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때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 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5.30. 선고 2023다279402 판결 등 참조).
[2] 정액사납금제로 운영되는 택시회사가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뿐 아니라 신설회사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한 경우에도,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이었고,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때에는,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때, 법원으로서는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4.10.25. 선고 2023다206138 판결 등 참조).
▣ 최저임금법이 2007.12.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되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3.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2.7.1.부터 피고가 소재한 정선군 지역에도 시행되었음.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무렵 설립되어 소외 회사로부터 그 소유 택시들과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양수하여 택시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택시회사임. 원고들은 피고의 택시운전근로자로서 3일 근무 1일 휴무제 방식으로 근무하면서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최저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만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을 보유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는(이하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지급받았음.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직후 피고와 노동조합은 2012년 임금협정을 체결하면서 1일 소정근로시간을 3시간으로 정했고, 이는 2014년, 2015년, 2016년의 각 임금협정에서 그대로 유지된 채 월 근무일수와 월 기본급만 변동됨. 원고들은 피고가 소외 회사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였음을 전제로 2012년 임금협정이 종전 소정근로시간인 1일 8시간을 1일 3시간으로 단축하는 합의로서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 등의 지급을 청구함, 원심은, ① 소외 회사와 그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2012년 임금협정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새로운 합의에 해당하여 소외 회사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② 2012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음.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하면서, ① 피고가 신설회사에 해당하여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 2012년 임금협정 당시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된 때로부터 약 4년 6개월이 지난 때로서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미치는 효과에 관하여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고, ⓑ 피고가 2012년 임금협정 당시 비교대상 임금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어 산정한 금액과 최저임금과의 차이, 낮은 고정급 수준과 최저임금의 상승 추세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지 않을 경우 단기간 내에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2012년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정한 진정한 의도는 근로조건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추단할 수 있는 점, ⓒ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2012년 임금협정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무효로 볼 여지가 크고, ② 원심으로서는 원고들과 피고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보충적 해석을 시도하지 아니한 채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것에는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보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4.11.28. 선고 2023다211345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23다211345 임금
• 원고, 상고인 / 원고 1 외 5인
• 피고, 피상고인 / ○○○택시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1.20. 선고 (춘천)2022나291 판결
• 판결선고 / 2024.11.28.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는 2012.4.20. 설립되어 △△△ 콜택시 합자회사(현 □□□ 합자회사, 이하 ‘소외 합자회사’라 한다)로부터 그 소유 택시들과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양수한 다음 ◇◇군 일대에서 택시 여객 운송사업을 영위하였다.
나. 원고들은 피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피고 소유의 택시를 운전하는 근로를 제공하다가 퇴사한 사람들인데, 원고 2, 원고 3은 소외 합자회사에서 택시운전사로 근무하다가 피고의 설립과 함께 피고 회사에 입사하였고, 나머지 원고들은 피고의 설립 이후 입사하였다.
다. 원고들은 3일 근무 1일 휴무제 방식으로 근무하면서 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의 최저기준 운송수입금(이하 ‘사납금’이라고 한다)만을 피고에게 납입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고 한다)을 보유하며, 피고로부터 일정한 고정급을 지급받은 방식(이하 ‘정액사납금제’라고 한다)으로 임금을 지급받아 왔다.
라. 최저임금법이 2007.12.27. 법률 제8818호로 개정되어 일반택시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이하 ‘택시운전근로자’라고 한다)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하는 제6조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고 한다)이 신설되고, 위 법률 부칙 및 2008.3.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부칙에 따라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2.7.1.부터 피고가 소재한 ◇◇군 지역에도 시행되었다.
마.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직후인 2012.7.7. 피고와 ◇◇콜택시 노동조합은 임금협정(이하 ‘2012년 임금협정’이라고 한다)을 체결하면서 근무형태를 3일 근무 1일 휴무제로 하고,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월 60시간으로 합의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이 소외 합자회사와 그 소속 택시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와 ◇◇콜택시 노동조합 사이의 2012년 임금협정상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은 새로운 합의에 해당하여 소외 합자회사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2012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하는 합의에 해당하여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피고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체결된 2012년 이후의 임금협정이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인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존의 취업규칙이나 임금협정을 그대로 승계한 것인지 여부도 알 수 없으며,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택시운송사업의 특성에 비추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 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 등에서 유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관련 법리
1)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때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5.30. 선고 2023다279402 판결 등 참조).
2) 정액사납금제로 운영되는 택시회사가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뿐 아니라 신설회사가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한 경우에도,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이었고,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때에는, 이러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은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이때, 법원으로서는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대법원 2024.10.25. 선고 2023다206138 판결 등 참조).
나. 먼저 피고가 소외 합자회사의 택시 영업을 양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여 소외 합자회사와 그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와 ◇◇콜택시 노동조합 사이의 2012년 임금협정에 따라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은 새로운 합의에 해당할 뿐 소외 합자회사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영업양도, 문서제출명령 위반의 효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피고가 신설회사에 해당하여 소정근로시간 ‘단축’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관련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2012년 임금협정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근거는 아래와 같다.
1)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월 60시간(월 20일 만근기준)으로 하는 2012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12.7.1.부터 피고가 소재한 ◇◇군 지역에도 시행된 직후인 2012.7.7. 체결되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이 사건 특례조항이 2007.12.27. 신설된 후 서울특별시에서는 2009.7.1.부터 이미 시행되어 왔고, 인근 춘천시에서는 2010.7.1.부터 시행되는 등 각 지역마다 시행 시기에 상당한 차이가 있으나, 2012년 임금협정 당시는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신설된 때로부터 약 4년 6개월이 지난 때로서 이 사건 특례조항이 미치는 효과에 관하여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2012년 임금협정은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일인 2012.7.1.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하여 임금협정의 효력을 소급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시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2) 소외 합자회사가 2009.11.1. 원고 3에 대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신고하였고, 피고 역시 그 후 원고 3에 대하여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직전인 2012.5.3. 소정근로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신고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를 막바로 소정근로시간 합의라고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해진 1일 3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은 그 무렵 택시운전근로자의 통상적인 근로시간이라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2012년 임금협정 무렵 피고가 소재한 ◇◇군이나 인근 강원도 지역 내 택시운전근로에 관한 조건이 변화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더하여 2012년 임금협정상의 1일 3시간 소정근로시간은 2014년, 2015년, 2016년 각 임금협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된 채, 월 근무일수와 월 기본급만 변동되었는데, 2012년 임금협정 당시 비교대상 임금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나누어 산정한 금액과 최저임금과의 차이, 낮은 고정급 수준과 최저임금의 상승 추세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로서는 위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지 않을 경우 단기간 내에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피고가 2012년 임금협정을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정한 진정한 의도는 근로조건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
3)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에는 영업시간 외에 준비시간, 대기시간까지 포함되는바, 피고가 소재한 ◇◇군 내지 인근 지역 택시회사에 소속된 택시운전근로자의 운행실태, 피고의 고정급 수준,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과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일치가 있었을 것으로 추단된다. 설령 이 사건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와 같은 근로시간과 근무형태의 변경이 1일 3시간이라는 소정근로시간에 부합할 만큼 충분한 것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라.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1일 3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유효라고 판단하였는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 합의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아가, 원심으로서는 원고들과 피고의 의사를 보충하여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이 그러한 보충적 해석을 시도하지 아니하고 원고들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데에는 법률행위의 보충적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도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영재(재판장) 김상환 오경미(주심) 권영준
【서울고등법원 (춘천) 2023.1.20. 선고 2022나291 판결】
• 서울고등법원춘천 판결
• 사 건 / (춘천)2022나291 임금
• 원고, 피항소인 / 1. A ~ 6. F
• 피고, 항소인 / G 주식회사
• 제1심판결 /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22.1.13. 선고 2020가합10291 판결
• 변론종결 / 2022.08.19.
• 판결선고 / 2023.01.20.
<주 문>
1.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청구금액 표 원고별 해당 ‘합계’란 기재 각 돈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기초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 판결 이유 중 “1. 기초사실”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가. 원고들
1) 피고는 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던 H의 영업을 양수함으로써 H와 그 소속 택시근로자들 사이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주 40시간, 1일 8시간)를 포함한 근로관계를 승계하였고, 그후 I 노동조합과의 2012년 임금협정에서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단축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실제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에 변경이 없음에도 임의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것으로서 무효이다.
2) 따라서 원고들의 소정근로시간은 종전과 같이 1일 8시간으로 보아야 하는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원고들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연장‧휴일근로수당 포함), 퇴직금, 연차수당을 지급받았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지 청구금액 표 ‘합계’란 기재 미달금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1) 피고는 2012.4.20. 설립되어 2012.5.3.부터 택시운송사업을 영위하기 시작한 신설회사로서, H로부터 그 소유 택시들과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양수하였을 뿐 H의 영업 자체를 양수한 사실이 없으므로, H와 그 소속 택시근로자들 사이의 근로관계를 승계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 설립 후 체결한 2012년 임금협정은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합의가 아니라 새로운 임금협정으로 보아야 한다.
2) 설령 2012년 임금협정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합의라고 하더라도, 이는 택시요금 인상 등에 따른 원고들의 근무형태 및 운행시간의 변경에 의한 것이므로 이 사건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한 합의로 볼 수 없다.
3)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에 대해서 원고들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위 소정근로시간은 기준운송수입금(=사납금)과의 관계에서 합리적으로 정한 것이고, 그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가 되는 경우 원고들은 예견하지 못한 이익을 얻고, 피고는 예견하지 못한 손해를 입게 되므로, 위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를 무효로 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서 용인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반한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1) 구 근로기준법(2018.3.20. 법률 제1551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근로기준법’이라 한다)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근로시간의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제1항제7호).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합의 관련 전후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 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상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4.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영업의 양도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이를 일체로 이전하는 것이어서 영업 일부만의 양도도 가능하고, 이러한 영업양도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지만 근로자가 반대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양수기업에 승계되는 대신 양도기업에 잔류하거나 양도기업과 양수기업 모두에서 퇴직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2.5.10. 선고 2011다45217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의 2012년 이후 임금협정상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원고들과 피고 사이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1) 피고가 H가 보유하던 택시들과 H의 택시운송사업면허를 양수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을 제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H에서 근무하던 택시운전근로자들 중 상당수가 H에서 퇴직한 후 곧바로 피고에 입사한 사실은 인정되나, 영업양도계약서 또는 그 밖에 H의 인적·물적 조직이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피고에게 이전되었음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여,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가 H의 택시영업을 양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H와 그 소속 택시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피고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피고와 I 노동조합 사이의 2012년 임금협정상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은 새로운 합의에 해당하므로 H와 그 소속근로자들 사이에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2) 설령 H와 피고 사이에 영업양도에 따른 근로승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H가 그 소속 근로자들과 사이에 어떠한 내용으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를 하였는지, H의 소정근로시간 합의시점부터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후 피고가 2012년 임금협정을 체결하기까지 소정근로시간이 어떻게 정해지고 어떠한 변경과정을 거쳤는지를 확인할 만한 자료가 없다[갑 제8, 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H가 원고 C에 대한 고용보험 신고를 하면서 주 소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신고한 사실은 인정되나, 고용보험 신고내역을 H와 그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계약, 단체협약, 임금협정 등과 동일시 할 수는 없는 점, 원고들은 3일 근무 1일 휴무의 형태로 근로하고 있으므로 주 40시간의 근로시간이 곧바로 1일 8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의미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고는 2012년 임금협정을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합의한 이후인 2018.경까지도 여전히 고용보험 신고를 하면서 원고들의 주 소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신고하였던 바 고용보험 신고내역상 주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합의된 소정근로시간과 관계없이 형식적으로 기재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H가 그 소속 근로자들과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으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체결된 2012년 이후의 임금협정이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인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기존의 취업규칙이나 임금협정을 그대로 승계한 것인지 여부도 알 수가 없다.
3) 택시운전근로자들의 택시 운행시간 중에는 사용자인 피고가 근로자들의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택시운송사업의 특성에 비추어 보면, 노사합의를 통하여 소정근로시간을 정해 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
4) 피고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합의된 1일 소정근로시간은 2012년 임금협정을 통하여 1일 3시간으로 정해진 이후 단축된 바 없고, 2015년, 2016년 월 소정근로일수가 종전의 20일에서 23일로 늘어나면서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월 기본급이 당초 420,000원에서 460,000원, 520,000원으로 증가하기도 하였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 중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일부 부분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견종철(재판장) 이배근 이은상