 차별할 의도로 형식적으로만 임용경로를 구분해 놓은 것이라고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대상자에 따라 일반직 임용경로가 다르게 적용된 것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며, ㉢ 이와 같은 임용경로의 차이에서 호봉의 차이가 발생한 것이므로, 원고들과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일반직으로 임용된 직원들 또는 정규직인 업무직에서 일반직으로 자동 전환된 직원들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위 대법원 2013다1051 판결 참조)에서, 임용경로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가 된다.
② 원고들이 드는 비교 대상 근로자들인 일반직 사원들은 원칙적으로 공개경쟁시험을 거쳐 채용되고, 약 1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서류심사, 필기시험, 실기시험, 신체검사 절차를 거쳐 채용되었다. 반면에 원고들을 비롯한 무기연봉직 사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른 이 사건 노사합의를 통하여 일반직으로 재입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공개경쟁시험을 거치지 않았으며, 피고가 원고들 각자의 재입사 의지와 일반직으로서 업무수행 계획 등만 확인한 후 채용하였다.
③ 피고는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임용된 일반직 직원에 대하여는 이전에 근무했던 기간이 정규직으로 근무한 것이든 비정규직으로 근무한 것이든 구별하지 않고 이를 모두 경력으로 인정하여 초임연봉을 산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을 비롯한 무기연봉직 사원들 또한 위와 같은 절차를 통해 일반직으로 임용된다면 피고의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한 기간이 모두 경력으로 산입된 초임연봉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들은 이를 선택하는 대신에 이 사건 노사합의를 통해 정하여진 내용에 따라 일반직으로 전환되는 데에 동의하였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양희(재판장) 이은혜 이준영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5.9. 선고 2021가합103311 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가합103311 호봉정정
• 원 고 / 별지1 원고들 목록 기재와 같다
• 피 고 / A공사
• 변론종결 / 2024.04.18.
• 판결선고 / 2024.05.09.
<주 문>
1.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위적으로, 피고는 원고들의 호봉을 별지2 호봉현황표 ‘청구호봉(2023.7. 기준)’란 기재 각 해당 호봉과 같이 정정하고, 예비적으로 피고는 원고들의 호봉을 별지3 호봉현황표 ‘청구호봉(2023.7. 기준)’란 기재 각 해당 호봉과 같이 정정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국가기간방송으로서 방송법 제43조제1항에 의해 설립된 법인이다. 피고의 직원 유형은 일반직, 촉탁직, 방송음악직으로 나뉘는데, 방송법 및 피고의 직제규정상 피고의 직원 수는 정해져 있고 정원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방송법 제45조제1항제4호, 같은 조제2항). 이에 피고는 정원 외 필요한 인력을 전문위원, 계약직 및 용원 등 별정직으로 고용해 왔고, 계약직 중 특정직무의 수행을 위해 사용하는 자를 ‘연봉직사원’으로 분류한 다음 그중에 사용기한이 정해지지 않은 자를 ‘무기직사원’, 사용기한이 정해진 자를 ‘한시직사원’이라 칭했다.
원고들은 피고에 별정직인 계약직으로 입사하여 연봉직 중 무기직사원(이하 ‘무기연봉직’이라 한다)으로 계속 근무하다가 일반직으로 전환되어 현재까지 근무 중인 근로자들이다.
나. 무기연봉직의 일반직 전환 경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피고는 계약직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2018.8.23. B노동조합<C본부>(이하 ‘피고의 노동조합’이라 한다)와 무기연봉직 등을 일반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그 합의의 주요 내용은 피고가 2018.12.31.까지 비일반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되, 퇴직 후 재입사 방식을 취하고, 대상자별로 2018년 연봉 총액에 상응하는 일반직 직급과 호봉을 부여하는 것이었다(이하 ‘이 사건 전환합의’라 한다).
이후 피고와 피고의 노동조합은 2018.12.31. 이 사건 전환합의의 후속조치로 무기연봉직의 일반직 재입사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보다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그 합의의 주요 내용은 피고가 2019.2.1.까지 무기연봉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고, 전환되는 사람들의 직급은 7직급으로 하며, 초임 호봉은 이 사건 전환합의 내용에 따라 정하되 1호봉을 추가하는 것 등이었다(이하 ‘이 사건 무기연봉직 합의’라 한다).
그리고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9.1.25. 이 사건 전환합의 및 무기연봉직 합의와 관련하여 추가 합의를 했는데, 그 합의의 주요 내용은 전환완료일을 2019.3.1.로 변경하고, 이 사건 무기연봉직 합의의 내용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이하 ‘이 사건 추가합의’라 하고, 이 사건 전환합의와 무기연봉직 합의 및 추가합의를 통칭할 때 ‘이 사건 노사합의’라 한다).
피고는 2019.2.11.부터 같은 해 2.12.까지 무기연봉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을 희망하는 자에 한해 재입사 심사를 진행했고, 원고들은 2019.2.경 피고에게 사직원, 서약서, 퇴직금 청구서, 재입사 동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그리고 피고는 2019.2.27. 이 사건 노사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인사규정과 인사규정 시행세칙 및 보수규정을 개정했고, 이 사건 노사합의 내용을 인사규정 부칙에 반영했다.
피고는 2019.3.1.경 원고들을 포함한 무기연봉직 직원들을 퇴직 및 재입사 절차를 거쳐 일반직으로 전환했는데, 이와 같이 일반직으로 전환된 원고들의 호봉을 산정할 때 원고들의 학력, 군 경력, 재입사 전 피고 근로자로 근무한 일반 경력(이하 각 경력을 통칭하여 ‘종전 경력’이라 한다)을 반영하지 않았고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호봉을 정했다(이하 ‘이 사건 호봉산정’이라 한다).
다. 피고의 인사규정, 직제규정 등
1) 인사규정 및 인사규정 시행세칙
피고의 인사규정 및 인사규정 시행세칙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2) 직제규정
피고의 직제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3) 연봉직사원 운영지침
피고는 연봉직사원의 사용절차, 보수 등 근로조건, 취업 등에 관한 사항을 별도의 취업규칙인 ‘연봉직사원 운영지침’으로 정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호증, 을 제1, 3 내지 6, 13, 15 내지 18, 3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호봉산정 시 피고의 인사규정 및 그 시행세칙(이하 ‘인사규정 등’이라 한다)과 다르게 원고들의 종전 경력을 반영하지 않았다. 그 결과 원고들은 인사규정 등이 제대로 적용되었더라면 인정되었을 호봉보다 현저히 낮은 호봉을 적용받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임금상 불이익을 입게 되었으며, 원고들과 동일·동종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으로서 인사규정 등에 따라 올바르게 호봉이 책정된 ‘기존의 일반직 사원들’ 및 ‘일반직 G7직급 신입사원들’에 비해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적 처우를 받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호봉산정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8조제1항, 헌법 제11조제1항 후문을 위반하는 차별적 대우에 해당하므로 위법·무효이다. 피고는 원고들의 호봉을 위법한 차별적 처우가 없었더라면 정해졌을 호봉으로 정정해야 한다.
3.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
원고들은 일반직으로 전환될 때 퇴직 후 재입사를 하면서 자신들에게 부여될 직위, 호봉 등 구체적인 근로조건에 관하여 확인하고 이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이 사건 소는 위 부제소합의에 위배되므로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관련 법리
특정한 권리나 법률관계에 관하여 분쟁이 있어도 제소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에 위반하여 제기한 소는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3.5.14. 선고 92다21760 판결 등 참조).
한편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므로, 권리의무의 주체인 당사자 간에서의 부제소합의라도 그 당사자가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다(대법원 2019.8.14. 선고 2017다217151 판결 등 참조).
다. 인정사실
을 제3, 4, 11 내지 14,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 피고가 2018.8.23. 피고의 노동조합과 한 이 사건 전환합의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2) 피고는 2018.12.31. 피고의 노동조합과 이 사건 무기연봉직 합의를 했는데, 퇴직금, 휴가 및 휴직, 직급 및 승호, 조정수당, 정기상여금, 승진소요연수, 임금피크와 안식년 면제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사건 무기연봉직 합의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3) 피고는 아래 표 기재와 같은 내용의 설문을 마련하여 2019.1.31.부터 같은 해 2.6.까지 사내통신망을 통해 무기연봉직 사원 134명을 대상으로 재입사를 희망하는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조사했다. 그리고 피고는 설문조사를 할 때 호봉 관련 내용이 명시된 이 사건 무기연봉직 합의서 내용을 참조하라고 안내했다. 설문조사 결과 재입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126명, 희망하지 않는 사람은 7명, 응답하지 않은 사람은 1명이었다. <표 생략>
4) 피고는 위 설문조사 이후 재입사 희망의사를 표시한 근로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재입사 일시, 재입사 시 적용될 직급 및 호봉, 퇴직금 및 휴가, 재입사 전 연봉총액, 재입사 시 추가 지급되는 수당 및 유사급여, 기타 복리후생 내용 등이 기재된 재입사 안내 자료를 전달하면서, 이 사건 전환합의서 및 추가합의서를 첨부했다. 피고가 재입사희망자에게 보낸 안내문 중 7직급 2호봉으로 전환될 무기연봉직에게 전달한 안내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다음 생략>
5) 그리고 피고는 재입사 희망자들에게 아래 표 기재와 같은 재입사 동의서를 전달해 주었다. 재입사 동의서에는 이 사건 전환합의서, 이 사건 무기연봉직 합의서, 이 사건 추가합의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다음 생략>
6) 원고들은 2019.2.경 피고가 교부한 재입사 동의서를 작성하여 피고에게 제출했는데, 원고들이 제출한 재입사 동의서에는 이 사건 호봉산정에 따라 정해진 직급과 호봉 및 연봉액 등이 각 원고별로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라. 판단
앞서 본 사실과 위 인정사실에 따라 인정되는 아래의 사정들을 더하여 보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는 부제소합의가 존재하고, 그 부제소합의는 처분할 수 있는 특정된 법률관계에 관한 것으로서 그 합의 당시 각 당사자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므로 유효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가 호봉 정정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위배되므로 부적법하다.
1) 피고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한번에 100명이 넘는 계약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약 5개월 동안 피고의 노동조합과 전환 기준 등에 관하여 협의를 거친 결과 합의에 이르렀다. 피고로서는 향후 전환대상자들이 개별적으로 이 사건 노사합의의 내용을 다투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었다. 피고는 원고들로 하여금 직급과 호봉 등의 기준을 정한 이 사건 노사합의를 확인하게 한 다음 원고들이 그 내용에 동의하는 경우에만 일반직으로 전환해 주었고, 원고들과 향후 재입사와 관련하여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재입사 동의서 제1, 2항에 따른 합의, 이하 ‘이 사건 부제소 합의’라 한다). 그렇다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노사합의에서 정한 내용에 관하여 부제소합의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노사합의는 계약직인 무기연봉직 근로자들 중 희망자만 정규직인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내용이므로, 원고들은 자신의 지위를 무기연봉직으로 유지하는 방안과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건 노사합의는 직급 및 호봉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했는데 이는 모두 근로계약 내지 단체협약을 통해 정할 수 있는 근로조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노사합의는 고용계약의 형태와 근로조건을 정하는 것으로서 원고들이 처분할 수 있는 법률관계에 해당하고, 그 법률관계도 특정되었다. 특히 원고들은 이 사건 호봉산정을 다투고 있는데 호봉에 대해서는 이 사건 노사합의에서 산정 기준이 되는 연봉총액의 임금항목 등을 상세히 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부제소합의의 대상이 됨이 명백하다.
3) 원고들은, 이 사건 노사합의에서 ‘전환 기준은 대상자별 2018년 연봉 총액에 상응하는 일반직 직급과 호봉을 부여한다’라고만 정했고, 피고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호봉은 개인별로 산정한다’라고 되어 있었으므로, 이 사건 호봉산정이 원고들 개인의 종전 경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연봉 총액에 상응하는 호봉만 부여할 것임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효력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노사합의는 약 5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면서 호봉을 산정하는 방식이 구체화되었고, 피고는 무기연봉직 사원들에게 이 사건 노사합의 내용을 전달해 주었으며, 피고는 무기연봉직 사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재입사 시 적용되는 직급과 호봉 등도 구체적으로 알려주면서 이러한 재입사 조건에 동의하는 자만 일반직으로 전환될 것임을 알려주었다. 따라서 원고들은 자신들이 일반직으로 전환될 때 종전 경력 등을 반영하지 않은 호봉으로 산정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마. 원고들의 이 사건 부제소합의 무효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이 사건 호봉산정에 강행법규를 위반한 무효사유가 있으므로 이를 주장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 역시 무효라고 주장한다. 강행법규를 위반하여 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에 부수하여 부제소합의를 한 때와 같이, 부제소합의로 인해 그 계약이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임을 주장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강행법규의 입법 취지를 몰각하는 결과가 초래되는 경우 그 부제소합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므로(대법원 2023.5.18. 선고 2023다205173 판결 참조), 이 사건 호봉산정에 원고들 주장과 같은 무효사유가 있는지 본다.
1) 기간제법 제8조제1항 차별적 처우의 금지 규정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이 기간제 내지 무기계약직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했으므로 이 사건 호봉산정은 기간제법 제8조제1항에 반하여 무효이고, 그 무효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 역시 무효이다.
나) 판단
기간제법 제8조제1항은, ‘기간제 내지 기간제법 제4조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앞서 본 사실에 따르면 원고들은 일반직으로 전환될 당시 무기연봉직 사원이었고, 일반직 사원으로 전환되고 나서야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호봉이 산정되었다. 이처럼 원고들은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호봉산정 및 그에 따른 호봉이 적용될 당시에는 원고들이 더 이상 무기계약직 근로자도 아니었으므로, 이 사건 호봉산정이 원고들이 기간제 내지 무기계약직 근로자임을 이유로 차별 대우를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근로기준법 제6조 균등한 처우 규정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는 원고들을 기간제 내지 무기계약직 출신이라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기존의 일반직 사원들’ 및 ‘일반직 G7직급 신입사원들’과 차별했으므로, 이 사건 호봉산정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6조에 반하여 무효이고, 그 무효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 역시 무효이다.
나)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6조는 사용자가 성별,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차별적 처우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말하며, 본질적으로 같지 않은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경우에는 차별 자체가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전제로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그가 비교대상자로 지목하는 사람이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다1051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1) 인정사실
갑 제2, 3, 48호증, 을 제19 내지 29, 3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보면 아래의 사실들이 인정된다.
피고의 인사규정 등에 따르면, 일반직 직원은 원칙적으로 공개경쟁시험을 거쳐 채용되고, 약 1개월 이상의 기간 동안 서류심사, 필기시험, 실기시험, 신체검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필기시험은 시사상식 및 채용분야에 따라 논술, 경영, 법학, 방송기술이론, 컴퓨터 공학 등의 시험이 진행되는데, 채용분야의 직무경력이 2년 이상인 경력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필기시험이 면제된다. 기존 일반직 근로자와 일반직 G7직급 신입사원들은 피고의 인사규정 등에 따라 공개경쟁시험을 통해 채용되었다.
반면에 무기연봉직 사원인 원고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에 따른 이 사건 노사합의를 통하여 일반직이 되었다. 일반직으로의 전환은 일괄적으로 퇴직 후 재입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재입사 시 공개경쟁시험을 거치지는 않았으며, 피고가 원고들 각자의 재입사 의지와 일반직으로서 업무수행 계획 등만 확인한 후 채용했다.
(2) 판단
앞서 본 사실과 앞서 든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사실, 위 (1)항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과 비교대상근로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고, 계약직이라는 고용형태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리고 원고들이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었음은 앞서 본 것과 같다. 따라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가) 피고의 사장은 업무상 필요에 따라 정원 외에 원고들과 같은 계약직 근로자들을 채용할 수 있는데, 계약직 근로자들은 일반직 근로자들과 달리 공개경쟁시험을 거치지 않고 채용되었다. 그런데 정부가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피고는 인사상 필요와 무관하게 계약직 직원 모두를 일반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피고는 피고의 노동조합과 함께 대규모의 정규직 전환절차를 마련했고, 이에 따라 원고들은 피고의 인사규정 등이 정한 일반직 채용경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신설된 채용경로를 통해 일반직이 되었다. 원고들이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는 근로자들은,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라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원고들과는 달리 일반직으로 임용되었으므로, 그 채용시기 및 채용경로에서 원고들과 차이가 있다. 대상자에 따라 일반직 채용경로가 다르게 적용된 데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이와 같은 채용경로의 차이에서 호봉 산정 방식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인다.
(나) 피고는 이 사건 노사합의를 하면서 원고들을 포함한 무기연봉직 사원들이 일반직으로 전환된 후에도 일반직에 비해 차별받지 않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그리고 무기연봉직은 일반직 채용절차에 지원함으로써 종전 경력을 모두 반영한 호봉을 부여받을 수 있는 채용경로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니었다고 할 것임에도, 원고들은 이를 선택하지 않고 일반직으로 전환되는 방법을 택했다. 피고가 무기연봉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된 원고들을 차별할 의도로 형식적으로만 채용경로를 구분해 놓았다고 볼 만한 다른 자료도 없다.
(다) ‘사회적 신분’이란 사회에서 장기간 점하는 지위로서 일정한 사회적 평가를 수반하는 것을 의미한다(헌법재판소 1995.2.23. 선고 93헌바43 결정 참조). 그런데 계약직 내지 비정규직 근로라는 고용형태 또는 이에 따른 채용경로는 근로계약상 그러한 지위를 변경할 수 없거나 계속적·고정적인 지위로 보기 어렵고, 근로자의 특정한 인격과 관련된 일신전속적인 표지라고 할 수도 없다. 무기연봉직 근로자가 공개경쟁시험을 거쳐 일반직으로 신규 채용될 수 있는 것을 보더라도 고용형태는 변경 가능하므로, 근로기준법 제6조에서 규정하는 ‘사회적 신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3)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제1항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원칙 및 헌법 제11조제1항 평등원칙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
원고들은 이 사건 호봉산정이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8조제1항에 반하고, 헌법 제11조제1항 평등원칙에도 반하여 무효이고, 그 무효를 주장하지 못하게 하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 역시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것과 같이 원고들과 원고들이 주장하는 비교대상근로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있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
원고들은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종전 경력이 반영된 호봉에 기초하여 지급을 구할 수 있는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이므로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제43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자의 임금청구권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에 의하여 발생하는 것인데,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사용자와 근로자는 법이 정하는 최저기준을 준수하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에 대하여 합의할 수 있고(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임금 및 임금산정의 기초가 되는 호봉 등도 이러한 합의의 대상이 되는 근로조건에 해당함은 명백하다. 원고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이 사건 노사합의에 이르렀음은 앞서 본 것과 같고, 이 사건 노사합의는 법률이 정한 근로기준에 미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아니하므로, 이 사건 노사합의에 따른 이 사건 호봉산정도 적법하다. 이 사건 부제소합의는 이처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근로조건인 호봉에 관하여 적법하게 이루어진 이 사건 노사합의 및 이 사건 호봉산정을 다투지 않는다는 것에 불과하고, 그 호봉에 기초하여 구체적으로 정해진 원고들의 임금에 대한 지급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나온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바. 소결론
이 사건 부제소합의가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은 모두 이유 없고,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에 반하므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찬영(재판장) 이현우 김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